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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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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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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3.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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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23화. 여름방학의 바다!! - 1

DUMMY

“야, 바다다!”

“하하.”

“까르르.”


빛나는 태양. 반짝이는 모래사장. 까르르 웃으며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여자애들. 나는 느긋하게, 파라솔 밑 그늘에 누워 있다. 낙원이라면 이런 곳이지 않을까.


“뭐해, 멍청아! 놀아야지!”


가만히 누워 있는데 희세가 내 쪽으로 다가와 몸을 숙이며 손을 내민다. 하늘색 산뜻한 꽃무늬 비키니. 늘 교복 밑으로 비치는 몸매만 봤는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몸매를 보니 감히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난감하다. 정말,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엔 반칙인 가슴이다. 거기에 맞게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나, 요염한 자태의 골반이나, 달리 표현할 길 없이 ‘환상적이다’ 정도밖에 없어 보인다. 눈 둘 곳이 없어 최대한 눈을 아래쪽으로 깔며 ‘아 귀찮은데……’ 하며 못 이기는 척 일어났다.

성빈이도, 미래도 모두 수영복을 입고 깔깔 웃으며 즐거이 놀고 있다. 흐음, 이거 이거, 아랫쪽 관리(?) 좀 잘 해야겠는데.


이렇게, 낙원 같은 여름의 바다 한가운데서 나는, 정말 행복하게 놀고 있다. 신께서 불우한(?) 내 삶을 굽어 살피시는 걸까. 후훗───





“나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거 말했다간.”

“그치만! 네가 아니면 말할 수 없잖아!”


학교. 희세가 나에게 잔뜩 우기는 목소리로 말한다. 당당하게 편 가슴 때문에 가뜩이나 글래머러스한 가슴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나는 조금 시선을 옆으로 하며 넌지시 대답한다. 희세가 하는 말은 이것. 바닷가로 놀러가자는 이야기.


“바닷가 가고 싶지 않아?! 여름방학인데! 이제 진짜 방학인데도!”

“아아, 바닷가야 당연히 가고 싶지. 거기다 너희처럼 예쁜 애들이랑 간다면 더할 나위 없지. 바다 좋지, 나도 좋아해.”

“……뭐, 뭐래 병신이! 어디서 끼 부리는 것만 배워가지고! 흐흥.”


희세는 내 립서비스에 눈에 띄게 부끄러워하며 짜증을 낸다. 하지만 아닌 척 하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표정이다. 녀석, 부끄럼 많기는. 이제는 지내다 보니까 이 정도 립서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 수 있게 됐다. 참, 세월이 약이네. 예전엔 어장관리 당해서 상처 받았던 여린 소년이었는데.


“그러니까, 선생님을 설득하라니까!'

“보통 선생님하고 바다를 놀러가냐고. 요즈음 바쁘신데, 틀림없이 나 때릴걸.”

“왜 그 정도도 못 하는데! 너 사감 선생님하고 친한 거 아니었어?!”

“친한 거랑 그거랑은 다르지.”


희세는 좋아라 하다가 다시금 짜증스럽게 말한다. 말이 안 되지, 선생님한테 어떻게 말해. 요즘 선생님, 남자친구랑 놀러 다닌다고 일도 팽개치고 여고생처럼 옷 여러개 입고선 ‘이거 어때? 어울려? 예뻐? 어려 보여?’ 하면서 물어보는데. 거기다가 진정한 방학까지 된다면 당장 남자친구랑 바로 여행을 가겠지. 그런데에서 선생님한테 같이 여행 가달라고 하면, 당장 쳐맞겠지.


아, 설명을 안 했는데 오늘은 보충수업 마지막 날이다. 4주에 달하는 보충수업이 끝이 나고, 약 일주일 가량 진정한 방학이 시작된다. 크아아아! 그리고 그 기간에, 놀러가자고 하는 게 희세의 의견이다.


“아니 애초에, 꼭 거기서 자야 되? 좀 그렇지 않아?”

“아니야!! 남자새끼가 왜 그런 패기도 없어?! 찌질하게 당일치기로 놀러 가겠다고?! 제정신이야!!”


희세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우기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는 그 정도 도발에 별로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희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당일치기로 노는 건 뭔가 좀 아쉽긴 하니까. 그치만, 그렇다고 말만한 처녀들하고 남자애하고 같이 잔다면,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아니, 뭐 이상한 걸 상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회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렇잖아.


“나 남자라고? 아무리 너희랑 친하게 지내서 너희가 자각이 없어졌다고 해도, 그렇잖아, 남자애랑 여자앤데.”

“……무, 무슨 말 하는 거야?! 무슨 생각 하는 건데?! 벼, 변태야!! 멍청이, 병신!”

“아뇨, 딱히 네가 상상하는 이상한 짓은 안 할건데요.”

“이상한 짓이 뭔데!! 변태, 변태, 변태!!”

“어휴, 말을 말아야지.”


나는 생각했던 걸 희세가 최대한 무안해하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희세는 굉장히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내 말에 희세는 더욱 얼굴이 빨개져서 말한다. 고개를 저으며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떻게 해도 결국 내가 변태인 결론으로 향하는구나.


“내, 내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니야! 미래가 말했다구!!”

“아, 그래. 그럼 보통 미래가 와서 호들갑 떨면서 말할 텐데. 이상하네.”

“어, 미래 생리통.”

“아…… 그래.”


희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줄였다. 한 학기 넘게 지내서 서로 편해졌다고 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 좀 거시기 하잖아.


“그러니까 말하잖아! 우리끼리 가면 좀 그렇긴 하지, 그치만 선생님이랑 같이 가면 상관없잖아. 선생님은 성인이니까. 보호자 같은 명목으로 같이 가면 좋잖아.”

“그래, 그렇긴 한데. 선생님이 말을 들을 리가 없다니까.”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거야?! 남자가 그러면 안 되지! 여자애도 그러면 안 되지만, 어쨌든!”


희세는 스스로도 논리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는지 우기는 목소리로 말한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희세는 참 예쁘다.

그게, 이렇게나 변명하는 이유는, 선생님이 들어줄 리가 없으니까 그런 거잖아. 아무것도 일이 없어 평소의 선생님이라도 ‘여행? 내가 왜 너 같은 꼬꼬마랑 여행을 가. 귀찮아, 안 가.’ 하고 말할 텐데, 하물며 요즘 선생님은 남자친구 생겨서 절대 안 갈 게 뻔하잖아. 안 될 일에 괜한 혈기로 부딪혀 뻔하게 깨질 일은 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하지만 희세는 계속 옆에서 징징댄다. 참, 버틸 수가 없다.




“……그걸 내가 들어줄 것 같아?”

“아뇨,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네요. 용서해주세요.”


선생님은 나지막하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얼른 잘못을 빌었다. 빠른 사과는 내 장점이지. 분위기를 잘 못 잡기도 했다. 2학년 교무실 선생님 자리로 찾아갔다. 선생님은 방긋 웃으며 ‘이제 방학이네. 왜 왔어?’ 하고 물으신다. 남자친구 사귀고부터는 계속 이런 느낌이시다. 정말, 사람이 이렇게나 바뀔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난 눈치도 없이 바로 말해버렸다. 어쩔 도리가 없잖아, 안 그러면 희세가 계속 뭐라고 할 텐데. 그나마 선생님 기분이 좋아보여 말한 건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은 단박에 굳은 표정이 되셨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아, 진짜. 엄청 귀찮게 하네. 음…….”

“네?”

“알았어, 하루 정도는. 방학도 얼마 없는데 괜히 시간낭비 하게 생겼네.”

“저, 정말요?!”


선생님은 저기압으로 대답하셨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되더니 아니꼬운 목소리로 대답하신다. 별로 탐탁지 않은 모습이지만 나는 도리어 깜짝 놀라 선생님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며 말씀하신다.


“뭐, 네 덕에 정민 씨랑 사귄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느 정도 빚 갚는 거랄까. 그렇게 크게 생각하진 마.”

“가, 감사합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후후, 애들이 좋아하겠네요.”

“애들한테 허튼 수작 할 생각 하지마. 그 땐 진짜 거세해버릴꺼니까.”

“아, 아뇨!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제가 뭐 예비 범죄자입니까.”

“흐흥, 가 봐.”


선생님은 날카로운 표정으로 엄지와 검지로 총 모양을 만들어 나의 어떤 부분을 가리키며 총을 쏘듯 겨냥하며 씨익 웃으신다. 나는 무안한 기분이 돼 엉덩이를 쭉 빼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참, 이런 건 전혀 변함이 없으시네. 꾸벅 인사하고 교무실을 나선다.


───그렇게 해서, 놀러가게 됐다.


“와아, 어디로 가는 거야?”

“쉿! 조용히 해, 선생님 운전하시잖아!”

“에에! 그치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는 건 아니잖아!”

“너, 이거 엄청 빚지는 짓인 줄 알지?”

“네, 네…… 죄송합니다.”


차 안. 리유가 명랑한 목소리로 떠들어댄다. 성빈이와 희세는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리유를 노려본다. 희세의 지적에도, 리유는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뒷자리의 미래도 덩달아 떠든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만 들리게 속삭이는 선생님의 말에 굉장히 죄송하여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완벽주의자인 선생님이라 그런가, 어째 놀러 가는 것도 굉장히 파워풀하게 결정하셔버렸다. 어느 바닷가에서 놀지, 거기 가서 어떤 숙소에서 머물지,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지도. 꽤나 유명한 바닷가에, 팬션은 선생님이 전화를 해 예약했고 가는 건 선생님 승용차로 가고 있다. 그리 큰 차는 아닌지라 덩치 작은 리유가 희세 위에 앉아 꾹꾹 끼어 타 가고 있긴 하지만.

놀자고 제안한 건 희세를 비롯한 여자애들이고, 그걸 전달한 건 나지만 실질적으로 노는 계획을 다 짜게 된 건 선생님이 돼 버렸다. 우리? 우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선생님이 떠 주시는 밥, 떠먹기만 하고 있는 거지. 죄송스러워 죽겠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 그래도 역시 선생님은 다르시네요. 어른이라 그런가.”

“닥쳐. 아무것도 안 한 주제에.”

“죄, 죄송합니다.”

“너희가 뭐 그렇지, 의욕만 앞서고 제대로 하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 게 학생이니까, 선생으로서 그 정도 뒷바라지는 해 줘야지.”

“정말 어른 같아요, 선생님.”

“그럼, 언제부터 어른이었는데. 그 말 들으니까 꼭 내가 평소에는 어린애처럼 철없게 행동했던 것 같다?”

“아, 아니에요.”


선생님은 운전을 하며 날카로운 말투로 말씀하신다. 우리를 위해 일은 다 해주셨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으신 것 같다. 아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우리들에게만 진정한 방학이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학생들에게 해방돼서 진정한 방학을 맞이하신 것인데. 남자친구랑 잔뜩 데이트하고 싶을텐데. 마냥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야! 바다다!”

“엇, 뭘 갑자기 벗…… 아. 수영복 입었네.”

“히히힛!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

“……초등학생 같애.”

“에엣! 히이 너무해! 히이는 아줌마야!”

“뭐, 뭐라고?!”


꽤나 달리고 달려 바닷가에 도착했다. 후욱 하고 열기가 쐬이는 것 같은 바다. 태양은 눈부시고, 끝없이 늘어진 파라솔들은 차라리 하나의 장관을 보는 것 같다. 사람도 바글바글 엄청 많다. 리유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옷을 벗는다. 희세가 깜짝 놀라 리유를 말리려 하지만 리유는 안에 속옷 대신 수영복을 입고 있다. 희세의 툴툴거림에 리유는 입을 삐죽인다.


“됐고, 숙소 먼저 갈 거니까, 도로 입어.”

“에에! 그냥 이러고 있을래요!”

“맘대로 하셔, 에휴.”


선생님의 말에 리유는 단숨에 풀죽은 목소리가 됐다. 선생님은 귀찮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뭐, 어차피 여긴 다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니 상관 없기도 하겠다. 리유는 방긋 웃으며 내 옆으로 붙는다. ‘어때, 귀여워?’ 하고 묻는 리유. 선생님을 따라 걸으며, 리유 수영복을 본다. 밝은 개나리색의 비키니. 아니, 근데 비키니이긴 한데 워낙 유아적 몸매를 가진 리유인지라 오히려 이상하다. 뭔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복장을 보는 것 같아. 비키니 자체는 귀엽기에 ‘응…… 귀여워.’ 하고 떫은 표정으로 말했다. 리유는 방긋 웃으며 좋아라 한다. 늘 리유 얼굴을 보고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라고 하는데, 몸은 더욱 투명하게 하얗다. 거의 어디 아픈 병약한 애로 보일 정도로 하얗다. 천천히 걸어 숙소로 향했다.



“다 입었어요?”

“좀 기다려! 남자애가 느긋하게 기다리는 맛이 없어!”

“네네, 알았네요.”


나 빼곤 다 여자애들이니까, 나는 숙소 밖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근데 무슨 수영복을 만들어서 입나, 되게 오래 걸린다. 선생님도 안에 계시니까, 존댓말로 물으니 신경질을 내는 희세의 목소리가 들린다. 환멸감을 느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이미 수영복 차림이라 나와 함께 나와 있는 리유는 기분 좋게 방긋 웃는다.


“멋있어! 웅이 몸!”

“아아. 하하. 이런 취향이야? 의외네.”

“으응,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엄청나잖아! 고등학생 주제에.”

“음…… 그건 칭찬이야, 욕이야?”

“헤헤.”


난 웃통은 벗고, 아래는 반바지보다 조금 짧은 운동용 바지 같은 걸 입었다. 수영복을 입기엔 좀 창피하잖아. 안 그래도 일행이 다 여자애들인데. 리유는 눈을 빛내며 내 상반신을 쳐다본다. 여고에 들어와 운동은 거의 못 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근육이 있는 내 몸뚱아리. 운동을 즐겨 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선천적으로 이런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 예전에는 없던 뱃살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크윽, 예전에 중학교 때 축구하고 그럴 때엔 복근도 있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축구하고 등목할 때만 되면 남자애들이 게이처럼 ‘이야, 웅도 몸 죽이네. 상남잔데?’ 하면서 부러워 했었는데. 세월이여, 무정하네.


“어때? 이번에 산 건데.”

“오, 예뻐. 귀여워.”

“히히히. 좀 창피하네.”


성빈이가 빼꼼이 문을 열고 나를 보다 ‘쨔잔!’ 하는 포즈로 나온다. 흰 바탕에 빨간 선 같은 것으로 장식이 돼 있는 비키니. 무난하고 예쁘다. 무엇보다 성빈이 몸매가 몸매인지라, 머리에서부터 다리까지 스윽 시선을 내리는데 보는 눈이 즐겁다. 야아, 정말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구나. 매끈한 피부도, 볼륨감 있는 가슴도, 쭉 뻗은 다리도. 부끄러운 듯 약간 상기된 볼도 귀엽다.


“에헤헷! 저도 등장입니다!”

“어, 그래.”

“뭐에요, 그 시큰둥한 반응은!! 너무하잖아요, 정말!”

“아아, 내가 뭐 어쨌다고.”


미래는 귀여운 표정으로 성빈이와 마찬가지로 ‘쨔잔~’ 하는 표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성빈이와는 상반되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꽃무늬 비슷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미래의 수영복. 얼룩덜룩한 게 좀 이상하고 몽환적인 기분이지만 뭐, 그런 게 패션이겠지. 그냥 그러려니 한다. 미래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고 가슴을 툭툭 치며 말한다.


“슴부격차인가요? 무젖유죄, 유젖무죄!”

“야, 야잇……! 창피한 줄을 알아, 여자애가!”

“……웅아, 난 대역죄인이야? 삼족을 멸해야 되?”

“아니야!! 그런 걸로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우지 마!!”

“그렇게 행동하는 건 오빠잖아요!! 이 위선자, 거유주의자!! 언니랑 선생님 나오면 아주 난리 나겠네요! 부──!!”

“내가 언제!!”


미래의 뜻밖의 가슴 드립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서 성빈이도 최대한 살짝 보기만 하고 말았는데. 대번에 성빈이는 자기 가슴을 의식하며 얼굴을 붉힌다. 나도 창피한데 본인은 얼마나 창피하겠어. 하지만 미래의 입담은 그칠 줄을 모른다. 옆에 있던 리유는 덩달아 서글픈 표정으로 빈곤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풀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가슴 작은 것 가지고 대역죄인까진 너무 심하잖아. ……리유는 정말 좀 심각하게 유아체형이긴 하지만. 미래는 그 정도까진 아니다. 다만 성빈이나 희세가 너무 우월한거지.


“보, 보지마 변태야!”

“나오자마자 그 소리 하면 어떡하라고!”

“보, 보지 말라니까!! 어딜 보는 건데!”

“눈 둘 곳이 없네요! 발 보고 있었어요, 발!”

“봐, 보고 싶으면 맘대로 봐! 칫.”


희세는 먼저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다. 미래와 잔뜩 논쟁하던 나는 흘끔 희세와 눈이 마주쳤다. 이크, 들었으려나. 가슴 논쟁하는 거. 희세는 나오면서 굉장히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듣는 내가 다 창피해져서, 나는 바로 인사하듯 고개를 팍 땅으로 숙였다. 희고 작은 희세 발만 보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희세도 나한테 보여줄 거(?) 다 보여줬으면서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창피해하나 싶다. 사실 여기 있는 여자애들, 리유 빼곤 다 나한테 속옷 차림 보여줬었으니까. 희세는 여전히 부끄러운 목소리로, 하지만 허세를 부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보라고 하니 나는 고개를 들었다.


Aㅏ…… 아, 너무 흥분해서 영어가 나왔네요. 뭐랄까, 정말 거시기 하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는데.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가슴. 성빈이가 적당히 크다면 희세는 자비심 없이 크다. 거기다 살이 찐다면 가슴에만 찌는 타입인지, 허리는 또 잘록하게 들어가고 골반 라인부터는 또 나와 있다.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거구나. 게다가 수영복도 하필 야시시하게 끈으로 돼 있다. 하늘색 산뜻한 배경색에 장식처럼 그리 많이 그려져 있지는 않은 꽃무늬. 게다가 끈처리다! 윗도리(?)의 어깨끈이나 등 쪽의 끈도, 아랫도리(??)도 옆 부분에 나비 모양으로 끈처리를 했다. 그러니까, 저 끈만 풀리면!! 으아아아!!


“……너무 야한데.”

“네가 그런 생각 하니까 그런 거잖아! 변태새끼!”

“아아, 어흠. 그렇네.”

“에에! 에에에에! 저 가슴주의자! 오빠는 그런 사람이군요! 언니, 조심하세요! 조만간에 이성을 잃고 돌진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애초에!! ……아니다.”

“흥흥! 애초에 뭐요!”


희세에게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 ‘야하다.’ 아, 얼마나 멋진가. 야한 걸 야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니. 그건 그만큼 얘네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가능한 거지. 희세 역시 내가 솔직하게 말하니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지만 그리 당황하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야하다’는 말이 꼭 나쁜 말은 아니고, 어느 정도 몸매를 인정해주는 말이니까, 기분이 썩 나빠 보이지는 않는 희세다.

하지만 이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깨는 것은 미래다. 간신히 괜찮게 넘기려 하는데 꼭 가슴 얘기를 꺼내 희세 얼굴을 왈칵 붉히게 만든다. 성빈이는 살짝 동요하기만 했지만 희세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나를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며 팔로 가슴을 가린다. 아니, 내가 왜! 단순히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걸로 예비 범죄자 취급이라니! 이 나라는! 도대체 남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까 생각했던, ‘애초에 너희들이 먼저 파티 때 속옷 차림 보여 줬었잖아.’ 라고 말하려 했지만 차마 말하진 않고 꾹 눌러 참았다.


“시끄럽고, 얼른 나가기나 해. 입구에서 길 막고 있지 말고.”

“네, 어어어어…… 역시 선생님은 어른이네요.”

“……쬐끄만 게 뭘 보고 수작질이야. 아주 코피 터지겠네.”

“아하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진짜 맞을래? 오냐오냐 하니까 좋아 죽겠지.”

“죄송합니닷. 시정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나오신다. 검은색 무난한 수영복을 입으신 선생님. 하지만 음…… 역시, 어른은 어른이다. 이렇게 보니까 뭔가 인류의 진화 같은 느낌이랄까. 리유→미래→성빈→희세→선생님 이랄까. 아, 누가 우월하다 그런 게 아니라. 몸매의 수치가. 선생님은 성빈이나 희세보다 키도 월등히 크신데, 거기에 맞게 가슴이나 엉덩이 라인도 압도적이어서. 솔직히 남자라면 누구라 해도 선생님 몸매를 보면 침을 꿀꺽 삼키리라. 솔직한 감상을 말하니 과연 어른인 선생님은 성빈이나 희세처럼 부끄러워하시지 않고 가볍게 넘긴다. 실실 웃으며 이어 말하니 선생님은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저기압이 돼 말씀하신다. 빠른 사과가 장점인 나는 얼른 꼬리를 내린다.

여자애 네 명에 선생님 한 명, 이렇게 같이 가니까 내가 무슨 의자왕이라도 되는 것 같다. 현실은 노예 짐꾼이지만. ‘우웅~ 빨리 와~~’ 하며 말하는 리유. 아니, 짐은 내가 다 들고 가는데!! 툴툴거리며 뒤따른다. ……앞서 가는 여자애들 엉덩이가 살랑살랑 보여서 이건 이것대로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음,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건가. 그래, 나 변태다.


작가의말

고기 구워 먹고 싶네요... 어째 늘 먹어도 고기는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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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1화. 힘내세요, 선생님 - 1 +13 14.03.06 2,223 52 18쪽
82 20화 - 4 +15 14.03.04 2,829 61 17쪽
81 20화 - 3 +17 14.03.02 3,029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5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6 53 18쪽
78 19화 - 4 +27 14.02.26 2,888 118 24쪽
77 19화 - 3 +24 14.02.25 3,566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8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7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5 58 17쪽
73 18화 - 3 +21 14.02.23 2,173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4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9 54 18쪽
70 17화 - 4 +19 14.02.21 2,375 5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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