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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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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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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수 :
1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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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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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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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오크 (3)

DUMMY

⠀⠀⠀⠀⠀⠀⠀⠀⠀⠀⠀⠀⠀⠀⠀⠀⠀⠀⠀⠀⠀⠀⠀⠀⠀⠀⠀⠀⠀⠀⠀⠀⠀⠀⠀

둥근 탁자를 우리는 빙 둘러 앉았다. 나와 일상이, 그리고 건너편으로 그 여자애.


동아시아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얼굴이었다.


키는, 우리 - 나와 일상이는 키가 비슷했다 - 명치 부근에 왔고 또 왜소했다.


주홍빛을 띠는 헝크러진 단발과 짙은 갈색으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단호한 눈동자를 가졌다.


그녀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러다 일상이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다시 내 얼굴로 돌아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네 친구 좀 잠깐 빌렸을 뿐이야.”

“예?”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그렇게 말해왔다.


나는 일상이를 보았다. 그는 한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눌러댔다.


“아니, 제대로 설명해 줘야지, 처음부터. 다.”

“그러니까 지금 설명하려고 하잖아. 죽고 싶어?”


일상이는 크흠, 하면서 손짓으로 계속 하라며 어르었다.


“그 펜던트를 찾아야만 해. 안 그러면······.”


전쟁이 날 거야, 하고, 그녀는 읊조렸다.


오 일 전, 레인 왕자의 펜던트, 레일리아 왕비의 유산은 실은 이미 도둑 맞은 상태였다. 단지 왕자가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며칠이 더 걸렸을 뿐이었다. 그녀는 설명했다.


“어젠가, 너네가 훔쳤다고 난 그렇게 들었는데.”

“그 말을 믿는 거야?”

“아니, 난 그렇게 들었다고······.”


눈초리가 매섭다.


“친구를 믿어.”


그 단호함에는 기가 죽어 버릴 뿐이었다. 아, 예······.


“그래서, 대체 그 펜던트라는 게 정확히 뭐길래 그러는 거고,”


솔직히 이 부분은 일절 관심 없다.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고, 그 검은 대체 뭐야?”


이 부분이 중요했지.


참다참다 말해버리고 말겠다는 듯이 끄응거리며 일상이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너처럼 대로 한가운데에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는데,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길래 가보니까, 얘가 도둑질을 하고 있는 걸 바로 목격해 버린 거지.”

“셰라드.”

“셰라드?”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얼버무렸다.

“그게 첫 만남이었는데, 딱히 별 다른 건 없었어. 이 애는 도망쳤고, 나는 괜찮은지 그 남자······ 를 찾아봤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인지 사라지고 없더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날 밤······,”


일상이는 멍한 눈이 되어서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노숙했는데, 갑자기 뭐 이상한 것들이 찾아와서 돈을 내놓으라는 거 아니야. 내가 없다니까, 그럼 옷이라도 내놓으라더니 칼질을 해대는 거야. 진심 죽을 뻔했어. 살짝 긁혔을 뿐인데 피는 철철 나고.”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검자루를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옆자리의 그녀에게 눈길을 한번 주더니 테이블 위로 양 팔꿈치를 올려두고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였다.


“원수에게 은혜를 베푼 거야. 시발, 내 평생 이렇게 착한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

“아니,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니까.”


일상이는 눈물을 찔끔 흘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일그러진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생명의 은인인 듯했다.


“이제 내가 설명하겠어. 시간이 없어.”

“그렇다고 너무 요약하진 마시고.”

“닥쳐.”

“넵.”


그녀는 이어 나갔다. 오전에 실패한 점도 있어 사람 손이 필요한 시점이었단다. 상대의 전력은 미지수. 마법사였던 그녀는 내 친구에게 잠재력증강이라는 마법을 걸었다. 힘이 조금 세질 뿐인 줄, 그녀 자신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 친구는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했다. 검뿐만이 아니라 육체로 하는 무술은 뭐든 잘했다.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 마법에 걸려 본 나 자신을 상상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펜던트야.”


그냥 단순한 펜던트가 아니다.


악령이 깃든 펜던트랜다. 선조 대대로 악귀를 봉인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봉인을 풀고자 하는 세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레일리아 왕비를 시해하고 펜던트를 훔쳐 달아났다.


곧 붙잡혔지만, 이후 정확히 2년이 지난 현재, 다시 펜던트는 도난 당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면서, 그녀는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봉인이 풀리면. 세상은 갈가리 찢기고 말거야. 약 천 년 전 그때처럼.”

“천 년 전······?”

“서로 혐오하기 시작할 거야.”


이 대륙 위의 모든 종족들은 약 천 년 전 그때처럼 서로 혐오하기 시작해 피와 공허로 잿더미화되어 버릴 것이다.

신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그 모든 이야기에 진실성이 깃들어 있음을 믿어야만 한다는 듯보였다.


“고로 당장 찾으러 가야 돼. 그 바이올리니스트를.”





4.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피방 찐따에 불과했었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사실이잖아. 너 설마,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뭘.”


그 폐가에서 - 에이리의 임시 거처였다, 에이리는 그 마법 소녀의 이름이다 - 바닥에 널브러진 쾌쾌한 로브를 두르고 가죽 구두를 골라 신었다. 물론 맞는 신발은 없었다. 에이리의 발 사이즈는 230도 채 안 됐다.


“니 여친.”

“푸흡!”


녀석은 목을 가다듬었다. 말을 돌렸다.


“우린 준비 다 됐어. 그쪽은 어때?”


조금 떨어진 테이블 앞으로 등진 채 뭔가에 집중하고 있던 에이리가 그 말에 큰 소리로 대답했다.


“준비 됐어. 그리고······” 그녀는 이어서 소리쳤다. “찾았어!”

“벌써?!”


우리는 서둘러 테이블 앞으로 모였다. 불안해 보이는 탁자 위로 자그마한 양피지가 하나 놓였는데, 붉은 물감인지 피인지 한가득 마법진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위로 푸른 아지랑이가 허공을 메웠다.

불꽃처럼 흐느적거리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에이리는 가만히 손짓했다.


“보여?”


뭐가 보인다는 건지, 참.


그때 일상이가 소리쳤다.


“어! 보인다!”


보인다고?


그 둘은 잠시간 숨을 죽였다. 그 불꽃 같은 홀로그램만 응시했다.


얼마 안 있어 둘은 동시에 외쳤다.


“미술관!”






“로렌초 대공을 모르는 거야?”


누가 봐도 수상한 누더기 로브 3남매는, 여전히 눈부시고 쾌청한 수로 위를 거닐었다.

정오도 꽤 지났는지 바다 바람이 선선히 불어와 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식은땀 정도는 등줄기에 흐르는 것 같았다.


길 가는 사람들이 흘깃거릴 때마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아, 오줌 마려······.


“모르는데요.”


내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알 리가 있나. 친구를 바라보니 친구는 갑작스레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안 믿더라고, 얘.”


다른 세상에서 왔다든가, 이거 다 게임이라든가, 하는 거 말이지?


나라도 안 믿겠다, 얘.


그런데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실감’하고 있던가?


신기한 사실 하나가 돌연 떠올랐다. 현재 이 몸을 마치 본래 제 몸인 양 여기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처음부터 태어난 것만 같다. 더는 친구의 행동거지가 이상야릇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갑작스레 내 옆으로 몸을 밀착한 자그마한 소녀는 자신의 로브를 들춰 얼굴을 드러내며 말해왔다.


“이곳 에드나의 통치자이자, 모든 예술의 아버지. 항간에는 교황보다도 지위가 높다고 하지.”

“모든 예술의 아버지?”


적잖이 밀착했고, 적잖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니 실상 일절 관심도 없는 화제에 저도 모르게 추임새를 껴 넣고 말았다.


“맞아. 물론 최근 이십 년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과장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십 여년간 과거와 현재의 모든 장르에서 전재산을 갖다 바쳐 지원해대고 있으니까.”


그녀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더니 감탄해 마지 않는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사람이야.”


그렇구만.


미술관은 마치 성당 같았다. 에이리는 말했다. 미술관 로렌초는 이 에드나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라고. 건축물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지만 그럴 싸한 말을 하자면 고딕 양식 성당 세 체가 합쳐진 느낌에 중앙에 거대한 돔이 있었다.


“피렌체의 두오모 같지 않아?”


일상이가 속삭여 왔다.


두오모? 두오모가 뭐더라?


“몰라? 그 천재 건축가 브루넬리스키가 설계한 그, 있잖아, 산타마리아 델······, 그런 게 있어.”


뭐?


눈치가 있구나, 내 친구.


미술관 입구는 굳건히 닫혀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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