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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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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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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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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글자
18쪽

25화 - 4

DUMMY

“아휴.”

“응?”

가정 시간은 어영부영 끝이 났다. 흐뭇하게 리유가 지선이와 같이 바느질 하는 것을 구경하는 나. 딸 가진 아버지 마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으흥, 우리 리유, 잘 노는구나. 수업이 끝나곤 교실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리유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기껏 친구 여럿 생겼는데 왜 도로 나한테 오는 건지.

“할 말 있어!”

“굳이 그렇게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으면서 말할 만한 뭐가 있어?”

“히히힛.”

한숨을 쉬며 다가온 리유는 주위를 살피며 눈치를 본다. 그러더니 ‘엣헴’ 하고 티 나게 헛기침을 하곤 큰 소리로 활기차게 말한다. 리유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가 더욱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들린다. 내 농담에 리유는 마찬가지로 귀엽게 웃는다.

“저녁 같이 먹어!”

“늘 같이 먹는 건데 새삼스럽게. 아, 오늘 개학이라고?”

“아니, 그 말이 아니야! 둘이서만 같이 먹자는 거야!”

“음?”

리유는 내 말에 성을 내듯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한다. 귀엽다. 하긴, 리유는 뭘 해도 귀엽다. 귀여운 건 둘째치고, 리유의 의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부러 두 명이 먹자고 말하다니, 전혀 리유 답지 않은 말이잖아.

“다른 애들한테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알았어?”

“어, 알았어.”

“흐흥, 그럼!”

“……?”

리유는 이제는 선언하듯 말한다. 어이어이, 이러면 이건 제안이나 부탁이 아니라 일방적인 선언이잖아. 또 생각해보니까 리유, ‘부탁이 있어!’ 라고 말한 적은 없고 ‘할 말 있어!’ 라고 한 것 같다. 그렇구나, 나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 없이 본인이 알아서 정한 것이구나. 이건 평소 리유답지 않은 행동인데. 평소 리유라면, 좀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성격이니까 이런 식으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건 정말 간만의 일이다. 거기에 다른 애들에게까지 말하겠다니, 저 행동력 좀 봐.

좀 얼떨떨하긴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희세에게 가 말하는 리유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슨 할 말 같은 게 있어서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조금이나마 리유가 적극적이 된 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나와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런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리유도 조금은 성장했구나, 장하다 내 딸. 이런 기분이 든다. 음, 딸이라니? 하하.


저녁 시간. 급식이 없는 우리 학교 특성 상, 어떻게든 밥은 다 알아서들 챙겨 먹는 편이다. 초기에는 다들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밥을 사 먹었지만 학기 말이 되니 점차적으로 아이들은 도시락을 시켜먹거나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됐다. 밥은 매일매일 먹는데 매일 학교 밖으로 나가긴 귀찮잖아. 종국에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는 애들도 꽤 생겨났다. 기숙사생인 나는 해당이 없는 일이지만.

지금도 많은 애들이 도시락을 시키곤 수다를 떨고 있다. 성빈이와 희세와 미래는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도시락을 시켜 먹을 작정인가보다. 뾰로통해진 희세는 ‘맘대로 쳐먹어라,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좀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시비야. 성빈이는 어색하게 웃고, 미래도 ‘너무해요, 절 버리고! 어린애 같은 리유를 데리고 무슨 재미를 보시겠다고!’ 하는 드립을 친다. 리유는 당당하게 ‘얼른 가자!’ 하고 앞장선다. 희세나 미래의 핀잔 아닌 잔소리 듣기도 싫고, 걷기도 귀찮아 사실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쩌겠나, 대답한 건 나니까 갈 수밖에.

“둘이 밥 먹는 건 오래간만이네.”

“웅!! 히히히.”

둘이 걷고 있다. 리유는 조금 앞장서서 걷고 있고,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앞서 가는 리유를 구경한다. 둘이 밥 먹던 때라, 벌써 굉장히 예전 같은데. 나도 왕따고, 리유도 친구가 없던 학기 초. 뭐, 나는 이제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반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같은 존재가 됐고, 리유는…… 리유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오늘 벌인 일도 그러한 과정의 한 단계잖아.

“무슨 할 말 있어?”

“……에? 뭐?”

나는 말없이 걷다가 넌지시 말을 건다. 리유는 앞서 걷다 고개를 돌려 뒤로 걸으며 나를 쳐다본다.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며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음, 그러니까 이거, 애니에서 많이 보던 자세 같은데. 리유는 그런 애(?)가 아니니까, 아마 저건 의도한 게 아니라 본능이겠지. 순수하게 귀엽다.

“둘이 밥 먹자고 하는 게, 별다른 이유가 없진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얘기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해서.”

“에헤헷. 응, 맞아. 그치만 그건 밥 먹으러 가서 할 거야.”

“그래, 뭐 그래라.”

“흥흥! 메~롱!”

리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약간 홍조를 띈 얼굴이 보인다. 어쩌면 지는 노을빛이 리유의 투명한 피부에 비쳐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 리유는 조금 부끄러운듯한 느낌으로 메롱 하곤 까르르 웃으며 앞으로 뛰어간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큰둥한 반응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 속은 적지 않게 동요가 된다.

혹시, 엄한 말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고백이라던가.

아니 아니, 착각이겠지. 망상이야. 애초에 리유가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런 망상을 하는 건데. 리유가 뭐 좋다고 나한테 고백을 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장독 체로 마시고 있잖아. 아니, 떡이라니! 불건전하다!


……그건 내가, 조금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 왠지…… 정말, 정말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 망상이지만, 요즈음은 여자애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니 아니, 허세가 아니라, 헛된 망상이 아니라, 답정너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지. 희세든, 성빈이든, 미래든, 나를 대하는 태도가. 가장 크게 느낀 건, 바닷가 갔다 오고부터 나서. 특히 자존감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희세 같은 경우엔 내가 성빈이나 미래나 리유랑 조금이라도 같이 뭘 하려고 하면 대놓고 어깃장을 놓고 툴툴댄다. 아니, 예전에도 희세는 나한테 뭐라고 하고 시비 걸고 그러긴 했지만, 확실히…… 분명 나의 착각일 거다.

성빈이도, 조금은 다시 나에게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느낌이다. 헌데 그 거리감이라는 게, 사이가 멀어졌다거나 안 좋은 일이 있어 거리를 두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이성’ 으로서 인식하고, 그래서 조금 거리를 두는 그런 기분 좋은 거리감. 아니, 뭐 내 착각이겠지만.

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어쨌든 여자애들이 그렇게 조금씩 이빨(?)을 드러내고 서로 물어뜯고 신경전을 벌이니까 가만히 있으려는 나도 조금은 마음이 동한단 말이다. 아무렴, 어디 내 놓아도 전혀 빠지지 않는 여자애 세 명이 그러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마음이 동요하지 않겠어. 오히려 여자친구 사귀는 걸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고등학생인데.


……그래도, 리유가 고백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좀 아니었다. 그건 아니지. 리유는 여동생이자 딸 같은 녀석이니까. 무슨 관계인가, 그건. 혼자 기분 좋은 망상을 하며 가게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좀 작작하고 말 해! 벌써 세 번째 끌고 있잖아!”

“에헤헤헷. 그렇게 쉽게 맨 입으로 말하긴 아까운데.”

나는 리유의 수작질에 굉장히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리유는 혀를 쭉 내밀고 장난스런 눈빛으로 대답한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전혀 평소의 리유 같지 않다. 평소의 리유라면, 할 말이 있다면 나한테 당당하게 말하면 말했지 이렇게 보통 여자애(?)처럼 간을 보며 살살 나를 약 올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희세도 아니고! 아니, 희세도 자존심 꽤나 있어서 이런 짓은 잘 안 한다. 이런 장난은…… 미래나 정희 정도면 하려나.

처음 들어와서 요리 나오자마자 ‘할 말은……’ 하다 뜸 들이며 말하지 않았고. 그 뒤로 음식이 나오니까 한 입 집어먹고 ‘아까 하려다 말았는데……’ 하면서 말하려다가 또 말았고. 음식을 다 먹고 ‘아, 잘 먹었다─’ 하며 기지개를 쭉 펴더니 저러고 있다. 오죽 답답하면 내가 소리를 쳤을까. 리유는 배시시 웃으며 나를 본다.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 리유도 색다르게 귀여운 느낌이다. 리유는 뭘 해도 귀여운 느낌이 팔할이니까.

“오늘, 친구가 되게 많이 생긴 기분이야.”

“친구가 생긴 기분은 뭔데.”

“말 그대로.”

리유의 말에 나는 짐짓 못 알아듣는 척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해지는 걸 간신히 참는다. 후후, 리유야, 사실 그거 내가 조작한 거란다. 조작이라는 말이 어감이 좀 그렇긴 하지만. 리유는 살짝 진지한 표정이 돼 나를 쳐다본다. 말없이, 두 손을 모아 턱을 괴곤 나를 쳐다본다. 늘 웃는 표정이나 실없는 표정인 리유만 보다 이렇게 진지한 얼굴의 리유를 보는 건 참 오래간만이라, 나도 조금 무표정한 얼굴이 돼 리유를 마주본다.

“그거, 웅이 네가 애들한테 말한거지?”

“응? 뭘 말해.”

“나랑 친구가 돼 달라고, 말해준 거잖아. 모두에게.”

“……응? 누가 그래, 걔네가 그래?”

“히히히.”

리유는 심유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나는 마음이 꿰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심히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화끈하고 등으로 식은땀이 한줄기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지만 타인의 눈으로 본다면 역시, 당황한 티가 역력하겠지. 뭐야, 지금 리유는 역시 이상해! 원래 리유는 눈치가 되게 없는 편이라 그런 거 전혀 못 알아채는 게 맞는데!! 리유는 히히 하고 웃는다. 웃는 모습 만큼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이 해맑다.

“고마워.”

“아니, 뭐가 고마워.”

“그냥, 고마워.”

리유는 웃는 것을 멈추고, 다시금 진지한 표정이 돼 나를 보며 말한다. 오늘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리유에게 나는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다음 패턴이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아 이제는 약간 두려운 기분까지 들으려 한다.

“나는 늘 웅이한테 도움도 안 되고, 피해만 끼치는 것 같은데. 생떼만 부리는 것 같은데 웅이는 늘 나 챙겨주잖아. 그게 고마워.”

“에이, 친군데. 내가 뭘 챙겨준다고. 그냥 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거지.”

“흐흥. 그치만, 정말 맞잖아. 고마워, 정말정말 좋아해.”

“……그래.”

리유의 대답에 나는 약간 안도하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런 말이었나, 하고 떠벌리듯 말했다. 리유는 환히 미소지으며 말한다. 그 말에 나는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평소 리유라면, 목소리도 발음도 혀 짧은 느낌으로 굉장한 하이톤인지라 어린애가 앵앵대는 것 같은 목소리인데. 지금은 어째 발음도 명확하고, 목소리도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아 정말 평소 같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특유의 하이톤에 앳된 목소리가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여튼 그런 목소리로 ‘좋아해’ 라고 들으니까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뭐, 리유가 정말 ‘좋아한다’는 의미로 말한 건 아니겠지만. 리유라면, 분명 ‘love’가 아니라 ‘like’라는 뜻이다. 기분은 확실히 좋다. 칭찬 받으려고 리유를 챙겨주고 위해주는 건 아니지만, 고맙다고 감정 표현하는 걸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게 당연하잖아.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비단 그 쪽으로만 기분이 좋은 게 아닌 것 같은데……

“반장하고, 키 큰 애하고, 같이 쿠션 만드는 애하고, 친하게 된 것도 다 웅이 덕분이라 고마워.”

“그러니까 그게 왜 내 덕이……”

“다 알아, 웅이가 시킨 거잖아! 흐흥흥흥.”

“……뭐, 그렇다고 치자.”

오늘의 리유는 정말 이상하다. 눈치 0단에서 갑자기 100단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한 것 같은 느낌. 게다가 기세마저 굉장해서, 나는 꼬리를 내리고 잠자코 대답했다. 리유는 잠잠한 내 태도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방긋 미소 짓는다.

“그치만 나, 정말 괜찮아. 웅이랑, 히이랑, 다른 애들만 알고 있어도.”

“……그래도, 다 같이 친하면 좋지 않아?”

“응, 그건 그래. 그렇지만.”

리유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조금 리유 눈치를 보는 것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니까. 리유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한다.

“다른 애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수군대는 건 상관없어. 이미 난 웅이 너랑, 히이랑, 비니랑, 미리랑 너무너무 친하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그래, 알았어.”

“그래도 고마워, 정말정말 고마워. 히힛.”

리유의 말에 나는 여전하게 납득하지 못한 표정으로 빤히 리유를 내려다보다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도 이런 말 했던 것 같은데. 그 때에도 알았다고 대충 넘어갔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리유 말을 받아 들이려고 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막상 리유에게 강제로 그런 짓을 하면서 조금 회의감이 들었으니까. 꼭 이렇게 억지로 친구들하고 친해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자연스럽게 자기가 놀 수 있는 친구들하고 노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지금 리유는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리유는 내 대답에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밥도 다 먹었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져서 이상해.”

“에에, 내가? 히히힛.”

“봐, 지금도. 뭔가 평소랑 느낌이 다르다니까.”

“에이, 에에이~~ 히히히.”

가게에서 나와 학교로 향하며, 나는 리유에게 한 마디 했다. 이어지는 리유의 반응에 나는 조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그래,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조금 ‘로리함’(?)이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어린애 같은 면이 많이 없어진 기분이야. 리유는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며 약간 억지 웃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 어린애 같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흐흥.”

“그래, 근데 그게…… 이상해.”

“……사실은.”

리유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턱을 만지며 말했다. 리유는 내 대답에 살짝 수줍어하는 눈치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너무 어린애처럼 굴면…… 웅이 네가 싫어할까봐. 오늘, 생각해보니까 이런 것 저런 것 너무 고마운 일밖에 없어서, 그래서 나 이제는 어린애처럼 안 하기로 마음먹었거든.”

“아. 네가 그렇게 마음 먹으면 그렇게 행동이 되?! 그럼 어린애처럼 하는 것도 사실은 컨셉이었던 거고?!”

“그, 그런 게 아니라! 몰라! 멍청이!”

리유는 내 말에 당황해서 확실하게 얼굴이 붉어지며 새침하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새침한 리유는 또 처음 보는데. 아니, 그게, 그렇게 생각만으로 조금 성숙하게 바뀔 수 있다면 평소의 아이 같은 모습은 꾸민 거라는 결론이 나오잖아. 사람이 그렇게 반나절만에 생각과 행동이 성숙하게 바뀔 수 있다면 누가 그렇게 안 하겠어.

“난 반댈세.”

“엣?! 뭐, 뭐가 반대야!”

“리유 네가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건.”

“뭐, 뭐야, 왜!”

나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리유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묻는다. 높은 톤으로 화가 난 것 같은 표정. 자기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내가 그 공적을 부정해버리니 그런 거겠지.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른스러운 너는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냥 어린애인 상태 그대로가 좋아.”

“무, 무슨 억지야 그건!”

“아니,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걸.”

그래, 그런 거야! 리유가 로리캐릭터가 아니라면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건데! 차마 순수한 리유에게 전문용어(?)까지 써 가며 설명할 순 없기에 좀 답답한 마음이지만, 내 주장은 그러하다. 리유에게 어린애 같은 캐릭터는 자신의 정체성이요, 매력이요, 등불이자 빛과 소금인 것이다. 그래! 애초에 어른스럽고 참한 인상은 이미 성빈이가 선점하고 있고, 새침한 처자 컨셉은 예전부터 희세가 가지고 있었고! 그렇다고 4차원으로 가자면 그건 그 바닥(?)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미래가 있잖아! 리유를 위해서라도, 리유는 어린애 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

리유는 내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툴툴대고 투덜댈 뿐이다. ‘뭐야, 기껏 그러니까! 몰라, 멍청이!’ 하며 주먹으로 내 팔을 툭툭 친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다. 희세가 그 정도로 치면 꽤 아플텐데. 의외로 손이 매운 희세니까. 나는 리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굴에 잔뜩 미소를 띠고 말했다.

“애초에 이렇게 쬐끄만 애가 어른스러우면 그것도 징그럽잖아. 네가 이대로가 좋다고 한 것처럼, 나도 지금 너다운 리유 너 자체가 좋아.”

“……흐응, 그러면 뭐.”

“하하. 아이스크림 사줄까?”

“에, 웅웅!! 이히히히히.”

“그래, 이래야 리유 답지.”

“이히히힛☆”

리유는 내 말에 눈을 빛내며 대답한다. 내 말에 다시 순간적으로 어린애 같은 태도로 돌아온 리유. 참, 정말 자기 생각대로 그렇게 바뀌는 것도 능력이다. ‘어린애 같은 모습이 더 좋아’ 하니까 순식간에 고삐를 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다니. 하지만 역시, 이 모습이 익숙하고 귀여워 좋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흐뭇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같이 문방구에 들어간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일단락 되려나. 리유 따돌림 풀어주려는 계획은. 어째 제대로 이루는 것이 없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굉장히 오래간만이지요. 이렇게 대충 연재하면서 어찌 하늘에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고개를 들고 다니는지 싶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은 말씀 드리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좋아하던 여자애에게, 완벽하게 차여서. 그것도 선빵으로. 아아. 지금도 충격이 가시질 않습니다만, 하하. 정말 좋았는데, 지금도 보고 싶은데. 그 애가 웃으며 저를 보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마지막으로 말할 때 그 여자애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하하.


그런 핑계도 다 뒤로 하고, 다시 글을 써야지요. 하지만 또다른 핑계가 다가왔습니다. 바로 중간고사. 아핳핳하하하ㅏㅏㅏㅎ핳......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아, 근데 그게 웃긴게, 시험이 다음주 수요일에 다 몰려 있어서. 수요일까지는 매일 연재나 이틀에 한 번 연재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올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복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완결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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