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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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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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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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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웅크린자의 시간 142

DUMMY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내가 숨어있을 곳을 향하여.


난 내부에서도 그 토록이나 감시가 심했었지만 외부에서는 무언가 도모해볼 짬이 없었고, 그저 있는 것 그대로를 활용해봐야지만이 되었는데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전봇대 위도 고립될 수가 있어서 패스!

어디 적당한 나를 가둘 수가 있고 밖을 관찰해보기에도 용이한 그러한 장소들이 내겐 필요로 했었고, 시계탑 너머 그 안쪽으로 우리 예린이가 숨어있을 그 장소로 준비해 본 그곳으로 나 또한 달려가고도 싶었었지만 저 일부가 불타오르는 철문 위를 그냥 타 넘다간 무심코 날아든 총탄이나, 아님 우리 예린이가 숨어있는 장소를 저들에게 노출시킬까 봐 염려가 돼서 그러한 염려 덕분에 이 같은 짓은 아예 고려 조차도 되지를 않았었다.


나는 달리고, 재차로 또 달렸다.


좀비 웨이브가 스며드는 방향이 내 뒷쪽 편 방향이라지만 서도, 그 덩어리가 너무 커 포괄적으로 스며드는지라서 덮치듯 이곳 대부분에서 넘실거리다 보니, 이렇듯 달려내지를 않으면 내가 원했었던 그 장소로까지 가기도 전에 포위당하여 그 생을 갈기갈기 마감해버릴지도 몰랐었고, 그랬기에 열심이었다. 달리는데.


그러던 순간에 저 멀리에서 우레와 같은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자지러질 듯이 터져 나왔고, 이어 나오는 저들에 콩을 볶는 듯한 총소리가 연이어서 터져 나오기를 계속하였다.

아마도 초기에 저 우레와 같은 소리는 저 주 출입구의 바리케이트 철문이 넘어지면서 나는 소리일 것이고, 뒤에서 나는 총소리는 이를 막아보려는 듯 안간힘을 써보며 난사해보는 몸부림이리라. 저 밀려오는 좀비 떼로부터서 방어해내기 위하여.

하지만 그 몸부림이 저 안에서 가당키나 할까? 그들 앞에서?


내 k-2와 k-3 등 모든 총화기들의 집중에 이곳 주위가 요란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요란한 몸짓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난 저들 위에 드리워진 공포심에 이젠 마지막이라는 그 패닉의 한자리를 엿보는 듯이 했다. 그저 부질없는 짓이라고.


그나마 자살하는 게 더 나은 상황 대처법이라며, 찢겨 죽는 것보다는 더 나으리라는 충고에서였고, 그 모든 제반 상황들을 내가 다 꾸며놓은 상태에서 이게 웬 오지랖인지 나조차도‥.


처음에 본시부터 서 내가 더욱더 튼튼하게 지었더라면 저리도 허무맹랑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터다. 하지만 난 혹시나 하는 미련에 일단 철문에 아랫부분들만을 시멘트로 부어놔서 단단하게끔만 보이도록 놔두었지 그 정도로 단단하고, 딴딴했었던 주 출입구 철문에 입지 상태는 아니었었다.

철문 하단에 볼록 튀어나온 저 시멘트 덩어리들만을 믿고서 그리도 든든하다는 표정들을 짓던 저들에 표정에서, 나 또한 흐뭇하다는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저들은 안전함에 든든하여 지어 보이는 표정일 테고, 나로서는 내 패 하나만을 처음으로 가질 수가 있었어서 지어보았던 표정이었다. 온전히 고스란히 줘버릴 수는 없었었기에.


저 주 출입구 전체에 철문을 쌓던 시기는 내 최초의 저들을 위한 노예생활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으니 저들 또한 방심하지는 않았을 테다. 감시에 눈초리를 요리조리 배겨내고 있었겠지.

하지만 눈 뜨고 코 베인다고, 본다고 뭘 알아야 태클을 걸지. 원래 샌드위치를 쌓을 때 마냥 철판 하나를 세우고 그 뒤를 시멘트로 고정시킨 다음, 그 일들을 차곡차곡 해낸 뒤에 그 뒤에 전체를 떠받칠 수 있는 받침대들을 세우고, 그 철문들 사이에도 그들 간에 받춰줄 수 있는 지지대들을 끼워놔서, 전체가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충격을 모조리 흡수 분산시킬 수 있게 주 출입구를 설계하여 막아두는 게 옳았었다.

최초에 설계도는 이것이었고, 물론 내 머릿속에서 만이었다.


하지만 모든 걸 그대로 줄 수만은 없었었기에 꼼수를 취하게 된 게,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서 마냥 다 줘버리면은 나중에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때 또다시 뒤통수 맞는 것을 눈뜨고 마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었기에 이래 봤었던 것으로써, 그때는 내가 꺼내볼 패가 없을 거라는 것을 이내 상기시켜 보고는 하나하나 처리해 놓았으면은 그리도 좋았을 것을, 그저 한 몸으로 철판 전체를 서로 아울러서 겹쳐만 놔서 몇 겹으로 세워 놓은 뒤에 그 하단부만을 두텁게 시멘트로 발라놓는 형식으로다가 안전하다 여기며 외피만을 둘러두었던 것으로써, 그것만으로도 저들은 흡족해했다.


저 뒤쪽 편을 먼저 바리케이트를 쌓았더라면, 아니 그 뒷면에다가 설치해 두었었던 그 바이케이트에 지지대 마냥 앞쪽에도 설치해두자라며 누구라도 건의라도 해 볼 수 있는 저것을 저들의 CCTV 카메라의 설치와 전기의 사용에 온수에 홀딱 빠져버려서는 누구 하나 그쪽으로 지적질을 해오는 이가 없었었고, 물론 내 위기의 상황에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마무리가 되고 이곳 내부도 잘 풀려서 이곳 안에서 우리들 모두가 오손도손 살게끔 되었을 때 그때, 모두들의 안전을 위하여 불시에 들이닥칠 좀비 웨이브를 상정해 그 아무런 조치조차 안 취해 뒀었던 건 아니었었다.


그저 그 맨 윗쪽 뒤편 철판 위에다가 사다리나 체인 블록 등 갖가지 장비들을 끌어다 고정시켜 두었고 저들에겐 그저 무거운 것을 옮기고, 오르내리기 쉬우라고 설치해 둔거라며 저들에게 설명해 두었었던 갈고리들이 바로 그것.

총 열개 이상을 잘라다가 그곳 위에다가 용접시켜 놓았던 상태로 유사시에 저 너머의 본래에 네 개의 단단해 보이는 대리석 기둥에다가 갈고리들 사이로 쇠사슬로 칭칭 결박 지어 놓기만 해도, 위아래가 서로 단단하게 제 역할들을 충실하게 해낼 예정이었다.


그 쇠고리들도 쇠사슬 등도 이미 준비되어지고 이곳 내부 어딘가에 마련되어진 채로 대기를 한 지도 이미 오래. 물론 그 위치며 쇠사슬 등의 감는 방법 등은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만 들어있었다. 오롯이 내가 가서 일러주고 휩쓸리기 전에 그 방법 등을 내가 먼저 지시해 주어야지 만이 체결, 그리고 안심.


하지만 내가 왜? 저걸 부수기 위해서 안달이 난 상태인 이 내가 왜 미리서 일러주겠는가. 우리 모두가 위험하지 않는다라면은. 거기다가 입 씻는 것도 모자라서 거기에 한풀 더, 크레모아들까지 폭발시키며 좀비들에게 어서 오라고 유혹에 손 자락을 무차별적으로 건네 놓지 않았던가 말이었다.

이러한 내 크레모아 짓으로 인해 정문 밖 기존에 철로 만들어진 정문 너머에 또 다른 철문 등으로 막아두고 세워두었었던 그 하단부를 시멘트로 두껍게 발라놓았었던 그 부분들이 지금엔, 아주 걸레 짝처럼 제대로 파손되기에 이르렀을 것이었다.

용접도 그 한쪽 면에다만 대고 지져주면은 반대쪽에서 밀었을 때 힘 없이 꺾여지기가 십상이며, 지금 저 철문의 상태가 딱 그랬었다.


그 생각을 가늠해보며 이내 달리기를 시작.

이곳 주변에도 언뜻언뜻 좀비 웨이브가 내 주변 모두를 포위해가는 장면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워낙에 많은 놈들이 휩쓸어가기에.

그전에 난 얼른 내 피난처로 선정이 되었었던 그 장소로 뛰어가야지 만이 되었었고, 내 눈 시야 너머로 바로 그곳 내가 그토록 목표로 했었고 이제껏 달리게 만든 그 원동력인 내 피난처가 곧바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곳은 어느 주택가 인근 바로 하수구.

두꺼운 맨홀 뚜껑으로 가리워진 상태라지만 일단은 들어가고 닫아둘 수만 있으면 이내 안심이었다.

이것까지는 저놈들도 못 열 것이었다. 그만큼의 지능들은 저놈들에게 없을 것이므로.

물론 하수관이라고 하여 무조건 넓거나 깊은 것만은 아니었다. 설계에 따라서 관의 그 직경이 넓을 수도 또한 작을 수도 있었다.

난 이랬었기에 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그 거리 어름을 주변에서 살펴보며 내내 달리다가 보니 미리 예정되어진 장소로까지 곧 도착하기에 이르게 돼버렸다. 내내 좀비들의 포위망을 피해 내가면서.


이곳은 내가 미리 봐두었었던 장소로써, 이곳 주변에 상가며 주택가들이 밀집, 매우 가깝게 분포가 이루어진 관계로 하수도가 적당할 것이라 내가 판단을 해 보았고, 그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열고 보니 적당했었던 것.

난 차분히 그곳 내부 속에서 저놈들이 모든 볼일들을 끝마치기까지 이곳 내부 안에서 고스란히 기다려볼 요량이었으며, 난 지금껏 잊지 않고 들고 뛰었었던 작달만한 빠루를 들어다 맨홀 뚜껑 위에 손잡이를 들어 재껴버리며 인도에 걸쳐버린 뒤에, 그 안에다가 주변에서 방치되어 있었던 여러 가지 물건들을 안쪽으로 던져내린 뒤에 작달만한 호스 하나를 챙겨 들며 하수구 속으로 그대로 ‘첨벙’,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 방금 집어넣었었던 그 물건들로 발판을 만들고 딛고 서서 상부에서 빈틈을 만들고 보였었던 그 위 맨홀 뚜껑에 하단부를 건드리며, ‘덜컹덜컹’ 뚜껑 닫기를 못내 시전해 보았다.


“첨벙! 덜컹! 덜컹!”


하단부에서 그 무거운 맨홀 뚜껑을 덮는다는 게 어려울 것만 같지만 서도 아래쪽에서 마구 들썩이다 보면은 지 몸무게로 인하여, 어느새 덮이기에 이른다. 잘 비벼만 주면은. 닫기가 무섭게 그 윗쪽으로 더듬어 오는 좀비들에 손자국들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열지는 못했고, 그렇게 난 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더듬어서.


“딸각~!


자전거 랜턴이 그 내부 배관 속을 비춰오고 난 전방과 후방을 감시해보며, 전진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직 해가 지기 전 오후 한나절이어서 맨홀 구멍 속으로 송송 새어 들어오는 내부에 햇빛이 이 이 자전거 후레쉬에 배터리를 벌써 소모시킬 정도는 아니었다라지만, 혹시나 몰라서 하는 이 같은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상부에 좀비들을 피해가 보며 하수구 속 배관 내부를 기다가 혹시라도 이곳 내부 속으로 원치 않게 스며든 채로 잠복해 있을 좀비들을 방비해내기 위하여.


난 짧은 빠루 하나에 몸을 의지해보며 지저분한 하수구 속 배관 속으로 기어 기어 스며들어 가 버렸다.

온통 뻘밭에 악취 또한 요란했다. 하지만 지저분하다고 버텨내기보다는 지금은 순응하는 게 더욱더 편안하다. 피할 수 없다라는은 즐기라는 개소리처럼.

이곳 안에서야 맞는 얘기겠지만‥.

그리고 내가 스며들어온 그 윗부분을 좀비 웨이브 몇이 최초로 더듬더니 이곳 도로 전체를 좀비 웨이브가 뒤덮었다. 엄청시리 갖은 소음들을 먼지와 함께 동반해보며.


‘자 한번 살아내 보자!’


-. 11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 송담대학교 인근 몇 블럭 너머 상가 내 맨홀 속 낮 3:25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서 지겹다.


맨홀 속이라는 건 오로지 관으로만 뒤덮여진 곳은 아니었었다.

맨홀 아래에 맨 하층부는 토사나 각종 흘러들어올 이물질들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것들이 흘러내리다 그곳 속에 쌓일 수가 있도록 일정 깊이 이상으로 갖은 홈들이 패여져 있었고, 그래서 내가 이곳 안쪽으로 들어오기 전에 맨홀 뚜껑 속으로 여럿, 물건들을 투입해본 것이었으며, 그것을 닫아내 보기 위해서 그 지지대를 만들고자 차곡차곡 발 디딤대를 만들어 보았던 것이었었다.


하지만 예상 밖에도 이곳 안에서도 그 일 년 넘어 돌봄이 아예 없어져 파주지를 않자, 귀지마냥 쌓여진 토사로 인해 일정 높이 이상으로 아예 올려붙여 져 있었던 상태였었다. 그래서 난 어렵지 않게 맨홀 뚜껑 윗편을 그 짧은 지지대만으로도 닫을 수가 있었었고, 난 이 속에서 이대로 대기를 해보았다. 모든 좀비 웨이브가 이곳 근처에서 지나쳐갈 그 순간까지.


너무 급박하여서 눈치채지를 못하였다지만은 온갖 진동들이 하수구 내부 속 배관 속에서 증폭을 이뤄선지 온통 내 몸마저 아니 이 하수구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마구 비산해버리며 떨어져 내리는 먼지들과 함께. 바깥에서 드리우던 그 요란했던 총소리마저도 안 들릴 정도로 뒤덮어가면서 난 그 속에서 버티며 살기 위하여 노력을 해 보았다. 하지만.


‘푸하! 이젠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지독한 악취와 더불어서 무언가 스멀스멀 떠올라버리기를 주저하지를 않았고, 아니 아예 온통 휘감아 들어올 정도였다.


벌레? 그런 건 아예 기본.

가끔씩 놀라 스쳐 지나가는 쥐떼들도 보이고 있었고, 막 좀비 웨이브가 출현했을 당시에 그때 그 내부 속에 이 속에 있었다 라면은, 그때는 좀비 웨이브가 아닌 쥐떼 웨이브에 산채로 휩싸여서 뜯어먹혀 버렸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뒤늦게 들어와서 그게 다행인 셈일런지도. 미리서 다 지나쳐 가 버려서 그래서‥.

하지만 이런 나를 휩싸이며 괴롭히는 것은 저 좀비 웨이브에 발 구름 소리도, 이 주변을 온통 탁하게 만든 저 거무스름한 검은 하수구 물 또한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스멀스멀 나를 휘감아 들어오는 메탄가스 등에 유해가스들의 습격.

이미 내 코를 마비시켜버린 그 악취 덩어리들과 더불어서, 또 다른 유해가스들에 습격에 점차로 호흡곤란을 일으켜대었다.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호흡을 하는 그 중간 사이에 느물거리고 몽롱한 기분이 휩싸여져 들어온다.

계속 이러다가는 좀비들에게 앞장서서 가스에 먼저 중독이되 죽을런지도. 난 급한 마음에 아까 전 미리 끄집어내고 챙겨 들어 가지고 들어 왔었던 그 작달만한 구경에 정수기용 호스 하나를 꺼내 들고야 말았다.


혹시나 싶어서 이곳을 내내 버스로 지나칠 적마다 별의별 물건들을 다 집어던져 보았고, 이것은 개중에 하나, 근데 엉겁결에 선택이 되어진 것이 바로 이것, 하나뿐이었다.

이것뿐이 생각이 안 났다. 당분을 위한 사탕이며 껌에, 여분의 배터리마저도 저 위에 고스란히 그냥 잠자고만 있을 터인데, 내부에 혹시 산소가 부족할까 봐 싶어서 챙겨 든 이 자그마한 비닐 호스 하나가 내 구명줄이 되었다.


난 이것으로 다시금 호흡을 이뤄내기 위하여 몽롱함을 참아내가며 다시금 배관 속을 박박 기기를 시작. 그 구멍이 숭숭 난 그 맨홀 아래에서 난 이 정수기용 비닐 호스 한 귀퉁이를 풀어다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마구 쏟아져 내리게 만들고 있었던 그 작달만한 맨홀 구멍 사이로 바깥쪽으로 너머 이 비닐 호스 한끝을 끄집어 내 버리고, 입에 물며 이내 호흡을 해보기를 시작하였다.


“켁! 큭!”


먼지와 함께 들이킨 호흡 탓에 급격한 사래끼가 밀려들어 왔지만 마음껏 기침해대지 못하기에 난 이미 구정물 천지로 깊이 잠겨 든 지 오래인 내 양쪽 손바닥을 사용하여 고스란히 내 주둥아리 근처를 틀어막아 버리는데 주력을 해보았고, 그리곤 안쪽으로 삭혀보며 기침 질을 하기 시작. 하지만 못내 아쉬워하며 먼지와 함께 들이켰다고는 하더라도 저 하수구 너머 그 공간 안에 공기 맛은 그만큼이나 각별했다.


달콤했다. 아니 시원스러웠다. 그 상쾌함에 몸서리가 쳐질 지경‥.

난 가스로 인해 따가워져 오는, 게다가 비처럼 흘러내리는 이 비산된 흙먼지를 피해가며 두 눈을 꼭 눈을 감아보며 연신 호흡을 재개시켜보기를 노력하였고, 가끔씩 저 좀비 웨이브의 느닷없는 발길질에 내 비닐 호스가 걸려들어 가 밟히거나, 아님 간간이 내 입안에서 뽑혀져나가는 등에 우여곡절들을 겪어내기도 하였다지만 난 끝끝내 그 물건의 사수에 성공을 해내기에 이르게 돼버렸다. 그것이 내 오롯이 생명 줄에 구명줄이었으므로.


그렇게 난 그날 하루를 오롯이 버텨내었다. 이젠 고작 네 시간짜리인 시한부 인생에 이 자전거용 후레쉬에 작달만한 빠루 하나에 의지해보며 그렇게 꼴딱 밤이 새도록. 그리고 그 다음날이 도래하기에 이르렀으니‥.


<다음날 아침>


“퉁! 퉁!”


‘이거 왜 안 열려?’


온통 적막뿐인 거리 내였다라지만 안 보이는 와중에서 무심코 이 맨홀 뚜껑을 열었다가는 위험에 노출이 될 수도 있었고, 두더지게임처럼 뿅 망치에 맞듯이 내가 대기를 타던 좀비들에서 열자마자 걸려들어 갈 여지 또한 충분했었다.

아직은 이렇게 힘줘보는 것은 아직도 시기 장조였으며, 거리 내부를 더듬어 사전 정찰에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난 그 쓸모가 다해버린 자전거용 후레쉬를 분해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은 오로지 맨 앞쪽에 볼록렌즈 하나였다.

난 이것을 분해해 다가 생짜로 쓰려다가 그 크기가 너무 커서 하수구 맨홀 구멍 속으로 통과해내기가 쉽지가 않자, 그 벽면에다가 대고 빠루로 내리쳐서 조각조각을 만든 다음에 적당한 크기에 유리조각을 뺀찌로 그 한켠을 찝어두고서, 맨홀 구멍 너머 그 빈틈 사이로 유리조각에 일부분을 집어넣어 보았다. 그 조각 너머로 바깥쪽을 살피려고 그랬던 것.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


‘각도가 너무 짧아서 그러나?’


난 다시금 그래서 최초로 뛰어들었었던 그 장소로 다시 되돌아가서 일부가 가라앉아 들었던 그 하수구 내부 바닥을 이내 평평하게 고르고서, 발밑 받침대를 새롭게 조성해 놔두고 디디고 서서 머리로 슬며시 맨홀 뚜껑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써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꿈쩍조차도 하지를 않는다. 내 발밑이 그저 꺼져내릴 지경.

날이 밝아서 맨홀 내부로 스며드는 빛마저도 저리도 화창한데 아무래도 그 시야에 절반쯤이 가로막힌 걸 보니, 아마도 좀비 웨이브로 인하여 맨홀 뚜껑 위가 무언가로 가려져 내리누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난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겨가며 그 다음번 맨홀 뚜껑 아래로 낮은 포복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구정물들을 뻘밭 내부에서 헤쳐 가다가 새로운 맨홀 뚜껑 아래에서 또다시 시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비스듬한 그 틈새 하나를 인도 위에 벌어지게끔 만들어버렸다. 그리곤 그 틈을 사용에 사방을 정찰해보기를 노력. 밀어 올리고, 그 틈 사이로 시야를 확보해보며.


이렇게 삼면을 더듬어서 바깥이 안전한지를 두루 살펴내다가 안전이 확인됨과 동시에 밀어젖히며 지상에 올라 그 위에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기에 이르렀다.


“음습, 하! 음습, 하!”


마치 임산부가 라마즈 호흡법을 실습해보듯 난 그리고 이렇게 속으로 소리쳤다.


‘난 살아남았다!’


<그 시각 약 16시간 전 용인 송담대학교 내 EPS 실 안쪽 내부>


궁! 하고 무언가 둔중하게 폭발하는 소리가 느닷없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작게 또 하나의 폭발소리가 연이어 터져나갔다. 그리곤 소리 대신에 요란하게 뒤덮어대던 나지막한 진동들이 있었었으니.


“예린아 꼭 잡아라!”


서로 간에 귀마개를 착용한 상태라서 대화들이 ‘웅웅’ 거린다지만서도 말 정도는 입 모양들을 통해서 봐도 충분하였고, 다음에 닥쳐 들어올 충격에 대비를 해보았다.

물리적이 아닌 정신적인 그 충격을. 이윽고 처음에 인 그 폭음소리보다도 더욱더 요란한 진동음 하나가 울려 퍼지기에 이르렀고, 그 귀마개 너머 콩을 볶는 듯한 사격 소리가 작게나마 연이어서 느닷없이 울려 퍼져 나가기에 여념이 없더니, 그 뒤를 이어서 흔들어 대는 것은 마구 난사에 이른 총성음과 폭발음. 그리고 비명들. 그리고 그 뒤를 연이어 무언가가 부딪혀 들며 부서지는 듯한 나즈막한 소음들에, 이곳 EPS실 내부 문마저 마구 부딪혀 들어오는 충격음들도 다수 연이어서 이곳 내부 속을 울려대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그 상하부를 쇠파이프가 지탱해주느라 다소 어느 정도는 견뎌내지만 서도 취약했던 그 가운데 부분이 움푹 구부려져 들어가 버렸다.


“힉!”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간에 입을 틀어 막아보느라 한창인 이때, 이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그 EPS실 내부 문짝이 제대로 밀려들어 가 버렸다.


“쾅~! 텅~! 까강~!‘


문짝이 밀려 그곳 내부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좀비 웨이브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팍하고 전기 불빛이 사라져가 버렸다. 그리고 계단 너머로 넘실거리는 물줄기들.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좀비들이 속출하였다. 하지만 꾸역꾸역 넘어들어오는 것 또한 사실.


민우가 이곳 내부를 택했었던 것도 유사시에 화재가 일어날 수가 있어서 이를 방지하고자 1층 아래 샤워 공급용 온수 보급처 바로 아래에 이 같은 피난구역 하나를 마련해본 것이었는데, 이 좀비 웨이브로 인하여 이 같은 드럼통들에 넘어짐은 예상해본 바가 있었다지만 이처럼 문짝 전체가 고스란히 말려져 밀려갈 줄은 정말로 몰랐었다.

튼튼할 줄로만 믿었었던 저 문짝이 내부 속으로 말려들다니. 게다가 위 아랫쪽 할 것 없이 쇠파이프 등으로 잔뜩 지지대를 고려해 두었었는데, 잔뜩 흥분된 좀비로 인하여 그 문짝이 말려 들어가 버릴 것을 예측하지 못하였다. 그 취약 부분이었었던 가운데로부터서.


하지만 그 좀비들은 1층에 EPS 실내를 꽉 하고 들어치기만 하더니 그 압력으로 꽉 차버려서, 지들 몸뚱이들만으로 꽉 끼어들어 버린 상태로 그렇게 유지되어 버렸다.

그 대부분의 시간들을 꽉 낀 채로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좀비 웨이브가 빠져나가는 틈을 타서 뒷편부터서 하나둘씩 제 몸을 빼내가더니, 이내 바깥쪽 방향으로 바깥으로 바깥으로 몸을 요리조리 이동해가기를 시작하였다.


그때 문짝이 구겨지려던 그때의 그 낌새를 눈치채내고 더 윗쪽 상단으로 올라선 것이 주요를 했던 셈으로, 그것이 그들에 목숨을 구한 셈이 되었다.

그보다 위 상부에 전선에 트레이를 밟고서 올라서다가 망치에 뒷쪽 빠루 편으로 케이블 타이 등을 끊어내고, 그 전선 사이에 몸을 비틀어서 숨겨와 견디기를 내내 소망해 보았고, 그것이 성공하였다.


그나마 이 건물 1층이 로비 층이라서 그 층고가 높았던 관계로 더 윗편까지 자리를 계속해서 넓힐 수가 있었었고, 그 전선 케이블 사이에 몸을 의지해보며 암흑을 동반한 그 내부 속에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기에 성공하였고, 그 네 시간 암흑에 적막 속에서 그렇게 버텨내다가 그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어라? 왜 문짝이 이 모양이지? 예린아! 예린아~!”


작가의말

드디어 예린이를 만나는 군요. 그리고 그 다음 편에 이르는 순간은?
자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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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웅크린자의 시간 144 +36 14.04.30 6,308 139 17쪽
144 웅크린자의 시간 143 +8 14.04.30 4,555 108 26쪽
» 웅크린자의 시간 142 +26 14.04.28 3,921 125 22쪽
142 웅크린자의 시간 141 +17 14.04.27 3,774 111 19쪽
141 웅크린자의 시간 140 +21 14.04.26 3,772 104 20쪽
140 웅크린자의 시간 139 +23 14.04.25 3,763 117 17쪽
139 웅크린자의 시간 138 +12 14.04.24 3,960 108 17쪽
138 웅크린자의 시간 137 +25 14.04.23 3,930 93 23쪽
137 웅크린자의 시간 136 +6 14.04.22 3,821 93 19쪽
136 웅크린자의 시간 135 +14 14.04.21 3,573 95 21쪽
135 웅크린자의 시간 134 +12 14.04.20 4,125 105 17쪽
134 웅크린자의 시간 133 +16 14.04.17 3,623 86 19쪽
133 웅크린자의 시간 132 +13 14.04.15 3,818 93 20쪽
132 웅크린자의 시간 131 +16 14.04.10 4,243 112 17쪽
131 웅크린자의 시간 130 +28 14.04.08 4,417 100 23쪽
130 웅크린자의 시간 129 +47 14.04.07 4,729 105 20쪽
129 웅크린자의 시간 128 +10 14.04.04 4,467 137 21쪽
128 웅크린자의 시간 127 +20 14.04.02 4,382 137 16쪽
127 웅크린자의 시간 126 +26 14.03.30 4,367 133 20쪽
126 웅크린자의 시간 125 +21 14.03.29 4,790 119 16쪽
125 웅크린자의 시간 124 +25 14.03.28 4,492 130 30쪽
124 웅크린자의 시간 123 +14 14.03.25 4,789 133 21쪽
123 웅크린자의 시간 122 +19 14.03.24 4,854 152 18쪽
122 웅크린자의 시간 121 +16 14.03.20 4,380 147 18쪽
121 웅크린자의 시간 120 +16 14.03.19 5,049 146 14쪽
120 웅크린자의 시간 119 +10 14.03.18 5,258 125 17쪽
119 웅크린자의 시간 118 +19 14.03.16 5,490 1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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