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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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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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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1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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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8쪽

32화 - 5

DUMMY

비는 추적추적 계속 내린다. 이미 옷은 젖은 지 오래, 나와 리유는 찬찬히 산을 내려와 문학관 쪽으로 가고 있다. 입고 있던 남방이라도 있다면 비록 젖었다고 해도 리유에게 씌워줬을텐데. 그건 성빈이한테 씌워주고 돌려받질 않아서. 덕분에 바위 틈에 웅크리고 있어 젖지 않았던 리유의 몸이 천천히 젖기 시작한다.

“읏챠. 빨리 가야 하는데.”

“……어디 만져. 변태야.”

“어휴, 내가 널 어딜 만져서 뭘 감흥을 느끼겠니. 재정비야, 재정비.”

비에 몸이 미끄러워서, 잠시 멈춰 서서 몸을 들썩 다시금 리유를 잘 업었다. 다리가 아픈 리유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삐었다고 하기엔 발이 너무 퉁퉁 부어서. 뼈에 무리가 가지 않았나 싶다. 이동속도가 느린 건 둘째고 발을 디디기만 해도 엄청 아파하니까. 어쩔 수 없이 업는 수밖에.

재정비를 하는 와중에 필연적으로 손이 리유의 엉덩이와 허벅지 쪽을 건드린다. 물론 어떠한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다. 움찔 하는 리유. 곧 빈정거리는 투의 리유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린다. 나는 완연한 도발의 의지를 담아 말했다. 뭐, 사실이긴 하지만.

“……우씨! 짜증나! 엉덩이 작아서 미안하네요! 가슴도 납작가슴이라 미안하네요! 히이나 비니였으면 이렇게 하면 헤벌레 해서 좋아했을텐데! 흥흥!”

“어어, 어! 야야, 넘어져.”

내 도발적인 말에 리유는 잔뜩 뾰로통한 말투로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다리를 흔들흔들 발버둥을 친다. 아직 산길이고 길도 꽤 험한데다 비까지 와서 굉장히 위험하다. 리유는 그러면서 몸을 바싹 붙인다. 스스로 비하하며 말하는 대로 정말, 등 쪽에 별다른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건 아닌데. 아니아니. 뭐, 그 말대로 희세나 성빈이었다면…… 아아. 대신에 그만큼 무거웠겠지. 지금 리유는 딱 업기 좋을만큼 가벼우니까. 40kg나 나가려나.

비 오는 중에 계속 달려 다니는 건 굉장한 체력소모를 요한다. 거기에 비까지 오니. 게다가 아까 전에 쓸데없이 「정웅도를 잡아라!」 같은 게임 비슷한 걸 해서 또 계속 뛰어다녔잖아. 그런 상태에서 리유를 업고 비가 오는 와중에 산길을 내려오니 굉장히 신중하게 된다. 적어도 빨리 걸을 순 없다. 넘어지면 큰 사고이니 천천히 걷는다.

“춥지 않아? 다 젖고 있잖아.”

“으으응, 괜찮아. 오히려 네 등이 더 차가워.”

“아하하…… 뭔가 미안해지는데. 뛰어 다니다 몸이 식어버려서.”

“우으으…… 그건 나 찾아 다니느라 그런 거잖아.”

“뭐, 지난 일은 그만 두고. 얼른 가야겠네, 리유 안 젖게.”

“응.”

리유는 미안한 투로 말한다. 보이진 않지만 미안해하는 리유의 표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멋지고 훈훈하게 대답하고 걷는다.

“있잖아.”

“응?”

한동안 잠잠하던 리유. 문득 말을 꺼낸다. 약간 멋쩍은 목소리로.

“아까 전에 나한테 한 말.”

“으응.”

“그거…… 고백한 거야?”

“으응.”

“……진짜?”

“으응.”

“……정말?”

“으응.”

“……에엣.”

리유는 수줍은 소녀처럼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는 말로 물어본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움찔 놀라더니 재차 확인하는 리유. 나는 같은 말투로 느긋하게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은 엄청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른다. 아무리 태평한 척 꾸미려 해도 얼굴은 그렇게 안 되거든. 이런 나를 리유가 쳐다봤다면 굉장히 창피했겠지만─ 다행이 리유는 업혀 있다. 리유는 내 대답을 듣고 잠시 아무 반응 없더니 외마디 ‘에엣’ 하며 내 등에 몸을 밀착한다. 머리를 등에 파묻고 손으로 목덜미를 꽈악 잡는다. 창피해서 숨으려는 것 같은 행동에 리유가 너무너무 귀엽다. 그렇게 숨어도 내 등 위인데. 수줍어하는 표정 보고 싶어졌다. 뭐, 부끄러워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등 위로 리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게 느껴진다. 와, 그만큼 부끄러워하는 거야. 묘하게 기쁜 마음이다.

“어, 어째서?! 히, 히이도 있고 비니도 있잖아!”

“그럼 걔네한테 갈까?”

“……아니. 싫어.”

“그건 또 똑부러지게 대답하네.”

리유는 따지는 듯한 투로 묻는다.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 모양이다. 나는 실실 웃으며 놀리는 듯 말했다.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대답하는 리유. 그런 모습도 귀엽다. 업고 걸으며, 나는 찬찬히 말했다.

“다른 애들하고 비교하는 건 아무 상관없어. 너는 너잖아. 그치?”

“……응.”

“그야 뭐─ 확실히 가슴도 작고, 키도 작고, 어린애 같고, 그렇긴 하지만. 아아, 아아. 아퍼.”

“으우우웅!”

내 놀리는 말에 리유는 잔뜩 화가 났는지 내 어깨를 꾸욱 깨문다. 나는 그것만 말하려고 한 게 아닌데. 한국 사람 말 끝까지 들어야지! 어깨에 가해지는 고통에도 나는 묵묵히 걸었다.

“나는, 로리콘이니까. 둘만의 작은 세상 속의 작은 리유가 좋아.”

“로리콘이 뭐야? 웅이 로리콘이야?”

“아하하, 농담이야. 네 입으로 그 소리 들으니까 굉장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데.”

“뭔데 뭔데에─??”

진지한 목소리로 개드립을 쳤다. 하지만 우리의 리유는, 천연 그 자체인 리유는 ‘로리콘’이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듣고 이러고 있다. 로리콘이 뭔지 모르는 로리라니. 하앜! 이리로 와, 내가 로리콘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흐흐흐흐……. 아니아니, 이런 거 말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말을 돌렸다. 리유는 여전히 궁금해서 물어보지만.

“리유 넌 내가 좋아?”

“응! 좋, 좋, 좋…… 우우우웅! 흐으…… 좋아, 해.”

“왜 갑자기 부끄러워할까, 평소엔 잘도 말하던데. 아하하.”

“모, 몰라! 흐응.”

내 물음에 리유는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다 말을 더듬는다. 평소의 리유라면 별 감흥 없이 ‘좋아해!’ 하고 크게 대답할텐데, 지금의 리유는 어째선지 잔뜩 부끄러워한다. 나까지 고백해서 이제 진심이 돼 그런 건가. 귀엽다.

“리유는, 나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 크고 매너 좋고 착하고, 하여튼 리유 이상형인 남자애가 네 앞에서 너 좋아한다고 하면, 걔가 좋아?”

“……이상형인 남자애는 웅이라서 그건 말이 안 돼.”

“아아…… 크흠, 음. 어어…… 그, 그래.”

리유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건 아니고, 말을 잇기 위해 가정을 한 건데 리유는 머뭇거리더니 굉장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이듯 말하고 푸욱 머리를 내 등에 파묻는다. 화악 달아오르는 얼굴. 굉장히 부끄럽고 멋쩍어졌다. 그, 그런 거야, 내가 이상형이야. 뭔가 굉장히 부끄러운데. 그러면서도 묘한 기쁨. 일순간 실실 웃으며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뺏긴 기분이다. 아앗, 정신 차리고, 재정비 재정비.

“어쨌든. 그런 남자애가 있다면, 너 좋다고 하고 나보다 더 잘해준다면, 그 애랑 사귈 거야?”

“아니, 절대 아니. 그럴 리 없어.”

“응, 그러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은. 그냥 우리 학교에 남자가 나 혼자밖에 없으니까, 겪을 수 있는 남자애가 나밖에 없으니까 날 좋아하게 된 거야. 넌 다르잖아?”

“……잘 모르겠어.”

리유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리유가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듯,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열등감은 있으니까. 당장 내 친구중에도 나보다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성격도 훨씬 좋고 우유부단하지도 않고 행동력 있고, 어쨌든 여자애들한테 훨씬 호감형인 녀석들 잔뜩 있는데─ 그 녀석들은 남고. 아아, 운명이여. 그런 거지. 하지만 리유는 다르잖아. 리유는 불가시 경계선에 따른 연인으로써의 계약을 통한…… 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다른 건 다른 거니까. 리유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목소리다.

뭐, 사귀는 게 두 사람이 모여 백년해로 하는 건 아니지만, 평생에 처음 사귀는 건데, 이런 식으로 ‘특별함’을 간직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왜, 북쪽 어느 나라도 백두 혈통을 위해 생일이랑 나이도 속이고 미화시키잖아.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아─ 근데 잠깐만. 사귀어? 사귀어?! 아니, 분명 좋아한다고는 했는데…….

─사귄다는 말은 안 했다. 지금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거지. 리유는 내가 좋다고 했고, 나 역시 리유에게 좋아한다고 했고. 지금 리유는 그걸 깨닫고 잔뜩 부끄러워하고 있고. 하지만 그게 끝. 결코 사귄다는 말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아아, 혼자 망상하는 꼴이라니. 사내자식이.

“리유야.”

“응?”

“우리, 사귀자.”

“……에엣, 에에에!”

“야, 잠깐……! 우와아아앗!”

‘팡챡!’

생각난 김에 얼른, 말을 꺼냈다. 더 이상 우물쭈물 안 할래. 나도 리유 좋아하고, 리유도 나 좋아하는데. 방해하는 어떤 것도 없는데 뭘 망설여.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실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다. 리유는 내 말을 인지하는 데 몇 초 정도 걸리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막 팔짝팔짝 뛰며 난리도 아니다. 가벼운 리유지만 그렇게 흔들면 균형을 잡기 힘들어진다. 순간 균형을 잡지 못한 나는 그대로 리유를 놓쳐 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흙바닥으로 직행하는 리유.

“아으으…….”

“바, 바보야…… 괜찮아? 다리 안 아파?”

“응, 엉덩이 먼저 닿았어.”

“아으…… 옷 다 버렸다. 망했어.”

“……그, 그런 말 갑자기 하니까!”

그나마 비가 오고 말랑말랑한 흙이 돼 충격은 덜한 모양이다. 하지만 바지는 마치 똥이라도 싼 것처럼 훌륭한 색깔과 질감을 나타낸다. 업고 나선 계속 리유 얼굴 못 봤는데 지금 처음 본다. 와, 진짜 얼굴 빨개. 부끄러워서 나랑 눈도 못 마주치고 있어. 이런 상태로 계속 수줍어하고 있었는데 내가 결정타를 날린 건가. 사실 나도 되게 창피하긴 한데. 리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질펀하게 앉아 있는 리유를 일으켜 세우며, 리유 눈을 바라본다. 리유는 나를 보다 흠칫 놀라며 눈을 피한다. 빨간 얼굴이 사과 같아 귀엽다.

“다시 말할게. 정식으로. 리유야, 좋아해. 사귀자.”

“……………….”

“……나 차인 거야?”

“기, 기다려! 조, 좀 참을성을 가져봐! 내, 내적 갈등 중이잖아!”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유는 머뭇거리며 굉장히 뜸을 들이며 대답하지 못한다. 장난스레 말하니 리유는 빽 소리지른다. 아, 귀여워 죽겠다. 리유는 한참이나 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해 하고 있다.

“저, 정말, 나 같은 애랑 사귀어도 괜찮아……?”

“너 같은 애라니, 그건 취소해.”

“……다른 애들이 너까지 싫어하면! 재, 재수 없다고 하거나 그러면!”

“리유야, 그건 이제 끝났어. 너 이제 친구 많잖아.”

“……그, 그래도!”

리유는 애써 변명을 찾는 것처럼 말한다. 무엇 때문에 리유가 망설이는 지 대강 눈에 보여서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 한 발자국 다가가 리유를 포옥 안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누구도 너한테 손가락질 안 하니까. 당당히 이겨냈잖아, 모진 시련. 네 힘으로 친구도 만들었잖아. 설령 갑자기 태도 돌변해서 다 너한테 등 돌려도, 내가 있잖아. 혼자 남아도 서슴지 않고 손 내밀어주는 게, 누구였는데. 그러니까, 괜찮아.”

“……응, 응.”

꼬옥 안고 말하니 리유의 몸이 들썩거리는 게 느껴진다. 감정이 격해졌을까. 우는 것 같다. 얼굴에서 열이 엄청난 게 느껴진다. 나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비단 부끄러움 말고 뭔가 벅찬 기분 때문에. 리유는 한동안 내 품에서 꼬옥 안겨 나올줄 모른다.

“응, 응. 사귀는 거야, 이제부터!”

“그래, 이제 얼른 가자. 얼어 죽겠다, 이러다. 둘 다 감기 걸리겠어. 자, 어부바.”

“응!”

리유에게 확답을 들었다! 정웅도 는(은) 헤롱헤롱 상태에 빠졌다! 정웅도 는(은) 움직일 수 없다! 리유에게 대답을 들어 기쁘고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려 얼른 쪼그리고 앉아 리유를 업었다. 기쁜 마음에 어째 거의 달리는 것처럼 빠르게 걷게 됐다. 사실 비도 많이 맞긴 했다. 이제 으슬으슬 추운 것 같기도 하다.


10만리 정도 걸어 간신히 도착한 문학관 앞. 선생님과 애들이 깜짝 놀라서 우리 둘을 맞이한다. 리유가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40kg 이상은 되는 보통의 여자아이. 뭐, 보통의 여자아이라면 50kg를 넘겼겠지만 리유는 키도 작고 말랐으니까. 어쨌든 40kg 이상을 업고서 꽤나 오래 걸었으니 나로써도 너무 힘들어서 거의 탈진 직전이다. 리유 다리가 다쳤음을 알리고 얼른 버스에 탔다. 선생님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잘 찾아왔다고, 얼른 버스 타라고 하고 모두 버스에 탄다. 아아, 힘들었다.

“괜찮아?”

“……죽을 것 같아.”

버스. 엄청난 열이 오른다. 수건으로 머리와 몸의 물기를 닦고, 옷도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건만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음, 이건 내 17년 인생의 경험으로 볼 때 확실한 병명이 하나 있구먼. 감기. 비 오는데 그렇게 돌아다니고 X랄염병을 하고 다녔으니, 안 걸리고 베기겠어. 리유는 다른 선생님 차 타고 병원을 먼저 가서 내 옆자리는 성빈이다.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성빈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적어도 학교 가기 전까진 그냥 이렇게 앓고 있는 수밖에. 얼굴이 훅훅 달아오른다. 그건 비단, 감기 때문에 열이 오른 것만은 아니고. 그…… 부끄러워서. 생에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게 돼서. ……으앗, 으아아! 으하하하하! 으앙 죽음.


“대답해주려고. 미안, 나…… 리유랑 사귀기로 했어.”

“…….”

학교에 도착해서, 모두와 헤어지는 때. 감기는 잠깐 잠든 사이에 더욱 병세를 확장해 나를 괴롭게 한다. 이제는 머리까지 어지럽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하는 건 분명히 있다. 더 이상 질질 끌어 괴롭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성빈이와 희세를 불러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두 사람.

“……못난 이런 나를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바보.”

머리 어지럽고 몸 뜨겁고 난리도 아니지만 애써 기운을 차리고 태연한 척 연기하며 말했다. 두 사람 다 한동안 말이 없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성빈이. 서글픈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응, 알았어. 알았어. 갈게.”

“……응.”

성빈이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애써 울음을 참으며 성빈이는 대답한다. 맘 같아선 달래주고 싶지만 희세도 있고, 또 정황상 여기서 내가 성빈이를 달래주면 성빈이가 더 비참해질 것 같아 꾸욱 참았다. 성빈이는 몸을 들썩이며 뒤로 얼른 몸을 돌린다. 아마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그렇겠지. 내 대답에 그대로 돌아서 가 버린다. 희세는 아니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적어도 성빈이처럼 슬픈 눈은 아니다.

“엄청 실망이다. 너는 그렇게 어린애같고, 어리광만 부리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자립심도 없는 그런 리유가 좋아? 소아성애? 어린애 취향? 변태?”

“……뭐라고 해도, 그게 바로 접니다. 네, 리유 좋아해요.”

“……X팔.”

희세는 마음에 있지도 않은 리유 험담을 잔뜩 한다. 희세가 나를 욕하는 건 들어봤어도, 다른 애들 욕하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다. 대번에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는 거짓말인 게 느껴진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래요, 내가 바로 로리콘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계속 깨닫는 거지만 리유는 동갑이니까, 로리가 아니잖아. 그렇네. 난 범법자가 아니었어. 합법이었어! 흫핳! 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장난스레 생각하는 것도, 희세의 격한 말 한 마디에 사라졌다.

“나라고 그렇게 힘들게, ‘완벽한 여자애’ 연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리유처럼 너한테 응석부리고, 귀여움 받고 싶었는데……! 적어도, 너한테만 편하게 대했는데…… 왜, 왜……!”

“……미안.”

“꺼져, 꺼져! 흐으, 흐읏…… 됐어, 내가 갈 거야. 짜증나.”

희세는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빠르게 말한다. 종국에는 거의 울먹이는 말투다. 이만큼 자기를 절제하지 못하고 본모습을 보이는 희세는 본 적도 없다. ……그런 거였나. 상상은 잘 안 되지만, 희세가 그런 마음이었다니. 굉장히 미안해진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다. 미안, 미안하다. 결국 희세도 눈물을 흘린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격한 말투로 말한다. 그러곤 뒤돌아 뚜벅뚜벅 걷는다. 지는 노을에 희세 그림자만 보인다. 아아, 아아.

“……가서 푹 자! 멍청아, 감기 더 키우지 말고! 그리고, 그리고…… 이제 됐으니까! 얼른 들어가!!”

희세까지 보내고 황량하게 허공을 보며 어지러운 머리를 드는데 문득 희세가 뒤돌아 소리친다. 눈물이 글썽글썽하지만 끝까지 내 걱정을 해준다. 와, 이건 울컥 하는데. 희세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뒤돌아 뛰어간다. 잠자코 그런 희세를 바라본다.


이렇게, 내 청춘로맨스가 끝이 났다. 미래하곤 예전에 끝났고, 성빈이와 희세는 내 손으로 끝냈다. 뭔가 굉장히 미안하고, 씁쓸하고, 하여튼 좋지는 않은 찝찝한 기분이다. 내일부터 얘네 얼굴 어떻게 볼까 싶다. 아, 어지럽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끝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 리유와 나의, 여자친구·남자친구로서의 학교생활. 연인으로서의 학교생활이 내일부터 시작인 것이다.

‘우우웅.’

『도착했어? 나 병원 왔는데 다리 금 갔데!! 에헷☆』

“푸흡.”

보통 자기 다리 금 갔는데 저렇게 명랑하게 별을 붙이진 안잖아. 절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문자에 답변을 하려다 취소하고 통화를 눌렀다.

……아니, 오늘부터인가.


작가의말

14.01.09 연재 시작

14.01.18 1권 끝

14.01.27 2권 끝

14.02.11 3권 끝

14.02.26 4권 끝

14.03.24 5권 끝

14.06.28 6권 끝

14.08.13 7권 끝

 



, 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모처럼만에 글 쓰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7개월 5. 사실 보면 좀 이상한 게, 1-5권까지 1,2,3월까지 쓰고선 5-6권 사이가 무려 3개월;; 6-7권 사이가 2개월. 학교 다니면서 쓰는 건 참 힘든 짓 같네요. 물론 제 게으른 근성도 한 몫 하지요. 사실 이건 단편으로 쓰려던 거였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네요, 하핫.

1287189. 295명의 선작.3757 추천. 총 조회수 123506. 1944개의 댓글., 댓글은 제가 답댓글을 꼭 다니까 반절이겠네요. 그래도 1000여개. 8개월 가까이 글을 써가며, 제 글 쓴 인생 중 가장 많은 조회와 선작과 추천과 댓글을 받았습니다. 너무 행복하네요. 즐거웠구요. 웅도의 열등감은 사실 그 원천은 저인지라, 이런 보잘 것 없는 글 읽어주시는 게 정말 기적 같고, 정말 고맙습니다.

주제도 어디로 팔아버리고, 하렘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어줍잖은 사회비판이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정 드립들, 어휘력과 표현력의 부재로 마치 틀에 찍어내듯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표현, 거기에 마지막의 지지부진한 전개와 연출까지…… 정말 그랜드슬램이 모자라 이건 5관왕 6관왕도 할 수 있을만큼 부족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썼습니다. 글을 완결 내는 건 여러번 했지만, 이번은 정말 특별한 기분이네요.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못난 저를 만나 제 캐릭터들이 잘 표현되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희세, 훨씬 매력적인 여자애인데. 사감선생님도. 성빈이도, 리유도, 미래까지도 다, 아쉽네요.

어쨌든 이렇게, 완결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몇 주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작품을 들고 돌아오겠 이었으면 좋겠지만! ㅠㅠ 쓰다 말던 저의 취미는 말할 수 없습니다 가 기다리고 있어서…… 흐윽! 신작 쓰게 해주세요!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에요! 으우우…… 거듭 감사합니다! 다음 신작 쓸 때에도 꼭 봐 주세요!

 

──그 동안 읽어주신 많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08.13 김태신 모두에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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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02화. 친구를 사귀는 것이니까. +8 15.07.23 1,333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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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 5 +28 14.08.13 2,005 49 18쪽
143 32화 - 4 +11 14.08.12 1,712 36 20쪽
142 32화 - 3 +13 14.08.09 1,815 29 21쪽
141 32화 - 2 +4 14.08.07 1,625 38 18쪽
140 32화. 잡아라, 사랑의 망설임을! +13 14.08.06 1,698 37 21쪽
139 31화 - 6 +16 14.08.04 1,889 31 21쪽
138 31화 - 5 +12 14.08.02 1,965 38 23쪽
137 31화 - 4 +11 14.07.31 1,854 36 19쪽
136 31화 - 3 +10 14.07.28 1,610 33 18쪽
135 31화 - 2 +17 14.07.25 1,562 39 23쪽
134 31화.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앞으로 나아갈 때. +8 14.07.21 1,878 39 20쪽
133 30화 - 4 +18 14.07.10 1,577 38 19쪽
132 30화 - 3 +16 14.07.09 1,587 44 22쪽
131 30화 - 2 +17 14.07.06 1,755 49 22쪽
130 30화. 우유부단. +10 14.07.06 1,637 4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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