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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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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도하
작품등록일 :
2019.08.27 17:51
최근연재일 :
2019.10.15 23: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442
추천수 :
61
글자수 :
144,331

작성
19.09.07 11:17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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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3. 호문쿨루스 (6)

DUMMY

⠀⠀⠀⠀⠀⠀⠀⠀⠀⠀⠀⠀⠀⠀⠀⠀⠀⠀⠀⠀⠀⠀⠀⠀⠀⠀⠀⠀


떠날 채비를 갖추라는 에이리 대장님의 명령으로 우리는 우리의 옷을 받아들었다. 마법이란 정말이지, 편하다. 단 한 순간에 이렇게 옷 한 벌을 빨고 건조해 버릴 수 있지 않은가. 넬은 적당히 눈대중으로 사이즈를 확인 한 뒤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리 셋은 내 방 - 열댓 개쯤 있는 손님 방 중 하나로서 그때의 침실만큼 넓었으며 그때의 침실보다 더 호화로웠고 가구들이 많았다 - 에 있었다. 넬이 나가자 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래서, 트로피라는 게 뭘까.”

“트로피?” 일상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설마 까먹었다거나?


“얌마. 정신 차려! 안 돌아갈 거야? 엄마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추궁했다.

“엄마라······.”


이 반응은 뭐지.

운동화 끈 묶는 것을 멈추며 녀석의 멍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잘 모르겠다. 뭐라고 해야 할까, 꿈 같아. 그냥 이곳이 현실이고, 그곳은 사실 다 꿈이었던 것 같은······.”

“뭐?” 하며 나는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확실히 지금 이 방을 비추는 모든 빛들, 저 화려한 창문 너머의 모든 공기, 푸른 하늘, 이 침대의 푹신함 등 모든 감각들은 이곳이 현실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오히려 과거의 그 칙칙한 분위기의 모든 - 학교, 피씨방, 방······ 등 - 이 가짜라고, 환상이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4개월이라······.”


이런 식으로 에이리만 따라다니면 4개월은 후딱 가 버릴 것 같았다. 오늘로서 며칠인가, 일주일은 됐으려나?

그래도 나는 이곳을 현실이라고 느끼는 만큼 또한 두려웠다.


“뒤질 수도 있을 텐데.” 내가 중얼거렸다.


내 혼잣말을 들은 일상이는 다 준비한 채로 침대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나는 걱정이 안 돼. 음, 뭔가······”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진 자신의 레이피어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죽지는 않을 것 같아.”


웃기고 자빠졌네. 나는? 나는 두려웠다. 사실대로 말하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믿을 사람은 일상이, 그리고 믿어야 할지 아직도 잘 확신이 안 가는 에이리였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목소리가 들렸다.


“다 됐으면 얼른 나와.”


에이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시간이 없다며 보챘다.



⠀⠀⠀⠀⠀⠀⠀⠀⠀⠀⠀⠀⠀⠀⠀⠀⠀⠀⠀⠀⠀



실바스트는 정원을 지나, 정문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러나 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차는 보이지 않았다.


“뭐, 카이트는 자그마한 나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그가 에이리에게 말했다.


“그래······ 수도로 가야겠지, 일단.”


우리는 에이리와 함께 그를 마주보았다.


“감사했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때였다. 무슨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이봐! 이봐!” 하는 외국인의 어눌한 외침이었다.


“이거 참, 우리의 신사 분이 실례를 저지르는군요.” 실바스트가 읊조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양복 차림에 - 빨간 넥타이, 빛나는 갈색 구두를 신은 - 동그란 안경을 낀 젊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키나 얼굴로 유추해보건대 에이리와 동갑 내지 우리보다 한 살 어려 보였다. 에이리와 비슷한 키, 작은 얼굴, 마른 체구, 그럼에도 딱 달라붙는 검정 정장을 입은 모습이 조금 요사스러웠지만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니었다. 톰 홀랜드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체구는 훨씬 작다.


그는 허억허억 대면서도 늦어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퍼부었는데 이쪽 세계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듣는 외국인의 발음이었다.


“뭐, 늦은 건 괜찮다만. 음, 아니, 아무튼. 이쪽은 아크, 아크레인입니다. 카이트국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 겁니다. 그리고 이쪽은 에이리와, 민수, 일상.”

“아! 에이리 씨.” 그가 말허리를 잘랐다.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모르는 마법이 없으시다면서요?”

“많은데요.”


에이리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딱딱한 얼굴로 괴로운 듯이 그와 악수를 했다. 아크레인이라 소개된 남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보였다.


“반갑습니다. 아크라고 불러주십쇼. 마법에 미친 아크레인, 뭐, 그런 수식어가 딸려 있지만요.”


나와 일상이는 에이리의 친구라며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여러 모로 들어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이야기는 그곳에 도착해서 하자고 한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는 역시 나이에 안 맞는 말투를 썼지만, 어눌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점에 대해서 태클을 걸지 않아 나도 딱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원체, 태어나기로 이렇게 태어난지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잘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는 내 얼굴을 보며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내 생각을 읽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야길 하는 걸까?


곧 넬이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오! 넬 양, 넬 양도 함께 가시렵니까?” 능글맞게 작은 신사는 소리쳤다.

“아뇨. 그저, 이걸······.”


넬은 사각 실크 보따리를 내게 건넸다. 살짝 묵직하니, 도시락 통 느낌이 났다. 넬이 한가득 그때의 아기 천사 같은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출출하실 때 드세요. 에이리 님의 마법이면 상하지 않고 오래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오오! 이거 참, 친절하셔라.” 아크는 감탄에 찬 목소리로 과장된 몸짓을 구사했다.


“고, 고맙습니다······.”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보따리를 건네 받을 때 그 보드라운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맞닿았는데, 그마저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 나는 넬에 푹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단정히 웨이브 치는 붉은 단발, 속눈썹 긴 커다란 두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가슴을 설레였다.


옆을 보니 일상이도 약간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자, 그럼 이동하시지요.”


나는 촐랑대는 작은 신사를 보며 그 ‘이동’이라는 말의 뜻을 헤아려보려고 했다.


에이리가 물었다. “자꾸, 이동, 이동, 거리는데, 어디로?”


에이리 특유의 반말에도 일절 변함 없이 아크레인은 자신의 안경을 추켜올리며 친절히 설명했다.


“지금부터 카이트국, 수도, 발테르까지 텔레포트로 이동할 겁니다.”

“뭐!”


에이리는 경악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실바스트의 얼굴을 슬쩍 보자, 그는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던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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