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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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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4.03.1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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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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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글자
22쪽

22화 - 4

DUMMY

‘까똑!’

“…….”


체육시간. 열심히 운동하는 녀석들과 구석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는 애들이 확연하게 나뉘는 시간. 나는, 열심히 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서 너무 과열되는 쪽이다. 학교 끝나고 남는 시간에나 주말에도 축구 하는데 하물며 합법적으로 축구를 해도 되는 체육시간이야 더 말할 게 있겠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가만히 그늘에 앉아 있다. 천하의 정웅도가 체육시간에 축구를 안 한다니.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노할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수업시간부터 이어진 문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문자를 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축구를 안 하는 건 안 되는데. 정말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고. 엄청난 고민을 하다 결국 애들에게 ‘야, 나 빼고 해라.’ 하고 말했다. 애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야 미쳤어?! 뭐라고 하는겨, 축구 안 한다고?’ 하고 말한다. 민주는 흥분한 태도로 ‘왜 축구를 안 하냐고! 그 정도까지 타락한 거야!’ 하고 어깨를 부여잡고 마구 흔든다. 나는 아하하 웃으며 썩은 표정을 짓는다. 어쩔 도리가 없잖아. 지영이가 계속 문자 보내는데.


“야아…… 천하의 정웅도가 축구를 안 하다니. 재미있냐?”

“응, 재미있어.”


민주는 중간에 축구 쉬는 시간이 돼 이 쪽으로 와서 조롱하는 말투로 말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민주. 그런 민주를 보니 괜히 축구를 안 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뭐, 상관 없잖아. 지영이랑 재미있게 문자로 얘기했는데. ……딱히 내가 얘기했다기보다는 지영이 얘기 들어준 것이지만.


“근데, 진짜 사귀는 거냐?”

“어? 뭐가?”

“네가 고백 하고서, 조금 뒤에 대답해준다며. 그 대답 들었어?”

“……아니.”


민주는 딱히 놀리거나 조롱하는 말투는 아니고, 순수하게 궁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하지만 나는 멍한 표정이 돼 잠시 생각하게 됐다. 아니, 그런 대답은 못 들었는데. 솔직하게 대답하니 민주는 ‘에에~?’ 하는 표정으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뭐여, 그럼 사귀는 거 아니잖여!”

“저, 정식으론 그렇지! 좀 기다리면 대답해줄거야. 지금도 충분히 사귀는 단계니까!”

“에이, 뭐여. 설레발 친 거였네. 난 또 진짜 사귄다고.”

“……뭐, 설레발은 맞긴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래도, 문자도 계속 하고 있으니까!’ 하고 말했다. 민주는 ‘그려, 뭐라 했어. 왜 혼자 지랄이여.’ 하고 대답한다.

아니, 딱히 불안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지영이는 분명하게 대답해 줄테니까. 지금도 예전보다 더 친하게 문자도 주고 받고 있는데다 학원에서도 잘 얘기하고 있는걸.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좀 불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기도 하다. 확실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대답하는 게 맞을텐데, 이렇게 끌면서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마음이 없다는 뜻이지 않을까. 아니, 아니야. 그냥 단순하게 ‘대답해야 한다’ 라는 걸 생각하지 않은 걸꺼야. 물어본다면 틀림없이 답해주겠지.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집중한다.

한 번 신경 쓰이면 그거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게 내 성격이다. 민주가 먼저 말을 해 신경을 쓰게 만드니 그 쪽으로만 신경이 계속 간다. 왜 대답해주지 않는 거야? 역시, 좋아하지 않는 건가? 조급한 마음 때문에 수업이고 뭐고 들리지 않는다. 애초에 수업은 원래 듣고 있지 않았지만. 문자는 계속 나누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저기…… 지영아.”

“응?”


학교가 끝나고, 민주와 현광이에겐 일이 있다고 하고 바로 학원으로 향했다. 지영이에게 물어보기 위함이다. 마침 타이밍이 매우 좋게 학원에는 지영이와 지영이 친구 둘 밖에 없다. 잠시 할 말 있다고 지영이를 바깥으로 불렀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고백한 거…… 이제 결론 났어?”

“어, 어…… 그거.”


지영이는 활기찬 표정이었다가 내 질문에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 살짝 얼굴이 상기된다. 말을 꺼낸 나도 조금은 창피한 기분이 든다. 고백했던 그 때와 상황이 쭉 이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 지영이는 땅바닥을 보며 발로 땅을 조금 파헤친다. 그러더니 머뭇거리는 눈빛으로 망설이며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좀처럼 말을 하진 않는다. 나는 초조한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뭐야, 저 불안한 반응은. 꼭…… 꼭 ‘싫다’ 는 대답을 하기 미안해서 망설이는 것 같잖아.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난.”


나는 슬쩍 선수를 쳤다. 눈에 띄게 당황하며 흔들리는 지영이의 눈을 보니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순식간에, 나는 울적한 기분이 됐다. 민주 말대로 나 혼자 설레발 치고 있던 거구나. 지영이한테 피해를 끼치고 있었구나. 사실은 싫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애써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해주고 웃어 주느라 힘들었겠구나. 굉장히 미안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지영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싫은 게 아니야. 나, 웅도 네가 좋아.”

“……정말?”

“응. 그치만 역시…… 아직 난 ‘사귄다’는 건 조금 떨려. 뭔가 다른 애들 눈치 보이기도 하구…… 아직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야.”

“어…… 그런 거였구나. 난 또, 네가 나 싫어하는 건 줄 알고.”

“그럴 리가 없잖아! 용기 내서 멋지게 고백해줬는데.”

“…….”


지영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에는 지영이의 진심이 담겨 있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다운됐던 기분이 다시금 상승하는 기분이다. 그래, 그런 거구나! 싫어하는 게 아니야. 확실하게 ‘좋아한다’고 말 해줬잖아. 다만 어색하니까, 다른 애들한테 보이기엔 아직 창피해서 그렇다는 거잖아. 그건 충분히 그럴만하지. 이해할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니 지영이는 다시금 방긋 미소를 회복하곤 웃는 얼굴로 말한다. 아, 귀엽다.


“앞으로 더 재미있게 놀고, 더 친해지면 그 때는 말할게.”

“응. 알았어.”

“히히히. 웅도는 이래서 좋아. 나 배려해주잖아.”

“배, 배려는 무슨……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지영이의 칭찬에 나는 한순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우왓, 지영이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하긴, 내가 한 배려심 하긴 하지. 지영이가 눈 앞에서 직접 칭찬하니까 이렇게나 부끄럽고 바보처럼 웃게 된다. 아하하, 좋은 걸 감출 수가 없네. 내가 기분 좋게 웃으니 지영이 역시 마주보고 웃는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고?”

“응. 일단 지금은 좋은 친구로.”

“흐음……”


오늘은 지영이 좌우에 친구가 다 있어서, 평소처럼 민주와 현광이와 같이 앉았다. 뭔가 입 가볍게 다 말하고 다니는 것 같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 녀석들은 절친한 녀석들인데다 입이 무거운 녀석들이니까. 애초에 지영이에 대한 말 조금이라도 꺼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 뜯는 나를 겪어본 녀석들이기에, 쉽사리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친하니까. 민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턱에 손을 괴곤 미심쩍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또 하이에나처럼 물어 뜯을 거리를 찾으려는 표정이다. 현광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왜? 너랑 사귀는 게 창피해? 너가 쪽팔려?”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창피하단 게 아니라, 애들 눈치 보인다는 거잖아.”

“웅도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난 네가 좋아. 좋아서 이런 말 하는 거야.”

“……왜 이래, 나 남자 싫어하거든?!”

“오해하지 말고 들으랬잖아! 병신이냐, 내가 게이게!”


민주는 갑자기 진지해져서 말한다. 나는 흠칫 놀라 민주에게서 몸을 떨어뜨리며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민주는 얼굴이 벌게져서 짜증스럽게 말한다. 잠시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를 다잡고, 민주는 다시금 말한다.


“내가 볼 때, 너만한 남자애가 없다. 착하지, 키 크지, 얼굴 되지. 뭐, 피부가 좀 까만 게 단점인데 그건 남자애한테 도리어 매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뭐 잘못 먹었어? 이민주가 이렇게 나를 좋게 볼 리가 없는데.”

“시팔 뭐 칭찬해줘도 X랄이여?! 그럼 오지게 욕 한 바가지 해 볼까?”

“아니아니, 미안. 고맙다. 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거네.”


나는 민주의 폭풍칭찬에 껄끄러움과 위화감을 느껴 몸서리치며 말했다. 민주는 자꾸 자기 말을 장난스런 말로 끊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은지 눈을 치뜨고 말한다. 나는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다시, 민주는 말을 시작한다.


“너가 좋다면, 정말 좋다면 하다못해 네가 엄청 못 생기고 그래도 사귀었을거야. 하물며 잘생기고 키 크고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너다. 근데 너랑 사귀는 게 창피해? 너랑 사귀는 게 애들한테 눈치보여?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정말 완곡하게 돌려 말한 거지.”

“…….”

“너한테 시비 거는 게 아니야. 너랑 싸우려는 것도 아니야. 다만 내가 볼 때엔, 정말 내가 생각할 때엔 그건 아니라고. 간 보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 드는데.”

“…….”


민주의 말에 나는 굳은 표정이 되어 대답하지 않았다. 민주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며 말한다. 화를 내거나 그러진 않는다. 민주 말을 들으니까, 정말 그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가 창피해? 나랑 사귀는 게 창피해? 그럼 그 역설적인 태도는 뭐야? 내가 좋은데, 나랑 사귀는 건 애들 눈치 보여서 좀 그렇다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거지. 아무리 여자애들이 그런 사고방식이 남자애들이랑은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정말 좋다면 분명 승낙했을 것 같다. 민주 말이 맞다. 오히려 내 생각 해주느라 정말 완곡하게 돌려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 본인이 그렇게 말 안 했으니까 일단은. 조금은 두고 봐봐.”

“그래, 뭐,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니까. 내가 뭐 점쟁이도 아니고,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다 그런 말이야.”

“……그런가.”


현광이가 잠자코 말을 꺼내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민주도 내 진중한 태도가 껄끄러웠는지 평소의 너스레 떠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나는 좀처럼 표정이 풀리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지만, 한 번 신경 쓰이면 쉬이 떨쳐내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그 때부터였을까. 그렇게 된 게.

나는 침대에 누워서, 오지 않는 메시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휴대폰 액정을 보고 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휴대폰에선 아무런 응답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영이랑 굉장히 친했는데. 고백하고 나서도, 솔직하게 말하면 그게 차인 것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 전혀 껄끄러운 것 없이, 도리어 더 친하게 잘 지냈는데.

어쩌면, 내가 민주에게 그 말을 듣고 그걸 의식해서 무의식적으로 지영이에게 그게 티 나게 행동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자애들, 남자애들보다 훨씬 눈치 빠르잖아.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내 잘못이구나. 누군가 자기를 의심하고 아니꼽게 생각한다면 보통 싫어하게 되는 게 정상이지. 지영이도 그런 걸거야.

그런데 왜 그럴까, 정말 답답하고 정말 짜증난다. 지영이 문자를 보고 싶은데. 지영이가 수다 떠는 걸 보고 싶은데. 지영이가 웃으며 재잘재잘 떠드는 걸 보고 싶은데. 순식간에 냉각된 나와 지영이의 사이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아.”


여전히 오지 않는 문자를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 밤도 이렇게 그냥 넘어가는구나.






“야.”

“?”


다음날, 학교. 민주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부른다. 늘 익살스런 표정의 민주이다. 가끔 정색하고 진지한 얘기 할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얼굴은 또 처음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잠깐 나와봐. 할 말 있어.”

“뭐여, 한 대 치게 생겼다? 뭔 일 있어?”

“그런 거 아니니까, 일단 나와봐. 겁나 중요한 거니까.”

“……?”


민주는 통보하듯 말하곤 홱 돌아 복도로 나선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민주를 따른다.

민주는 반 앞 복도에 선다. 열려 있는 창문 밖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담배라도 핀다면 지금 당장 줄담배를 필 것 같은 답답한 얼굴. 나는 그리 좋지 않은 기분으로 민주에게 말했다.


“뭔데.”

“……웬만하면 말 안 할려고 했는데. 웬만하면 진짜 안 알려주려고 했는데.”

“……?”


민주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판을 차린다. 나는 여전히 아니꼬운 표정으로 민주를 보며 말은 하지 않았다. 약간 불안한 마음을 삼킨 체.


“후우.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 진짜 너 좋아한다. 진짜 너 내 친구고. 나는 병신이라고, 나댄다고 욕해도 상관 없지만, 난 내 친구 욕하는 건 도저히 못 참겠거든? 너든, 현광이든.”

“뭔데 그렇게 길게 말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민주는 뭔가 답답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늘 장난스러운 민주가 저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무서울 정도다. 나는 알 수 없는 답답함과 불안감에 민주를 재촉했다. 민주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왁자지껄.』

“……뭔데 이게?”

“들어.”


휴대폰을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휴대폰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음질이 그리 좋지 않은 걸 보니 녹음한 것 같다.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니 민주는 잠자코 말한다.


『요즘 걔 완전 너한테 빠졌더라?』

『후후후, 그렇지 뭐…”

『하긴, 쪙이 네가 엔간히 예뻐야지.』

처음 들리는 목소리는 지영이랑 단짝처럼 붙어다니는 키 작은 여자애.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는 지영이다. 뭔가 불안한 느낌에도, 지영이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내, 내 표정은 굳어졌다.


『저번 주에 데이트도 했다며?』

『데이트는, 그냥 같이 논 거지.』

『에이, 너무 가혹하다야~ 그냥 데이트로 쳐 줘.』

『무슨, 그런 애랑 데이트를 왜 하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목소리는 분명 지영이가 맞다. 하지만 들리는 건 평소의 상냥하고 활기차고 천사처럼 착한 지영이의 말투가 아니다. 지영이가, 저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헤헤헤, 좋은 호구 한 명 뒀네? 잔뜩 빨대 꽂고 빨아먹고 있다며?』

『에이, 빨대는 무슨~ 정당한 거에요, 이건. 걔는 이 예쁜 나랑 데이트 분위기 내면서 하룻동안 즐거운 거고, 나는 이런저런 편의 받는 거고.』

『우에에~ 그러니까 너 진짜 싸보여. 쪙 실망.』

『아니, 왜 그래!! 막 억지로 웃어주고 그런 거 얼마나 힘든데! 이것도 솔직히 다 쇼맨십이다? 사회생활 예행연습이라고. 너희는 그런 기회도 없으면서.』

『그래, 너 잘났다. 쪙이 너 예쁜 건 우리도 다 아니까.』


지영이는 말괄량이처럼, 잔뜩 짜증스럽고 우기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느꼈다. ‘억지로 웃어준다’ 니. ‘데이트 하는 기분 나고’ 라니. ‘쇼맨십’ 이라니.


『하긴, 불편하긴 할 것 같애. 말도 안 통할 것 같고.』

『뭐, 그래도 내 말은 잘 들어줘서 좋긴 해. 그냥 뭐랄까, 말 잘 듣는 큰 강아지 한 마리랑 같이 노는 거?』

『야, 그건 너무 심하잖아~』

『꺄하하하하하.』

『강아지라니, 어울리지도 않아. 대형견도 저만큼 크진 않을껄? 하하하.』

『아하하하. 좀 심했나?』

“……꺼.”

“어.”


나는 더 이상 듣지 못하고 말했다. 민주는 묵묵히 대답하며 소리를 끈다. 뭘까, 이 기분은. 마음 속 한가운데에서 들끓는 듯한, 이 덩어리는. 미움? 증오? 분노? 그 뭔지 모를 기분은 온 몸으로 퍼져서 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듣고서 치가 다 떨렸다. 야, 이거 그냥 너 갖고 논 거야. 이지영 그 X팔년이, 너 가지고 논 거라고.”

“……아니야, 아니야.”

“나는 놀리기도 많이 놀렸지만, 솔직히 부러웠거든. 그렇게 순수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가슴 설레고. 근데 지금 이게 뭔데. 이게 무슨 짓인데. 뒤에서 말하는 건, 아주 너 호구로 보고 있잖아. 꼭두각시로 알고 있잖아. 이게 정상적인 이성관계냐? 이건 그냥 어장관리라고.”

“……닥쳐, 닥쳐!”


민주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진지하게, 친구가 걱정되고 친구의 마음이 공감되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 그 말을 물리쳤다. 끓어 오르는 알 수 없는 마음 때문에 그런 격한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끓어오르는 어떤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X팔!! X팔!!”


나는 외마디 욕을 하곤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잔뜩 격앙된 몸은 힘든 줄도 모르고 내 기대대로 잔뜩 뛰어 간다. 앞도 보지 않고, 그대로 뛰었다. 학교고, 학원이고, 결석이고, 지영이고 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뛰기만 한다. 자동차에 치일 뻔하기도 하고, 길 가던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뛰었다.


“헉…… 허억……! 크헉, 케헥, 허억……”


얼마나 뛰었을까. 축구로 단련된 내 체력으로도 이제 힘이 부쳐 뛰지 못할 정도가 됐다. 어디인가 하고 보니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아파트 단지. 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가 보인다. 아이들이 놀 시간이 아닌지라, 놀이터는 텅텅 비어 있다. 온 몸의 근육은 쉬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고, 심장 역시 벌컥벌컥 뛰며 그만하라고 아우성이다. 머릿속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침이 주욱 흐른다.


“…….”


나는 울고 있다. 바보처럼, 병신새끼처럼. 무엇이 그리 서러워 울고 있을까. 남자새끼가, 앞으로 성장해가며 펼쳐질 무수히 많은 시련들 앞에선 어떡하려고, 이런 작은 일 앞에서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을까. 찌질하다, 병신같다. 수많은 말들로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이미 흐르는 눈물 앞에선 어떤 말도 무용지물이다.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분노였다. 지영이가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민주 말대로, 그렇게나 설레고, 그렇게나 좋아하며 문자 하나 하나에 정성들여 보내고 읽어왔던 나의 순정. 낭만도 없이 그저 애들하고 흙투성이가 돼 축구만 할 줄 알았던 나에게, 지영이는 한 줄기 빛이요, 아름다운 꽃이었다. 그 애 덕분에 여자애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애 덕분에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도 모르게 머리에 신경 쓰고, 교복도 조금 줄여보고, 옷도 사 입어보고.

지영이만 생각하면 마냥 좋았다. 지영이만 떠올리면 그냥 행복하다. 문자 하나가 와도, 말 한 마디 붙여도 그것 그대로 좋았다. 처음 했던 데이트도, 비록 내 돈을 잔뜩 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대신에 즐거운 행복한 지영이의 미소를 봤으니까. 그런데 그게 전부 꾸며진 거라니. 그게 전부 거짓이라니. 그 미소가, 그 마음이 전부, 거짓말이라니. 가만히 있어도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

하지만 계속 달리며 달리며 생각을 하니 그게 바뀌었다. 애초에, 내가 화낼 자격이나 있었을까. 지영이는 그걸 ‘쇼맨십’ 이라고 했잖아. 내가 바라는 지영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내가 원하는 지영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기가 바라는 걸 얻어내는 것. 그게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나는 애초에, 지영이를 ‘이기적으로’ 좋아하고 있었잖아. 일방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지영이의 모습을 기대한 체. 지영이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지영이의 속마음이 어떤지에 대한 건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그저 내 욕심만 채우려 한 거잖아. 그건 내가 경멸하던, 정말 싫어하던 아이돌 가수 보고 꺄악꺄악 거리는 빠순이들이나 애니 캐릭터 보고 하악하악 대는 오타쿠들의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짝사랑이잖아. 아니, 그건 ‘사랑’이란 말을 붙이기도 아깝다. ‘집착’ 일까. 아니면, ‘믿음’.


“……크흑! 흐으…… 흐윽.”


혼자 생각하며, 나는 어린 아이처럼 손으로 눈을 비비며 울었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내가 우는 걸 못 봐서. 남자애지만 혼자 펑펑 울며,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미워할 자격이나 있겠는가. 내가 분노할 자격이나 있나. 내가 바라는 대로 여자애들이 움직여줘야 나는 좋은 걸까.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해줘야 나는 만족할까. 그런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 너무 어린 생각이잖아. 나는…… 여자애를 좋아할 자격이 없다.


─“그랬나.”

“뭐가요?”


수업시간 내내, 그랬던 힘들었던 과거 생각을 했다. 어느새 수업시간은 다 끝나고 쉬는 시간이 돼 미래가 와서 묻는다.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으니 미래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한다.

“아니, 그냥 중학교 때 생각.”

“에이, 뭐에요. 근데 오빠. 제가 말했잖아요! 제 비중이요!! 또 잔뜩 공기 됐잖아!”

“뭔 소리야, 그 놈의 비중은.”


미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니 잔뜩 우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뭐, 예전 일이니까.


지금은 좀, 다르려나. 솔직히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여자애들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지영이가 그런 애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지영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헤벌레 해서 지영이 매력에 흠뻑 취했던 내가 멍청한 거지. 지금은 확실히 다르지. 희세도, 성빈이도, 미래도 모두 착한 애들이니까. 매력도 넘쳐흐르고. 지영이는 생각도 안 들만큼.


“웅이~~ 히히힛.”

“어어, 응.”


아, 리유를 아까부터 빼먹고 있었네. 쉬는시간엔 보통 자는 게 일과인 리유인데. 나는 귀여워하며 리유를 쳐다본다. 응, 지금은 지금으로 만족하자. 행복하다.


작가의말

요즈음은 영 잘 안 써지네요... 기분탓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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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8

  • 작성자
    Lv.75 J제이
    작성일
    14.03.13 21:03
    No. 1

    이런식으로 스리슬쩍 넘어가다니!! ㅎㅎㅎ
    뭔가 대단한 파경이 올거같았는데... 어떻게 마무리 짓고 넘어가시나 했더니
    어쨰 잘 넘어갔네요!! ㅎㅎ
    너무 심각하게 안가서 더 좋지만요 ^^
    글고 기분탓일겁니다.....힘내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1:14
    No. 2

    사실 저는 그런 막장극(?)을 잘 못 씁니다. 딱히 그런 걸 못 써서 어물적 넘어간 건 아닙니다. 후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3.13 21:09
    No. 3

    아... 웅도, 대단해! 멋진 남자! 저런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조건 중 변태는 충족했으니 이제 뭘 해야 하는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1:14
    No. 4

    흐흥, 저게 멋진건가요? 멋지게 당한 건 맞는데. 나름대로 평화주의자인지라, 치고 박고 싸우는 건 잘 못하겠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똑딱똑딱
    작성일
    14.03.13 21:20
    No. 5

    과거 이야기는 확실히 미묘하게 재미없었어요ㅠㅠ 소제가 슬슬 떨어지는거 같으신데 소제를 잔뜩 찾아보셔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1:35
    No. 6

    그렇습니다, 이제는 슬슬... 후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못찾겠다
    작성일
    14.03.13 21:45
    No. 7

    그렇습니다, 이제는 슬슬... 후후... 보트 탈 시간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1:54
    No. 8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순 없어...! 네놈이건, 희세년이건! 웅도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3.13 21:59
    No. 9

    그러니 멋진 놈은 멋지게 보내버려야죠. nice boat! 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2:16
    No. 10

    으앙 죽음. ㅋㅋㅋㅋ 앙대여, 역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천마강호1
    작성일
    14.03.13 22:01
    No. 11

    지영이라는 개년에게 신나게 박투술로 싸울줄알았는데 예를 들면 삼복구타권법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2:16
    No. 12

    여자애를 때릴 수가 있나요, 게다가 웅도는 신체 건장한 녀석인데. 도저히 때릴 수가 없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3.13 22:16
    No. 13

    솔직히 말해서 과거편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요. 웅도가 과거 지영이에게 그런 꼴을 당했기에 여자를 불신하게 되었다, 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모를까요. 결국 희세와 아이들은 착하니까 지영이랑 다르다! 로 결론을 낼 거였으면 굳이 과거의 아픈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네요. 과거편이 별로 재밌었던 건 아니라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구요.
    보며 느끼는 거지만 '4편'에 대한 강박이 조금 있으신 것 같아요. 라이트노벨이란 분야가 분량이나 형식의 면에서 은근히 정형화되어있긴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꼼꼼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왕따배틀이 좋았어요 그때는 긴장감도 있고 소재도 넘쳤고... 지금처럼 온니 하렘물로만 가신다면 끝은 결국 그아아앗이 될테고 조아라 노블레스 성인으로 옮김으로써 저는 감사합니다는... 개소리고 아무튼 김태신님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지가 궁금합니다
    괜히 글쓴이분 힘빠지게 한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암튼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3 22:20
    No. 14

    저도 요즈음은 뭔가, 즐거워서 쓰는 것이 아닌 의무가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고 괴롭습니다. ‘이러면 안 되지, 좀 더 즐겁게 써야지’ 하지만 한 번 들기 시작한 그런 생각은 더욱 글을 망가뜨리게 되는 것 같아요.
    뭔가 억지로 끌려가는 것 같지만, 어떻게는 완결은 내려고 합니다. 완결까지는 이미 구상해 놨지만……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야 완결을 할 수 있을지…… 후후…… 죽겠네요.
    늘 오타 지적이나 비평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고마워요, 이런 피드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모형낙원
    작성일
    14.03.14 01:07
    No. 15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이렇게 쓰게되네요.
    처음부터 잘 읽고 있습니다. 조용히 읽다가 글을 남깁니다.

    사랑해요 변태씨! 힘내요! 나는 이런 변태라도 좋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4 08:31
    No. 16

    쓰다 지우셨다 하신 걸 보니 쓴소리를 하려 하셨던 것 같네요. 저는 환영입니다! 그런 피드백 받으려고 이 짓(?) 하고 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5:09
    No. 17

    으으 저 느낌 예전의 제가 느꼈던..ㅠㅡ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전서리
    작성일
    18.08.17 13:30
    No. 18

    나같은찌질이 들이 살아간다는 11미터 어장, 제가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으아앍!
    패엡붑베에즈아앜
    그때 내기분은 페에부에즈아앜
    음..이작품 비중없는..이름이뭔지 기억도안나는 아련한추억속 그이를 따라시서보았습니다
    나뭐하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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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 4 +18 14.03.13 2,236 78 22쪽
89 22화 - 3 +16 14.03.12 2,428 43 20쪽
88 22화 - 2 +8 14.03.11 2,405 3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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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1화 - 4 +21 14.03.09 2,685 51 22쪽
85 21화 - 3 +9 14.03.08 2,601 50 19쪽
84 21화 - 2 +7 14.03.07 2,297 45 20쪽
83 21화. 힘내세요, 선생님 - 1 +13 14.03.06 2,221 52 18쪽
82 20화 - 4 +15 14.03.04 2,827 61 17쪽
81 20화 - 3 +17 14.03.02 3,027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3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4 53 18쪽
78 19화 - 4 +27 14.02.26 2,886 118 24쪽
77 19화 - 3 +24 14.02.25 3,564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7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5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3 58 17쪽
73 18화 - 3 +21 14.02.23 2,172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3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7 54 18쪽
70 17화 - 4 +19 14.02.21 2,374 5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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