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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일지도.

메칼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니
작품등록일 :
2016.01.05 01:02
최근연재일 :
2019.03.13 00:57
연재수 :
1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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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0,491

작성
19.02.2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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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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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하나뿐인 길(4)

거짓말이야. 아닐 수도 있고.




DUMMY

두 마리의 말이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화살이 날아온 곳의 반대편이어서, 처음에는 병사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병사 몇 명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말을 탄 기사가 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 병사들은 그 뒤를 좇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들판을 달리는 한 명의 궁사와 그 뒤를 쫓는 기사의 말에 쏠려 있었다.

메칼로와 산디아가 거의 무리에 다가와서야 사람들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메칼로의 칼에 병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할 때에는 혼란이 시작되었다.

지시를 내려야 할 기사가 스텔리안의 뒤를 쫓는 중이었고 병사들은 말발굽과 메칼로의 칼을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포로를 태운 짐마차의 주변이 잠시 텅 비었다.

그 순간을 노려 달려온 산디아가 말을 세우지도 않은 채 마부석으로 건너뛰었다. 놀란 마부는 변변히 저항도 못하고 산디아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다.

고삐를 잡은 산디아가 마차를 몰아 도로에서 벗어났다. 그제야 병사들이 마차를 막으려고 달려들었다. 산디아는 양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을 가까스로 피하며 말을 몰았다. 울퉁불퉁한 들판을 달리는 마차가 위험할 정도로 흔들렸다.

짐마차로 낼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있는데다 이런 곳을 마구 달리면 아예 마차바퀴가 부서질지도 몰랐다. 메칼로가 뒤따라와 병사들을 쫓아내는 사이에 산디아는 간신히 도로 위로 다시 마차를 올릴 수 있었다. 마차는 왔던 길을 되짚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스텔리안을 쫓던 기사가 말머리를 돌려 달려왔고 메칼로가 그를 상대하기 위해 짐마차에서 멀어졌다. 기사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은 마차의 뒤를 따라 달렸다.

산디아가 말 위로 채찍을 휘둘렀다. 말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지만 사람이 말의 지구력을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대로 달리면서 시간을 벌기만 하면 되었다.

산디아는 짐칸에 실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오드! 미카엘! 괜찮은가? 칼을 줄 테니 줄을······.”

“단장, 왼쪽!”

동료들에게 칼을 던져주려고 몸을 돌리고 있던 산디아는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칼날이 번득이며 턱 아래로 스쳤다. 그녀는 거의 마차에서 떨어질 뻔했다. 간신히 짐칸의 귀퉁이를 잡고 매달리는 사이에 그녀를 습격했던 남자가 마부석으로 올라왔다.

어느 사이 마차 옆에 달라붙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영주의 병사는 분명 아니었다. 복장과 무기를 보고 나서 산디아도 알아차렸다. 남자가 한 번 더 칼을 휘둘렀을 때는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신자다!’

남자의 칼은 산디아가 붙잡고 있던 짐칸의 귀퉁이를 깨끗이 날려버렸던 것이다. 마차 귀퉁이와 함께 그녀도 베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해도 될 정도의 힘과 속도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칼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산디아가 재빨리 위치를 옮긴 덕분에 그녀는 마차 끄트머리에 위태롭게 매달렸다. 마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그녀의 발이 바닥에 스쳤다가 튕겨 올랐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끌어올린 다리를 겨우 걸쳐 짐칸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남자 역시 짐칸으로 훌쩍 건너갔다. 마차는 마부도 없이 길을 따라 달렸다.

짐칸에는 츈 지앵과 두 명의 단원들이 손발을 묶인 채로 뒹굴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서 산디아 앞으로 간 그가 칼을 치켜들었다.

그때쯤 산디아도 허리의 칼을 뽑아서 대비하고 있었지만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남자가 휘두른 칼을 비껴내고 반격하려던 생각이 무색하게, 칼을 흘리기는커녕 막으려던 쪽 팔이 뒤로 휙 재껴지는 바람에 그대로 동료들 위를 굴러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다시 칼이 날아들었다.

까앙 - !

막았지만 그대로 떠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칼이 부러지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힘이었다. 칼 하나를 버리고 남은 하나로 집중해서야 겨우 막았지만 한 번 더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양팔이 얼얼하게 저려왔다.

밖이었다면 어떻게든 몸을 빼내서 피할 수 있겠지만 그녀가 있는 곳은 마차의 짐칸이었다. 쓰러진 곳 좌우에는 츈 지앵과 동료인 미카엘이 묶인 채로 누워서 꿈틀거리고 있다. 피한다고 해도 남자의 칼에 그들이 다칠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어쨌든 제이나 카타르의 명령을 받는 처지일 것이다. 단원들이라면 몰라도 츈 지앵은 못 건드리지 않을까. 이대로 항복하는 편이 나을까? 병사들이 아직도 쫓아오고 있을까? 아니면 일단 마차를 벗어나서······.

남자가 다시 한 번 칼을 휘두르기 전의 아주 잠깐 동안 산디아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나 되는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남자가 칼날을 겨누고 그녀를 향해 푹 찔러 들어오는 순간 산디아는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아래로 내리꽂히는 남자의 칼날에 그녀의 칼날이 닿았다. 칼날을 맞붙인 채 옆으로 밀어냈으나 상대의 힘은 실로 무지막지했다. 칼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칼날을 피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결과였다. 남자의 칼끝이 짐칸의 바닥에 푹 꽂혔다.

검신의 거의 절반이 바닥 밑으로 사라졌지만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칼자루를 휙 당겼다. 칼은 나무판이 아니라 버터에 꽂혀있었나 싶을 정도로 쉽게 뽑혔다. 뽑힌 것과 동시에 쉴 틈도 없이 산디아를 향해 칼끝을 겨누었다.

그녀는 조금 전 쓰러진 이후 아직도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한 채였고 칼끝은 그녀로부터 고작 두 뼘 앞이었다. 이번에는 막을 수 없다. 그것을 알아차린 남자의 얼굴에 득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 표정 위로 붉은 피보라가 확 끼쳤다.

“하아······?”

뭔가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남자는 입만 벌렸다가 그대로 쿵 쓰러졌다.

남자의 뒤에서 산디아의 칼 하나를 쥔 오드가 비틀거리며 서 있다가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묶여 있던 줄을 급하게 푸느라 발목은 그대로이고 한 손만 겨우 꺼낸 상태였다.

“느려 터져서는.”

산디아가 안도의 숨과 함께 그에게 투덜거렸다.

“칼을 좀 가까이 떨어뜨렸어야지, 단장.”

산디아에게 칼을 던져준 오드가 밧줄에 쓸려 벗겨진 손목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토비아스의 계획은? 여기에서 뭘 하려던 거지?”

다른 사람들의 묶인 것을 풀며, 숨 돌릴 틈도 없이 산디아가 물었다.

“아, 토비아스가 아우렐로의 영······어라?”

대답하던 오드가 말을 멈추고 옆을 돌아보았다. 산디아가 갑자기 짐칸에서 뛰어 내린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리더니 한쪽 귀를 땅에 바짝 댔다.

땅에서 귀를 뗀 그녀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오드! 마차에서 말을 풀어! 션의 왕자와 함께 달릴 준비를 해라!”

“단장, 뭡니까?”

“말이다. 적어도 이십 마리 이상! 남쪽에서 오고 있다.”

남쪽이면 영주의 병사들이 쫓아오는 반대편이었다. 위에서는 영주의 병사들이, 아래에서는 누구인지 모를 수십 명의 기수들이 달려오고 있는 셈이다.

오드가 재빨리 말을 풀고, 미카엘은 츈 지앵을 도와 말에 오르게 했다.

“션의 왕자가 안장 없는 말을 탈 수 있을까요?”

미카엘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츈 지앵을 힐끗거렸다. 오드가 코웃음을 쳤다.

“상관없잖아. 어차피 짐마차 끄는 말이라 노새보다 좀 빠른 정도일 텐데. 단장, 우리는 아우렐로의 영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명령을 들었소. 최대한 여기에서 버티겠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싸우지 않고 항복할 거요.”

“알고 있다.”

두 사람이 말을 타고 출발할 때쯤, 멀리서 흙먼지 일어나는 것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단장!”

츈 지앵과 함께 길을 벗어나 말을 달리려던 오드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서 말을 탄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길을 따라 오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숲에서, 언덕 너머에서, 들판을 가로질러 수십 마리의 말들이 사방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포위된 거야?”

뒤에는 영주의 병사들, 앞에는 거의 백을 헤아리는 기마병들이었다. 그것도 무구를 제대로 갖춘 병사다.

“여기 영주가 저렇게 많은 기사들을 거느릴 정도였어?”

미카엘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드, 미카엘. 마차를 밀어. 쓰러뜨려서 엄폐물로 삼는다. 미카엘, 오드와 위치를 바꿔. 네가 션의 왕자를 보호한다. 오드,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산디아가 연달아 명령을 내렸다. 단원들은 대답도 묻는 법도 없이 즉시 명령에 따랐다. 산디아와 오드가 각자 무기를 잡고 양쪽으로 나뉘어 섰다. 오드는 무기를 뺏긴 참이라 죽은 신자의 칼을 주워들고 너무 무겁다며 불평했다.

자그맣게 보이던 말들이 점점 커지고 그 위에 탄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와 함께 기병들 위에서 휘날리는 깃발도 점점 선명해졌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어 깃발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따금 펄럭일 때마다 이곳의 영주 가문도 하이라람도 아닌 낯선 색과 문양이 번득였다.

‘새? 그리고 뱀인가? 아니. 아니야······저건······.’

“바실리스크?”

산디아와 마찬가지로 깃발의 문양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오드가 중얼거렸다.

깃발에는 닭의 몸에 뱀의 꼬리를 가진 전설 속의 동물, 바실리스크가 붉은 색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바실리스크를 문장으로 쓰는 곳은 많지만 저건 분명 굉장히 눈에 익은······유명한······.’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가 갑자기 번득 살아났다. 메칼로의 용병단은 저 가문에 고용된 적이 있었다.

“단장, 저 깃발은 거기 같은데. 전에 그쪽 영지에 한 번 불려간 적 있잖소.”

오드도 생각해낸 모양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저 가문이 왜? 어떻게? 그들의 가장 가까운 영지도 여기에서 말로 사흘은 걸리는 거리에 있을 텐데.’

“저거 아무래도······.”

오드의 목소리가 약간 들떠서 흘러나왔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산디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토비아스는 클레타 왕비의 집안이자 대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 중 하나인 플라비우 가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적어도 이미 수 일 전에.

기병들이 가까워지자 상황은 더욱 명확해졌다. 가장 앞에서 달리던 기사가 속도를 늦추고 그들 옆으로 오더니 산디아의 일행을 힐끗 보고는 곧 뒤따라 온 기사를 향해 손짓했다.

두 번째로 도착한 기사가 말 위에서 산디아를 내려다보았다. 투구에 가려져 코와 입만 드러난 얼굴에 웃음이 확 퍼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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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Personacon Rainin
    작성일
    19.02.27 04:46
    No. 1

    누군지 떠올려보려고 노력해보려고 했으나 금세 포기. 내일 연재될 다음 편을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그렇죠? :D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9.03.02 11:10
    No. 2

    아하하하....┗( ̄▽ ̄ㆀ)┓=33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9.02.27 09:15
    No. 3

    이런데서 자르셨으니까 금방 다음편 주실거죠 그렇죠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9.03.02 11:10
    No. 4

    ┗( ̄▽ ̄ㆀ)┓=33 (또 도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9.02.27 09:45
    No. 5

    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들은 여러 수단을 강구해서 실패하지 않는걸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9.03.02 11:11
    No. 6

    저도 머리 좋은 사람들이 궁금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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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시간의 탑(1) +4 19.01.07 162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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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누군가를 위해(4) +6 18.04.22 18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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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아무도 모른다(4) +2 18.04.11 13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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