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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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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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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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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웅크린자의 시간 126

DUMMY

-. 9월 30일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반포 면사무소 부근 주유소. 밤 09:15


흐르던 나아감에 있어 우리들의 손짓 발짓이 더더욱이나 재빨라지기 시작하였다.


본 시부터도 우리 부모님들의 생사, 아니 가족 구성원 전체의 생사의 확인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지만이 그 뒤로도 나아갈 만한 심리적 여유 공간을 가져볼 수 있을 듯이 보였었기에 나서본 길이었다.

하지만 본래에 내가 생존했었던 그곳, 그 ‘리’ 단위의 좁디좁은 소규모 행정단위 내에서도 생존자가 오직 나뿐이라 그리 희망 섞인 전망치를 가지고 있지 않았었던 것 또한 사실.

어찌 보면 내 눈으로 확인의 절차만이 남아 있던 셈일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라도 내 손안에 그러쥐어야지만이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자그마한 미련이라도 덜게 되는 셈이라서 더 나아가지를 못해, 눈에 계속 밟힐 것만 같은 이것을 못내 털어버리려 이같이 내려오게 된 결정물이었었다.

어찌 보면 유교적인 관점하에서 이제사 겨우 우리 가족구성원들의 모든 이들의 안위만을 뒤늦게서야 챙겨보는 것일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가 내 숨 바로 밑바닥까지 차오른 겨우 낸 한계치였었다.

대체 어느 누가 있어 자신들의 가족 안위를 우선해서 챙기지 않을 손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도 내가 지체해버린 그 시간들의 갭이 너무도 지나쳤다.


이제 겨우 내가 그 아파트 단지를 벗어 나오게 돼버린 시점이 올 초 봄 지경에 이른다.

그 이후로도 이런 저러한 사정들에 치여 흔들리고 좌충우돌(左衝右突)에 여념도 없었고, 그러다 우리 가족 같은 저 예린이를 잡초 무성했던 어느 시골 논바닥 그 안에서 구해내기에 이르고, 내가 그간에 정비소를 차린다고 어린 좀비 녀석에게 엉덩이를 물려대는 등에 우여곡절(迂餘曲折) 또한 매우 심했었다.

그땐 정말로 어찌나 놀랬었던지.


내가 좀비로 변해버릴까 봐서 무척이나 놀래 버렸었던 측면도 무척이나 컸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내가 그때 좀비로 몰래 자라나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같이 자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성이 다 빠져나가 버려 흐리멍텅해진 좀비로 변해버려서, 좀비에 입장에 서서 느닷없이 우리 예린이에게 다가서 버릴까 봐서가 염려되었었던 까닭에 그리 심려한 측면에서 기인된 바가 더더욱이나 컸었었고, 그럴 바에야 그저 고주망태 식으로 대취해 버려서 좀비의 형태로 내가 의식이 또렷해지기도 전에 부지불식(不知不識) 변해버리면서 자살형식 비스무리하게나마 좀비로 변해버린 뒤에 우리 예린이에게 발견이 되어지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었다.


애주가의 이러한 최후. 술 취한 좀비의 헤롱거림이야 내 마지막 최후로도 참 어울리지 않겠는가? 무척 코믹스럽지까지 보였었다.

그러기 위해서 난 그날 알아서 대취해버리며 내 허리춤을 그날의 내 관 언저리 귀퉁이에다 꼼꼼히 묶어두는 것을 술 마시는 내 내에도 잊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그때의 회상을 돌이켜보면 무엇할까? 그저 지나버린 추억 팔이 그 정도?

이미 지나쳐버린 까닭인데, 그러다 보니 더욱더 우리들끼리 쌓여진 추억거리가 많아 오손도손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생활해 나아가는 요즘의 한때를 더욱더 소중히 생각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믿고 내 한쪽 등을 맡길 수 있는 소중한 우리 예린이가 기꺼워서. 아니 요사이엔 너무도 이러한 믿고 맡길만한 이들이 너무도 태부족이었다.


하지만 내가 언제부터서 그러한 삶을 살아왔었다고 이제 와서 투정부리는 것인지.

그저 수진이의 저 저의를 완전히 넋 놓고 만은 있을 수 없었었기에 그저 우리 예린이의 말을 저 믿을만한 한구석의 행동들이 더더욱 의지가 되고 편안해 보이고 있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요즘의 나만의 생활이 이렇다. 서로 간에 주고받고. 그래서 더더욱이나 우리 가족들 챙기기에 집착을 해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유일한 나의 가족이랄 수 있는 예린이에게.


“예린아. 아! 아, 하고 입 벌려봐. 넌 너무 비쩍 골았어. 더 먹어야 돼! 비쩍 마른 애들은 매력이 없어. 그리고 조금 살집이 있어야지 건강해 보이지. 그러니 어서 더 먹고서 피둥피둥 살찌렴.

그러는 게 너에게도 나쁘지 않아. 먹어! 어서 더 먹어 어서, 더 먹어. 먹어, 아, 해. 그래! 옳지, 착하지. 한 입만, 어서.”

“아저씨, 왜 갑자기 왜 그래? 나 배 터져 죽일려고 그러는 거야, 뭐야? 왜? 갑자기, 아니, 으헙!”

“하하하~! 우리 예린이 꼭 그러고 있으니 애기들 아빠들이 이유식 먹이는 떠먹이는 거 같다. 꼭 하하하!”

“웁! 풰! 뭐야? 애기라니? 아저씨 치 나빴어. 좋아 나만의 음식물 파편의 공격들을 한번 받아보라지? 풋풋풋~! 푸하하하!”

“윽~! 디려~!”


흐름과 흐름, 상념과 생각들의 파편이 서로 뒤섞이다 다음에 어떠한 과정들이 기다리고 어떠한 방식 쪽으로 흘러가기에 이를 건지, 과연 그 상념에 저편에선 어떠한 지난한 결과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아님 어느 쪽으로‥.


* * *


하루 전 해물이 없는 파전과의 일전을 일삼고 되짚어온 길.


“오빠 지금 뭐하세요?”

“뭘 하긴 그저 심심해서 소일거리 하지?”

“그건 뭐에?”

“아 이거? 그냥 가만히 있기도 심심해서 손가락이라도 풀어보려고 그저 매듭이라도 꼬고 있는 거야. 아니 왜? 너도 한번 해보려고? 너도 심심해? 너한테도 이거 매듭 꼬는 법 좀 가르쳐 줄까?

이거 요전 날에 핸드 스트랩 만드는 매듭이라고 책에서 본 건데 이걸 어떻게 꼬느냐 하면‥.”

“아니 저는 됐어요. 안 그래도 지금 머리도 대게 복잡한데 다른 걸로 식힐래요. 그럼 전 이만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래! 고민도 좀 되겠지. 하지만 내가 내놓은 절충안은 딱 그 정도야. 그 이상은 나도 용납이 안 돼. 그러니 그 방법론, 아니 니가 정말로 그 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건지만 생각해봐. 그럼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손쉬울 거야. 그럼 너의 의사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을게. 그럼 일 봐라.”


떠나가는 수진이와 아직 남아서 연신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나만의 오지랖이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라고 해서 이러라고만 있는 게 속 편할 리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러고만 있을까? 하지만 이것도 나만의 안전장치의 일환이었다.

안전장치의 예비동작과 상황파악 그리고 밑밥 깔기와 낚시 드리우기.


늘상 우리들의 안전을 내내 담보를 해주던 나만의 잔머리 굴려대기가 이번에도 여실히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 아직 확실치가 않으므로. 그건 바로.


‘에효, 이것도 완전 나만의 헛다리 짚기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쩌라! 만약에 걸리면 대박, 안 걸려들어도 그나마 헛고생 밖에 내가 손해를 볼 여지가 이것뿐이니, 이 짓이라도 벌여야지.’


어디서 구해 온 지도 모를 투명한 낚싯줄 가닥이 이리저리 꼬아지는 내 손가락의 장단으로 점점 더 굵기를 더해가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내가 내 아파트 보금자리 아래를 홀로 내려갈 때 쓰였던 그 매듭을 약식으로 대신한 새로운 매듭 꼬기가 연신 펼쳐졌다.

입가는 연신 투덜거림이라지만, 내 손가락과 머릿속은 지금 수 싸움으로 한창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이름 모를 길가 어름에서 주형이 놈이 미리서 준비해놓은 짱돌에 뒤통수가 은근히 간질거려서 그럴지도 모른다.


난 그간에 주형이 놈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놈의 대갈빡은 내 상상 이상이었고, 거기다가 그 과감성에 결단력이란 에효.


‘어린놈이 그토록 영악하다니.’


난 그 저변에 대해여 수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내용파악의 수 싸움을 읽어냈고, 우리들의 나아감을 용인해낸 그 주형이의 행보에 있어서 그 전망에 따른 행태 등을 넌지시 유추해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러한 과정상에서 슬슬 내 뒤통수가 아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뭔가 이빨 사이에 낀 작은 고춧가루 같은 그 느낌?

잡힐 듯 아른거리면서도 아리하고 까끌까끌한 그 신경 쓰임에 디펜스를 하고자 내가 지금 이러한 행보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주변에 알려줄 까닭은 없었다.

어차피 우리는 지나온 길. 그리고 내가 이전에 이른 까닭대로 주위를 속이려면 온전히 내 주변부터 속이는 게 좋았다.


오로지 내가 믿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예린이 단 한사람뿐. 그 외에는 모두 다 적. 아니 잠재적인 적대 세력이었다.

그렇다면은 저 수진이마저도 잠재적인 적대 세력이라고도 내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맞일진데, 왜 내가 이리도 이렇게까지 삭막하게 선별해내야지 되는 것인지 나로서도 조금은 그 저의가 궁금해졌다.


앞으로도 느닷없이 다가오게 될 우리들이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부터가 시작일까? 아님 이후로부터 만나게 된 모든 이들에게선 아직 해답의 실마리가 안 보여, 이리도 방어적인 입장에 서서 우리 예린이의 보호자격을 자처해 이리도 예리한 칼날을 저들에게 드리워 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수진이는 아직도 확인이 덜 된 패다.

다섯 장의 포커카드들 중에서 아직 한 장이 덜 까여진 판놀음이랄까? 그래서 확실히 믿을 수는 없었다. 아니 덜 믿어보았다.


완전히 믿지를 못하면 등 내어줄 수가 없고, 그렇게 내 등 뒤를 내어줄 수가 없다면 그저 눈 안에 두고 관찰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얼른 헤어져 버리거나 제거해 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 하지만 그 일이 이제 시작조차도 못했으니 일단은 관망해두는 수밖에. 그리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앞으로 이후에 입질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그 낚시 한방을 위해서 연신 손가락을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곤 락카도 하나 챙겨내 보았고, 그것을 위한 실꾸리기. 그리고 그 낚싯줄을 대상으로 한 그 낚시를 위한 밑밥을 드리워봤다. 그리곤 기다림의 미학.


‘걸리든지 말든지. 근데 과연 여기서 월척이 걸릴까?’


<다음날 어느 한 한적한 외곽 어느 시골 주유소 내부의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끼익~!”


와 닿은 ‘suv’ 차량의 육중한 바퀴의 치찰음만큼이나 어딘가에서 투덜거리는 나즈막한 의철의 혼잣말이 전파되어 갔다.


‘이런 시팔, 내가 언제까지고 이런 짓거리들을 여기 도로 위에서 떠안아야만 돼지?’


그간에 누려왔었던 온갖 호사에 모든 유희거리들을 거주구 내 공간에 한껏 내팽개쳐 두고 내내 씻지도 못하고, 겨우 오락가락 도로 위에서 저 병신들의 하는 짓거리들에 장단까지 맞춰가며 벌써 며칠이 훌쩍 지나가 버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무료하고 짜증이 치솟아 이빠이로 돌아버린 의철의 느닷없는 행동 거짐이었다.


언제 씨팔이 입에 붙어버린 것일까? 내내 시팔질이었었다. 아니 시팔을 껌처럼 입에 달고 살고 있었다.

주형이의 동조에 휩쓸리기 시작하고,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육에 심취해 있었음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주형이가 암암리에 나에게 접근해 들어왔었다.

그간에 지겹지가 않았었냐고, 그전까지야 나름 니 전투하는 행동요령들을 뒤에서 내내 지켜보았었다고.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은 그게 너무 아쉬웠었었다고 그놈이 언저리를 주었다.


어느 전투 한 끄트머리를 치른 그 시점에서 내내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내게 일러왔었던 그놈. 그놈이 그때 내 자신의 어느 부분을 보고서 이리도 아는 척을 해버렸는지, 처음엔 난 그저 그놈이 미친놈인 줄로 치부해 버렸었다.

그때 그놈이 말하기를 더 활개를 펼칠 수가 있었을 텐데 왜 안하냐고 나름 날개가 꺾여버린 이카루스의 몸짓을 내 안에서 봤다나 뭐라나?


‘미쳤지만 예리한 놈~!’


나름 밀리터리 매니아에다 게다가 ‘fps’ 게임에 고어한 영화적 취향마저 겸비해버렸었던 나다. 게다가 나름 대 좀비들과의 팔딱거리는 전투 상황에 있어서도 늘 충실해 왔었던 내 입장이었었다.

그때 조금만 더 감춰둬야지만이 됐었는데, 그때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이 그리도 감춰내기가 어려운 것일 줄은 그때 처음 알았었다.


대 좀비와의 전투를 내내 치러대며 가끔씩 떨려오던 생명의 마감의 울림에, 이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이보다 더 값진 쾌락 따위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절대 존재치가 않았음을 못내 깨달아버렸다.

그러다 사람의 칼맛이 더욱더 맛깔나다는 것을 눈치채버린 뒤로는 그저 머리 쓰는 것보다는 나에게 있어서 그냥 저 주형이의 뒤를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재미를 맛볼 것만 같아서, 내내 저놈의 더러운 일의 손발이 되어주고는 하였다.


저놈도 좋고 나도 좋고. 난 이 정도 뿐인 인간이라는 것을 내가 더욱 잘 안다.

저 주형이 놈의 팔딱이는 심장을 후벼 파고 내가 그 자리에 바로 오를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난 죽이기에는 가능하지만 지 놈처럼 음모를 꾸미고 저들도 모르게 그 자리에 우뚝 설 만한 인간이 못되었다. 그저 다 죽여버리는 게 오히려 손쉽지.

그걸 주형이 저 새끼도 그리 잘 알아서 나를 그쪽 용도로 써먹을 테고, 나도 나만의 재미 보기가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서로 간에 윈윈이면 그만이지.

그 맛을 알아버린 뒤로는 그에 더욱더 몰두하기에 이르고 그렇게 뒤따르다가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린 모양이었다.


살육을 찾아서 충실히 떠돌아다니는 개새끼 그게 바로 나다. 아니 난 늑대다, 늑대.

홀로 고독을 씹으며 사냥감을 찾아 헤메이는 날 한 마리 외로운 늑대라 불러다오. 그런데 이러한 심부름꾼 노릇이라니 재미가 없다.

그간의 타협점을 찾으며 재미있었던 일들도 그 안에 가득했었다.

때로는 사람의 심리를 부리고 그 사람의 전신을 난도질하며 가지고 놀았었다.


전자가 주로 주형이 그 개새끼의 몫이라면, 후자는 바로 나만의 가치관이 깃든 예술적인 승화에 그 결과물이었다.

때리고, 파헤치고, 부수고, 해체를 한다. 그리고 음미.

그때 그 주형이 놈 말로는 이번 것도 무척 재미질 꺼라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서본 길. 나 또한 재미져 보여서.

근데 이런 꼴이라니 보기보다 저 꼰대 은근히 멍청하다.


주형이가 뒤밟아 보라고만 내게 언질을 주었다지만 내가 본 저 꼰대의 행태로 보기에는 어디 중간쯤에 내려가다가 샛길로 새도, 어느새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놓았을 거라고 예상해본 바가 있었다.

그럼 그때가 나만의 등장시기. 그때 뒤쫓아가서 상처 입은 어린 희생자들을 음미해 보듯, 내가 저 꼰대의 목을 기습적으로 쓰윽 하고 긁어주려고 계획 했었었는데 그저 나아가고만 있다니 실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중간에 가로채기도 뭣하고. 모든 이들을 해체하고만 싶었지만, 저 수진이는 꼭 데려가야지 되지 않던가?

그렇다라면 그 모든 전모가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니 조금 꺼려진다.

본래의 목적지였던 대전을 향해서 묵묵히 나아가니 답답한 셈. 그런데 가려면 곱게라도 갈 것이지 첫날에는 좀 밟는가 싶더니 하루 가다 멈추고, 그 이후로도 가다 서다 멈춰대기를 지랄 미친년 널뛰기하듯이 도통 종잡을 수 없이 해대니 들키지 않으려 신경 쓰다가 허우적대기가 일쑤였었다.


‘혼자서만 뒤밟기에 그저 쉬울 거라고 주형이 놈이 그랬었지? 근데 이거 나도 토사구팽(兎死狗烹) 시킬려고 주형이 그놈이 나를 저 꼰대 뒤밟으라고 사주한 거 아니야?’


물론 그 주형이 놈도 내가 이 정도쯤에 쓰러지지 않으리란 걸 무지 잘 알고 있을 거였다.


‘만약에 그랬을 거라면 확실하게 짓이겨 주던지 아님 지 잠자리가 뒤숭숭해지겠지.’


그걸 잘 아는 놈이 그놈이고 나 또한 이 정도쯤은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바가 크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 정도가 좀 지나치다. 아니 지나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너무도 지루하달까?


내가 이 정도로 이 스토커 짓에 있어서 그 의미를 부여해보는 건 그만큼 난이도가 억셌었기 때문이었다.

밥 또한 건너뛰기가 일쑤에 언제부턴가 사탕과 에너지 바, 그리고 과자류 등등이 나의 오랜 친구요 주식이 돼버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입안에서 단내가 났다.

가끔씩 그 단내에 머리 아파 생쌀이라도 한 줌 오물거릴라치면 목이 타오르기 마련이고, 그럼 잠시 그 소변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거리를 나서다 좀비들과의 드잡이질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게다가 이동 중에는 늘상 좀비들과의 침묵 된 전투도 내내 치러대야지 만이 되니 그나마 무료했었던 일상 중에서 가장 잔재미라고도 치부해보지만, 이것마저도 차츰, 차츰씩이나 누적이 돼가다 보니 이것도 그 부피가 쌓여져 그 피로감에 온몸의 찝찝함마저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 모든 걸 혼자서 만이 떠안아야지만이 되고 들켜지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내내 긴장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었다.


물론 가장 좋은 한때는 하루 저녁내 편안한 잠자리를 끝내고 천천히 뒤밟아가는 이러한 질주의 순간이 되겠지.

좀비도 좀 차로 치여 죽이고 온통 내 맘대로 내 맘대로였었다. 하지만 이것도 약 두 시간 만큼의 유희 거리요 시한부 인생.

난 너무나도 그것이 흥겨워지면 이처럼 하루 내내 어제 뒤밟아 들어왔었던 길을 내내 오락가락해대며, 그날 하루 온종일을 온통 드라이브로 도배를 일삼고는 했었다. 그리곤 잠자리를 이어가기 위하여 그 하루 전날에 그 꼰대가 묵어간 주유소를 찾아 들렀다.


그저 찾아내는 거야 물론 흔적만을 뒤따라서 찾아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고, 저들처럼 내가 불을 질러서 더욱 편한 잠자리는 꿈꿔볼 수는 없다라지만, 저들의 은근한 청소작업으로 인하여 잠자리만은 늘상 쾌적했었다. 그리고 주유마저도 이미 그놈이 루트를 확인해 놔 찾아내 보려는 수고스러움 정도도 나에게는 사치.

그러니 안전에 주유마저도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이곳이 언제나처럼 나만의 보금자리인 셈이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뒤밟아대 가며 저들의 흔적 따위를 뒤쫓는다. 그리곤 저들이 마련해 놓았던 보금자리로 찾아 들어가 그날 하루 지친 일상들을 달래며 살며시 어루만져내 댄다.

이것이 이 모든 하루 내 모든 일상에서의 지루함이었었고 오늘도 물론 그리하였다.

그 지랄 널뛰기하던 저 꼰대의 녹색 차량의 버스와 주황색 포크레인 중장비 따위가 이곳 주유소 내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오늘 아침 떠난 셈인가? 하룻 사이니 그게 맞겠지?’


이미 저들에 의하여 확인이 끝마쳐진 듯, 그 주유소 맨홀 맨 윗쪽 뚜껑에 노란색 락카 글씨로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경유’라는 이름의 글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드러났다.


‘언제나처럼 이랬었지. 맨날 저 꼰대 녀석은 너무도 착실하단 말이야. 저렇게 맨날 색칠까지 남겨 두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면서. 그러니 이처럼 내가 뒤밟기가 쉬운 거야. 이리도 흔적들을 여기저기 마구 남기고 다니니. 내가 모를 리가 있나.

이런 멍청한 꼰데 같으니라고.’


난 언제나처럼 그 맨홀 뚜껑을 빠루를 제겨서 그 전날, 아니 그 전전날, 그 전전 전날에, 며칠이고 매일, 매일 오전, 오후 할 것도 없이 수시로 주유소 내부에서 벌여왔었던 그짓을 바로 무심코 다시 벌여대다가, 그것을 잡아 열어젖히는 순간에 바로 보이는 미소 한 자락.


“핑~! 딸깍!”

‘시팔’


“쾅~!”


작가의말

오늘 한 놈 보낸듯한데 과연 어찌 될지. 오늘도 쓰다 보니 늘 이맘때만 올리곤 하네요.
아무튼, 내일부터 힘껏 달리시게 될 모든 이들을 위하여 가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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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웅크린자의 시간 125 +21 14.03.29 4,791 119 16쪽
125 웅크린자의 시간 124 +25 14.03.28 4,493 130 30쪽
124 웅크린자의 시간 123 +14 14.03.25 4,790 133 21쪽
123 웅크린자의 시간 122 +19 14.03.24 4,855 152 18쪽
122 웅크린자의 시간 121 +16 14.03.20 4,381 147 18쪽
121 웅크린자의 시간 120 +16 14.03.19 5,050 146 14쪽
120 웅크린자의 시간 119 +10 14.03.18 5,258 125 17쪽
119 웅크린자의 시간 118 +19 14.03.16 5,490 1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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