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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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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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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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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7쪽

24화 - 3

DUMMY

침대가 넓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유 기준이고 덩치가 의젓한 내가 누우니 나 혼자만으로 꽤 꽉 차는 느낌이다. 비록 리유가 작아서 어떻게든 누울 순 있지만, 그렇게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리유 몸이 붙지 않게 하고 싶지만 침대가 좁은지라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는 아까부터, 침대에 베인 리유의 냄새를 맡으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변태 같다는 건 인정. 그런데 지금, 내 바로 밑에 그 냄새의 근원인 리유가 있다. 리유는 나보다 키도 덩치도 작아서, 내 옆에 나란히 누워 있어도 한참 밑에 누워 있다. 덕분에 나한테는 가슴팍 정도밖에 안 오는 이불이지만 리유는 머리 위까지 다 덮여 버린다.


“……왜?”

“그냥. 히힛.”


리유는 작은 몸을 내 옆에 뉘이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누워 있다. 옆으로 돌아누워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무언가 기대하는 것 같은 밝고 활기찬 표정으로. 아니, 엄한 걸 기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랑 있는 게 마냥 좋아서,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 기대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같은 이불을 덮고 있으려니 꽤나 거북하고 불편하다. 리유는 편한 상대야, 하고 스스로를 세뇌하려 해도 의식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리유야.”

“웅?”


잠자코 리유의 이름을 불렀다. 리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다. 제길, 그렇게 귀여운 눈으로 보면 물어보려던 질문을 하기 더 부끄러워지잖아. 아니, 아니다. 제대로 물어봐야지.


“너는, 내가 좋아?”

“웅!! 엄청 엄청 좋아!”

“……정확히 어떻게 좋아하는 건데.”


리유의 대답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 얼굴을 붉히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냐니, 너무 노골적인 질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그렇잖아. 신경 쓰이잖아. 여자애가 날 좋아한다는데, 실제로 내 색안경 끼인 눈으로 봐도 리유는 내가 너무 좋아서 ‘좋아 죽겠어 히히히히’ 하는 느낌으로 환장을 하고 달라 붙는데. 딱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싶어서 그렇다. 거기다, 리유만큼 귀여운 애가 그러면 아무리 나라 해도 조금은 마음이 동한단 말이지.

처음에는 여동생처럼 귀여운 느낌으로 받아들여야지, 했는데. 막상 지내다보니 점점 느낌이 이상해. 미래가 한 말도 있고. ‘다들 오빠를 엄청 좋아하는 거 알아요?’ 했잖아. 그럼 리유도, 나를 좋아하는 걸까. 이성으로? 아니면, 내가 리유를 여동생으로 여기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나를 오빠나 그런 존재로 좋아하는 걸까. 신경 쓰인다. 그래서 물어봤다.


“그냥, 같이 있고 싶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집에 혼자 있으면 자꾸 너 생각나! 하루라도 떨어져 있으면 못 견디겠어! 그렇게 좋아.”

“……그럼, 그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응! 좋아한다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후우.”


리유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 말에 나는 더욱 얼굴이 빨개졌다. 거의 고백하는 수준이잖아, 리유가 말하는 거. 저 정도면 100%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거잖아. 나만 의식하는 거야? 정작 리유 본인은 별다른 자각도 없는 모양이다. 괜히 나만 후끈후끈한 분위기가 됐다. 어휴, 이 놈의 설레발. 자중하자. 마음을 다스려라, 정웅도. 이 정도 시련으로 흔들릴 너의 정신이 아니지 않느냐.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여자애들은 정말 별 감정 없이 호의를 베푼 건데, 설레발 치는 이 발정난 남자애들은 ‘헉? 이 여자애 나 좀 좋아하는 듯?’ 하면서 혼자 하앍하앍 추한 꼴 보이는 거. 얼마나 보기 싫어. 내가 그런 꼴을 보일 순 없지. 나는 차가운 상남자가 되야 하니까. 냉철하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다. 하지만 또 눈을 뜨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리유를 보니 다시 심장이 쿵쾅 뛴다. 아, 이놈의 설레발치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까지 하며 입을 연다.


“왜 좋은데.”

“웅? 음…… 그, 글세? 잘 기억 안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히히히.”

“이유도 없이 그러는 거야.”

“웅!! 웅이 엄청 좋으니까~!”


다시 한 번 리유의 창피한 말에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낀다. 상남자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서, 정작 지금 상황을 보면 리유는 시원시원하게 자기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나는 혼자 속으로 애태우며 소녀스럽게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 이래선 안 돼지, 이래선 안 돼. 남자라면 모름지기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게 살아야하지 않겠나. 잘은 모르겠고, 춤이나 춥시다.


“에잇.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

“야하항, 이히히히 간지러어~ 에헤헤헤.”


리유의 솔직한 모습에 나 또한 솔직해지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몸을 옆으로 돌려 리유를 꼬옥 껴안았다. 후욱 내 쪽으로 리유의 달달한 향기가 올라온다. 리유는 까르르 웃으며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떤다. 그게 더 귀여워. 시각으로는 귀여운 리유의 웃는 얼굴이, 청각으로는 까르르 귀엽게 웃는 리유의 웃음소리가, 후각으로는 어떤 때보다 더 깊은 리유의 달달한 좋은 향내가, 촉각으로는 온 몸으로 느껴지는 리유의 부드럽고 말랑한 피부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온 몸으로 리유를 즐기고(?) 있다. 아,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리유도 내가 좋다고 하고, 나 역시 이런 리유가 너무 귀엽고 좋은데 서로 윈윈하는 거 아니야? ……되게 변태 같지만 상관 없어. ……뭔가 쇠고랑을 차고 포돌이랑 면담해야 할 것 같지만 상관 없어. 내가 변태처럼 하악거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리유가 너무 귀여운 게 나쁜 거잖아?




“으응…… 후응…… 흐앙…….”

“…….”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소리라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건, 저 말 뒤에 ♡나 !가 없다는 것이다. 이 소리는 리유가 자는 소리다. 한참 리유를 껴안고 간질이며 장난치고 놀며 수다 떨기도 하다 어느 순간 소리소문도 없이 리유가 먼저 잠들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리유를 바라본다. 먼저 잠들어 버리다니, 뭔가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쌕쌕 잘도 자고 있는 리유. 자고 있는 모습도 아이처럼 귀엽다. 정말 천사 같네.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는 밤인데도 그 흰빛이 드러날 정도로 희고 뽀얗다. 아이처럼 볼살이 통통해서 나도 모르게 콕 찌르고 싶다. 지그시 감고 있는 눈. 촉촉해보이는, 작고 도톰한 입술. ……아니아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따, 딱히 리유 입술이 부드러워 보인다거나! 이 때를 노렸어! 뭐긴 뭐야 사랑의 입맞춤이지! 같은 걸 상상하거나 하진 않았어!!


“……하아.”


나는 긴장한 탓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뭐야, 이거 엄청 변태 같잖아! 이게 강간하고 뭐가 달라! 리유는 무방비하게 자고 있고, 거기에 내가…… 그래, 리유는 지금 어떤 상태보다 무방비한 상태…… 음…… 한 번 쯤은, 상관 없지 않을까?

머릿속이 이상해진 것 같다. 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을 뇌내에서 강렬하게 하고 있지만 어째 같은 뇌인데 내 의지는 잘 듣질 않는다. 안 돼, 리유는 여동생 같은 애야! 이런 대상이 아니라고, 나의 리유쨔응은! 세상은 더럽고 치사해도 리유만큼은 밟지 않은 언덕 위의 흰 눈밭처럼, 누구보다 순진무구하고 깨끗한 애라고! 그런 애를 이런 대상으로…… 생각해선 안 돼! 열심히 머릿속으로 브래이크를 걸어보지만 이제 거의 리유 얼굴에 내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근데 왜 안 되는데. 리유가 진짜 여동생도 아닌데.


머릿속으로 한 줄기 생각이 지나가자, 더 이상 내 의지는 최소한으로 컨트롤할 명분조차 잃었다. 그래, 상관없잖아! 어차피 그 누구도 모를 일이야.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리유는 한 번 잠들면 정말 안 일어나니까, 내가 살짝 입을 맞춘다고 눈을 뜬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래네 집에서 파티할 때, 성빈이는 울고 희세는 화내고 미래는 드립치는 아비규환의 지옥속에서도 리유는 꿋꿋이 잘 자는 녀석이다. 폭풍이 와도 잘 잘 것 같은 녀석이, 수줍은 소년의 작은 입맞춤에 깨지는 않겠지.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내 안의 작은 수컷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조금씩 커져서, 온 몸으로 그걸 느낄 수 있다. ……아니, 발기했다는 소리가 아니라! 점점 음흉한 늑대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뜻이야! 어쨌든 천천히 다가간다. 사뭇 진지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나는 천천히 리유에게 다가갔다. 얕은 리유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제 거의 리유 코와 내 코가 닿는다. 아아, 으음.


‘끼익.’

“!!”


입술이 막 맞닿은 순간, 문 열리는 소리.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입을 떼고 반듯이 누웠다. 누, 누가 이 야심한 시각에 리유 방을?! 심심한 리한이? 아니면, 헉! 아버님?!! 아니아니, 저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저는 결백합니다! 그냥, 자고 있었을 뿐. 그래, 눈을 감고, 공기의 흐름을 느끼자. 나는 자고 있다.


“자네. 일어나 있는 거 다 아는데. 잠깐 나 좀 보지.”

“……넵.”


착 가라앉은 멋진 목소리는 분명 리유 아버님 목소리. 거기다 뭔가 위압적이고 낮은 목소리다. 나는 가만히 자는 척을 하려다 내면의 갈등을 심하게 하다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가 심하게 출렁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유는 쌔근쌔근 잘도 잔다. 정말 업어 가도 모르고 잘 녀석이지, 리유는. 나는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죄인의 얼굴을 하고 방을 나섰다. 크윽, 거의 닿았는데…… 아니 닿은 것 같은데. 너무 긴장해서 무슨 느낌인지 알지도 못하고 바로 떼 버렸어. 정말 찰나의 순간만 닿았지만 음…… 되게 부드러운 느낌이었던 것 같아, 리유 입술.




‘치익, 탁.’

“하아.”

“…….”


리유 아버님은 나를 이끌고 베란다로 향하신다. 밤바람이 베란다를 스친다. 리유 아버님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밤, 결코 추운 건 아닌데 몸이 덜덜 떨리는 것 같다. 기, 기분 탓이겠지. 딱히 겁먹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힐끔 리유 아버님을 올려다본다. 보통 아저씨들은 단정한 스포츠컷을 하시잖아. 하지만 리유 아버님은 젊은 대학생처럼 적당히 머리를 기르셨다. 얼굴엔 주름 하나 잡티 하나 없어서, 정말 대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아저씨가 아니라 동네에 있는 형 같은 느낌이다. 어머님도 동안이지만, 진짜 동안은 아버님이구나. 누가 이 사람이 열일곱 딸이 있는 아버지라고 생각할까.


“후우……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네, 넵.”


아버님의 말에 나는 흠칫 놀라며 얼른 자세를 바로하고 대답했다. 젊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말투는 영락없이 아저씨다. 담배를 태우시다 힐끔 나를 본다. 키가 나랑 비슷해서, 눈높이가 거의 같다.


“리유가 자네를 많이 좋아해.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흐흥. 그 녀석 애교 부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혀 모르는 남자애한테 귀여움 받는 나이가 되다니…… 세월 참 빨라.”

“…….”


아버님의 말에 나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이러니까 꼭 ‘따님은 제게 주십시오!’ 하는 사위와 과묵하게 반응하는 장인어른 같아 보인다. 아뇨, 아버님, 저는 딱히 리유에게 무슨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면 자칫 분위기가 깨져버릴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유…… 정말 귀여운 내 딸이네. 잘 대해줄 자신 있나.”

“저…… 그게, 저 리유하고 그런 관계가…….”

“흠흠! ‘그런 관계’라니, 대체 어디까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저, 그게! 어…….”


아버님은 반대쪽 아파트를 보며 깊고 심유한 눈빛을 하고 말씀하신다. 나는 뭔가 오해를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말했다. 이에 아버님은 깜짝 놀라며 나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이런, 오해가 더욱 커진 것 같은데. 당황하며 어떻게든 돌파하려 하지만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아버님은 굉장히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보신다.


“……내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네. 잠깐.”

“넵.”


나는 다시금 신속하게 대답했다. 아버님은 손을 튕겨 담뱃불을 끄고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무얼 말씀하시려고 저렇게 진지하신 걸까.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진다.


“리유, 왕따였던 건 알고 있지.”

“……네.”


아버님의 말에 나는 방금 전까지 있던 조금의 유쾌한 마음들이 싹 달아났다. 아, 그 말씀을 하시느라…… 늘 밝고 활달한 리유인지라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리유에 대한 따돌림. 아버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신다. 난간을 붙잡고, 멍하니 반대편 아파트를 보다 살짝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자네가 알고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고 하네.”

“네…….”


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사항은 잘 모른다. 그저 성빈이에게 대략적인 것만 들었을 뿐. 중학교 3학년 즈음부터 ‘시작되었다’ 라고만 들었지, 정확히 누가 어떻게 어째서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아버님이라면 알고 계실지도.


“지금도 그렇지만, 난 회사에 다니느라 딸아이를 잘 챙기질 못 했네. 와이프가 있긴 하지만, 나로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딸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에 참 많은 후회를 하네.”

“…….”


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엄숙하게 들었다. 그 말씀, 충분히 공감간다. 아무 관계도 아닌 나조차도, 저 귀여운 리유가 왕따 당한다는 말에 굉장한 분노를 느꼈는데, 하물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기 딸이라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갑자기 외국에서 기러기 생활하고 계신 아버지가 떠오르네. 조만간에 문안전화 좀 드려야겠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는 모르네. 내가 직접 본 건 아니니까. 하지만 와이프가 학교에 가 들었던 내용은…… 하.”

“…….”


아버님은 말을 하다 기가 차는지 한숨을 쉬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다시금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이신다. 그리곤 깊이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뱉으신다.


“교과서에 칼심을 넣어논다거나. 자리에 몰래 압정을 놓아둔다거나. 사물함에 썩은 우유나 벌레 시체 같은 걸 놓는다거나. 굉장히 악질 장난을 많이 당했다고 하더군.”

“……네?!”

“그래. 굉장히 경악했지. 분명 천사 같은 아이들인데. 다 내 딸 같이 착하고, 귀하게 보이는 애들인데. 처음 학교를 찾아가니 정말 내 딸 말고 모조리 미친 여자애들로밖에 안 보이더군.”

“…….”


아버님의 말에 나는 경악하게 됐다. 세상에나. 그 정도로 심하게 당했단 말인가, 리유가?! 조금 머뭇거리며 말하는 아버님의 얼굴엔 착찹함이 가득하다.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꾸욱 입을 다물었다.


늘,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들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무시하는 것에선 조금 꺼림칙한 것을 느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아니, 그건 핑계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그저 귀여운 모습만 보고, 밝고 활기찬 모습만 보고 좋아라 하면서 그녀의 어두운 면은 전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잖아. 그건, 비겁하게 스스로 원하는 여자애만을 상상하던 지영이 때의 나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잖아? 비겁하고 치졸했던 그 모습 그대로.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지금 개의치 않아 하는 그녀의 모습만 보고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리유…… 어쩌면 리유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매달리는 건, 내가 모르는 중학교 때의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알고 싶다. 내가 모르던 시기의 그녀를. 내가 모르는 리유의 상처를.


“좀 더 들려주세요, 리유의 과거를.”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지.”


주먹을 꽉 쥐고 아버님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은 잠시 내 눈을 응시하다 담뱃불을 털어 끄고 베란다 문을 여신다.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거실 쇼파에 앉았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을 할 때엔 일요일엔 꼭 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양심이 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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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누락된 편입니다 +11 14.03.21 2,371 44 1쪽
96 24화. 깊고 어두운 그 때. +11 14.03.20 2,656 44 23쪽
95 23화 - 5 +21 14.03.19 2,581 80 18쪽
94 23화 - 4 +7 14.03.18 2,343 52 19쪽
93 23화 - 3 +24 14.03.17 2,644 44 22쪽
92 23화 - 2 +9 14.03.15 2,986 116 21쪽
91 23화. 여름방학의 바다!! - 1 +13 14.03.14 2,727 48 20쪽
90 22화 - 4 +18 14.03.13 2,235 78 22쪽
89 22화 - 3 +16 14.03.12 2,428 43 20쪽
88 22화 - 2 +8 14.03.11 2,405 39 19쪽
87 22화. 그가 고자가 된 이유. - 1 +13 14.03.10 2,913 99 19쪽
86 21화 - 4 +21 14.03.09 2,685 51 22쪽
85 21화 - 3 +9 14.03.08 2,601 50 19쪽
84 21화 - 2 +7 14.03.07 2,297 45 20쪽
83 21화. 힘내세요, 선생님 - 1 +13 14.03.06 2,221 52 18쪽
82 20화 - 4 +15 14.03.04 2,827 61 17쪽
81 20화 - 3 +17 14.03.02 3,027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3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4 53 18쪽
78 19화 - 4 +27 14.02.26 2,886 118 24쪽
77 19화 - 3 +24 14.02.25 3,564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7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5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3 58 17쪽
73 18화 - 3 +21 14.02.23 2,172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3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7 54 18쪽
70 17화 - 4 +19 14.02.21 2,374 5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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