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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끼적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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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끼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8.04 03:27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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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
추천수 :
190
글자수 :
31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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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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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화-계기(4)

DUMMY

그날 밤, 기업가와 과학자, 그리고 바리스타는 한데 모였다.


“짐 다 챙기셨습니까?”


“보다시피.”


“주인장은?”


“저도 준비됐어요.”


“그럼 가시죠.”




31화-계기(4)




부회장의 자동차는 그의 명성에 걸맞게 굉장히 고풍스러웠다. 누가 봐도 비싼 차였다. 외관은 말할 것도 없었고, 깔끔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드는 내부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박사, 어제 카페 테러가 뉴스에 떴군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운전석에 앉은 부회장은 기술의 힘으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핸들을 앞에 두고 한가롭게 홀로그램을 만지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번 보죠.”


부회장이 홀로그램을 내 앞에 띄워줬다. 그가 건네준 기사를 난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사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민간 업소 향한 테러 발생-


-어제 오후 1시 30분경,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민간인 소재의 카페를 향한 테러가 발생해 많은 시민들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역시나 정체불명의 테러 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은 투척용 폭탄을 사용하여 폭탄 테러를 감행하였을 뿐 아니라, 무차별 총격까지 가해 민간을 향한 첫 총기 사격 사건이 발생하였다.


지난 마포대교 테러 사건 이후로, 총기가 발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다행히 SWAT팀에서 사전에 테러 위협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덕에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폭발에 휘말린 카페는 반파되고 안드로이드 한 대가 가루가 되어 약 1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발생 당시 카페 안에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카페 주인 이 모 씨, 그리고 다른 손님 한 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명백했던 상황에서 거리낌 없이 실탄을 발사한 테러 단체의 행동에 대해 오늘 오전 진행된 경찰 브리핑에서 정이인 경찰청장은 ‘충격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규탄하며, 테러 단체 색출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70번째 테러를 맞이하는 시민들은 테러범의 검거는커녕 정체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경찰력에 불신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 치안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계엄령을 원하는 여론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지만, 정부에선 이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이다···-


이쯤 읽고, 난 다른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쭉 훑어봤다.


-<사회> 레알미터 여론조사 결과, 계엄령 ‘필요하다’ 응답률 59%-


-<정치> 야당 대표, 국회서 치안 불안 해결하고 있지 못한 정부 규탄-


-<경제> 요동치는 주가와 코인···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천당과 지옥’-


“···계엄령이 진짜 떨어진답니까? 뭐 아는 거 있습니까?”


난 개인적인 호기심에 물었다. 진짜 계엄령이 떨어질지, 그냥 궁금했다.


“정부 관료들과 논의 중에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함부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니까요.”


부회장이 앉은 운전석이 갑자기 돌아가더니 나와 마주 보도록 방향을 틀었다.


“오, 이런 것도 됩니까?”


“기껏 자율 주행 차랑 만들어놨는데, 앞만 보고 갈 순 없잖습니까? 이거 제가 직접 고안한 아이디업니다.”


“그런데 왜 시중에 출시가 안 된겁니까?”


“망할 규제 때문이죠. 정부는 우리가 돈 버는 게 싫은 모양입니다.”


그 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부회장이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예?”


“처음에 어떻게 만났냔 말입니다. 계기가 있었 을거 아닙니까? 아니면 우연한 만남? 그쪽이 더 재밌긴 하겠군요, 운명의 데스티니이?! 뭐 그런 거라나?”


점잖은 사람이 답지 않게 왜 이런담···?


“흠, 안 말해줄 겁니까?”


“예.”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술 퍼먹고 길에 뻗었다고는 절대 말 못···


“음, 그럼 주인장이 말해주시겠습니까?”


엥? 자, 잠깐?


“당연하죠! 카페 가는 길에 술 먹고 쓰러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업어와서 카페에서···”


“아, 사장님!”


내가 뭐라 대응하기도 전에 사장님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아오오, 진짜!


“아, 그런 거군요.”


부회장이 재밌다는 듯이 쿡쿡댔다. 사장님도 웃음을 참고 있는 거로 봐선, 이 사람들 날 놀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사장님이 부회장에게 물었다. 그래. 그런 나도 궁금했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안전 가옥으로 모신다고요.”


“그러니까 그 안전 가옥이 도대체가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부회장이 헛기침을 몇 번 내뱉고 입을 열었다.


“두 분을 안전하게 모시려면, 가옥에 대한 보안 시스템은 당연히 완벽하게 갖춰져야 합니다. 또한 주변에 테러 위협을 감지할 수 있을 만한 CCTV, 드론 따위도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 것들이 갖춰져 있고, 저희 위성에서 각종 대처 및 생활에 대한 지원을 해드리려면, 스카이 타워밖에 없죠.”


“스카이 타워요? 제가 아는 그 엄청 높은 건물 말하는 거예요?”


사장님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부회장이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스카이 타워가 무엇이냐 하면은, 서울 한복판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위성 그룹의 본사 건물이자, 높이 1,200m의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초고층 건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자리메김한 지 5년째가 되어가는 이 건물은 하부에는 백화점, 마트, 영화관 등 각종 편의 시설과 여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 중앙은 일반 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거주지가 있고, 나머지 건물 상층부에 위성 그룹 본사가 위치해있는 구조이다.


“두 분은 거주 구역 중에서도 맨 위층에 묵게 되실 겁니다. 박사, 테러 위협이 해결될 때까지는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해주시죠.”


“진짜 거길 빌려주시는 거예요? 대박, 우리 집 가격에 200배도 더 되는 집이잖아요!”


사장님이 신난 표정이었다. 이런 이런. 돈에 그렇게 쉽게···


···굴복해야지! 아니, 불편할 게 있나? 완전 땡큐지! 스카이타워 거주지 최상층이면, 5성 호텔 뺨치는 초호화 아파트잖아!


역시 돈이 좋긴 좋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역시, 궁금한 건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지.


“좋긴 하다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뭡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박사?”


“아니, 그러니까··· 너무 과분한 게··· 아닌가 해서 말이죠.”


“이게 과분한 겁니까?”


아, 예.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세계 최고 부자인 사실을 잊고 있었군요. 미안합니다잉!


“아니, 그러니까···”


“박사, 이번 일엔 위성의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제가 해달라는 데로 해주시죠.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대체 테러랑 위성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돈 많은 사람이 사회 혼란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뭐, 알겠습니다.”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서울 시내를 해치며 높이 솟은 기술의 결정체를 향해 다가갔다.




*




일행 앞에 놓인 스카이 타워는 그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들은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타워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사장님이 신선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계셨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스카이 타워는 굳이 말하자면 도넛 모양이다. 무슨 말이냐, 건물 중앙이 1층부터 1,200M 위의 최상층까지 뻥 뚫려있는, 그런 구조란 말이다. 덕분에 로비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천정이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각 층에서 세어 나오는 빛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로비에 웅장함과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해줬다.


“이쪽으로 오시죠.”


부회장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우, 우와악!”


“왜, 왜 그래?”


사장님이 내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이유는···


“아, 아니, 누가 엘리베이터를 통유리로 만듭니까?”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진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이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유리 엘리베이터는 되게 많은 거로 아는데.”


부회장이 이해할 수 없단 투로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높은 건물에 누가··· 엘리베이터를 통유리로 만드냔 말이죠!”


“왜요. 박사, 고소공포증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심하진 않은데, 그래도 이건 좀! 1,200M를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 정도까지는 안 갑니다.”


후, 그런 거지?


“···1,000M만 가면 됩니다.”


“뭐요?!?!”


그때 띵!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망했다. 난 부회장을 바라봤다.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손님.”


음흉한 웃음과 함께 부회장은 그렇게 움직였다.


“우와아아악!!!!”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어느 정도냐고? 자이로드롭이 거꾸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빠를··· 우와악!!!


그렇게 한민성은 아주 인상적인(?) 경험과 함께 한동안 자신이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향했다.




*




“우욱··· 사장님··· 살려주세요···”


“괜찮아?”


“어땠습니까, 박사?”


“어떻냐고요?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입니다! 아니,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타라고 엘리베이터를 저따구로 만들어놓은 겁니까?”


한민성이 죽어가면서 박박 화를 냈다.


“걱정 마십시오, 그래서 사방이 다 박힌 평범한 엘리베이터도 있으니까.”


“아니, 뭐라고요?! 그런데 난 왜 이걸로 태우고 온 겁니까?!”


“그편이 더 재밌잖습니까?”


역시, 저 인간은 사이코패스였어!


한민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은아의 부축과 함께 천상현을 뒤따랐다.


“여깁니다. 잘 기억해두시죠.”


부회장이 문 하나를 열면서 이야기했다. 그 문이 열리고 보인 풍경은···


“허허···”


···헛웃음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31화-계기(4)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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