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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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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4.02.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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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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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9쪽

18화 - 3

DUMMY

‘띵동…… 띵동띵동띵동.’

“???”


코피를 한창 틀어막고, 기어이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희세를 진정시키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그것도 조금 특이하게. 한 번은 평범하게 울렸지만 조금 뒤에 연달아 세 번이 따다닥 울린다. 희세는 훌쩍! 코를 마시곤 멀뚱멀뚱 문 쪽을 보다 나를 본다. 나 역시 한 손으론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나머지 한 손으론 희세 눈물을 닦아 주며 멀뚱히 문을 바라 봤다.


“누구 올 사람 있어?”

“흑! 아니.”


희세는 훌쩍이기까지 한다. 피를 봐서 그런가, 이런 건 꼭 어린애같네. 정말 어린애인 희나는 신속·정확하게 휴지를 가져다 줬는데. 완벽해 보이는 희세라도 무서워하는 건 있구나.


‘띵동…… 띵동띵동띵동.’

“4번…… 설마……?!”


나는 한 번 울리고 조금 차이를 두었다 세 번 연달아 눌리는 불길한 초인종 소리에 불현 듯 어떤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니까, 일부러 초인종을 네 번 누르고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희세를 일으키고 희세에게 인터폰에 대고 ‘누구세요’ 라고 말하게 시켰다. 내가 할 순 없잖아, 혹시 희세 아는 애일지도 모른데 낯선 남자가 말하면 어색할 거 아니야? 희세는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든다.


“누, 누구세요! 훌쩍.”

『언니! 저랑깨요! 문 좀 열어 보세요!』

“아 나, 쟤일 줄 알았어…… 하필 초인종을 눌러도 저러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끌시끌하고 수더분한 큰 목소리. 특유의 음성은 듣기만 해도 누군지 알 수 있을, 미래의 목소리다. 밝은 청색 화면에는 문 앞에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 아, 이거 화면도 보이는 거였구나. 그럼 아까 내가 멍청하게 ‘아.’ 하면서 문 여는 모습도 보였겠네. 좀 창피한데.


“여, 열려 있어! 들어와.”

『네!!』


희세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얼굴이 흙빛이 된 희세. 미래의 등장이 썩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내가 여기 놀러온 것도 아니고, 공부하러 온 건데. 미래가 오면 난장판이 됐으면 됐지 공부하는 분위기가 잘 조성될 리가 없지. 거기다 희세는 한 명만 가르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원래 가르치던 리유마저 부르지 않았는걸. 미래는 대문에서 현관까지의 짧은 거리도 우장창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아하하─☆ ……헛?!”

“……여어.”


미래는 현관문을 벌컥 열고 거실로 들어선다. 한 쪽 신발은 벗고, 고개를 들고 이 쪽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린다. 나는 한 손은 휴지로 코를 막고 다른쪽 손을 들어 인사했다.


“……흐에에에?! 피!!”

“아아, 놀랄만도 하네. 이거는…….”


좀 기괴해보이려나. 피가 내 티셔츠에 흥건히 묻어 있는데다 희세 가슴팍에도 조금 묻어 있으니까. 거기에 더해서 희세는 훌쩍이며 눈시울이 붉어져 있고. 뭐, 그렇다해도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있는 게 뻔히 보이니까 좀 양이 터무니없이 많아 보여도 코피라고 설명만 하면─


“처녀혈?!”

“미친년아!! 돌았어?!”

‘꽁!’

“아얏!”


미래는 드립으로 그러는 건지 진심으로 그러는 건지 경악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얼굴을 붉히고 말한다. 나는 그대로 녀석에게 다가가 꿀밤을 먹여 주며 격한 말로 제재를 가한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이 상황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데?! 코에 휴지를 이렇게나 처박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그, 그치만~ 언니 울고 있잖아요! 오, 오빠랑 같이 있는데다!”

“그럼 왜 그 피가 티셔츠에 묻는데! 말이 안 되잖아?!”

“……헉! 서, 설마…… 격한 커닐링─”

“아아아악!! 진짜 그만해 미친년아!!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가 있어!! 부끄러운 줄 알아!! 아오!”

“에헤헷☆ 미래에 대해 이 정도도 파악하지 못하다니, 오빠도 실망이네욧!”

“……하아.”


선을 넘으려는 미래의 발언을 어떻게든 막았다. 어째서! 여자애가 그런 단어까지 알고 있는 건데?! 아니, 그 단어를 알고 막은 나도 좀 부끄럽지만. 이 쪽은 야동이라던가! 알 만한 구석이 얼마든지 있지만. 제발 여고생이 야동 보면서 그런 것 탐구해서 알게 됐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 환상이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까. 절대 물어보진 않는다. 미래는 엄지와 검지와 새끼만 편 오른손을 얼굴 쪽에 가져다 대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저거, 어디서 본 자세인데. 무시무시한 섹드립을 치며 너무도 당당한 미래를 보니 할 말이 없어진다.

잠시동안 이상한 손 모양을 얼굴에 가져다대고 기괴한 자세로 굳어 있는 미래를 구경한다. 제 딴에는 귀엽게 보이려고 한 거겠지만 어째 기괴해 보인다.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자세를 풀고 나한테 다가와 내 가슴팍을 세게 때린다. ‘아잉, 오빠! 왜 사람 무안하게 만들어요!’ 하는 앙탈 섞인 소리와 함께.내가 언제. 다만 반응을 안 했을 뿐이지. 나는 미래의 말을 무시하며 뒤돌아 희세를 쳐다봤다. 이제 훌쩍이는 울음도 거의 가셨다.


“얘 불렀어?”

“아니, 안 불렀는데…….”

“응? 어떻게 온 거냐, 너?”

“후훗! 심심해서 놀러 온 거에욧! 물론 길은 저번에 미행했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둘만의 밀회를 하고 있었다니잇~!! 이건, 이건 훌륭한 NTR……!”

“전문용어 쓰지 마, 나 그거 뭔지 몰라. 애초에 너랑 내가 사귀는 것도 아니고, NTR은 무슨…….”

“우와아아앙~ 그렇게 단정 지어 버리다니~~!!”


미래는 내 질문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내 무시하는 듯 시크한 목소리에 무너지며 생떼를 부린다. 희세는 여전히 난처한 표정으로 미래를 쳐다본다. 뭔가 착찹해 보이는 느낌인데. 갑작스런 불청객의 난입으로 희나도 겁먹은 표정으로 케이나인을 껴안고 그 뒤에 숨어 미래를 올려다본다. 케이나인 역시 녀석 특유의 평안한 표정은 없고 조금 경계하는 느낌이다.


“뭐, 세세한 건 됐으니까, 재미있게 놀기나 하죠?”

“참 태평하구나.”

“와아─ 이 개는 뭐에요? 엄청 커! 너는 누구야? 언니 동생? 와아, 엄청 기여어~~!!”

“히익!”

“월월!”


미래는 그렇게 말하곤 당당하게 케이나인과 희나 쪽으로 뛰어든다. 같이 뒹굴며 케이나인을 끌어안고 희나의 얼굴에 볼을 부빈다. 희나는 끔찍한 표정으로 떨어지려 하고, 케이나인도 이를 드러내며 짖는다. 아아, 난장판이네. 예상했던 그대로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깽판 치고 있는 미래를 보다 희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놀 때도 저런 느낌이었어?”

“……어.”

“휴우. 미안하네. 공부하자.”

“그래.”


놀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낀 나는 고개를 떨구고 스스로 희세 방으로 가 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희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앉는다.


공부를 하려고 방에 들어갔다, 문득 피투성이인 내 옷이 보인다. 나는 조금 미안한 표정이 돼 희세에게 말했다.


“저…… 옷 좀 빌릴 수 있을까.”

“……하여튼. 저번에 빌려준 거 줄 테니까. 옷 다 버렸으니까 샤워라도 해.”

“아, 땡큐.”

“……피이.”


희세는 내 말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아니꼬운 표정으로 말하지만 이내 서랍장을 뒤지더니 저번에 샤워하고 입었던 핫핑크 체육복을 준다. 아, 이거 부담스러운데. 이거라도 입어야지, 어쩌겠어. 어째 희세네 집에 와서 옷 버리고 샤워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구나. 방을 나서니 어느새 미래는 희나와 케이나인과 동화돼 뒹굴거리며 놀고 있다. 적응 빠르네, 미래도.




‘꽁! 꽁!’

“말 좀 들어! 왜 자꾸 딴청 피우는데!”

“아아! 나는 잘 듣고 있었어!”

“으앙! 언니 아파욧!!”


공부시간. 희세가 화난 유치원 선생님 같은 표정으로 허리를 들어 나와 미래에게 꿀밤을 먹인다. 자기가 하는 강의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분명 열심히 듣고 있었다. 좀 무심한 듯 안 듣는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미래가 자꾸 딴청 피우며 안 듣고 있어서 그게 문제였지만.

가만히 희세와 공부하고 있으려니까 미래가 옆으로 끼어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 둘을 쳐다본다. ‘뭐해요?’, ‘어, 시험공부.’ ‘히익! 공부. 둘이 공부하면 집중이 되요 오빠? 전 언니 가슴밖에 안 보이는데.’ ‘무, 무슨 소리야! 나는 전혀!! 크흠.’ ‘보, 보지마 변태야!!’ 이런 잡담을 나누게 됐다. 미래의 거침없는 섹드립에 희세 얼굴이 또 빨갛게 됐다. 화제를 돌리기 위함인지 희세는 ‘너, 너도 공부나 해! 내 옆에 앉아!’ 하고 같이 공부를 하게 됐다.

미래는 공부를 꽤 잘 하는 줄 알았다. 안경 쓰고, 단정한 단발머리에, 학교에서 혼자 있을 때엔 얌전하게 앉아 있는 편이니까. 수업시간에 그리 딴 짓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잘 자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 할 줄 알았는데─ 나 못지 않은 꼴통인 것 같다. 아니,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심한 것 같아.


“이거는?”

“모르겠는데요.”

“음…… 이 부분은?”

“에헤헤. 한국말로 써 주세요.”

“이건?”

“와치 아우트! 뎃 택시 얼머스트 힛 유. 오 마이 갓! 유 슈드 비 캐어풀. 음…… 그렇다네요?”

“대체 수업시간에 뭘 듣는 거야! 자? 리유처럼 자지도 않잖아?!”

“어머, 자지도 않다뇨♡ 언니도 참~”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 그 말이 아니잖아!”


희세의 기초학력 테스트에 미래는 모두 다른 말로 은근슬쩍 말을 돌리며 자신의 무식을 감춘다. 끝에는 화룡점정으로 섹드립을 치며 마무리. 성적인 것에 굉장히 내성이 약한 희세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 쩔쩔맨다. 자기 입으로 말하긴 했으니까, 그 단어. 결국엔 희세에게 꼴통으로 인정받고 나와 함께 공부를 하게 됐다. 하지만 나와 비슷하게, 미래 역시 10분 이상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거기다 나보다 더 정신없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자꾸 희세에게 말을 걸거나 나에게 말을 걸거나 하며 모두의 정신을 산란시킨다.


“언니, 언니?”

“시끄러!! 공부 하라니까?! 집중 집중!!”

“언니, 좋아하는 남자 있죠?”

“어어?!”


희세는 책에서 시선을 전혀 떼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하다 흠칫 놀라는 목소리가 됐다. 미래는 ‘걸려들었어’ 하는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분명 학기 초 때보다 훨씬 예뻐지고, 얼굴도 자주자주 빨개지고. 괜히 흥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 아니에요?”

“무, 무슨 소리야!! 마, 말이 되?! 좋아할 만한 사람도 없는걸! 그, 그냥!! 내가 예뻐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

“후후후후…… 글쎄요?”


희세는 왠지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한다. 미래는 여전히 은근한 표정으로 희세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러더니 그 은근한 눈빛을 내 쪽으로 돌린다. 뭐. 원하는 게 뭐야, 이 여자애는. 나는 미래와 희세의 대화를 들으며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희세도 여자애니까, 좋아하는 남자애 정도 생길 수 있지. 아니, 굳이 주위에 있는 남자애가 아니다 하더라도 아이돌 가수라던가, 연예인이라던가. 그런 거 좋아하는 여자애들 많잖아? 실제로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감수성 많을 여고생 시기이니까. 이성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남자애들보다 더 많을 수 있지. 안 그래도 저번부터 남자친구 여자친구 어쩌고 물어보더니, 그 반증인가보다.


“저는 오빠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헤헷, 오빠♡”

“떨어져, 난 들이대는 여자 별루다. 내가 고백할거야.”

“히잉, 너무해요! 그럼 지금 얼른 사랑을 고백해주세요!!”

“아니, 너 내 타입 아님.”

“으앙! 어떻게 그럴수가! 저, 상처 받았어요.”

“아, 그래. 미안…… 하지 않아. 그냥 그대로 상처 받고 있어!”

“히익! 변태!”

“왜 결론이 변태인데!!”


미래는 갑자기 내 옆으로 와서 나를 와락 껴안으며 말한다. 애교 섞인 귀여운 목소리에, 결코 작지만은 않은 가슴이 팔 쪽에 닿아 굉장히 야릇한 기분이지만 전혀 감정을 섞지 않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해야 드립을 덜 치겠지. 냉정한 반응에 미래는 더욱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팔 쪽에 가슴이 지속적으로 닿는데다 안고 있기에 귀 가까이에서 그런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니까 솔직히 아찔하긴 하다. 그래도 내가 한 말 그대로, 난 들이대는 여자는 별로 안 좋으니까. 더욱 냉정하고 차갑게 말하니 미래는 죽은 눈이 돼서 나를 보며 ‘변태’ 라고 말한다. 어째 그 놈의 변태라는 말은 여자애들이 자기 불리해질 때 나한테 쓰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건가.

힐끔 희세를 보니 희세는 뭔가 억울한 표정이 돼서 입을 꾹 다물고 나를 껴안고 있는 미래를 쳐다본다. 아. 역시 희세 앞에서 이러고 있으니까 기분이 안 좋나보다. 예전에도, 미래랑만 논다고 희세답지 않게 삐쳤었던 전적이 있으니까. 반대쪽 팔을 들어 미래를 얼른 떼어 놓았다. 미래는 여전히 강간이라도 당한 듯한 죽은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뭐야, 얘 무서워.


“아, 저 화장실 좀. 써도 되나요, 언니?”

“어, 뭐 그런 걸. 거실에서 바로 보여.”

“네.”


미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희세는 다시 표정을 싹 바꿔 평소처럼 웃으며 미래에게 말한다. 우와, 저게 여자애의 포커페이스인가. 확실히 남자애들하곤 다르구나. 미래는 마찬가지로 가식적으로 웃는다. 이게 여자애들끼리의 접대용 미소일까.


“응?”

“후훗, 뭐 싸냐고 안 물어봐요?”

“미친년아, 작작하고 그냥 가!”

“흐흥. 똥 싸요♡”

“그만해! 그런 동심파괴는 이제 그만하라고!!”

“꺄하하하하─ 이런거 좋아하지 않나요? 아이구, 배야. 나오겠다.”

“전혀!!!! 제발 그만──!!!”


미래의 드립은 이제 수위를 넘어서 내 마음 속 여고생의 이미지를 산산히 부수고 있다. 미래는 깔깔대며 웃고는 황급히 방을 나선다. 도대체가 여자애가 신비주의라곤 한 꺼풀도 없냐. 보통 여자애들은 남자애 앞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창피해서 말하지 않고 가는, 그런 가련한 존재 아니었어?! 아니, 이건 미래가 잘못한 거다. 미래는 여고생이 아니다. 여고생의 가죽을 쓴, 드리퍼일 뿐이다. 미래는 호들갑스럽게 화장실로 향한다.


“…….”

“이제 좀 조용하네.”

“응…….”


미래가 나가고, 정적에 가까운 방이 됐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했다. 희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잠시 동안은 공부를 계속해서 조용한 방 그대로다.


“……웅도 넌, 미래 좋아해?”

“에엑. 갑자기 그건 왜?”

“아, 아, 아니! 둘이 되게 친해 보이니까! 그, 그리고…… 미래도 방금 말했잖아, 너 좋아한다고.”


희세는 힐끔 내 눈치를 보는 듯 하더니 정적을 깨고 말한다. 나는 구토하는 듯한 리액션을 취하며 희세를 쳐다본다. 희세가 먼저 말을 걸다니, 의외인 느낌으로. 분명 아까까진 공부할 때엔 정말 공부만 하고 전혀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쳐다보니 굉장히 당황하며 허둥지둥 핑계 대듯 말한다. 역시, 신경 쓰였나 그 말. 나는 별 것 아니라고 팔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미래가 그렇잖아, 깊이 없이 팔랑팔랑 드립 치는 거. 그거 진지하게 생각할 거 없어, 3/4 정도는 진심이 아니라 드립이니까. 뭐, 여자애 치곤 과도하게 솔직하긴 하지만, 나 좋아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드립일 거야.”

“그……렇게 생각해? ……미래가 진짜 진심이라면?”

“에? 그럼…… 좀 난처하겠는데. 그래도, 평소에 이렇게 장난식으로 말하는 거면 받아들이기 힘들지. 진짜 진지하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거면 받아줄 마음이라도 생기겠지만.”

“……그렇구나.”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어쩐지 희세는 잔잔한 표정이 돼서 나를 보지 않고 내 책상 앞 쪽을 보며 대답한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저러니까 성빈이 만큼은 아니어도 굉장히 성모 마리아 같이 평안한 표정인데. 그런 평화로운 표정이다가 시선을 팍 드는 희세. 나를 쳐다보며, 얼굴이 붉어진다. 무언가 결심한 얼굴이다.


“나, 나도 너…… 조금은 좋아.”

“……에엣.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아, 아니!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고!! 말 끝까지 들어, 멍청아!”

“아니, 오해한 게 아니라. 그래, 들어볼게.”


희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단어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이에 희세는 지레 설레발을 치며 굉장히 당황한 투로 말한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다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고 희세의 입을 쳐다본다. 희세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서 뚱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맨날 틱틱대면서 얘기하는 거! 지, 진심 아니니까…… 그, 네가 너무 변태 같이 짓궂게 구니까! 그, 그래도 가끔은 너무 막 나갈 때가 있어서…… 그런 것도 미안하구…… 음…… 아 모르겠어. 그냥, 평소에 내가 하는 말…… 그렇게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줘. 욕하고 뭐라고 해도, 그…… 알아들었어?”

“어, 무슨 말 하나 했네. 그 정돈 알고 있었어.”

“……엣. 알고 있었어?!”


희세는 고해성사라도 하듯 붉어진 얼굴로 묘하게 귀여운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의 희세는 귀엽구나. 좀 의문이긴 한데,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나. 하지만 이건 최근에 내가 파악했던 거잖아? 희세가 화 내는 건 대부분 부끄러운 걸 감추기 위한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했다.


“싫어한다면 자기가 스스로 나서서 이렇게까지 공부 가르쳐줄 리 없잖아. 좋아하니까, 그렇게까지 변태라고 하면서도 나랑 놀아주는 거잖아? 나도, 그런 네가 좋아.”

“……뭐, 뭐래, 변태새끼가. 흐, 흥! 제멋대로 해석하지 마! 바보가.”

“아하하. 비약이 좀 심했나? 그렇게 들었는데, 난.”


희세는 내 말에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신경질적인것도 굉장한 부끄러움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 전혀 그렇게 안 들린다. 후후, 신경 쓰고 있구나. 귀엽네. 희세는 내 대답에 자리에서 팍 일어나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한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희세. 나를 힐끔 내려다보며 말한다.


“바, 밥이라도 먹을래? 배고프지 않아?”

“아, 그래주면 좋지. 안 그래도 말 꺼낼까 하다 혼날까봐 말 안 했는데.”

“배, 배고프면 말을 하지! 밥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조, 좀만 기다려,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어, 고마워.”

“……저, 점심이니까 만드는 거야! 이상한 오해 하지 마!”

“아아, 알고 있어. 고마워!”


자기 입으로 ‘사실 부끄러워서 그런 거니까!’ 라고 말해놓고 금세 또 뻔히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짜증을 피우는 희세.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귀여워 보인다. 리유나 희나 같은 순수한 귀여움이 아니라, 괜한 자존심 때문에 저런 말 하는 것에 대한 귀여움. 나는 훈훈하게 웃으며 말했다. 희세는 처음에는 다정한 말투로 말하다 끝에선 굉장히 새침하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 고개를 끄덕이며 희세가 준 수학문제의 과업을 마저 해쳐 나간다.


작가의말

어제보다 느리게 써지네요... 괜찮아요, 아직 시간은 많이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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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1

  • 작성자
    Lv.45 그걸로좋아
    작성일
    14.02.23 13:59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4:08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2.23 14:17
    No. 3

    잘 읽고 갑니다
    희세는 말더듬이 슬슬 병이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4:31
    No. 4

    여... 역시 츤을 나타내는 건 말 더듬는 게 좋긴 한데... 너무 과했나요. 줄여야 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dsafsdas..
    작성일
    14.02.23 15:18
    No. 5

    피묻은 옷을 입고 요리하면 위생상 좋지 않아요. 그 옷은 벗고 앞치마만 입고 요리를 하는 건 어떨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5:21
    No. 6

    아! 그러고보니까 정말 깜빡했네요! 옷 갈아입는 씬을 안 썼어요! ㅠㅠ 고쳐야겠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3 15:30
    No. 7

    아.. 이 커플만 보고 있으면 훈훈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5:50
    No. 8

    아... 안돼, 나도 모르게 편애해서 써서 희세빠가 늘고 있어... 모두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희세가 좋지요, 역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케이루스
    작성일
    14.02.23 16:09
    No. 9

    ㅋㅋㅋ 네. 성빈이는 좋기는 한테 뭐랄까 특색이 약간 부족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6:20
    No. 10

    으으... 몰개성한 여자, 그 이름 성빈이. 그러고보니까 가슴도, 외모도, 성적도, 뭐 하나 희세보다 좋은 점이 없네. 성격... 정도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2.23 16:51
    No. 11

    저기서는 하다카 에이프런 보다 하다카 리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아니지. 오히려 여왕님 같은 모습에 부끄러워 하며 에이프런과 너스캡을 걸치는 것도, 아니아니 역시 헤어밴드가... 아니, 메이드복? 메이드복! 메이드복입니다, 작가님! 옷을 갈아입을 때 메이드복을 입혀 주세요! 츤데레에는 앞치마나 메이드복이 진리입니다! 플러스로 네코미미라던가! 오오, 모에루! (지랄도 병이라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7:29
    No. 12

    후훗,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축제도 없이 기말고사로 넘어 갔잖아요?! 성빈고등학교 축제는 2학기 입니다! 희세의 메이드복은 신의 한수!!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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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6 rosemary..
    작성일
    14.02.23 17:06
    No. 13

    음냐 전 리유,성빈,희세,사감선생님,미래파입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핳ㅎ하하하핳ㅎㅎㅎ 이대로 하렘루트를 타는거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7:28
    No. 14

    흫핳! 모든 여자애들을 포용하는 대범함. 존경합니다. 후훗.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주문피아
    작성일
    14.02.23 19:02
    No. 15

    저는 담임선생님도 좋습니다 유부녀(?)도 공략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19:32
    No. 16

    의외로 누님계열(?) 좋아하시는 분들 많네요. 다음 번에는 누님계열 캐릭터를 꼭 넣어야 겠어요. 이렇게 서브캐릭터로 넣으니까 정말 가끔씩밖에 안 나오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오래보긴
    작성일
    14.02.23 20:53
    No. 17

    희세-미래 성빈-리유루트로 해서 주인공을 지워버려야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3 21:01
    No. 18

    ??!? 백, 백합?! 주인공의 병풍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Yaksa
    작성일
    14.02.24 02:25
    No. 19

    미래의 등장은 뜬금포 이 편은 별로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2.24 07:34
    No. 20

    히잉... 그래요. 죄송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2:16
    No. 21

    아아....미래가 나온건 뜬금이긴 하지만...
    희세랑 지금 고백 주고 받은거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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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1화 - 2 +7 14.03.07 2,298 4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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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0화 - 3 +17 14.03.02 3,028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4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5 5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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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9화 - 3 +24 14.02.25 3,565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7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6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4 58 17쪽
» 18화 - 3 +21 14.02.23 2,173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3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8 5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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