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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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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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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2.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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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글자
24쪽

19화 - 4

DUMMY

“야. 끅! 게임 하나 할래?”

“흑! 무슨 게임?”


희세는 완전히 맛이 간, 발음도 꼬이고 전혀 평소의 기품이나 예쁨을 찾을 수 없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한다. 성빈이 역시 울음 가득한 평정심 전혀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미래 역시 약이라도 한 것 같은 풀린 눈으로 헤실거리며 둘을 쳐다보고 실실 웃고 있다. 나는 여전히 쇼파에 걸터 앉아 여자애들을 구경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교복 남방 단추가 풀려 있고 교복 바지 역시 지퍼가 내려가 있는 흉한 모습이다. 아, 아까 희세가 나한데 접근해서 한 짓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깝네. 그건 다른 이야기고, 나는 여자애들 노는 것을 계속 관람한다.


“내숭 떨지 말고 솔직하게 다 말하는 거.”

“에헤헤. 진실게임이네?”

“재밌겠다, 해요 해요.”

“막말해도 상처받지 않기?”

“어어어! 상관 없어~~ 이야아~~”


희세의 제안에 나머지 여자애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인다. 진실게임이라니, 지금까지도 그렇게나 신랄하게 자기들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싸웠으면서. 대놓고 얘기한다면 얼마나 심한 말을 하려고. 여자애들이 나는 없는 사람 취급하고 저들끼리 놀고 있기에, 오히려 나는 편한 마음으로 제 3자의 입장이 되어 구경하고 있다. 아까 너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줘서 그런가.


“나, 사실 너 싫어해.”

“……엣, 싫어해?!”

“흐흥흥, 놀라긴. 하지만 진짜야, 난 너 싫어.”

“에엑!”

“놀라기 없기로 했잖아?”


희세는 성빈이를 힐끔 보며 말한다. 정색하고선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은 명확한 발음으로 하니까 더 진짜 같다. 성빈이는 흠칫 놀라며 높은 톤으로 대답한다. 성빈이는 명백히 취한 것 같은 느낌. 희세는 계속 말을 잇는다.


“재수 없잖아. 혼자 착한 척, 깨끗한 척 다하고. 고상한 척, 교양 있는 척 다하고. 그런 거 엄청 싫어하거든.”

“으…… 나 그런 적 없어! 그런 건 너도 하잖아?!”

“흥흥, 분위기란 게 있잖아. 그냥 풍기는 그 분위기가 싫다는 거야.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잖아.”

“나, 난…… 너 좋은데, 너 싫어하지 않았는데……”

“알아. 아니까 잘 지내는 거잖아?”

“으으……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잖아!”


성빈이는 희세의 말에 울먹이며 말한다. 끝내는 울음을 터트리며 아이처럼 손으로 눈가를 닦는다. 하지만 희세도 미래도 웃기만 할 뿐 딱히 달래주거나 하진 않는다. 와, 독한 년들. 확실히 취하기는 했구나.


“그러면 언니는요? 언니는 학기 초에 왕따 당했었잖아요.”

“뭐, 그, 그 얘기는 왜 꺼내는데?! 그건 지금 얘기랑 상관없잖아!”

“그만큼 언니도 재수 없으니까 당한 거 아니에요? 어느 정도 씨알도 안 먹힐 선동은 통하지 않는다구요, 여자애들 대부분.”

“큿…… 그래, 나 재수 없어! 근데 그거 알아? 그건 미친년들 질투잖아? 훗, 난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환상적이니까! 그 정도 질투는 당연한 거 아니야?”

“네, 그렇게 말하는 게 재수 없어요. 우우, 토나와.”

“시끄러! 나 보고 어떡하라고! 그럼 완벽하게 하지 말라는 거야 뭐야?!”


희세는 한껏 흥분해선 말한다. 그 말이 맞긴 한데 더럽게 재수 없긴 하다. 희세는 잔뜩 아니꼬운 표정으로 미래를 보며 입을 연다.


“그러는 너는 어떻고. 교양도 품위도 땅바닥에 던져 놓고, 변태 새끼랑 이상한 농담이나 주고 받고. 설마, 둘이 벌써 이상한 짓 한 건 아니지? 맞다, 저번에 둘이 교실에서! 엉덩이 치고 있었잖아?!”

“엣! 버, 벌써 그런 것까지 하는 거야?! 둘이?!!”

“엣헴! 후훗, 저랑 오라버니의 사이는 그 정도뿐만 아니랍니다─ 에헤헷.”


희세의 목표물은 미래로 옮겨갔다. 하지만 미래가 어디 그런 걸로 끄떡할 여자던가. 오히려 당당하게 허리를 펴곤 희세를 똑바로 쳐다보곤 말한다. 문득 새삼스럽게 미래도 상의를 벗고 브라 차림인 게 보인다. 참고로 미래 브라는 옅은 빨강색. 그게 중요하냐고 묻냐면, 중요하지. 다 벗고 있으니까 오히려 상의를 입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웃통 벗을까?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건 별로 좋을 게 없으니 조용히 ‘어이어이, 무슨 사이. 그냥 엉덩이 치기만 한 거잖아.’ 하고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 좋아? 이상하잖아. 걸레 같잖아. 애들이 수군대는 거 의식하지도 않아? 너 그리고 목소리 너무 커. 이상한 소리 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그걸 다른 애들 다 듣게 말하잖아. 벌써 몇몇 애들은 나보고 물어본다고, 너 이상한 애 아니냐고.”

“상관없는데요?”


미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오히려 말을 꺼낸 희세가 타격을 입은 모양이다.


“애초에 그런 거 신경 썼으면 그렇게 못 해요. 다른 애들 신경 쓰다간, 저희 오라버니 놓치게 되니까……♡ 상관없어요.”

“큿…….”


무슨 말을 해도 결국엔 섹드립 쪽으로 이어지는구나, 미래는. 잔뜩 짜증스럽게 반박하는 말을 퍼부을 줄 알았던 희세는 오히려 입술을 깨물며 말을 잇지 못한다. 한 방 먹었나? 아니, 분명 잔뜩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저, 희세 언니 말 공감하기도 해요. 저도 성빈이 별로 안 좋거든요.”

“에, 에엣! 미, 미래 너도?!”


미래는 갑작스럽게 공격의 대상을 성빈이로 바꾼다. 눈물을 닦고 간신히 울음을 그친 성빈이는 다시금 덜컥 겁을 먹은 표정이 됐다. 귀엽네. 성빈이가 저렇게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 보거든.


“너무 솔직하지 않다고 할까요? 그게 가식적이라 역겨워요. 아, 딱히 너 보고 하는 말이니까, 울어도 되.”

“으아아아아앙─!! 나, 미래도 좋아했는데!!”

“아, 그래서 평소에 그렇게 살갑게 웃으면서 좋아하는 척 하잖아. 왜 그래.”

“아아아아앙─!!!”


우와, 악마다. 저 년은 정말 악마야. 방긋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울고 있는 애한테 저런 잔악한 말을 하네. 희세조차 천연덕스러운 미래의 말을 보고 눈 밑 애교살이 올라오며 아니꼽게 쳐다본다. 성빈이는 아까보다 더욱 서럽게 운다. 자기를 그렇게나 욕한 미래에게 기대서. 참, 혼자 보기 아까운 요지경이다.


“언니, 좋아하는 사람 있죠?”

“어, 엇…… 어, 없어!”

“에에.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잖·아·요?”

“그, 그치만!”


미래는 뜬금없이 희세에게 말한다. 희세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이 됐다. 안 그래도 술기운 때문에 얼굴이 빨갛지만 그 상태에서 더 상기된 듯한 모양이다. 힐끔 나를 보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아무래도 나 때문에 의식하게 돼서 말하지 못하는 건가. 하긴,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자앤데, 내가 듣고 있는 데서 좋아하는 남자애 같은 거 말하기 좀 그렇겠지. 미래는 귀신같이 희세가 힐끔 나를 쳐다보는 걸 인지하곤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곤 실실 웃는다. 그러더니 타겟을 바꾼다.


“성빈이 넌, 좋아하는 애 있지?”

“훌쩍! 어, 있어!”

“오홍. 솔직하네. 누군데?”

“그건, 그건…… …….”


미래의 말에 성빈이는 잔뜩 토라진 표정으로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말한다. 하지만 미래의 이어지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입을 앙다물고, 눈썹을 모으고 미래를 노려본다. 뭔가 적개심 가득한 눈인데. 그러더니 팍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렁그렁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성빈이는 애처로울 정도로 불쌍한 표정이다. 큰 눈을 깜빡이니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아아, 가여워라.


“난, 웅도 좋아해.”

“푸흡!!”

“어멋♡ 경쟁자가 늘어버렸네. 나도 오빠 좋아하긴 하지만~♡ 설마 성빈이까지 그럴 줄이야.”

“……!”


성빈이는 나지막이 말한다. 별다른 감정이 들어 있지 않은 말 같다. 희세는 맥주를 마시다가 그대로 뿜어 버린다. 사래가 들어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물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성빈이는 부끄러운지 내 쪽은 쳐다도 안 보고 아예 몸을 내 반대편으로 향한다. 미래는 만족한 표정으로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배시시 웃는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무심한 듯 시크한 얼굴로 바닥을 쳐다보는 척 하고 있다.


뭐, 성빈이가 날 좋아한다고?! 진짜? 정말?! 말이 안 되는데. 성빈이가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애를! 기억은 안 나지만, 학기 초에 가슴 만져서 싸대기도 맞았다고 하고. 거기에 안 좋은 모습만 잔뜩 보여줬는데. 무엇보다 치명타는, 남자앤데 찌질찌질한 모습 가득 보여줬다는 거. 그게 가장 창피한데, 그런데도 나를? 에이, 설마. 농담이겠지.


“지, 진심이야?! 저딴 변태 쓰레기를?”

“누, 누가 변태 쓰레기야! 함부로 말하지 마!”

“오오오♡ 지아비를 위하는 지어미의 마음인가요~? 예뻐, 예뻐. 그래, 솔직하게 말하니까 얼마나 예뻐. 우리 성빈이.”


희세는 사래가 든 것을 겨우 진정시키고 놀란 표정으로 성빈이에게 말한다. 성빈이는 되려 얼굴이 빨개져서 화를 내며 희세에게 뭐라고 한다. 아아, 느낌 이상한데. 막 마음에서 뭐가 간질간질한 기분이야. 진짜야, 저 말? 미래는 옆에서 더욱 부추기는 말로 분위기를 고조한다. 이거, 이거…… 봄은 지난 지 한참 됐는데. 이제 여름인데. 정웅도의 봄은 이제 시작되는 건가!


“시끄러! 너는 만날 장난식으로 말하는 거고! 성빈이는 지금 진지하게 말한 거잖아?”

“……그건 기분 나쁜데요. 저, 언제고 그 말은 장난식으로 한 적 없는데요. 웅도 오빠 좋아한다고 한 말은.”

“……엣?!”

“……!”


희세는 짜증스럽게 미래에게 말한다. 그 말에 미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정색하곤 말한다. 굉장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희세는 경악한 표정이 되고, 성빈이 역시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은 신음을 낸다. 나는 다시 한 번 평정심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 귀퉁이를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심장은 쿵쾅쿵쾅,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다.

뭐, 미래도 나를…… 좋아한다고?! 아니, 그건 평소에도 듣는 말이잖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건 아니잖아?! 아니, 그게…… 나도 어디까지나 드립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저렇게 정색하고 말하는 거 보면…… 정말 나 좋아한다는 거잖아? 이 년들이 단체로 술 먹고 미쳐 돌아가나. 늘 나 헐뜯고 욕하고 시비 거는 여자애들이, 오늘은 왜 갑자기 다 나 좋다고 그러는 거야? 설마, 군중심리 같은 거 아니야? 얘가 좋아한다니까 덩달아 자기도 좋다고 하는? 아니면, 고도로 짜여진 몰래 카메라 같은 거? 아, 그건가. 역시, 이건 근미래의 계략인거야. 본인부터 저렇게 진짜처럼 연기를 해야 다른 애들도 분발해서 연기를 할 수 있지. 역시, 근미래, 무서운 아이였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모두 아귀가 떨어지는구만. 왜, 아주 희세도 나 좋아한다고 하지?


“그, 그래! 나도 웅도 좋아해! 그러니까 너희는 다 찌그러져 있어!”

“!!”

“무, 무슨 말이야! 누구 맘대로!”

“저도 그건 용납 못 하겠네요, 아무리 언니라도!”


희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힐끔 내 눈치를 보는 건 여전하다.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갛게 변했다. 서, 설마, 진심?! 나는 이제 더 이상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표정을 못 짓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됐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뭐야, 이거 무서워. 여자애 세 명이 다 나 좋아한다고? 무슨 경우야, 이건. 일본 하렘물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성빈이와 미래는 희세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희세 역시 흥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저, 저기 있잖아!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그, 그럼 되겠네!”

“네, 그래요! 전 전혀 꿀릴 게 없으니까! ……가슴이라던가 외모는 확실히 딸리긴 하지만.”


희세는 부끄러운지 더듬거리며 말한다. 성빈이 역시 당당한 척 말하지만 마찬가지로 말을 더듬는다. 미래는 자신 있게 대답하다 뒷말은 조금 흐지부지하게 말한다. 흥분의 도가니탕 상태인 여자애 셋이 내 앞으로 선다.


“뭐…… 뭐야.”

“누, 누가 좋은 지 말해!”

“으, 응! 누, 누가 좋아?!”

“얼른 말해주세요, 창피하니까! 꺄아─!”


성빈이, 희세, 미래 순으로 나란히 내 앞에 섰다. 셋 다 술기운 때문인지, 부끄러워서 그런지 얼굴이 벌게져선 흥분한 상태로 말한다. 근데 어째 셋 다 나하고 눈을 마주치진 못한다. 성빈이는 대놓고 굉장히 수줍은 티를 내고 있고, 희세는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외인 건 미래인데, 평소라면 당당하게 말하고 그러는데 지금은 어째 소녀처럼 창피해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셋 다 지금 복장이, 상의는 브라만 입고 있고 하의는 교복치마지만 앉아 있는 나로서는 속옷까지 모두 보이는 상태다.

음, 내 생각엔 좀 자극적인 것 같군. 가뜩이나 술기운 때문에 머리가 얼얼한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람. 아,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난다. 그래, 이건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 꿈인 것이다. 저번 몽정 때처럼, 이건 내 욕구가 빚어낸 꿈…… 그래, 나는 술을 마시던 도중에 잠들었고, 지금 내 내면의 엄청난 욕구 때문에 이런 꿈을 꾸게 된 거지. 꿈 치고는 묘하게 여자애들이 굉장히 입체적으로 예쁘게 보이긴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래, 그럼 깨어나선 상쾌한 마음으로 팬티를 빨면 되겠구나. 아하하. 그럼 이거, 지각몽이 되는 건가?


“아…… 으읏…….”

“어, 어, 괜찮아?”

“어, 어디서 수작질이야! ……괜찮아?”

“어머, 어디 안 좋아?”


그렇게 생각하며 여자애들을 물끄러미 보는데 갑자기 성빈이가 안색이 안 좋아져선 픽 쓰러진다. 내 앞쪽으로 쓰러져 성빈이 가슴이 물컹 허벅지에 닿는다. 게다가 얼굴은 묘한 부분에 닿아 숨결이 그 부분에 닿는 기분이다. 아아, 잠깐만 잠깐만. 자극이 너무 강한데(?). 아찔아찔 하네. 희세는 그 와중에 견제하는 말을 하다가도 몸을 굽혀 성빈이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본다. 미래도 마찬가지로 몸을 굽혀 성빈이를 쳐다본다. 빈혈이라도 온 건가.


“……우웨에에에에엑.”

“으아아아아아!!!”

“야, 야!! 잠깐, 휴지, 걸레, 으앗!!”


성빈이는 몸을 움찔움찔 거리더니 지체 없이 신속하게 구토를 시작한다. 끈적끈적하고 묘한 냄새가 나는 토사물. 알록달록한 색깔과 건더기들을 매력적으로 빛내며, 내 바지 위로 그대로 쏟아진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들었고, 희세는 잔뜩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왜 미소녀가 토하는 건데!! 술을 많이 마셨다곤 하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게다가 왜 내 그 부위에 토하는 거야, 으아아악!!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누군가 토하는 게 내 몸 위에 쏟아져서가 아니라, 성빈이가 토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니까.


‘털썩.’

“어…… 엇?”

“……부웨에에에엑.”

“으아아아아!! 사람 살려!!”

“야, 너, 아아앗!!”


희세는 놀란 와중에도 걸레와 휴지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사물의 피해자인 나는 성빈이를 밀쳐내지도, 그렇다고 뭘 치우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일단은 성빈이가 토를 그칠 때까지 있어야지. 헌데 뭔가 불안한 느낌이 측면에서부터 느껴진다. 미래가 나를 보고 씨익 웃고 있다. 그러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내 쪽으로 몸을 굽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 왼쪽 허벅지에 거하게 토하기 시작한다. 나는 더욱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 분의 토로 내 하반신은 범벅이 됐다. 아마 성빈이가 토하는 걸 보고 비위가 상해서 같이 토하는 모양이다. 근데 쟤, 무섭게 왜 웃으면서 토하는데!! 겁나 무서워, 미친년 같잖아!! 희세는 겨우 걸레를 찾아 뒤를 돌아봤다 내 하반신에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지옥도에 경악하는 표정이 됐다. 아아, 아아아……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간신히 정리를 끝마쳤다. 거하게 토한 성빈이와 미래는 그대로 쓰러져 기절하듯 잠들었고, 살아남은 나와 희세는…… 둘만 남아 굉장히 부끄러운 상태가 돼 치우게 됐다. 술이 반쯤 깬 느낌이다. 희세 역시 부끄러운지 황급히 교복 블라우스를 입고 걸레질을 한다. ……블라우스를 입어도 아까 격하게 입은 탓에 단추가 뜯어져 그대로 브라와 가슴골까지 다 보이긴 하지만. 고생은 희세가 제일 많이 했다. 내가 손으로 토사물을 떠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사이 희세가 성빈이와 미래를 이끌고 화장실로 데려가 여기저기 묻은 것들을 다 닦아내 줬으니까. 방바닥까지 닦고, 난장판이 된 술상까지 치우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리리링─!’

“으헉. 잠깐만.”

“어.”


거의 다 치웠는데, 갑작스럽게 전화가 온다. 소스라치듯 놀란 나는 전화를 받으려 희세에게 손짓했다. 희세는 술이 많이 깼는지 평상시와 비슷한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휴대폰을 품에서 꺼내 화면을 본 나는 그대로 얼굴이 굳어버렸다. 얼굴뿐만 아니라, 심장이 굳어버리는 느낌이다. 저승사자의 최후통첩을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화면에 떠 있는 글씨는, 「사감선생님」


“여보세요?”

『야 이 미친새꺄!! 너 어디야. 죽여 버린다?!』

“아아, 선생님! 그게…… 지금 어디냐면요.”


전화기를 받자마자 크고 아름다운 선생님의 격한 목소리가 들린다. 불문곡직 욕을 날리시는 걸 보니 굉장히 화가 나신 모양이다. 잊고 있는 게 있었는데, 나랑 성빈이, 기숙사생이잖아. 근데 점호 전까지 들어오지도 않다니. 생각해보니 정말 미친 짓이잖아. 술 때문이다, 술 마시곤 모든 걸 다 잊어버려서. 그리고 여자애들의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 때문에 정신줄을 놔 버렸지.


『당장 안 와?! 너랑 그 성빈이가 하는 년, 지금 어디서 뭐하는데? 설마 너……!』

“아뇨!!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하시다 흠칫 놀라신다. 아니 왜 그 쪽으로만 머리가 잘 돌아가시는 건데요! 나는 애써 선생님을 진정시키고 사정을 설명했다. 종업식이라, 미래네에서 놀고 있다고. 그런데…… 차마 술 마셨다고는 말을 못 하겠으니까, 성빈이가 급체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토하고 약 먹이고 잠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아…… 그러다 걔 더 아프면 누구 책임인 줄 알아?! 그게 다 내 책임이라고! 기숙사생 관라 하나 못한 멍청한 사감 양반이라고! 얼마나 아픈데?!』

“쭉 토하고 지금은 편하게 자고 있어요. 괜찮은 것 같은데.”

『아오, 멍청한 새끼들. 이러니까 학생들은…… 그래서, 지금 못 온다고?』

“……넵.”


나는 입술을 깨물며 크게 깨질 각오를 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곧 선생님의 고성이 들리며 내 귀를 날카롭게 찌르겠지. 얼마나 많은 혼남을 받아야 이 길고 긴 시련이 끝날 수 있을까. 한숨이 나올 것 같다.

『아, 모르겠다. 내일 보자, 너네. 사회봉사 100시간 징계 때려버릴 거니까. 교장 선생님한테 직접 말한다?』

“……그거 위험한 건가요? 뭐 빨간줄 생기고 그러는 거에요?”

『그냥 내 선에서 끝내 준다고! 적당히 놀다 내일 빨리 들어 와. 사고 치지 말고. 말 했다, 사고 치면 다 내 책임이라고. 그럴 일 생기면 진짜 너 가만 안 둔다.』

“네, 넵!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병신새끼.』

‘툭! 뚜…… 뚜……’


선생님은 날카롭지만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같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순식간에 선생님의 볼멘 목소리가 성녀가 자애롭게 귓속에 속삭이는 듯 들린다. 끝까지 욕으로 끝내시지만 그 욕마저 감미롭게 들릴 정도다. 아아, 사감선생님. 너무 예쁘다. 너무 아름다우시다. 정말 영명하시고 총명하시며 후대까지 길이길이 그 이름을 남기실 명사감이시다. 희세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뭐래? 그 꼰대.’ 하고 말한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잘 끝난 것 같아.’ 하고 말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드르렁~ 쿨.”

“푸~~ 하~~ 푸~~ 하~~”

“쌔근쌔근.”

“…….”


코를 골고 있는 건 미래. 의외로 큰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건 리유. 불도 꺼지고 거실에 나란히 누웠다. 물론 의식을 잃은 세 명을 눕힌 건 나와 희세지만. 희세는 ‘보지 마!’ 하고 손수 성빈이와 미래 블라우스를 입혀줬다. 술상도 모두 치우고 이불까지 둘이 깔아서 나란히 애들을 눕히고 둘도 누웠다. 나란히 누워 있는 순서로 보자면 나, 희세, 리유, 성빈이, 미래 순. 그러니까, 옆에 희세가 있다.


……술은 깬 지 오래다. 그리고 나는 저번 미래랑 잤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여자애가 옆에 있으면 잠이 안 온다. 세 명의 여자애들은 술기운에 정신없이 자고 있지만, 희세는 멀쩡히 깨 있지 않은가. 지금 잠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일도 있고, 괜히 혼자 들떠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니야, 아니야.


“……자?”

“……아니.”


희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힘없는, 희세답지 않은 목소리. 졸려서 그런 거겠지. 나 역시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까 말했던 거, 다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말한 거니까. ……그렇게 이상한 생각하고 안 그랬으면 좋겠어.”

“……어, 알고 있어. 다 만취한 상태였으니까.”

“…….”

“…….”


희세는 조금 수줍어하는 티를 내며 말한다. 천장을 보고 있어서 희세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목소리만으로 그럴 것 같은 티가 난다. 나 역시 약간 창피한 목소리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 뒤로는 미쳐 버릴 것 같은 정적. 어색한 정적. 아, 뭐라 해야 하냐.


“……너 아까 엄청 변태 같더라?”

“……그건 불가항력이었잖아, 네가 발로 그렇게 하는데.”

“……무, 뭐 어쨌다고! 그, 그거야! 부,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거니까!”

“미, 미안하다, 괜히 말 꺼내서.”

“……몰라, 바보야.”


희세의 말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에 희세는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거의 울먹이는 듯한 난감한 목소리로 말해서 나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희세를 쳐다봤다. 쳐다본 순간 희세가 ‘보지 마 멍청아!’ 하고 소리쳐서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미안하다는 말에 희세는 굉장히 귀엽게 대답한다.


“……푸흡. 그래도, 진짜 기억에 남을 추억이긴 하네.”

“……그렇긴 하지. 쟤네도 기억을 할까 싶긴 하지만. 근데 너, 술 깬 거야?”

“난 술에 취한 적이 없어.”

“그럼 블라우스를 벗는다던가, 브라 끈을 든다던가, 발로 내 중요부위를 밟는다던가 하는 건 전부 네 의지로 한 거네.”

“……왕변태새끼야!! 너야말로 취한 척 하고 다 기억하고 있잖아!! 아오!!”

“아아, 아, 야, 그건 그런 짓을 당하는데 술이 확 안 깨는 남자애가 어딨냐!”


희세는 이불 안에서 기습적으로 내 명치를 주먹으로 매우 세게 친다. 나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대답했다. 희세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추억이라, 확실히 재미있긴 했다. 정말 의외의 성빈이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미래가 정색하고 나 좋아한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다 술김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짓이니까 이해는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미소녀 세 명의 상반신 누드를 실시간으로 직접 보기도 했으니까…… 아, 행복하다. 여고 다녀서 행복하다. 후후후.


이렇게, 한 학기가 지났다. 무사하게 학교를 다니게 돼서 참 좋네. 무엇보다 리유, 희세, 성빈이, 미래 네 명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생겼으니. 이렇게 말하니까 꼭 소녀 감수성 같다? 미래 말마따나, 여고 다녀서 소녀 감수성으로 바뀐 걸까? 좀 오그라들긴 하지만, 저 말은 변경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니까. 이 여자애들이 운동 좋아해서 농구만 같이 할 수 있다면 진짜 좋을 텐데. 앞으로도 기대된다. 방학이라든지, 2학기 때 있다는 축제라든지, 즐거울 일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앞에서 했던 말대로, 이대로 고등학교 3년 내내 애들과 즐겁게 재미있게 보냈으면 좋겠다. 아! 잠이나 자자!


작가의말

제가 많이, 늦었지요. 어제 너무 불태워서 그런가, 오늘은 굉장히 게으름을 피웠네요. 한 건 없고 이룬 것도 없는 결실없이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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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벌써 4권까지 이르렀습니다. 4권씩이나 되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각해보면, 공모전에 내겠다고 1권만 쓰려고 마음먹은 작품인데 연참대전 덕분에 어떻게 쓰다보니 이렇게 이르렀습니다. 연참대전도 연참대전이지만, 여러분께서 많은 댓글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저도 모르게 흥이 나서 그만…… 1권 분량만 생각하고 그 뒤는 사실 별 생각이 없어서 지금은 어떻게 되도 좋은 그냥 하렘물이 돼 버렸습니다. 많은 염증과 많은 이상함이 있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게 함량미달, 능력부족이겠지요. 그래도 최대한, 초반부의 어두웠던 과거와 중반부의 마냥 좋은 뽕빨물 분위기를 잘 엮어서 나아가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늘 즐겁게 읽어주시고, 재미있다고 해 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5권부터는, 연애노선이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권이 되고 싶습니다. , 이번 편으로 이미 전쟁의 불씨(?)는 당겨졌다고 봐야 할까요. 이번 편, 쓰는 건 참 좋았지만, 독자 분들의 반응도 뜨거웠지만(??) 심의상 나중엔 편집해야겠죠. 아무리 그래도 주연 여자 3인방의 토플리스 패션은…… 애니로 나온다고 하면 정말 ㅎㄷㄷ 하겠네요, 야애니도 아니고……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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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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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4화 - 3 +8 14.03.23 1,983 40 17쪽
98 24화 - 2 +14 14.03.22 2,777 42 25쪽
97 누락된 편입니다 +11 14.03.21 2,371 44 1쪽
96 24화. 깊고 어두운 그 때. +11 14.03.20 2,656 44 23쪽
95 23화 - 5 +21 14.03.19 2,581 80 18쪽
94 23화 - 4 +7 14.03.18 2,343 52 19쪽
93 23화 - 3 +24 14.03.17 2,644 44 22쪽
92 23화 - 2 +9 14.03.15 2,986 116 21쪽
91 23화. 여름방학의 바다!! - 1 +13 14.03.14 2,727 48 20쪽
90 22화 - 4 +18 14.03.13 2,236 78 22쪽
89 22화 - 3 +16 14.03.12 2,428 43 20쪽
88 22화 - 2 +8 14.03.11 2,405 39 19쪽
87 22화. 그가 고자가 된 이유. - 1 +13 14.03.10 2,913 99 19쪽
86 21화 - 4 +21 14.03.09 2,685 51 22쪽
85 21화 - 3 +9 14.03.08 2,601 50 19쪽
84 21화 - 2 +7 14.03.07 2,297 45 20쪽
83 21화. 힘내세요, 선생님 - 1 +13 14.03.06 2,221 52 18쪽
82 20화 - 4 +15 14.03.04 2,827 61 17쪽
81 20화 - 3 +17 14.03.02 3,028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3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5 53 18쪽
» 19화 - 4 +27 14.02.26 2,887 118 24쪽
77 19화 - 3 +24 14.02.25 3,564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7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6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3 58 17쪽
73 18화 - 3 +21 14.02.23 2,172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3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7 54 18쪽
70 17화 - 4 +19 14.02.21 2,374 5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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