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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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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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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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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2화. 그가 고자가 된 이유. - 1

DUMMY

“오빠, 너무해요!”

“??”


가만히 있는 나에게, 미래가 와서 한 마디 톡 쏘아 붙인다. 무슨 날벼락이람.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미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화장실에 가 비어있는 성빈이 자리에 쪼르르 와 앉으며 여전히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무해요, 오빠!”

“아니, 그러니까 뭐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없이 쳐다만 보니까 가만히 또 한 마디 하는 미래. 이러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적당한 대답을 했다. 미래는 잔뜩 뾰로통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동안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뭐야, 뭐. 뭔데? 뭣 때문에 그러는 건데.”

“요즈음 저하고 통 놀아주지 않잖아요! 그것 때문에 그래요! 바보.”


미래는 계속 나를 뚫어져라 노려본다. 저런 말 듣고 저런 눈으로 보는데 하던 일 계속하기도 그렇다. 신경 쓰이지, 아무래도. 미적지근하게 있는 건 굉장히 싫어하기에, 재촉하는 말투로 미래에게 물었다. 미래는 그제야 쏘아 붙이며 말한다. ‘바보!’ 하고 말하곤 더욱 볼을 부풀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근데 이거, 화내는 건지, 귀여워해달라고 광고하는 건지. 도통 읽을 수가 없네. 하는 짓만 보면 화내는 게 아니라 애교 부리는 것 같은 미래다.


“성빈이랑만 놀고! 리유나 언니하고도 잘 놀면서, 왜 저랑은 안 노는 건데요!”

“글세…… 기분 탓이지 않을까?”

“아니에요! 이번 편 제 비중이!”

“뭔 소리야, 또 이상한 설정?”

“아뇨!! 제 비중이, 이번 권 제 비중이!! 엄청 낮다구요!!”


미래는 또 이상한 소리를 하며 잔뜩 우기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 녀석, 섹드립이나 개드립 말고도 중2병스러운 설정 비슷한 말도 많이 하니까. 통상적으로 칭한다면 ‘개소리’ 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기 힘들만 하다. 본인이 먼저 안 어울리는 쪽을 택하고 당당하게 마도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건 뭐라고 할 게 못 되려나.


“오빠! 오빠는! 정말.”

“뭐가 불만인건데.”


미래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보며 잔뜩 짜증스런 말투로 말한다. 도통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내가 키도 덩치도 미래보다 한참 크니 앉아 있다 해도 내려 보게 된다. 음, 이렇게 보니까 미래, 되게 귀엽네. 성빈이나 희세 정도의 키 보다는 리유 쪽에 가까운 미래지. 리유처럼 아예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키는 아니지만, 확실히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엔 체구도 몸집도 다 작은 미래다. 처음 봤을 때엔 마냥 수수하고 작은 평범한 여자애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보면 볼수록 어째 귀여운 느낌이 풀풀 난다. 보다 보니 정 들어서 그런가.


“오빠는 제가 싫어요?”

“아니. 같이 안 놀아줬다고 그러는 거?”

“봐요! 오빠 스스로도 인정하잖아요, 저랑 같이 안 논 거?”

“에이, 그런 식으로 유도심문하면 안 되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말한 거지.”

“우우우! 변명, 핑계! 거짓말쟁이!”


미래의 꼬투리에 나는 능숙하게 대처한다. 희세와 사감선생님의 얼토당토 않은 시비로 단련한 나다. 이 정도 꼬투리에 넘어갈 정웅도가 아니지. 미래는 여간해서 잘 넘어가지 않는 나의 술수에 눈을 샐쭉하게 뜨고 나를 흘겨본다. 그렇게 흘겨보니까 굉장히 귀엽네. 희세가 했다면 야했겠지만.


“오빠 고자죠.”

“뭐라 그랬나. 날 보고, 성불구자라고? 고자라, 그런 말인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어느 정도 완쾌된 뒤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오빠는 아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관계를 할 수가 없단 말이죠.”

“야, 그건 너무 심하잖아. 자라나는 새싹한테.”

“후후후후후!”


미래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비위를 맞춰주고자 드립으로 맞섰다. 미래는 만족한 듯 즐거운 미소를 띠며 이어 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설정이고 아무리 그냥 하는 말이라지만 자라나는 팔팔한 남고생에게 ‘성 관계를 할 수가 없다’는 말은 너무하잖아. 참지 못하고 말하니 미래는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오빠는, 제가 오빠 좋아하는 거 몰라요?”

“뭐야, 이런데서 이런 타이밍에 뜬금없이 고백?”

“아뇨, 고백이 아니라~~! 알아요, 몰라요!”


미래의 말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아니다, 아니야. 미래는 어디까지나 장난이나 설정으로 말하는 거니까. ‘오빠 좋아해요!’ 하는 말에 내가 당황하고 설레는 모습 보는 걸 좋아하는 거니까. 미래는 자기도 말해놓고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이 발그레 해져서 내 팔뚝을 탁탁 치며 밀어 붙인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역시 남자애한테 정통으로 ‘좋아한다’ 라고 말하는 건 부끄럽겠지. 수치심도 뭣도 없어 보이는 미래지만 그래도 평범한 그 나이 또래 소녀니까.


“내가 어디 누구 좋아함을 받을 만한 사람입니까. 내 앞가림도 하나 잘 못 하는데.”

“흥흥! 그러니까 고자라는 거에요, 오빠는!”

“고자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것’만 없는 고자는 관계도 할 수 있다던데.”

“우우…… 변태죠, 오빠?!”

“응, 변태는 확실히 맞지. 늘 변태 씨라고 부르잖아, 애들이.”


어째 상황이 묘하다. 평소 패턴이라면 미래의 밑도 끝도 없는 섹드립에 내가 당황하고, 미래가 깔깔 웃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미래는 난감한 표정으로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잘 못 잇고, 나는 능글맞게 여고생한테 섹드립이나 치고 있다. 여고생이 남자애한테 섹드립 치는 건 굉장히 선진적이고 괜찮아 보이는데, 남고생이 여자애한테 섹드립 치는 건 왜 이렇게 변태 같고 쓰레기 같아 보일까.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 아니 그렇다고 난 미래가 하는 것처럼 직접적인 단어나 묘사를 하지도 않고 에둘러 말했는걸. 그 정도에 부끄러워하는 거야?! 미래답지 않네.


“그럼 오빠 이제부터 고자 씨라고 부를 거에요!”

“야, 그건 아니지. 멀쩡하게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몰라요, 고자 고자!! 흥흥!! 바보 멍청이, 고자새끼!”


미래는 이제 흥미가 떨어졌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삐친 것처럼 톡 쏘아 붙이곤 종종걸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다른 욕은 다 들을 수 있는데, ‘변태 씨’도 이젠 익숙해졌는데 고자만큼은…… 뭔가 듣기 싫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아요, 오빤? 제발 좀 구분 좀 해 주세요, 네?”

“어……?”

“고자 오빠!”


미래는 자리로 돌아가다 말고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와 얼굴을 스윽 들이민다. 그러더니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내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는지 숙인 고개를 들고 ‘고자 오빠!’ 하고 크게 외친 뒤 제자리로 돌아간다. 꽤나 큰 소리여서 다른 여자애들도 힐끔 나를 바라본다. 정희가 여유있는 목소리로 ‘뭐야 변태 씨. X알이라도 맞았어? 그런 것 치곤 안 아파 보이는데.’ 하고 말한다. 까르르 웃는 여자애들. 아니라고, 짜증스럽게 말하고 자리에 돌아간 미래를 쳐다본다. 흠. 알다가도 모를 미래라니까.


수업시간이 돼, 나는 미래가 했던 말을 곰곰이 되새김질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좋아한다는 것을 말하는 거겠지. 미래뿐만 아니라, 나랑 같이 다니는 모든 애들.

그렇잖아─?! 나한테 호감, 좋아하는 감정이 없다면 희세가 왜 그렇게나 날 경멸하고 싫어하는데도 집으로 놀러오라고 해서 밥 해주고, 공부도 시켜주고 그러겠냐고! 얼마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가슴 만지고, 알몸도 보고, 잔뜩 이상한 짓만 했는데 왜 성빈이가 나한테 천사처럼 대하겠냐고! 섹드립 잔뜩에, 개드립 잔뜩 쳐서 시큰둥하게 반응해도 왜 미래가 나한테 엉겨 붙겠냐고! 다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으니까! 나한테 치근덕대는 거 아니겠어?!

다만 내 스스로도 알 수 있게, 뭔가 브레이크 같은 걸 거는 기분이다. 내가 내 스스로.


─ 좋아할 리가 없다, 여자애가 나를.

─ 착각하지 마라. 단순한 호의였을 뿐이다. 너의 그 역겨운 상상력이 여자애를 얼마나 기분 나쁘게 만들까.

─ 그냥 친구 사이로 있을 순 없어? 여자애들은 다 그런데.

─ 단순히 밥 먹고 친근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건데, 남자애들은 다 자기가 나 좋아하는 줄 알더라. 그래서 남자애들이랑은 안 놀아.


뭐 그런 것이랄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최대한 다른 식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점. 그리고 솔직히, 자신이 서지도 않는다. 내가, 말이야 혼자 마성의 남자네 어쩌네 하며 놀지만, 솔직한 말로 내가 그 정도 매력이 넘쳐흐르는 남자앤가. 여자애 세 명이 동시에 날 좋아할 정도로. 말이 안 되잖아. 변태에, 가부장적이고, 나름대로 귀찮아하기도 하는데.

……여자애들이 나를 좋아한다면 확실히 기분이 좋긴 하겠지. 여자친구 사귀고 싶어서 안달 난 남고생인데, 여자애 쪽에서 먼저 좋아한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하잖아. 어디까지나 상상 속 얘기이지만.

희세……랑 사귄다면 어떨까. 늘 짜증내고 틱틱거리는 희세만 봐 와서 당장은 거부감이 들지만 그건 또 모르는 일이잖아. 당장 놀러 갔을 때라던가, 안 어울리게 굉장히 다정했던 희세 있었잖아? 그럴 땐 되게 예뻤는데. 게다가 요리도 잘 하고, 놀러 가면 귀여운 희나와 케이나인도 있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사귐으로써 얻는 이득은 희세가 가장 많을 것 같다. 물론 가장 원초적인 목적으로, 애들한테 ‘내 여자친구는 이렇게 예쁘고 공부도 잘 한다!’ 하는 자랑질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성빈이는…… 성빈이도 좋을 것 같다. 희세가 다정한 모드가 되야 다정해진다면, 성빈이는 애초부터 천사처럼 착하니까. 무엇보다 외모가 내 이상형이잖아. 긴 생머리에 흰 피부, 오밀조밀 귀엽고 예쁜 얼굴.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면 가슴이 떨려서 나도 모르게 왈칵 얼굴이 붉어진다. 거기다 요즈음은 솔직하게 대하겠다고 장난도 치고 그러는데 그게 왜 그렇게 설레게 하는지. 저번에 넌지시 물어봤을 때,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해서 마음을 접은 나지만. 그래도 성빈이처럼 예쁘고 착한 애랑 논다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 리가 없다.

미래…… 미래는 좀 아닌 듯 하다가도 괜찮을 것 같다. 적어도 하루하루 평범하고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리유 같이 천진난만한 면도 있지만, 그 나이 소녀 같은 평범한 감수성도 가끔은 보여주고, 또 어떨 때엔 사감 선생님처럼 끈적한 섹드립을 쳐서 사람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드립 면에서 나랑 죽이 잘 맞으니까.

……근데 난 뭔데 이렇게 김칫국을 마시고 있지. 말이 안 되잖아, 아까부터 상상하는 게. 무슨 하렘이냐.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다 거짓말이야. 나 혼자만의 망상이라구! ……근데 내가 말한 브레이크라는 게 이런 거지.

이렇게 된 데에는 확실한 원인이 있다. 나라고, 그런 착각 그런 망상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야말로 여자애들에게 엄청 관심이 많았다. 지금이라고 고자가 돼서 여자애들한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 그 때에──





“헉…… 헉…….”


때는 1년 전. 중 3때.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 비록 남고지만, 친구들과 함께 빛나는 추억을 만들던 그 때. 지금은 방과 후, 땀이 줄줄 흐르도록 축구를 하고 있다.


“야이 XXX!! 병X아 거기다 그걸……! 아오, 빡쳐.”

“븅X, 지는 얼마나 잘한다고.”

“워~이! 여기여기!”


남중인만큼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축구이다. 공을 잘 받지 못하고 상대편에게 보내는 친구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욕을 하니 옆에 있던 민주가 걸쭉하게 욕을 한다. 빠직 화가 나지만 지금은 축구가 우선이다. 미친 듯이 달린다. 저 공은 내 것이다. 내가 넣겠다, 내가 골을 넣을 것이다! 으아아아!



“에이, X발.”

“왜, 오늘도 오지게 골 넣고선.”

“그럼 뭐해, 졌는디.”

“질 수도 있지, 정웅도 X발년아.”


축구가 끝나고, 터벅터벅 걸으며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옆에서 민주가 걸죽한 억양으로 욕을 내뱉는다. 뭐, 싸우거나 그러는 건 아니다. 워낙 사이가 좋으니까 그런 거지. 민주는 장난으로라도 욕을 많이 하는 녀석이니까. 옆의 현광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여, 네가 제일 잘 했는디.’ 하며 말한다. 그래도 속이 개운치는 않다. 졌으니까.


나, 정웅도. 16살. 힘세고 강한 남자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그래, 남중이다! 이미 돌이키기엔 글른 3학년이기도 하지만! 뭐, 재미있다. 남녀공학으로 가지 못해 서글픈 마음도 있었지만 2년을 남자애들과 함께 보내니 그런 아쉬운 감정은 이젠 없다. 아니, 오히려 남중은 적어도 ‘재미’만큼은 보장하니까. 어디서 웃통 벗고 팬티만 입고 뛰어다니며 축구하는 녀석들을 볼 수 있겠나. 남중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후후.


“이제 우리도 3학년이네.”

“그르게.”

“고등학생 되도, 똑같겠지.”

“아니지, 고등학교는 중앙고 있으니까.”

“흐음.”


그건 모두의 바람이다. 사실 중학교는 남중, 여중밖에 없어서 남녀공학이고 뭐고 꿈도 희망도 없는 구조지만, 고등학교는 다르다. 남고, 여고, 그리고 중앙고!! 가운데에 떡하니 남녀공학! 모든 남자애들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니까. 1/3 정도의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중앙고에 갈 수 있다. 33%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그래도 뭐, 지지배가 전부냐. 이렇게 노는 게 더 좋지 않냐?”

“아니.”

“전혀.”

“너 게이냐?”

“뭔 개소리야. 좋잖아, 이렇게 노는 거!”

“어우, 더러워. 야, 정게이.”

“X발, 죽을래?”


분위기를 환기시킬 겸 내뱉은 나의 말에 민주와 현광이는 정색하고 말한다. 어이어이, 그렇게까지 정색할 건 없잖아. ‘연애’ 쪽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학창시절 추억으로써 즐겁지 않냐는 말이었는데. 그렇게 말을 해도, 민주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야 게이! 막 고추 빨고 그러냐?’ 하며 모독적인 말을 자꾸 한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민주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중간에서 현광이가 제재한다. 아, 민주랑 사이가 안 좋거나 싸우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저 새X가 너무 깝죽대는 게 문제일 뿐.



“아이구 냄새~ 니들 또 축구하고 바로 왔지? 좀 씻고 댕기라니까!”

“어허허, 귀찮잖아요.”

“하이구~ 머스마들 아니랄까봐 겁나게 더럽네.”


셋이서 향한 곳은 학원. 달리 친한 게 아니라 학원을 같이 다니는 맴버여서 친하다. 그 전에 축구를 같이 하는 애들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학원에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아아, 행복해진다. 흐르는 땀이 마르며 온 몸이 시원해진다. 중년의 원장 선생님은 우리를 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곤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를 맞이한다. 털털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민주. 곧 우리는 우리 반인 2층으로 올라간다.


“여어─ 안녕들 하신가!”

“꺼져, 변태.”

“어허이, 보자마자 변태라니. 오늘은 어떤 향 샴푸 쓰셨나~”

“아 쫌 꺼져! 존나 짜증나게.”


반에 들어가니 여자애 몇 명이 있다. 민주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한 여자애에게 다가가 말한다. 여자애는 짜증스런 말투로, 정말 짜증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민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여자애 뒤에 앉아 머리카락을 잡아 냄새를 맡으며 긴치않은 수작질을 건다. 여자애는 정색하고 화를 낸다. 그래도 여전히 당당하고 능글맞은 표정의 민주다. 저러면 저거 성희롱 아니냐.


우리는 남중에 다니고 있다. 누구 소개라도 받지 않는 한, 여자애들을 만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한창 팔팔할 시기에! 한창 여자애들한테 관심 많을 시기에! 하지만 단 한 군데, 여자애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학원! 학원까지 여자반, 남자반 나눠놓지는 않잖아. 여긴 우리학교 애들도 다니지만 여중 애들도 꽤나 다닌다. 반반 비율이 유지될 정도로. 그래서 발정난 민주는 저렇게 여자애들한테 시비를 걸고 있다. 종국에는 분노한 여자애가 일어나 주먹으로 배를 퍽퍽 때리는데. 그것조차 좋다고 웃는 민주다. ……저 새끼 저거 변태 아니야.


“앉자.”

“그려.”


여자애한테 잔뜩 맞고서 우리 쪽으로 돌아오는 민주. 현광이의 말에 시무룩하게 옆에 앉는다. 뒷자리 세 자리에 딱 앉은 우리. 사실 공부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내가 내 필요에 의해 ‘엄마, 저 공부해야 겠어요. 학원 끊어주세요.’ 하는 애들이 대한민국 학생 중에 몇이나 될까. 나 같은 경우엔, 그냥 집에서 다니래서 민주랑 현광이랑 같은 학원으로 정해 다니고 있지.

솔직히 한 판이라도 더 축구를 하고 싶은, 혈기왕성한 남자 중학생들을 데려다 놓고, 학교가 끝났는데도 이렇게 돈까지 내가며 수업을 듣는 걸 바라는 애들이 몇이나 될까. 맘 같아서는 현광이와 민주를 선동해 뛰쳐나가 PC방이라 오락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랬다가는 된통 혼나니까, 묵묵히 참는다.


“안녕~”

“오, 지영이 안녕! 왔어?”

“…….”


한 여자애가 슥 지나간다. 사르르 흩날리는 머리칼. 지나가는 뒤로 향기가 퍼지는 것 같다. 그 여자애가 지나가는 공간이 그대로 얼어붙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나는 멍하니 여자애를 쳐다본다. 아, 정말 예쁘다. ‘샤랄랄라─’ 하는 효과음이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 같다.

이지영, 여중 다니는 여자애. 성적은 상위권.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 여자애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학교에서도 반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반짝이는 미소와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이다.


“……죽인다.”

“……응, 그렇지. 특히 가슴이.”

“……뒤질래.”

“뭔데 X랄이여, 네가.”


별로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현광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옆의 민주 역시 헤벌레한 표정으로 지영이를 쳐다보며 말한다. 나는 잔뜩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민주 팔뚝을 한 대 세게 때리며 힘주어 말했다. 민주는 불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도 그 성격에 용캐 받아 때리지 않고 말만으로 끝내네 싶다.


“아, 몰랐냐. 웅도 쟤 좋아하잖아.”

“그래?”

“누, 누, 누, 누가 그래! 내가 언제! 조, 조용히 안 해?!”

“누가 말 안해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겠구먼.”

“그치?”


현광이의 말에 나는 잔뜩 당황하여 말했다. 애써 표정을 감추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나 보다.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다. 민주는 씨익 재미있다는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아니, 다른 애는 몰라도 민주만큼은 안 알았으면 싶었는데. 칫.


작가의말

학교 다니면서 예전 템포를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군요. 하루 8000자 이상은 어지간하면 가능하겠지만, 예전처럼 하루 1.6만자를 쓰는 건 불가능해요, 불가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4.03.10 19:28
    No. 1

    선댓글 후감상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0 19:31
    No. 2

    어멋, 어떻게나 이렇게 빨리 달리나 했는데 작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선댓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못찾겠다
    작성일
    14.03.10 19:33
    No. 3

    역시 하렘에는 고자죠
    아니라면 뱃속구경을 한다던가, 보트에 탄다던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0 19:46
    No. 4

    Nice Boat. 무서워요, 그런 결말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olfam
    작성일
    14.03.10 19:34
    No. 5

    어째서 리유는 고려하지 않는거죠(부들부들)
    현광이라... 익숙한 이름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0 19:47
    No. 6

    리유는... 따, 딱히 제가 까먹고 안 적은 건 아닙니다. 그만큼 아직은 이성으로 안 느낀다는 거죠, "아직은".

    따, 딱히 현광이는 '제취미'에 나오는 남자애 남자친구(?)와 동일인물이라던가 그런 건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3.10 20:00
    No. 7

    현광임마, 그러는 너는 남자랑 사귀잖아. 그나저나 코다카가 떠오른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0 20:10
    No. 8

    저 때의 현광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착한 중학생이니까요. 아, 지금 시점에선 나쁜 애라는 말은 아니구요.
    ...근데 코다카라뇨! 머리카락도 노란색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니고, 가슴 크고 금발인 약혼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3.10 20:33
    No. 9

    저렇게 애써 부정하려는 게 딱 코믹스와 애니판 코다카의 호구짓. 어쨌든 코믹스판에선 세나와 결혼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0 20:45
    No. 10

    뭐, 그건 고자 캐릭터들의 공통점이겠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먹고 살려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神殺
    작성일
    14.03.11 09:52
    No. 11

    어이, 리유는!
    전통적인 등장순서로 정하는 법을 따르자면 리유가 원래 정실 포지션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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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4.03.11 10:28
    No. 12

    미래는 자기 비중 걱정을 하지만 리유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4.08.24 14:28
    No. 13

    이런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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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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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4화 - 3 +8 14.03.23 1,983 40 17쪽
98 24화 - 2 +14 14.03.22 2,778 42 25쪽
97 누락된 편입니다 +11 14.03.21 2,371 44 1쪽
96 24화. 깊고 어두운 그 때. +11 14.03.20 2,658 44 23쪽
95 23화 - 5 +21 14.03.19 2,583 80 18쪽
94 23화 - 4 +7 14.03.18 2,344 52 19쪽
93 23화 - 3 +24 14.03.17 2,645 44 22쪽
92 23화 - 2 +9 14.03.15 2,987 116 21쪽
91 23화. 여름방학의 바다!! - 1 +13 14.03.14 2,727 48 20쪽
90 22화 - 4 +18 14.03.13 2,236 78 22쪽
89 22화 - 3 +16 14.03.12 2,429 43 20쪽
88 22화 - 2 +8 14.03.11 2,406 39 19쪽
» 22화. 그가 고자가 된 이유. - 1 +13 14.03.10 2,914 99 19쪽
86 21화 - 4 +21 14.03.09 2,686 51 22쪽
85 21화 - 3 +9 14.03.08 2,603 50 19쪽
84 21화 - 2 +7 14.03.07 2,298 45 20쪽
83 21화. 힘내세요, 선생님 - 1 +13 14.03.06 2,222 52 18쪽
82 20화 - 4 +15 14.03.04 2,828 61 17쪽
81 20화 - 3 +17 14.03.02 3,028 52 20쪽
80 20화 - 2 +19 14.03.01 2,584 52 19쪽
79 20화. 큰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1 +13 14.02.28 2,445 53 18쪽
78 19화 - 4 +27 14.02.26 2,887 118 24쪽
77 19화 - 3 +24 14.02.25 3,565 118 23쪽
76 19화 - 2 +31 14.02.25 3,477 102 21쪽
75 19화. 뒷풀이! - 1 +15 14.02.24 2,326 57 20쪽
74 18화 - 4 +15 14.02.23 2,144 58 17쪽
73 18화 - 3 +21 14.02.23 2,173 58 19쪽
72 18화 - 2 +19 14.02.22 2,243 49 20쪽
71 18화. 시험공부를 여자애랑 하면 과연 집중이 되나? - 1 +31 14.02.22 2,438 54 18쪽
70 17화 - 4 +19 14.02.21 2,375 5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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