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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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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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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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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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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9쪽

23화 - 4

DUMMY

“앗챠!”

“으앙 아파! 이이잇!”


조용한 선생님과 웅도의 방과는 달리 여자애들 방은 상당히 시끄럽다. 우선 사람이 네 명이고, 또 네 명이 수다스럽게 떠들고 있고, 마지막으로 미래와 리유가 특별하게 시끄럽기 때문이다. 둘이서 굉장히 시끄럽게, 배게 싸움을 하고 있다. 신체적 조건으로나 힘으로나 모든 면에서 부족한 리유는 근성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 하지만 미래의 잔악무도한 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결국 패퇴하는 리유. 미래는 그 뒤를 악귀와 같은 얼굴을 하고 뒤쫓는다.


“아으…… 따가워.”

“괜찮아?”

“응, 뭐. 화끈화끈 하네.”


성빈이와 희세는 뛰어 다니며 노는 둘과 대조되게 얌전하게 앉아 있다. 희세는 붉게 달아오른 팔뚝과 어깨를 보며 얼굴을 찡그린다.


“재미있네, 이렇게 노는 것도.”

“응. 바다는 늘 재미있으니까.”

“다 좋은데 변태새끼 때문에 분위기 잡쳤잖아. 휴우, 대체 어디까지 변태로 가려는 거지, 그 새끼?”

“아하하…… 실수잖아, 실수.”

“실수는! 너가 당했다고 생각해봐!”

“에헤헤.”


희세는 자기가 당하기라도 한 듯 민감하게 대답한다. 성빈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웅도를 변호해주지만, 희세는 막무가내다. 좀 불미스러운 일이긴 했다. 성빈이는 웅도가 미래와 리유의 장난에 괴로워하며 살기 위해 미래를 붙잡았던 걸 목격했기에 그나마 납득은 한다. 무엇보다 웅도가 정말 의도하고 그런 짓을 하는 변태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저기…… 희세야.”

“응?”

“희세 넌, 웅도 싫어해?”

“에에? 갑자기 그건 왜.”

“아아, 아니, 그냥.”


성빈이는 가만히 희세를 바라보다 묻는다. 희세는 얼굴을 찡그리며 답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몸서리가 쳐질 정도인가. 성빈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빤히 희세를 쳐다본다.


“싫은 건 아닌데, 그냥 그런 거 있잖아. 밉상? 별루야.”

“……난 그런 걸로 물어본 게 아닌데.”

“응? 그럼 뭘 물어본 건데?”

“에, 에! 아, 아니야, 응응! 그러니까 애증관계라는 거구나! 싫지도 좋지도 않은 거! 하하하.”

“어, 뭐…… 그렇지. 어떨 땐 좋다가도, 어떨 땐 되게 짜증나게 하니까. 짜증나게 하는 빈도가 더 높지.”


성빈이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얼른 결론을 내 버리며 말을 정리한다. 희세는 이상하다는 눈치로 성빈이를 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웅도 얘기로 돌아온다. 성빈이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놀러 나와서 너무 감성적이 됐나,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걸 떠보려고 했다. 괜히 자책감이 든다.



“이제 자자.”

“응, 리유야, 이부자리 가서 자야지.”

“으응? 응…… 하아암~”


놀다보니 어느새 꽤 늦은 밤이 됐다. 한창 뛰어다니며 놀던 리유는 지쳐 쓰러져 자고 있고, 미래 역시 TV를 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둘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성빈이와 희세. 성빈이는 힐긋 졸고 있는 미래를 보고 희세에게 말했다. 희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유를 깨우며 말했다. 그 소리에 미래도 흠칫 깬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남자친구…… 사귀고 싶네요.”

“엣?!”

“네, 남자친구요.”


불을 끄고 누웠지만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먼저 입을 뗀 것은 미래. 미래의 말에 희세는 높은 톤으로 놀란 목소리로 답한다.


“오빠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해버릴까요.”

“에엣?! 걔, 걔가 좋아……?”

“네! 정말 좋아하는데요.”

“…….”

“정말, 좋아하는구나.”


미래는 동요하지 않는 바른 목소리로 말한다. 희세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미래 바로 옆자리인지라, 아니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눈으로 미래를 본다. 미래는 반듯이 누워, 웅도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황홀한 눈이다. 희세는 입을 꾹 다물고 그런 미래를 본다. 성빈이의 뭔가 쓸쓸한 대답이 들려온다. 이 와중에 리유만은 푹 잠들어 있다.


“여자애가 먼저 고백하게? 그건 좀, 그렇잖아.”

“어머? 여성우월주의자처럼 행동하시면서, 실질적으론 참 전근대적이면서 가부장적인 생각을 하시네요, 언니는? 여자애가 먼저 고백하면 안 되나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직까진 사회 통념이! 통념상 그렇잖아!! 그, 그래, 여자애가 먼저 고백해도 상관 없지! 그치만 난, 그 녀석 성격상 그런 건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까!”

“에에, 잘 아시네요. 언니, 혹시 오빠하고 저희가 모르는 무언의 관계 같은 거라도……?”

“무, 무슨!!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딱 보면 알 수 있잖아! 멍청이야?!”


희세의 말에 미래는 갑자기 논리적인 목소리가 돼서 희세를 물어 뜯는다. 당황한 희세는 잔뜩 허둥대며 말하지만 여전히 미래에게 휘둘린다. 게다가 미래의 이상한 추측에 성빈이마저 귀를 쫑긋 세우게 됐다. 희세랑 웅도가 어떤 관계가 있다니. 본인은 완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그치만, 웅도 오빠 좋지 않아요?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좋은 편이구. 키도 크고!”

“에엑, 너 진짜…… 취향 특이하구나. 그런 애가 어디가…….”

“흐흥, 솔직하지 못하면 병 되요, 언니?”

“……그건 무슨 말이야?”


미래의 황홀한 목소리에 성빈이는 잠시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몸도 좋은 편이고’ 라는 말에, 저번에 샤워장에서 웅도의 완전한 알몸을 봤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확실히, 운동으로 다져진 매력적인 몸이긴 했지. 아마 여기 있는 애들 중에 웅도 알몸을 완전하게 본 사람은 없을 거다. 한 명 있다면, 사감선생님 정도 되겠지. 희세는 아니꼬운 목소리로 답한다. 이에 미래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사실, 좋아하잖아요? 웅도 오빠?”

“내, 내가 무슨! 그딴 변태 새끼를 왜!”

“에에~ 얼굴 빨개졌네요~”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알아!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사실 제 눈은 적외선 기능이 있어서 이 정도 어둠은 꿰뚫고 볼 수 있답니다─”

“그건 또 무슨 이상한 설정이야! 작작 해, 작작! 이상한 추측도 하지 말고!”


미래의 말에 희세는 잔뜩 당황한 목소리다. 성빈이는 비록 보이진 않지만, 들리는 것만으로 희세의 얼굴이 상기돼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목소리로 부끄러워한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리라.


“성빈이도, 사실 좋아하지? 웅도. 그것도 많이 많이.”

“에, 엣?! 나, 나?!!”


가만히 미래와 희세의 전쟁을 방관하던 성빈이도, 미래에 의해 얼떨결에 참전하게 됐다. 성빈이 역시 굉장히 당황한 목소리가 됐다.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싱글벙글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다.


“다들 좋아하는 거 너무 티 나잖아~ 뭐, 같은 여자애니까 알아볼 수 있는 거겠지만. 그치만 바보 멍청이 오빠는 그렇게 신호를 주는데도 전혀 못 알아채니까.”

“…….”

“…….”


미래의 말에 희세도 성빈이도 말이 없다. 어째 방이 후끈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성빈이는 생각했다. 희세도 성빈이도 뭐라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맴돈다. 미래의 말 때문인지 어째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해졌다.


“……다 자?”

“…….”

“후우.”


희세의 조심스러운 질문. 하지만 다들 대답이 없다. 성빈이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한숨이 들린다. 하지만 대답은 아니다. 방금 전까지 떠들던 미래는 아예 소리조차 안 들린다. 뭔가 더 얘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어째 다들 자려는 분위기다. 이런 찝찝한 기분은 싫은데. 희세 역시 작은 한숨을 쉬고 눈을 감는다. 신나게 놀아 노곤하게 몸이 무겁다.


‘스스윽.’

“……?”


인기척에 성빈이는 설핏 들었던 잠에서 깨어났다. 왜 깨어났는지 이유도 잘 모른체 잠결에 눈을 비비는 성빈이. 불이 꺼졌던 아까와는 달리 어둡지만 잘 보인다. 눈 앞에는 흰 원피스를 입고 문을 밀고 나서는 미래가 보인다. 그제야, 왜 잠에서 깨어났는지 알게 된 성빈이. 미래는 성빈이 옆자리, 끝쪽 문 근처에서 자고 있었다. 미래가 일어나며 그 인기척에 깬 것이다. 이 밤중에 어딜 가는 거지, 하고 성빈이는 생각했지만 이내 ‘화장실이라도 가는 거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이내 다시 누웠다.


‘째깍째깍.’

“…….”


하지만 어째서인지, 성빈이는 잠이 잘 안 온다. 무언가 신경 쓰이는 것 같은 미묘한 감정. 한 번 잠이 깨서 그런가, 다시 잠이 잘 안 든다. 시계 째깍거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잠시 있어보기도, 옆으로 돌아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폭 덮어보기도 하지만 영 잠이 오질 않는다. 결국 포기하고 이불을 내리고 ‘하아.’ 하고 한숨 쉬는 성빈이. 미래가 오지 않는 게 신경 쓰인다. 나간지 한참은 된 것 같은데, 단순히 화장실을 갔다고 하기엔 너무 오래 걸린다.

‘왜 미래가 나가서 안 돌아오는 것에 신경쓰고 있지, 나.’ 하는 생각이 드는 성빈이. 그리고 거기서 왜 웅도가 겹쳐 떠오르는 건지, 성빈이는 엎드려 돌아 누워 얼굴에 머리를 묻고 이상한 신음을 냈다. 부끄럽다, 부끄러워.


“하아.”


결국 성빈이는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을 흩날리고 있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서 그런지 곤히 자고 있는 희세와 쌕쌕 귀여운 표정으로 꿈나라에 빠져 있는 리유의 얼빠진 표정이 잘 보인다. 성빈이는 저도 모르게 방긋 미소가 걸렸다. 다들 고등학교에 와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 웅도라는 공통점으로 이어진 인연,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친하다. 학기 초엔 성미나 지선이랑 더 친했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리유와 희세, 미래와 더 친해졌다. 그렇다고 성미·지선이와 안 친하다는 건 아니지만.

성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슬쩍 일어나서 다른 애들은 깨지 않았다. 창문 쪽으로 걸어간다. 창 밖 밤바다라도 구경하며 바람을 쐬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상쾌해져 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


성빈이는 기분 좋은 바람이 날리는 창문 앞에 섰다. 눈을 감고 바람의 서늘한 느낌을 즐기다 눈을 뜨고 바다를 본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닷가의 남녀.

다정하게 붙어 걷고 있는 남녀는 팬션과 꽤 거리가 떨어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로 멀진 않지만 얼굴이 보일 정도는 아니다. 여자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흰 원피스를 입고 있다. 남자는 간단한 티셔츠와 반바지차림. 그런 단순한 사실에 성빈이가 놀란 건 아니다. 얼핏 봐도, 여자애는 미래, 남자애는 웅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얼굴이 안 보여도 걸음걸이라던가, 특유의 분위기라던가, 바닷가를 걷고 있는 두 남녀는 분명 웅도와 미래가 맞다. 여자애는 다정하게 얘기다하 팔짝 뛰며 팔을 방방 팔짝거리며 말한다. 남자애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런 여자애를 보고 심드렁한 분위기로 말하고 있다. 명백하게, 평소 얘기하는 미래와 웅도가 맞다. 그런데, 왜 이런 시간에……? 둘이서 밤바다를 걷고 있는 거……?


“……읏.”


성빈이는 입술을 깨물며 이 쪽으로 걸어오는 웅도와 미래를 내려다봤다. 별로 좋지 않은 기분이 마음에서 생겨난다. 둘이 데이트라도 한 걸까, 둘이 무슨 얘기를 했을까, 이 야심한 밤에. 혹시, 어떤 스킨십이라도 했을까. 미래, 웅도하고 너무 가깝게 붙어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하다 성빈이는 흠칫 놀랐다. 무슨 권리로, 그런 생각 하고 있지, 나. 내가 무슨 웅도 여자친구도 아니고, 이런 건 너무 꼴사납잖아. 하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왈칵 얼굴이 붉어졌다. 슬쩍 몸을 낮춰 난간 사이로 이 쪽으로 걸어오는 둘을 쳐다본다.


그래, 둘이 무얼 하든 그건 둘의 자유. 어쩌면 미리 서로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잠드는 밤이 되면 슬쩍 빠져나오기로. 어쩌면 여기 오기 전부터, 이미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은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늘 웅도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편이고, 웅도는 그런 미래에게 질색을 하는 반응이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자기 좋다는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있을까. 거기에 미래는 웅도랑 죽도 잘 맞고, 싹싹하고 붙임성 좋고 착한걸. 뭔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힌 성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그저 거의 팬션 쪽에 가까워지는 웅도와 미래를 쳐다볼 따름이다.


‘척.’

‘끼이익.’


성빈이는 무언가 결심이 선 표정이 됐다. 난간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방을 가로질러 문 쪽으로 간다. 쿵쿵 큰 소리가 난 것 같아 스스로도 좀 놀랐지만 희세랑 리유는 깨지 않고 잘 자고 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살살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



‘삐걱.’

“힛! 아아, 으으.”


나무로 된 계단의 삐걱거리는 소리에 성빈이는 고양이가 놀라 털을 곤두세우듯 귀엽게 깜짝 놀란다.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서 두 사람을 염탐하려는 건지, 스스로도 이상한 기분이다. 하지만 꼭 그러고 싶다. 염탐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이 무얼 하는지 꼭 보고 싶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며, 성빈이는 조심스럽게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간다.


“……!”


원래 성빈이의 작전(?)은, 미리 나가서 바닷가에서 팬션 쪽으로 올라오는 두 사람을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팬션은 조금 높은 지대에 있어 올라오는 길이 오르막길이기에, 적당한 풀숲 같은 곳에 숨으면 충분하리라. 하지만 성빈이가 망설이는 사이에, 성빈이가 천천히 내려오는 사이에 두 사람은 벌써 팬션 올라오는 길 중간까지 와 있다. 성빈이는 화들짝 놀라 얼른 건물 옆 나무에 숨었다.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된다.

미래와 웅도는 천천히 걸으며 팬션 쪽으로 온다. 미래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분명 아까 저녁 먹을 때까진 웅도랑 서먹서먹했는데, 그세 사과를 했는지 둘은 사이가 좋아 보인다. 평소와 같이, 미래는 뭐라고 지껄이고 웅도는 그런 미래를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구도. 성빈이는 그걸 보고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혼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술을 깨문다.

─미래랑 웅도랑 서먹했던 것에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어째서지?


지금 둘이 다정하게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거지. 둘이 화해하고 서로 웃으며 오면 정말 좋은 일인데, 어째서 싫은 감정이 드는 거지. 어째서 보기 싫은 느낌인거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부정해보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역시, 역시 나는……!


“…….”


성빈이는 두 사람을 계속 지켜봤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제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이기에 웅도와 미래의 표정을 볼 수 있다. 미래는 방금 전까진 웃고 있었지만 조금 심각한 표정. 웅도도 마찬가지로, 평소의 심드렁한 표정이 아닌 약간 진지한 표정이다. 미래는 팬션 앞에서 웅도의 앞에 선다. 그러더니 진지하게 뭐라 말한다. 그 말하는 게 진지해서, 성빈이는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느꼈다.

같은 여자라서 미래의 저 몸동작과 태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걸까, 성빈이는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 말하고 있는 미래의 표정과 태도가, 마치 고백이라도 할 것처럼 당당했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고백만은 하지 말아줘. 이런 식으로 관계가 엉망진창이 되고 싶지 않아, 제발, 제발…… 이기적이라고 비쳐도 좋아, 내가 고백하기 전까지는……!


“……힛!”


성빈이는 이어지는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깜짝 놀라 얼른 입을 가렸다. 미래가, 웅도를 확 껴안아버리는 광경을 봐 버렸기 때문에. 입을 가렸던 성빈이의 양 손은 점점 눈까지 가려 버린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한 번 미래와 웅도를 본다. 아직까지 껴안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웅도의 손이 미래의 등을 안는 것을 본 성빈이는 더 이상 쳐다보지 못하고 그대로 팬션 건물로 내달렸다.


“하아…… 하아…….”


성빈이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방 앞에 서서, 숨을 헐떡인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숨이 가쁘다. 계단을 급히 올라서 그런 게 아니다. 너무 놀라서, 너무 당혹스러워서 그런 것이다. 문 옆 벽에 기대서, 숨을 고른다.


“……흑. 후우, 후우, 흐읏……!”


이윽고 이어지는 건 눈물. 눈앞이 뿌옇게 된 성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물을 떨군다.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성빈이는 슬퍼서 우는 것이다. 미래가 웅도와 안고 있는 건, 그건 그것만의 의미가 아니니까. 분명 안을 정도로 사이의 진전이 있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판단한 성빈이다. 리유라면, 리유라면 말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리유만큼은 웅도가 완벽하게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미래는, 분명 웅도도 이성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대하고 있다. 헌데 둘이 껴안았다…… 그게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나.

슬프고 분하다. 왜 웅도가 안고 있는 대상이 미래여야 해. 그 대상이 나면 안 되는 거야. 분명 웅도는 성빈이에게 관심이 있었다. 적어도 성빈이 본인은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자기도 의식하게 돼서 본인 감정도 숨겼던 건데. 나중에, 자기 마음을 잘 정돈해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됐을 때, 그 때에 고백하려 했는데. 이렇게 되면, 고백할 기회조차 없이 그대로 애타는 마음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된 게 미래 잘못은 아니다. 가만히, 멍청이 있던 성빈이 본인 잘못이다. 성빈이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게 억울해서, 그게 서글퍼서 울고 있는 것이다. 멍청하게 가만히 있지 말걸, 확실하게 마음을 전할걸. 하고. 벽에 기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 성빈이. 눈물은 소리도 없이 주르르 흐른다. 점점 감정이 격해져 성빈이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진다. 소리도 내지 않으려 하지만 ‘킥, 킥’ 하고 울음이 새어 나온다. 안 돼, 안 돼. 지금은 밤이고, 모두에게 이런 꼴사나운 모습 보일 수는 없으니까.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애써 울음을 참지만 한 번 타져나온 울음은 멈출 줄을 모른다. 성빈이는 정말 간신히 숨을 죽이며, 그대로 벽에 기대 스르르 쪼그리고 앉았다. 온다고 어떤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하지만 지금은,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바탕 크게 울고 싶다. 그것조차 하지 못하고 숨죽여 우는 자신이 서글퍼 더욱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지금은 운다, 지금은 울고, 지금은 울고서 훌훌 털어버리리라. 성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했다.


작가의말

MT라...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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