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자의 시간 123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졸리운 듯이 빈틈을 보이자 ‘바로 옳다구나. 우리들의 입질이 잘도 먹혀들어가고 있구나.’ 라며 안심을 하고 있던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가자 점점 더 반듯해져 버린 그녀의 모양새였다.
초장에는 그리도 애처로워 보이더니 종래엔 그저 담담하게도 자신의 냉철한 주장까지 못내 펼쳐 보이곤 하던 그녀였었다.
그녀의 주장에 따라서 잠시 동안 흔들려 버린 나다.
그리곤 잠시 며칠간의 여유 시간을 더 달라며 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혼자서 술잔 속에 담겨보았다.
이러한 오고 가는 대화 내용 속에 주제들이 너무도 무거워 초반에 동석을 이뤘던 예린이는 먼저 떠나가게 만들고 재워둔 뒤에야 비로소 난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대화 내용 속으로 다시금 빠져들어 버리며,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흐느낌과 더불어서 감내해야지 만이 되었었다.
그 옛날 누군가가 사람이란 자기 자신만의 짐 덩이들을 어깨에 올려놓고 산다고들 말하던가?
그녀의 이러한 대화 주제내용 속으로 빠져들다가 보니 그 옛날 성현의 그 말씀이 사실인 듯이 싶어 보였다.
그간 자신이 어찌 살아왔었는지 하소연을 펼치는 듯한 그녀의 술주정을 모두 받아들이며 묵묵한 대화를 이어가다가, 이전과는 또 다른 그녀의 변신에 언제 술에 취했느냐는 듯 어느새 반듯해져 버린 그녀의 호소력 짙은 부탁에, 그저 나는 쓰디쓴 술 한 모금을 목 뒤로 넘겨가며 그녀가 내게 건네어 준 모든 진상에 있어 그 진실들을 모두 되새겨볼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었다.
그녀가 건네준 말의 그 대부분이 첫날에 주형 등의 무리들 속 환영회 안에서 들었었던 말들과 거의 대부분이 일치했었다.
그들이 살아왔었던 과정들도 그 과정상에서 살아지게 된 그 내용들도. 하지만 내가 한 가지 더 덧붙여 본다면 그전까지도 내가 내세워 봤었던 거짓을 진실들 속에 감추기 위해선 대략 5% 정도의 거짓말들을 그 과정상에서 섞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예린이에게 열변을 토해봤던 게, 여기에서도 통용됐었던지 싶다.
물론 그녀의 말이라고 해서 전부 다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지만, 이러한 저런 지난한 정황상의 근거들을 모두 대입해보아도 그녀의 열변 속에는 그다지 빈틈이 그다지 보이지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 과정상에서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내용들과 조금이라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해 보이는 부분들에까지 즉각적으로도 반문도 해보고, 어째서 그러한 과정에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대하여 소상히 묻는 형식의 확인을 위한 질문들을 내가 내내 쏟아내다가 보니 그 열변에 지친 듯이 이미 목소리가 쉬어빠진 그녀의 처량해 보이는 안간힘을 이미 접해본 나로서는, 그녀가 건네주고 간 주사위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게도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내가 던져볼 것인가 아님 이대로 그냥 거둬볼 것인가에 대하여 잠시 다시금 고민해보는 위해 술상 위에 올랐다.
그렇게 홀로 주저앉아서 무거워진 주변의 분위기만큼이나 확실히 가라앉은 찹찹한 이 심정들을 꺼내보면 바로 이러했었다.
수진이의 그간에 살아내 봐온 제반증거 속의 얘기들.
처음부터 일인칭시점으로 자기 자신만의 관점으로만 내내 대화들을 풀어내 가는 모양새였다지만 나야 그저 그녀 혼자서만이 아닌 전체의 맥락상으로 그들 무리 전체를 더듬어 봐야지 만이 될 테고, 그간에 그녀 자신도 견뎌내기가 힘들었었겠지만 그녀의 대화 내용상의 주제들을 내가 포괄적으로 유추해본다면 이랬었다.
초기에 내가 들었었던 내용들과 마찬가지로 저들도 이곳에 놀러 왔다가 습격을 당하고, 진압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들은 그것 나름대로 진실로 드러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녀와 거주구 내의 사람들의 입을 오르락내려서 그 내용들이 서로 부합이 되는지라 그렇게 여겨보는 것일 테고, 일단은 그렇게 말해버리니 나로선 믿을 수 밖에. 아무튼지 간에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존자들끼리 서로 뭉치고 달래며 초기에는 그렇게 좋았을 수가 업었다라며 그녀가 회상을 하는 듯한 털어놓았었던 대화 내용 속의 한가닥들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그들이 점점 더 달라져 버렸다고들 했다.
자신들의 거주지가 놀이를 위한 위락시설단지였다라지만 한정된 먹거리로 인해 다툼이 서로 끊이지가 않았던 것. 게다가 점점 더 끼리끼리 뭉쳐대던 탓에 급기야 장년인들끼리 합의를 봐 조직을 꾸리는 등의 타협점에 이르기까지도 했었다며, 내게 말을 전해주었었다.
하지만 그것에 다름은 권력의 이동이 끼리에서 무리로 뒤바뀌어진 것뿐, 그 외에 부리고 한몫을 더 챙겨보려는 자와, 덜 부림을 당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 사이의 다툼이 끊이지를 않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기를 점점 더 추워지는 계절인 겨울철이 다가서게 되자 자신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위해서 서로 찢어져 보기로 결정을 보았다는 사실까지는,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과 거의 대부분이 일치를 보았다.
그런데 여기에서부터가 그 내용들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해져 버렸었으니, 기존에 네 갈래로 네 개의 팀으로 서로 갈라지게 돼 버렸었다는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도 전부 네 개가 아닌 단 두 개의 팀으로 서로 갈라지게 돼버렸었다고 그녀가 주장을 해댐으로써가, 그 시작이었다. 이 미묘한 서로의 이질감의 시작.
서로 간의 알력이 생기고,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두 갈래 길로 서로 나눠지게 된 계기를 이루게 만들었었는데, 그중 한팀이 그곳에서 권력층을 이루는 집단과 그 가족구성원들이 대부분의 무리였었고, 나머지가 이십 대 초중반의 다소 젊다면 젊은 구성원으로 짝지어진 집단이 이렇게 단둘로 대범하게 쪼개지게 돼 버렸었으니, 그 대상에 이르는 숫자도 내가 이전에 알던 서른 명 정도가 아닌 오십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무척이나 작지가 않았었다고 내게 진실을 말해주었었다.
본시 초반부터 이리하기로 결정을 봤다나.
너무 무리가 초반부터 너무 작은 숫자를 이루면 각개격파를 당할 여지가 크다며, 고르게 나눠서 분포시키자며 계획해본 것이 이 같은 갈등구조 속으로 인해서 표면화된 게 그 같이 발전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름에 이듬해 봄, 다시 만날 날들을 기약해보며 서로 떠나가 본 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더없이 좋을 듯이 보였다라며 내게 회상해보듯이 그녀가 전달해 줬었다.
그간에 지배층들로부터서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었던지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 게다가 배고픔마저 삼중고를 함께 겪으며 그들의 무리들 속에서 이탈해 나온 순간 드디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며 대부분이 느꼈었다고 그리 말해주었다. 그런데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 속엔 갈등들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무리로 떠나오고 그 과정상에서 이동 중에 자신들이 구출해 이른 인간들과 더불어서, 그 덩치가 더욱 불려 나가 초기에 오십여 명에 이르던 인간군상들이 거의 육십 이상에 다다른, 그것도 그 인원들로 이동 중에 육십여 명 이상에 다다른 인간들이 서로 원 진을 그리며 좀비 무리들속에게 대항을 해 보다가, 겨우 운학초등학교 내부에 입실할 수가 있었었다고.
그곳 내부를 정리해두고 겨우내 다소 편안한 보금자리를 꿈꿔보리라 상상을 했었다고 내게 말했다.
물론 그러한 이동 과정상에서 다수 피해를 본 인원들도 개중에 있었다지만 무리의 힘은 그보다 크고, 이동 중에 식량에 생필품들을 확보해 내고 파출소를 털어내는 등의 자구책들도 그 안에서 마련해 보며 그곳 운학초등학교 내부까지 입실해와, 겨우나기 준비에 서둘러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의 시작.
워낙에 처음부터 젊은 사람들끼리만 모여들다가 보니 성급함에, 드잡이질도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늘상 이들의 무리들도 그 숫자가 숫자이다 보니 땔감이야 초등학교 내부를 뜯어서 땐다지만서도 나머지 식량 사정은 늘 여의치가 않아서, 차량들을 몰고 나가보며 인근의 주택가 등을 털거나 이미 털어버린 장소에 다시 한 번 복기해가며 매번 허기진 배들을 채우는 식의 사투까지 벌여대야지만 했었었는데, 그러한 과정상에서 희생자가 생기는 것도 불문율이라서 매번 서로 한번 더 나가지 않으려 하는 기 싸움도 치열하게 그 안에서 생겨나 지게 되었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더욱더 멀리 나가게 된다라면은 금세 해결될 일을 다소간에 위험도가 증대된다고 그 초등학교 주변만을 털어대기에 이르렀었는데, 그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자 ‘왜 그리 못 나가냐며 겁쟁이냐?’며 서로 비난을 해대고 헐뜯어대는 통에 더욱더 그 다툼이 심해지기에 이르렀다고, 그때 자리를 털고 전면에 나선 것이 상훈이라는 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었던 사람이라고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 아무튼,
그 상훈이라는 사람은 나이가 이십 대 중반으로 군대도 일찍 다녀온 예비역 출신인데다가 말 잘해, 잘생겨, 솔선수범까지 나서는 등의 많은 사람들로부터서 어느 정도의 인정까지 받고 있었던 참인데, 우리 모두 이러고 만은 있을 수가 없는 거라며 이대로 우리 모두가 멈춰서 있는다면은 우리 모두가 몰살이라며 개혁과 혁신을 주창하기에 이르렀고, 그러한 동조자들을 끌어모아서 조직의 개편을 이루고 우리 모두가 잘 살아 보자라며 젊은이 전체의 마음들을 다독거리다가 그에 따른 성공에까지 이르게 됐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 이후로 그 상훈이라는 사람이 전면에 나선 이후로 죽어서 나자빠지는 사람들의 경우의 수가 더더욱이나 줄어들었었다고. 그래서 자신이 반해버린 것은 아니다지만 일정 부분 자신이 먼저 대쉬해버린 건 사실이라고 건네주었었다.
젊은이들이 좁디좁은 곳에서 매일매일 갇혀 지내다 보니 하는 짓들이라고는 울고, 짜거나 아니면 ‘니가 잘났냐?’ ‘내가 잘났다.’ 하며 서로 간에 쌈박질을 일삼아 대기가 일쑤였었는데,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의 궤도에 오르고 어느 순간 믿는 구석도 그 안에서 생기게 되다 보니 저들이 하는 짓이라곤 그저 사랑 타령뿐이었다라고들 말해줬었다.
자신도 그러한 분위기상에서 상훈이 오빠에게 반한 처지라서 여러 여자들과 사랑싸움을 벌이다가 끝내는 상훈이라는 그 남자의 애정을 얻어내기에 성공해버렸었다는 그 대목에서 쓰디쓴 쓴 물이 올라오는 걸 그녀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꿀꺽 집어삼키며, 남모를 감정의 너울을 억눌러 집어 삼켜내야지 만이 되었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
‘내복이 다 그렇지.’
아무튼, 그렇게 둘이서 알콩달콩 지내다가 그해 겨울을 끝내고 이듬해 봄을 맞이하게 되자 크나큰 시련이 불어닥치게 된 또 하나의 이슈 몰이가 새로 등장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가 본래의 무리들과 찢어진 뒤 다시 본대의 무리들과 합류에 다다른 시점에서 우리들의 일행 모두가 곧바로 합류를 해야지 되나, 아니면 이대로 살아야지 되나 하는 열띤 토론들이 바로 그것이었었다고 그녀가 전해줬었다.
우리끼리 이처럼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저들의 밑으로 또다시 기어들어가 반말에, 반 머슴의 생활을 해가며 계속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냐는 것이 바로 그것.
이것의 대칭이 되는 지점의 합류파의 정점이 바로 저들의 리더인 상훈이었고, 그 반대파가 한광호라고 지금은 이미 죽어서 나자빠져 버린 지 오래라지만, 그들 간의 그때의 열띤 토론 싸움은 무던히도 대단했었다고 그때 상황들을 전파해 주었었다.
합류파의 명분이라면 이제는 인간이 망해버린 세상천지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인간끼리라도 더불어 서로 뭉쳐서 다소간에 갈등구조가 생겼다지만, 우리도 풀어내 본 것 아니냐라며 꼭 인류 번영과 평화에 서로 이바지를 해야지 만이 된다라는 것이었고, 반대파의 명분이라면은 왜 우리가 꼭 거기에 같이 뭉쳐서 인류 평화에 이바지를 해야지 만이 되냐며, 우리끼리도 여기서 잘 번영해보고 지금껏 처럼 평화도 잘 지켜 내보면 될 것이 아니겠냐라며, 열띤 기 싸움을 서로 간에 벌여대다가 일단 투표로 결정을 짓기로 하고, 무기명 투표에 찬성표가 41표, 반대가 19, 기권이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합류파가 승리를 거두게 되는 계기를 그 안에서 마련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의 정점이 바로 상훈의 지난한 설득의 과정에 있었다고 내게 전달해 주었었다.
그때 그 모습이 정말로 열정적이었었다고.
믿고, 따르는 사람도 많은 데다가, 그 사람이 그 정도로 헌신적인 열성을 보이니 그 설득에 대부분이 넘어가 버린 다른 모든 이가 꿈꾸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 셈이었다라고 그녀가 말해주었었다.
이후 본대와 합류를 꾸리기 전에 조직의 정비를 다시 한 번 꾸미다 때마침 들이닥친 일단의 좀비 무리들의 대찬 파고를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던 상훈이는, 대다수가 한 번에 이동해가는 건 좀 무리라고 판단해 일단은 절반에 이르는 인원들을 우선 추려다 자동차들을 확보해두고서, 선발대 형식으로 출발에 나서보았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중에서는 자신도, 상훈이라는 사람도, 주형이도, 광호라는 사람도 함께했었고, 그 불행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고 치를 떨어댔었다.
선발대가 약 서른 명 정도로 인원수를 꾸려대고 본래에 이미 모이기로 약속을 이뤘던 숙명여자대학교 연수원 건물을 향해 자동차를 몰아대다가, 그곳으로 막 지나친 듯이 보이는 좀비 무리들의 끝자락을 그 안에서 발견해 내고는 상훈이가 저들의 인원들을 구해 내야지 된 다라며, 자동차에 속력을 올려붙여 대는 통에 잠시 실랑이가 있었다지만 그것도 소용없이 그저 그들이 잠시 그 속에서 발견해낼 수 있었던 건, 처참한 핏자국들과 더불어서 엉망으로 변해버린 남겨진 쓰레기더미 같은 잔해들뿐이었었다라고 그녀가 내게로 건네어준, 담담했었던 어조의 마지막 부분들이었었다. 그리곤 그 뒤로부터 시작된 경악스러운 단어들의 나열들.
“그때부터 그놈의 아니 그놈들의 악마 짓거리들이 시작이 됐어요. 바로 그날 그때서부터.”
“그놈들의 악마 짓거리들이라니?”
“우리가 겨우 생존자들을 구해내겠다라는 일념으로 자동차들을 밟아 대 와서 겨우 끝자락에 도착을 해, 그때 주변에 나머지 생존자들을 살피는 도중에.”
“도중에?”
그때의 그 일들을 다시 상기시켜 보는 게 너무도 힘겹다는 듯이 잠시 말문을 닫아보던 그녀가 다시 열어보는 그 입술 속에서 튀어나오게 된 단어들이란 바로 처참할 지경.
“그때 그 주형이가 상훈씨의 머리에다가 대고 총구를 겨누고는 광호 오빠에게 명령조로 이렇게 말했었어요.”
<이것만 놔두고 나머지 모든 차량들에 바퀴를 모두 펑크를 내두라고.>
“광호 오빠가 그게 무슨 소린지 우물쭈물 해대던 사이에 주형이가 다시금 소리를 쳤죠.”
<광호 형, 수진이 누나가 그저 기다린다고 다시 되돌아올 거 같아? 저대로 그냥 빼앗길 거야?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다시는 못해. 그리고 다시 저놈들 밑으로 기어들어가자라고 하는 놈 밑에서 계속해서들 같이 살 거야?
야! 이놈들아 니들도 반대를 하던 놈들이 있었지? 그저 나랑 이렇게 같이 하고서 이대로 탈출해 버리자.
빨랑빨랑 시간이 없어. 어서 빨리, 이것에 동의하는 사람은 빨리 자동차 몇 대만 놔두고, 다른 자동차들에 모두 바퀴에 펑크들을 내놔. 어서 빨리, 빨랑!”>
“그때 주형이가 그 소리를 외친 뒤에 여럿이 다소 멈칫해하다가 광호 오빠가 주도적으로 우선 차량들의 바퀴에 구멍을 내버리기 시작하자, 그 모습에 찬동해대는 여러 사람들의 행동들이 마구 뒤섞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난 주변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마자 내 손에 들어둔 무기마저 내팽개쳐버리며, 그러는 주형이에게 빌고 또 빌었었어요. 제발 좀 살려달라고요. 우리 상훈이 오빠를 살려달라고. 그럼 우리끼리 알아서 잘 도망쳐서 잘 먹고 안 돌아오겠다라며, 저러는 주형이에 선처를 호소해봤었죠.
하지만 그 정도로는 씨알도 안 먹혔어요. 그리고 상훈이 오빠가 이렇게 응수를 했죠.”
“난 이대로 죽어도 좋으니 제발 이러지들 말라고. 그러다 안 먹히는 듯싶자 발악을 하듯이 주변에게 명령했어요. 저들의 난동을 잡으라고. 나머지 니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이 있으니 저들을 얼른 진압하고 나서, 여기를 빨리 떠나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난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그리고 또다시 주형이에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러던 중간에 상훈이 오빠는 지치지도 않는지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괘념치 말라며, 폭동을 진압해버리라는 식의 말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져 갔죠.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총소리가 났어요.”
“총소리?”
“네, 총소리요.”
“누가 쐈는데?”
“그건 그때 광호 오빠요. 아니 광호 그 나쁜 놈이 우리 상훈이 오빠를 쐈어요.
난 놈이 총구를 들고 흔들 때부터 내심 불안해서 빌던 와중에서도 가끔씩이라도 살펴봤었었는데, 그놈이 날 좋아한다라며 졸졸 따라다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지만, 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매몰차게 쏘아댔었더니 그것에 앙심을 품은 건지, 아님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건지는 몰라도, 상훈이 오빠를 향해 숨 한 번 몰아쉬더니 거침도 없이 망설임이지도 않고 방아쇠를 당겨버렸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제가 엉겁결에 상훈이 오빠를 껴안는다고 껴안았는데 조금 늦었었는지 아니면 그 광호 그놈의 사격이 형편없었던 덕분인지는 몰라도, 우리 상훈이 오빠의 왼쪽 어깨어름이 관통상을 입고야 말았었지요. 그때만 생각해보면 지금도 아찔해져서.”
“그럼 그 뒤로는 어떻게 된 거야? 그걸로 끝났어?”
“아니요? 일단 총성이 울리게 되자 중구난방 이쪽저쪽 할 것 없이 마구 난사가 그 안에서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그렇게 우리들의 시간이 지체될 즈음에 좀비 무리들이 되돌아와 우리들을 에워싸버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사람들이 우왕좌왕해대던 사이에 주형이가 자신의 일부 쪽 사람들을 차에 타게끔 만들었었죠.
그날에 한 차에 같이 탔었던 사람들이 모두 나, 주형이, 광호 오빠, 의철이와, 우리 상훈이 오빠였어요.”
“상훈이라면? 니가 좋아라 하던 그 사람? 그 사람 그때 총 맞았었다며?”
“총이야 맞았었죠. 그것도 왼쪽 어깨에 관통상을, 하지만 웬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피를 철철 흘리던 우리 상훈이 오빠를 지혈시키고 있었던 내게 그 우왕좌왕해대던 그 와중에서도 끌어다 싣더군요. 그것도 직접 자기 두 손으로 우리 상훈이 오빠를 들춰가면서요.
저도 그때는 너무도 정신이 없어서 우리 오빠만을 바라본 채로 그대로 차 속에 오르게 됐었는데, 그때 떠나올 수가 있었던 차량들이 겨우 두 대였어요, 나머지 차량 한 대는.”
“그럼 두 대가 빠져나왔겠구만. 그럼 열 명인가 아님?”
“아니요. 한대는 거기서 못 빠져나왔어요. 그때.”
“아니 왜? 그때는 나머지 차량 쪽에도 주형이 쪽 애들이 그 차량에 탑승해 있었다면서?”
“그게 나중에 주형이 쪽으로 뜻을 바꾼 인원들의 숫자가 아홉 정도가 됐었었는데, 그때 총기가 오가던 교전 중에 몇몇이 맞았고 나머지 차량들이 모두가 펑크가 난 상태라서 의철이 운전해가던 우리들이 타고 있었던 차량을 앞질러서 먼저 나아가던 주형이파 쪽 차량이 한 대 질주해 나가고 있었었는데, 대신에 앞지르던 그 차량에서 총격의 와중으로 타이어라도 손상을 입었었던지 다소 꾸물거리기 시작하자 주형이가 의철이에게 소리쳤어요. 그대로 앞 차량을 받아버리라고요. 그리고.”
“그리고?”
“그 충격에 앞지르던 차량이 더욱더 주춤거리기 시작하자 우리의 차량이 앞질러가며 보조석에 타고 있었던 주형이가 총질을 해댔어요.
운전석 바퀴 할 것 없이 마구 난사를 해버렸죠. 그리곤 우리끼리들만 빠져나올 수가 있었었어요.
자기 자신들도 그것에 발목이 잡히기 싫었던 거겠죠? 그렇게 떠나왔어요. 우리들끼리만.”
“그 새끼도 악질이네. 그럼 그걸로 끝난 거야? 서로 총질까지 해대고 한 차량이 빠져나온 뒤에, 나머지 차량 속의 사람들은 좀비 무리들에게 희생양으로 변해버린 것? 그 뒤로는‥.”
“아니요? 거기서 끝은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그 녀석의 악마 짓거리가 시작이 돼요. 그것은 바로‥.”
- 작가의말
하기 싫었었던 절단 신공을 끝내 부리고야 말았었네요. 본문의 내용들이 너무 길어서 한편으로 압축해내기에는 너무도 길이가 늘어지네요. 그래서 짬을 봤습니다. 그럼 잘랐다고 너무 탓하지 마시고 일단 보아주세요. 그럼 휘리릭~
PS. 오타 수정해봅니다. 다소간에 제가 헷갈려서 상훈과 상호 인명의 한글자를 헷갈리게 써놓았었던 부분들이 있었네요. 이에 고쳐봅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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