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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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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8.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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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32쪽

끝화.

DUMMY

“…….”

눈을 떴다. 조용한 공간. 어둠이 모든 걸 집어 삼킨 세상. 나는…… 그래, 나는 정웅도. 지금은 아침. 잠깐, 아침 맞아?! 한 10시까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거 아니야, 나?!

“후우.”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니 7시 30분.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이다. 괜히 화들짝 놀라 등골이 오싹하기만 하다. 일어나 커튼을 치고 눈부신 햇빛을 만끽한다. 이불을 개고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오늘 아침은 스팸을 구운 것에 김치와 밥이다. 잘 구운 스팸 한 조각에 흰 쌀밥이면, 키야아─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모래를 씹는 것처럼 뻑뻑하고 짭짤하기만 하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그것 말고도, 뭔가 굉장히 허전한 느낌인데.

예전이었으면 희세가 와서 깨워줬을 텐데. 희세가 와서 아침 차려주고 같이 밥 먹었을 텐데. 나는 씻고 나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다. 설거지는 내가 하지만. 혼자 밥 먹는 것보다는 둘이 먹는 게 훨씬 낫다. 게다가 맛도 희세 밥은 검증된 밥이니까. 우리 엄마 밥보다 맛있는데 말 다했지. 하지만 이제는 못 먹을 밥이다. 밥맛이 쓰다. 밥이 쓸 수도 있구나. 뭔가, 뭔가 되게…… 아쉽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설거지 하고 모든 정리를 마치고 혼자 나왔다. 등교할 때에도 희세랑 같이 얘기하면서 걸었는데. 같이 걸었던 거리, 골목길. 독설 같은 느낌으로 날카롭게 말하던 희세의 말투까지 어째 굉장히 거리가 있는 기분이다. 기운없이 혼자 학교까지 걸어간다.


“아…….”

씁쓸한 느낌 두 번째.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느끼게 되는 그것. 자리를 옮겼다. 성빈이가. 앞쪽 리유 자리와 바꾼 듯, 평소 리유가 앉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다. 내가 들어왔음에도 이 쪽을 쳐다도 안 본다. ……솔직히 자리까지 이렇게 옮겨놓으니까 기분이 굉장히 난감하다. 아예 상종도 안 하겠다, 선을 긋겠다 그런 말인가. 으응, 그게 맞는데, 그게 맞는데…… 음. 너무 하루만에 이러니까 굉장히 이상한데.

잠자코 자리에 앉아 앞을 본다. 맨 앞자리 희세는 당연하게 나보다 일찍 와 있다. 평소와 다름 없는 책 읽고 있는 희세. 하지만 어째서일까, 말을 걸 수가 없다. 그럭저럭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인데 오늘따라 그 거리가 갑절은 더 멀어 보인다.

아직 리유가 오지 않았다. 보충수업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가만히 다른 애들을 쳐다본다. 지선이와 얘기하고 있는 성빈이. 여전히 애들의 중심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정희. 정자세로 미동도 않고 책을 읽는 희세. 그대로다. 똑같다. 근데 어째서일까, 단 하루만에 애들에게 다가서지 못할 이 변화는. 비단 성빈이나 희세 말고 다른 애들에게도,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헉, 이거 그건가. ‘난 우리반 애들 전부를 왕따시켰다.’ 그런 거.

“여어. 뭐해.”

“아, 네…… 책 봐요.”

“그래.”

보충수업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지만 그래도 남는 시간, 구석의 미래에게 다가갔다. 이 시간대의 미래가 하는 행동은 굉장히 정형화 돼 있다. 기분이 좋은 날은, 아침부터 나에게 와서 말장난 걸고 시비 거는 것, 기분이 별로일 경우엔 휴대폰 삼매경. 휴대폰으론 책을 본다거나, 인터넷을 한다거나, 그러겠지. 지금은 후자의 경우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분위기. 나를 보더니 수줍은 건 아니지만 묘하게 부끄러워 하는 듯 멋쩍어 하며 안경을 슬쩍 올리고 짧게 대답하고 황급히 시선을 휴대폰으로 옮긴다. 전혀 안 친할 적의 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일부러 거리를 두는…… 아니, 아니다. 괜히 내가 그렇게 인식을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야.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리유, 지각하려나. 수업시간 거의 다 됐는데.”

“……마중이라도 나가지 그래요? 별로 상관은 없지만.”

“…….”

미래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한다. 나랑 말하는 동안 그다지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나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은 투이다. 거기에, 해석하기에 따라 가시가 돋은 것 같기도 한 대답에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말없이 미래를 쳐다보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게 맞는 거지, 이게 맞는 거야. 근데 이 쓸쓸한 기분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 꼭 이렇게까지 어색해져야 할까 하는 느낌. 물론 내 쪽에서 먼저 어색해하니까 다른 애들도 어색해한다고 봐야겠지만, 그치만.

“와! 진짜 지각할 뻔 했어!”

“그러니까 늦잠을 자면 안 되지. 지각할 뻔 했잖아.”

“에헤헤헤. 그래두, 안 늦었잖아!”

거의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 리유가 호들갑스럽게 도착했다. 내 앞으로 와선 얼굴이 빨개져서 말한다. 절로 미소가 지어져 방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 리유가 실시간으로 오는 걸 문자로 말해줘서 놀라거나 하진 않았지만. 리유는 ‘아! 얼른 앉아야지!’ 하더니 앞자리로 간다. 그러더니 앞자리에 앉아 있는 성빈이와 잠시 실랑이를 벌이더니 내 옆자리로 온다. ‘비니가 맘대로 자리 바꿨어! 이상하지? 그래도 웅이랑 같이 앉으니까 좋다! 히힛.’ 하고 말한다. 음…… 뭐, 눈치가 없는 건 리유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니까. 리유가 앉고 얼마 안 돼 바로 선생님이 오신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들어왔네, 리유.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역시, 점심시간이 아닐까. 그건 비단 남고든 여고든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그것에 상관 없이 기본적으로 사람이니까. 뭐, 애초에 우리학교는 급식제도가 아니라 내가 다니던 남중처럼 죽음의 레이스가 진행되거나 하진 않는다. 적절한 자기 패거리들끼리 밥을 먹곤 한다. 당연히 우리 밥 패밀리도─

아. 점심시간 다가오는 게 끔찍한 건 처음인데. 학기 초에 따돌림 당할 때도 이 정도 기분은 아니었는데. 다른 표현 필요 없이, 단순한 말로 정말 ‘끔찍’하다. 이 어색한 상황으로 어떻게 밥을 먹어. 그것만큼 지옥 같은 건 또 없다. 차라리 모른 척 하고 아예 날 무시하면 그게 낫겠다. 묘한 어색한 시선과 어색한 분위기, 으으……. 예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그립다. 어느 정도 이렇게 될 걸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이야. 도저히 같이 밥을 먹을 순 없다고 판단한 나. 지금은 4교시 끝나기 5분 전. 리유에게 작게 말했다.

“오늘은 나가서 밥 먹을까?”

“어? 정말? 이히히. 응응! 다들 나가서 먹자!”

“……둘이서 먹으려고 했는데.”

“어? 왜??”

리유는 내 말에 굉장히 기뻐하며 꽤 큰 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망을 보며 입에 검지를 대고 ‘쉿’ 했다. 리유는 마찬가지로 선생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춘다. 하지만 리유의 물음에 나는 입을 다물게 됐다. 그러니까…… 성빈이랑 희세랑 미래랑 어색해져서 둘이 먹겠다는 걸 리유에게 어떻게 설명한다. 그냥 다 말할까. 어차피 리유도 알 텐데. 아니, 그럴 순 없다. 리유가 제일 경계한 게 뭔데. 다른 애들하고 어색해질까봐 성빈이랑 희세가 나 좋아한다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것에 안절부절 못 하고, 고백할 생각도 못 했던 리유다. 그런 리유한테 다른 애들하고 어색해졌다고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그나마 리유에겐 어색하지 않은 것 같은 애들인데, 리유하고까지 어색해질 게 눈에 보인다. 대충 넘기자,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음. 이제 사귀니까, 둘이 먹고 싶어서.”

“……엣.”

솔직한 심정은 아니고 약간의 핑계를 섞어 말했는데 리유는 순식간에 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굉장히 수줍어하며 입을 다문다. 효과만점?! 별달리 의도한 건 아닌데 괜찮은 핑계가 된 것 같다. 뭐, 마냥 핑계인 것도 아니지. 실제로, 오늘이 사귄지 2일 되는 날이니까.

5분 뒤, 점심시간. 리유와 같이 학교를 빠져나왔다. 다른 애들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리유가 눈치 없이 ‘있잖아! 나 오늘은 웅이랑 밥 먹고 올게!’ 할까봐 얼른 리유를 붙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도망치는 게 아니다. 리유랑 데이트 하는 거다. 이게 옳은 일이다. 그래, 도망치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고. ……명백하고 정확하게 정신승리인 것 같은데.

“뭐 먹을까? 돈가스? 오므라이스? 라면? 아, 다 맛있을 것 같은데!”

“그럼 일단은 분식집으로 정할까. 나머진 가서 정하고.”

“응응! 히히히히.”

리유는 오늘따라 되게 귀여운 투로 말한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귀여워서 리유 머리를 쓰다듬는다.

평소와 같다. 분식집까지 걸어가는동안 리유는 참새처럼 재잘재잘 떠들고, 나는 묵묵히 들으며 흐뭇한 미소 짓고, 가끔 태클 걸어서 리유가 입을 삐죽이거나 삐쳐서 ‘흥!’ 하는 걸 더욱 흐뭇하게 바라보거나. 하지만 뭔가, 설레는 감정은 그다지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리유가 너무 평소랑 똑같이 편하게 하니까 그런가. 하긴, 리유랑 뭔가 ‘이성친구’ 같은 느낌을 만들기엔 서로 너무 편하고 가식 없는 사이여서.

“그래서 그래서, 으응, 응…….”

“그래서 뭐?”

“…….”

슬쩍 리유의 손을 잡았다. 아 글쎄,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 안 난다면 내 스스로 만들어야지. 리유는 재잘재잘 떠들다 내가 손을 잡자 움찔 하며 멈칫거린다. 걷는 걸 멈추진 않았지만 눈에 띄게 당황한 반응. 귀여워 죽겠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리유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리유는 입을 다물고 심통이 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얼굴이 새빨갛다. 아하하, 귀여워. 귀여운 것 말고도, 지금 보니까 리유, 예쁘다. 부끄러워하는 리유는 잔뜩 툴툴대며 ‘소, 손 잡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면서 애써 괜찮은 척 한다. 그러면서 잔뜩 긴장해서 뻣뻣한 걸음으로 걷는 게 귀여워 죽을 것 같다. 사실 손 처음 잡는 것도 아닌데. 리유도 은근히, 이런 거에 의미 두고 그런 사랑스런 여자애구나.

비록 다른 애들이랑 어색해졌지만 괜찮다. 리유가 있으니까. 리유랑 함께 할 수 있으니까. 그래, 그거면 됐어. 이렇게나 귀여운걸. 이렇게나 예쁜걸. 허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리유를 내려다본다. 이젠 적응했는지 그렇게 뻣뻣한 걸음은 아니다. 상기된 얼굴도 다시 원래대로. 내 손을 꼬옥 잡고 있는 리유의 손이 앙증맞아 보인다. 음. 좋아, 이 느낌. 근데…… 근데 말야.


─솔직히 아깝잖아?!


난 왜 그랬을까?! 그냥, 그냥 하렘을 유지했으면 안 되나? 내가 뭐 그런 사람이나 되냐고? 정웅도, 너는 널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것 같은데. 너는 충분히 그 여자애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 애초에 내가 의식적으로 여자애들을 가지려고 노력했었어? 다가온 건 여자애들이었어. 알아서. 내 페로몬(?)에 이끌린 암컷(!)들이라고! 으아아, 근데 병X같은 나는 그 복덩어리들을 스스로 걷어차버렸지! 하! 으으…… 으으…… 으아아아아아아!!

이걸로 된 게 아니야!!! 신혼부부도 아니고, 매일매일 깨워주고 밥 해주고 츤츤대면서도 나 계속 따라다니는 희세는! 천사 같은 미소로 반겨주고 달달한 목소리로 옆에서 지도해주고 늘 내 말 들어주는 성빈이는! 상상도 못한 섹드립과 개드립으로 날 당황케 하지만 누구보다 색다르고 엉뚱한 일들로 나를 변하게 해주는 미래는! 그 모든 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으아아아!! 리유 하나로 배상될만한 값어치의 그것들이 아니잖아!!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하리 나는 바보가 돼버린걸……


내가 요즘 라노베나 애니 같은 거 보고 느낀 게……

최대한 열심히 하렘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애.

근데, 난 거유 미소녀 친구 다 버리고 로리를 골랐잖아.

난 안 될 거야, 아마.


남자가 언제 여자를 잃는다고 생각하나?

야한 책을 보다가 들켰을 때? 천만에!

알몸인 여자애의 몸을 몰래 쳐다봐 이미지가 상했을 때? 천만에!

격한 부딪힘으로 여자애 가슴을 덥썩 주물렀을 때? 천만에!

……페도의 길을 걸을 때다……!

썩! 괜찮은 인생이었다!!!


나이예이야이야이야네하넝나모르게네예옝이ㅑ





“흐어억!”

굉장한 기세의 아침 기상. 숨이 절로 헐떡여진다. 악몽을 꾸며 잠에서 깰 수 있다니. 그런데 뭘까, 꿈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기억 속에서 삭제가 된 것처럼. 내용은 생각 안 나지만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걸 보니 꿈 속에서 굉장히 급박한 상황이었나보다. 아련하게 느낌만 남아 있는 꿈의 느낌은, 아쉬움…… 안타까움…… 절박함……?

‘삑삑삑. 철컹.’

“어. 일어나 있었네.”

어두운 방 안에서 일어나 커튼을 치는 찰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고 방문이 열린다. 교복 차림의 희세. 볼멘소리로 말하는 희세는 오늘따라 굉장히 청초하고 예뻐 보인다. 맘 같아선 ‘희, 희세야~!’ 하면서 달려가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 어째서?! 하지만 그럴 순 없기에, 괜히 어색해하며 ‘와, 왔어.’ 하고 찌질하게 대답했다.

“감기는. 나았어?”

“응, 푹 잤더니.”

“밥 먹을 수 있겠어?”

“아아, 당연하지. 그 정도로 약한 남자 아니니까. 상남잔디.”

“흐흥, 상남자가 감기 정도로 비실대나.”

희세의 말에 어깨를 으쓱, 능청맞게 대답했다. 나는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감기 걱정부터 해 주다니. 사실 아직 다 나은 건 아닌데, 조금 어지럽긴 한데 허세 부리느라 나은 척 했다. 희세는 뿌리 깊은 불신의 눈으로 받아치고 냉장고 앞으로 간다. 아침을 차리는 희세의 모습. 익숙하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사소한데 뭔가 감동적이다.

“뭐야. 얼른 씻어. 그래야 학교 가지.”

“어, 어.”

뭔가 이상한 기시감에 희세를 한참 지켜보는데 그 행동을 눈치챈 희세가 힐끔 보더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가 안 씻으면 내가 밥을 차려도 네가 밥을 못 먹고, 그럼 나까지 지각하잖아.’ 하고 잔소리하듯 길게 얘기하는 희세.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씻으러 간다. 언제 희세 밥 한 번 사줘야겠네. 고마워서.

“저기.”

“응?”

“고마워.”

“뭐가.”

“밥 차려줘서. 깨워주고.”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내가 식모같네? 파출부? 월급 줄래?”

“아니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진짜, 진짜 고마워서.”

희세는 특유의 틱틱 내뱉는 투로 놀리듯 말한다. 팔을 내저으며 대답하는 나를, 피식 웃으며 희세는 바라본다.

“왜, 리유랑 사귀니까 이제 안 깨워주고 그럴 줄 알았어?”

“……그렇다고 봐야지.”

“그렇게 치사하진 않네요, 나는.”

“…….”

희세가 먼저 운을 띄운다. 어색해지기 일보직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다. 겨우 대답하니 희세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대답해야하냐?! 이런 건 매뉴얼에 없습니다! 잠깐잠깐, 이런 비상상황일수록 차근하고 침착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판단해라, 상황을 읽어라. 흐름을 타라. 뭐라고 대답해야 희세가 기분 나쁘지 않고 나 또한 괜찮고 또한 분위기도 흐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 5초 이상 말 안 했는데. 그럼 방송사고 아니야? 방송은 무슨 방송?!

“애초에, 사람 좋아하는 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바뀔 리가 없잖아.”

“……그렇지.”

“우쭐해하지 마! 되게 짜증나니까. 계속 싫어해야지. 짜증나. 죽어. 뒈져.”

“아니, 싫어하는 건 좀……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닥쳐. 그렇게 자학하는 것도 꼴 보기 싫어. 이딴 새끼를 대체 왜…… 됐다.”

내가 대답이 없으니 희세는 혼잣말하듯 말한다. 어떻게 해도 어색한 걸 떨쳐낼 수 없다. 잠자코 대답하니 희세는 심통을 부리며 말한다. 흔한 독설 패턴. 이 패턴은 많이 겪어본 사양이기에, 빠른 자학 답변을 했다. 다시금 돌아오는 독설. 아, 이게 낫다. 딱 좋다. 변태인가, 나는. 욕을 먹어야 기분이 안정되다니. 희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같이 학교를 등교한다.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

“감기는 괜찮아? 어제 많이 아파 보였는데.”

“어, 다 나았지! 상남자 정웅도인데!”

“흐흥.”

교실에 들어가니 옆자리 성빈이가 반겨준다. 오늘따라 평화로운 표정의 성빈이. 햇빛에 흰 피부가 반짝이는 것 같다. 뭔가 성스러워 보이는 이미지인데. 자리에 앉으니 희세와 마찬가지로 감기부터 물어봐주는 성빈이. 아아, 따뜻하다. 마음이 녹는 것 같아. 희세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게 허세 부리는 대답을 하니 성빈이는 입을 가리고 살짝 웃는다.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역시, 성빈이는 이런 치유계열에 특화돼 있지.

“힘세고 강한 아침!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래!”

“안 물어봤어. 심심하구나.”

“핳! 심심하다뇨! 전 단지, 근황이 궁금해서…… 데헷.”

“데헷은 얼어죽을.”

성빈이와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는데 토끼가 팔짝 뛰어서 오는 것처럼 미래가 폴짝 뛰어 내 자리 앞으로 온다. 묻지도 않은 인사를 하며. 분명 ‘이제부터 존댓말 컨셉 캐릭터는 버리겠다’고 꽤 오래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존댓말캐릭터로 복귀했다. 뭐, 꼭 이 편이 정상인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하지만. 성빈이와의 평화로운 담화가 깨져 기분이 언짢아졌다. 어째서인지 미래에게만큼은 막 대하게 되니까.

“그건 그렇고…… 우훗♡”

“뭐, 뭐야.”

미래는 내 자리 앞에 서서, 입을 가리고 요염한 포즈로 나를 내려다보며 눈을 샐쭉 뜬다. 좀 야하다고 해야 하나,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는 미래의 입이 떨어지기 전부터 몸서리를 쳤다.

“진도는 얼마나 나가셨나요……? 서, 설마?! 그, 금단의 소녀의 그것을?!!”

“아무짓도 안 했어! 애초에 그렇게 하기엔 절대적 시간이 모자라다고! 어제라니까?!”

“어머! 그럼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그녀와의 친밀도가 충분히 쌓인다면……? 어머어머어머~~!! 이 변태! 짐승! 어떻게 그런 작은 소녀에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을!”

“아무 생각도 안 했거든?!! 네 멋대로 망상하고 왜 내가 한 것처럼 누명을 씌우는데!”

미래는 이제는 내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얼굴을 왈칵 붉히며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솟구치는 분노를 날것 그대로 표출하며 미래에게 큰 소리 쳤다. 하지만 미래는 지지 않고 더욱 과감한 섹드립을 친다. 분명 성희롱을 당하는 건 내 쪽인데,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건 내 쪽인데 이미지 상으론 꼭 내가 미래에게 성희롱을 하며 큰 소리 치는 것 같다. 뭐라 하기엔 미래의 연기력과 드립력이 너무 좋다.

“에에에─ 괜히 『변태 씨』라는 별명이 붙었겠어요, 정 웅도씨? 그럼! 가슴에 손을 얹고 티끌 하나어치 만큼의 진도도 나가지 않을 것을 국가와 민족의 이름 아래 맹세할 수 있나요?!”

“……국가와 민족까지 걸 필요는 없잖아.”

“솔직하시지 못하네~ 그냥 그렇다고 하면 될 것 가지고!”

“……아 몰라 멍청아!”

미래는 갑자기 정색하고 나를 몰아세우며 다그친다.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미래는 나를 잔뜩 놀려댄다. 아니, 이건 정말 불합리한 질문이잖아. 이 세상 어떤 남자애가, 여자친구랑 사귀면서 진도(?) 안 나가고 싶어 하겠어. 손을 잡는다거나, 뽀뽀를 한다거나, 키스를 한다거나. 나쁜 짓이 아니잖아? 서로 좋아하니까 하는 짓이잖아. ……물론 그 대상이 리유라면 비록 같은 나이라고 해도 뭔가 범법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지. 미래는 기세가 올라 ‘이 로리콘! 변태! 씹변태! 에에에에! 소아성애자! 소자 페도의 길을 걷겠습니다!’ 하며 놀려댄다. 한숨을 푹 쉬며, 그냥 묵묵히 미래의 말을 들었다. 어쩌겠어. 반 정도 사실인데.

“와! 진짜 지각할 뻔 했어!”

“그러니까 늦잠을 자면 안 되지. 지각할 뻔 했잖아.”

“에헤헤헤. 그래두, 안 늦었잖아!”

거의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 리유가 호들갑스럽게 도착했다. 내 앞으로 와선 얼굴이 빨개져서 말한다. 절로 미소가 지어져 방긋 웃으며 말했다. 미래는 도착한 리유와 나를 번갈아보며 ‘……소녀는 이만 빠져야겠군요. 그럼 이만, 우홋!’ 하며 빠르게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덕분에 괜히 리유하고 나하고 분위기가 좀 어색해졌다. 정말, 미래의 저런 수작질은 어떻게 방어할 답이 없다.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인지라, 리유는 ‘그럼 나 자리 갈게!’ 하고 앞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

가만히 지루한 수업을 듣는데 문득, 책 위로 쪽지가 놓여있다. 동글납작 귀여운 글씨체로 써 있는 글씨. 「역시 자리, 바꿔줘야 할까? 나랑 리유.」아아, 이 선한 마음. 어떻게 해야 하지! 몸둘바를 모르겠다. 나랑 리유랑 사귄다고, 이렇게 자리까지 바꿔주려 하다니. 정작 나나 리유는 전혀 생각도 안 했는데. 성빈이의 고운 마음을 느끼며, 종이를 뒤집어 글씨를 써 성빈이에게 줬다. 「괜찮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내 대답에 성빈이는 나를 보고 싱긋 웃는다. 아, 오늘따라 성빈이가 되게 천사처럼 예쁘게 보인다.


“오늘은 밖에서 밥 먹을까.”

“응응! 난 좋아! 뭐 먹을까! 돈가스, 오므라이스, 라면!”

“그럼 분식집으로 해야겠네. 다들 괜찮아?”

“뭐, 가끔은 외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응, 나는 좋아.”

“에에─ 이렇게 다같이 먹을 사이인가요? 이제 홀몸도 아닌데. 어멋♡ 홀몸이 아니면 무얼까나~”

한순간의 변덕으로 정해버린 외출. 리유는 굉장히 좋아하며 찬성하고, 성빈이는 무난한 고개 끄덕임. 희세는 별로 탐탁지 않은 듯하지만 긍정. 미래는 맥락도 상황에도 맞지 않는 얼토당토 않은 드립. 뭔가 천편일률적으로 예상되는 답변들인데. 그러나 어떠랴, 다섯 명이 나란히 학교를 나와 걷는다.

다섯 명이 걸으면 패턴은 뻔하다. 다섯 명이 상호작용을 하니 뭔가 변수가 많을 것 같지만 개뿔, 늘 같은 패턴. 참새처럼 재잘재잘 떠드는 리유. 대상은 나 아니면 성빈이. 성빈이는 먼저 그렇게 수다를 떠는 편은 아닌지라, 주로 듣는 쪽이다. 지금도 리유와 내 대화를 듣고 있다. 희세는 성빈이와 마찬가지로 먼저 수다를 떠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는 말 막는 편은 아닌지라, 나나 미래가 말을 걸면 곧잘 말한다. 혹은 독설 비슷하게 태클 거는 것도 잘 한다. 미래는 말할 것도 없이, 상시 폭풍개드립 상태. 그러다 나나 희세의 태클에 주춤 하거나 하는 패턴.

“저기요─”

“음?”

“잠깐만요─”

“뭐야, 뭐.”

리유가 재잘재잘 말하는 걸 듣고 있는데 미래가 굉장히 수상쩍고 언짢게 속삭이듯 말하며 나와 리유 사이에 끼어든다. 그러더니 내 셔츠 뒷부분을 잡아 뒤쪽으로 끌어당긴다. 얼결에 뒤로 빠지게 된 나. 리유는 말하다 그런 미래와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성빈이에게 말을 계속한다.

“뭐야, 뭔데.”

“진도 안 나가요?! 절호의 기회인데!”

“뭐가 절호의 기회야. 그냥 네 망상일 뿐이잖아.”

“흥흥! 이러니까 그런 하렘을 유지할 수 있죠. 둔감속성? 고자왕?”

“뭐라는거야.”

미래는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나는 미래에게만큼은 현자의 얼굴이 돼 냉정한 판단으로 대답한다. 미래는 입을 삐죽이며 계속 말을 한다. 격한 드립에도 현자의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답한다.

“손 잡으라구요, 손! 자연스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

“왜요, 손도 못 잡는 병신이에요? 하긴, 이래서 동정은. 에에 동정?! 기분나 빠! 동정이 허락되는 건 초등학생까지라구!”

“다, 닥쳐! 해도 될 말이 있고 하면 안 되는 말이 있지.”

“에에~ 에에에~~ 에에에에에~~”

미래의 도발. 효과는 굉장하다! 아까 아침과 마찬가지로 분명 성적 불쾌감을 느끼는 건 내 쪽인데, 오히려 미래가 더 당당하다. 속으로 울컥, ‘그럼 넌 뭐 비처녀야?!’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또 엄청 다른 말이니까, 속으로만 생각했다.

도발을 당하면 기분이 몹시 나쁘다. 내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깟 손 잡는 것 하나 가지고 동정 얘긴 왜 나오고. 진도는 내가 알아서 나가는 거 아니야? 애초에 오늘 2일밖에 안 됐다고. 나도 때 되면 다 알아서─ 음. 뭔가 구차해지는 것 같다. 어찌됐든 미래의 도발에 걸린 나니까. 기분이 나빠진 나는 패기 있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그래서, 으응, 응…….”

“…….”

리유는 즐거운 듯 웃으며 성빈이에게 말하다 내가 손을 잡으니 움찔거리며 입을 다문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홱,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아, 귀여워 기여어!! 그 반응이 너무 귀여워 옆에 있던 성빈이마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아─ 누구는 좋겠네, 손도 잡고 걷고─ 꼴보기 싫어서 어떻게 주체를 못 하겠네─”

“히, 히이!! 이, 이거는! 그, 그, 그……!”

“뭐, 이거는 뭐. 아주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지. ‘저는요─ 웅이랑 사귀어요─ 이렇게 손도 잡고 다녀요 헤헷☆’ 이렇게.”

“으우우…….”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큰 목소리. 의외로 비꼬는 말을 잔뜩 하는 건 희세. 아니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째 약간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비꼬는 수준이 미래 따위는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리유는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맨다. 어째서 나를 타겟으로 하지 않고 리유에게 그러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한테는 뭐라고 안 하네. 웬일이래, 희세가.

“좋다고 또 헤벌죽대고 있네. 에이, 짜증나. 얼른 가자, 성빈아.”

“어, 응.”

“아아. 좋을 때네요, 정말.”

“야, 야…….”

물론 내가 타겟이 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희세는 매몰차게 말하더니 새침하게 성빈이에게 말하고 앞서 걸어간다. 성빈이는 당황하는 듯 하면서도 희세를 따른다. 미래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하고 둘을 따라간다. 나는 막막한 느낌으로 앞서 가는 여자애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뒷머리를 긁는다. 옆으로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리유.

“우리도 갈까.”

“……응.”

“뭐, 별 거 아니잖아, 손 잡는 거 정돈.”

“……그래도, 그래도. 애들 다 있는데.”

“아하하.”

리유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속삭이듯 말한다. 거의 울 것 같은 경지다. 괜히 그러니까 나까지 창피해지려고 하잖아. 한 손은 꼬옥 리유 손을 잡고 있고, 나머지 손을 들어 리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좀 안정이 됐는지 리유는 고개를 든다. 방긋 웃는 리유. 곧 둘이서 뛰듯이 여자애들을 따라간다. ‘야 같이 가!’ 하면서. 여자애들은 까르르 웃으며 아예 자세를 잡고 뛰어간다. 아하, 아하하. 깔깔 까르르. 무슨 청춘 드라마 엔딩 같은 부분인건가. 아하하하하하하하─ 잘 됐네요, 잘 됐어요.




이렇게, 대강의 내 여고 적응기가 끝이 났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을지, 남은 2학기, 2학년, 3학년은 어떨지. 리유와 같이, 정식으로 사귀며 교재하며 다니는 학교는 어떨지. 기대되는 나날이다. 아── 잠이나 자야지.





────────────────


이보시오, 난 김태신 사람을 쓰고 있어요. 시리즈 너무 오래 그것에 장시간 있을 것이다. 누가 더 장기 재미를 하여 문서를 읽어 보지 않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난 분명히 ‘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너무나 오래 연재한 글 오랫동안 읽어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라는 식으로 써서 번역기에 돌렸을 뿐인데…….



웅도는.

제 분신같은 녀석입니다. 웅도의 굉장히 흐지부지하고 우유부단하고 여성혐오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이중잣대적인 성격 등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웅도가 하렘을 이룬 것도 제 작은 소망?! 뭐, 그렇지요. 원래 남자는 많은 여자애들하고 놀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지금 우린 최악의 성비를 자랑하는 8090세대잖아? 아마 안 될거야. 그거 알아요? 85년생 ─ 98년생까지의 25%는 평생동안 독신일거래요. ……Aㅏ……

희세는 사실은 사실은 제 최애캐입니다. 현실에서의 제 최애캐는 『빙과』의 치탄다 에루와 『러브 라이브!』 의 토죠 노조미, 야자와 니코이지만. 그닥 캐릭터 특성은 많이 없습니다. 그냥 러브코미디 라노베에 얼마든지 있을 것 같은 거유 + 공부 잘함 + 독설 캐릭터죠. 그리고 그리고─ 초기엔 『나는 친구가 적다』의 세나하고 이미지가 비슷했는데…… 사실 저기에서 머리카락만 금발이 되면 세나가 돼서…… 같은 원리로 희세 = 세나, 성빈이 = 요조라, 미래 = 리카, 리유 = 코바토 같은 등식이 성립되는데…… 따, 딱히 우연의 산물일 뿐입니다. 애초에 성빈이는 요조라랑 같지도 않고, 미래는…… 음음. 리유랑 코바토도 다르구요. 90%가 배낀 것이고 10%가 창작이면 창작이라는 명언(?)이 떠오르네요.

성빈이는, 솔직히 말하면 캐릭터가 그렇게 명확하게 잡히질 못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개성이 다른 애들에 비해 확실히 부족해서, 그냥 밋밋한 모범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원히 고통받는 희세. 제 고등학교 시절, 이상형으로 잡던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청순한 보통 여고생 아닐까요. 그렇다고 마냥 청순하지만은 않고 붙임성도 있고 귀염성도 있는, 그리고 먹는 것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남자애 앞이라 조금 먹는 척 내숭부리는 귀여운 여고생입니다.

미래는…… 미래는 많은 분들에게 굉장한 불쾌감을 선사했지요. 인정합니다. 미래의 드립이라 하는 것들은 대부분 디시인사이드의 그것에서 유래한 것인데요. 그건 제가 예전에 디시를 한 경력이 있어서…… 지금은 못합니다, 시대를 못 따라가서요. 거기다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래는 그냥 제가 내용 전개하기 편하고자 억지로 만들어 끼워 맞춘 캐릭터니까요. 초기 기획에는 있지도 않는 녀석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별로 비중도 없는데 중요 사건은 전부 미래가 주도하게 되는…… 그런 부조리함이 발생하죠. 매력포인트라고 어이없게 잡은 것도 불쾌한 개드립…… 섹드립도 있지만, 그건 사감선생님께 한참 딸리니까…… 어찌됐든 제 편의를 위해, 독자분들의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만든 캐릭터라, 죄송합니다. 제일 미안한 건 미래라는 캐릭터 본인에게 미안하네요. 살린다면 충분히 매력있는 톡톡튀는 4차원 소녀로 만들 수 있었는데. 저에게 그 정도 연출력은 없나봅니다.

리유는─ 리유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리유 역시 별 생각 없이 태어난 녀석. 면면히 한국 라노베 몇 권을 보고 생각한 결과, 왜인지 모르게 한국 독자들은 로리콘인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왜냐면, 작품마다 꼭 로리인 여자애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비중으로. 그래서 누님계열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억지로 넣었지요. 하지만 쓰면서 점점 제가 페도의 길(?)을 걷게 돼서…… 하하. 로리는 좋습니다, 로리를 거머쥐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로리는 그 자체로 로리라 좋으며, 점차 성장하며 청순계열, 누님계열, OL계열까지 전부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그야말로 만능이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 경찰은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 외에 많은 캐릭터들이 있었습니다.(어이 겐스케군 그럼 안돼! 탕탕! 끌려간다. 먼산.) 즐거운 나날들이었지요.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노베 공모전이요. 크게 시드노벨하고 노블엔진 쪽을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굉장하네요. 이쪽 바닥은.

뭐, 괜찮습니다. 아마, 아니, 확정적으로─ 그냥 인터넷에만 올리는 글이 되겠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잡아먹고 스트레스 받고 그렇다곤 하지만─ 뭐, 괜찮지 않습니까. 나중에 커서 아들 딸들에게 ‘아빠가 젊음을 불태웠던 글이란다.’ 하면서 보여ㅈ…… 이런 걸 보여주면 안 되잖아. 으아아아…… 그런 용도조차 쓸 수 없는 글이라니──!!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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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화. +32 14.08.20 2,278 35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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