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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48,161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5.01.30 19:53
조회
1,503
추천
40
글자
17쪽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DUMMY

“멋대로 혈마법을 이용한 특무대를 운용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저주받은 힘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드루이드들의 사교(邪敎)를 통해 인간에게는 엄격히 금지된 세뮈엘님과의 영접까지 병행했다는 사실이 문제인 겁니다.”

로빈은 대사제의 입에서 사교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비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사도로서의 세뮈엘을 모시는 수준에 지나지 않은 인간이 직접 숲에서 삶을 영위하며 숲의 뜻을 받들고 숲을 수호하는 드루이드들을 ‘사교’라 폄하하다니, 세뮈엘이 자신에게 오만하다고 했던 말을 노인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로빈이었다.

“또한 제르나비 오캄푸스와 같은 경우는 생전에 혈마법을 연구한 죄로 파문에 가까운 처벌을 받은 몸. 그런 그를 교회와 대학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군에 고용한 것은 교회의 축복을 받는 폐하는 물론이고 교회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는 이단행위입니다.”


드디어 이단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로빈과 고도는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교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세뮈엘의 은총을 받아내어 붉은 나무의 교리를 중심으로 카나반이라는 국가를 건립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대전쟁 전에는 대사제직에 불과했던 ‘왕’이란 씨앗을, 마찬가지로 세뮈엘이라는 존엄한 존재의 후광을 이용하여 흐트러진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한 중심점으로 만들어낸 그들이다. 교회가 ‘이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왕의 정체성과 자신들의 정체성, 더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과 그 뿌리를 세뮈엘로 여기고 있는 그들에게, 숲의 사도에 반하는 모든 개념과 이념들은 국가라는 나무의 줄기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도와 적대하는 악마, 그 악마들의 힘인 혈마법, 그리고 그 혈마법의 잔재인 망자. 그 모든 것이 교회의 눈에는 ‘잠재적’이거나 ‘불가피’하다는 말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불온의 증거들이었다.


“명예라-. 그 말씀은, 교회가 국가 위에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싶으신 겁니까, 대사제님?”


“뭐, 뭐요?”


대사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단순히 반쯤 썩어들어간 망자의 외견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내뱉은 말이 지니고 있는 왜곡된 독을 맛본 덕분이었다.


“베르달의 함락이라는 상황은 대전쟁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국가위기사태였습니다. 그에 대해 선대의 검성께서 은퇴하신 지금, 공화국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굉장히 제한적이었지요. 폐하께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고려하신 겁니다. 대사제께서는 지금 공화국의 수호를 위한 폐하의 노력보다 교회의 권위가 우선되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제 말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제르나비 오캄푸스. 국가의 안녕보다 우선시되는 가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 수단에 있어서의 적법성을 논하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적법성이라니, 그럼 침략해온 제국군에게도 적법성을 따져보시지요. 도대체 국가를 수호하는 일에 있어 적법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모습도 사상도 정반대인 두 사람의 시선이 날카롭게 교차한다. 하지만 지금의 오캄푸스는 총장도, 그랜드마스터도 아닌 한 명의 망자일 뿐, 피고인의 자격으로 앉아있는 그의 혀가 이곳에서 가질 수 있는 힘은 제한적이었다.


“오캄푸스 그대에겐 별도로 정황을 물을 것입니다. 이미 생전에 전과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각별히 주의해주십시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악마와의 계약을 청산하는 조건으로 너그러운 판결을 받았던 제르나비 고도가 다시금 혈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폐하와 검성의 사주였는지- 이것입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종교재판이었지만, 대사제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제들과 의원들의 숫자는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었다. 그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대사제 때문에 로빈은 다시 한 번 표정을 구겨야 했지만, 바로 옆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에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새롭게 물든다.


“제가 사주했습니다.”

덤덤한 표정. 그보다 더욱 높이 없는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벤에게 향한다.

“혈마법특무대의 창설을 계획, 제안한 것도 저고, 고도에게 악마와의 재계약을 요구한 것도 접니다. 로ㅂ..아니, 폐하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통합군통수권자인 저의 의견을 수렴했을 뿐이고, 고도는 전투마법사로서 제 명령에 의해 악마와 재계약을 한 거예요. 굳이 책임을 지게 하고 싶다면 대상을 저로 한정해야겠지만-”

곁에 있던 로빈이 제지할 틈도 없이, 벤은 대사제를 향해 거대한 도전장을 내던진다.

“그게 이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요.”


“.......”


술렁이기 시작하는 사제단. 귀족들은 흥미롭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고, 이미 벤이 뱉어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로빈은 쩔쩔매는 중이었다. 심지어 당사자 중 한 명이었음에도 고도는 뭔가 재미있어지겠다는 기대를 안고 대사제와 벤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검성께서는 제가 방금 드린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신 겁니까? 이 사건에 어찌 이단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럼 제가 거꾸로 여쭤보죠. 우리가 숲을, 그리고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동원한 모든 행위와 수단들이 정말로 세뮈엘님의 뜻에 반하는 이단행위였다면, 어째서 세뮈엘님은 폐하의 직접적인 영접을 허락하시고 더 나아가 카나반의 군대에 축복을 내려주셨을까요?”


“......!”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대사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벤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로빈의 손을 이끌고 교회의 중앙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모두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드는 가운데 그의 발걸음이 당도한 곳은, 성수가 가득 채워진 황금대야의 앞이었다.


“폐하의 보고서에는 세뮈엘님께서 어떠한 조건이나 대가도 없이, 숲을 지키겠다는 씨앗의 의지를 받아들여 축복을 내려주셨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혹시라도 그 보고서의 내용, 즉 세뮈엘님의 생각에 의심이 드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를 불러내어 사실을 확인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대사제를 비롯한 교회의 얼굴들은 순간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지금 이 검성은 마치 교회가 세뮈엘을 의심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교회의 의도를 저런 식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저자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하려고 하는 행동.

단지 오해를 풀기 위해 세뮈엘님을 소환한다는 생각 자체가 무모하기도 했지만, 만약 검성의 말대로 세뮈엘이 모든 이단행위를 묵인하면서도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이 무모한 소환을 통해 그 사실을 그녀의 입으로 듣기라도 했다가는, 교회의 권위는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 애초에 교회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계획했던 종교재판에 역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

그랬기에, 다급한 표정으로 교회의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마누앙의 얼굴은 로빈에게보다는 대사제에게 더욱 큰 구원이었다.


“종교재판은 잠시 중지하시오. 폐하, 그라우치 장군으로부터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라우치 장군?”


로빈은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급보라고 할 만한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 대상은 분명 베르달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이어진 마누앙의 반응이, 그의 의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아직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엔 민감합니다. 서둘러 집무실로 가시지요.”




=================




“와, 진짜 이게 뭐지? 이게 훈련이야, 고문이야?”


절망을 시각화한 듯 눈앞을 가리는 수증기가 빼곡한 샤워장. 뜨거운 물로 갈색머리를 적시던 셰르 시즈키치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입소한 지 이제 열흘째. 하지만 생도들의 시간은 첫째 날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훈련일정이나 방식이 바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전술훈련과 전투훈련, 영력운용에 대한 이론습득과 실전운용. 기사로서 기본적으로 함양해야 할 가치관의 교육과 공화국의 역사강의. 이러한 통상적인 과정들은 그대로 승계되었다. 문제는, 교육과정이 재편되면서 새롭게 겪게 된 세 가지 사항.

그중에서도 셰르를 가장 크게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새롭게 도입된 조별 멘토링이었다. 교육시간 외에도 주당 정해진 시간만큼 조별로 편성된 멘토에게 교육을 이수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멘토로 할당된 기사가 극악무도하게 자신을 굴리고 있다는 점이 고통의 첫 번째. 두 번째는-


“야, 시끄러, 이게 다 네가 역사시간에 졸아서 그런 거잖아! 멘토링 시간이 두 배라니, 왜 우리까지 피해를 받아야 하는데!?”


.......입소 전 소란을 피웠다는 제보를 받고, 그 소란의 당사자들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는 점이었다.

아직까지는 부끄러움이 남아있는지, 샤워장으로 들어서는 유진 가슈펠라르는 자신의 몸을 수건으로 가린 채였다. 그것만으로는 풍만함을 넘어선 그녀의 거대한 굴곡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셰르는 그런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핏대를 세운다.


“존 게 아니라 잠깐 눈을 감은 거였다고! 잠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취침시간에 몰래 팔굽혀펴기랑 악력기 쓰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그런 거 걸렸다간 멘토링 두 배정도로는 안 끝나!”


“어, 어쩔 수 없잖아! 나 기초체력은 엉망인데, 주말시험에 통과는 해야겠고......, 아무튼 너 땜에 시간 더 잡아먹게 생겼잖아!”

그 순간 샤워장에 있는 다른 생도들의 생각은 모두가 같았다.

저렇게 싸울 기운이라도 있는 것이 부럽다-라고.

“야, 리즈. 넌 아무렇지도 않아? 저 새끼 때문에 너도 걸려든 거야.”


유진의 시선이 옆에서 조용히 뜨거운 물을 만끽하고 있던 리즈에게 향한다. 그녀 또한 입소 전에 소란을 일으킨 당사자라는 이유로 그들과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이었다.


“......난 별로 상관없는데? 오히려 멘토링을 더 받을 수 있으니 좋지 않아?”


“으와......, 너도 진짜 대단하다.”


유진의 감탄은 단순한 빈말이나 조롱이 아니었다. 모두가 고통과 짜증에 신음을 내뱉고 있음에도, 이 가문도 소속도 없는 시골 처녀의 입에선 한 번도 죽겠다거나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리즈는 기본적인 소양이나 성적 면에선 우수한 편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평균.’ 이것이야말로 여태까지 리즈가 보여준 기사로서의 모습이었다. 기수 1,2위를 다투는 유진과 셰르였기에 처음엔 리즈와 같은 조가 된다는 것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지만, 10일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이 굳건하고 한결같은 모습을 통해 감탄을 받는 입장이 되어버린 리즈였다.


“그렇게 여유가 있으면 좀 더 좋은 성적을 노려봐도 되지 않아? 널 보면 항상 뭔가 대강대강 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셰르의 말에, 보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리즈.


“아니, 뭐어......., 오빠가 그러는데, 그냥 대충 평균만 해도 근위대에 넣어준다던데?”


“오빠? 너한테 기사오빠가 있었어? 평균만 해도 근위대라니, 그 인간도 알만하네. 꼭 가문도, 타고난 것도 없는 사람들이 꼭 그렇게 말하더라. 근위대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장난이 깃든 셰르의 말이었지만, 리즈는 얇게 웃으며 수긍하고 만다.


“아, 그건 반박할 수가 없네. 나중에 오빠 만나면 네 의견 그대로 전해 줄게.”


“하- 무섭기도 해라. 아, 그러고 보니 2주차에 조별로 특별면회가 허락된다고 했지? 3주차부터는 훈련소가 아니라 외곽에 나가서 훈련을 시작한다며.”


그에 유진이 수건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간신히 붙들며 입을 열었다.


“아아- 난 몰라. 면회 오라고 할 사람도 없어. 너희가 알아서 해.”


“나도 없는데. 그럼 리즈, 네 오빠나 오라고 해. 셋 다 면회가 없으면 또 개별훈련 시킬지도 모르잖아.”


“아, 그래?”

무심하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향해 검붉은 시선을 흘리는 리즈.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송곳니가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오빠도 바쁠 거 같긴 한데, 한번 부탁해보지 뭐.”




=====================




모두가 놀란 눈으로 마누앙을 바라본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열고 반응한 사람은 로빈이었다.


“.......군부정변이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누앙.


“예.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같은 악마국에 적대하는 사안을 가지고 검성과 국왕이 대치 중인 모양새였습니다만, ‘오열의 검성’이 이런 식으로 먼저 움직일 줄은 브린타이나 국왕으로서도 예측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크리스와 디미르라면 당연히 니에브 쪽으로 넘어가리라 생각했는데, 우리 국경으로 접촉해왔다는 건 그 검성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니에브로 향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겠죠?”


소파에 반쯤 누워 와인을 홀짝이던 벤의 질문. 총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그라우치 장군이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오열의 검성’은 론크리스 국왕을 폐위하고 그녀의 남동생을 새로운 왕으로 옹립했다고 합니다. 거사 직전까지 회유나 강요를 비롯하여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기 때문에, 론크리스 국왕도 검성의 저의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 일단 피신하기로 정한 모양입니다.”


“국경의 움직임은요?”


로빈이 검붉은 앞머리를 넘기며 물었다.


“없습니다. 일단 팔루뎀에서 공동으로 방위를 맡고 있던 소나무연대에게는 비상경계령을 명해놨습니다만.”


“잘하셨어요. 일단 크리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폐하.”

로빈의 말을 끊으며, 마누앙은 한걸음 로빈의 책상을 향해 다가가 깊은 먹색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예?”


여기에서 나눠질 선택지가 있었던 것인지 로빈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는 총리의 설명을 기다려야 했다.


“브린타이나의 검성은 같은 악마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국과의 화친을 위해 전복을 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국을 제외한 주변국, 즉 카나반과 니에브와의 관계도 당연히 그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그 급류에 섣불리 발을 담지 않도록 일단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합니다.”


“.......그 말씀은, 아직 새로운 브린타이나의 왕실이 우리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건지 우리로선 알 수가 없고, 우리가 크리스를 받아들인다면 그 관계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브린타이나와 니에브와의 관계도, 어디까지나 브린타이나의 왕이었던 론크리스와 니에브의 대공인 홀덴과의 개인적인 친목에서 비롯된 느슨함이었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던 론크리스가 실각한 지금, 그 두 나라의 관계도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입니다. 자칫하다간 폐하와 검성께서 구상하신 ‘동맹’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흐음.......”


도의적인 차원에서 크리스를 받아들이는 결정은 쉽다. 그러나 그 후폭풍으로 몰려올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무작정 그녀를 위로하며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 마누앙이 말하고자 하는 요점.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 있는 형편이라면 괜찮았겠지만, 지금 카나반의 중앙군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인 데다가 크리스는 이미 국경을 넘어 카나반에 몸을 담고 있다.


“일단 잠자코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지금 가장 확실한 상황 하나가 있잖아.”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벤이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일단 브린타이나는 더 이상 제국과의 전쟁을 지속하지 않을 거란 사실. 이게 지금으로선 가장 확실한 상황 아니야?”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벤의 말대로, 동맹에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은 바로 제국이 유지해야 할 전선이 하나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 동시에 니에브와 카나반으로서는 유지해야 할 전선이 하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든든했던 아군이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은, 아무리 해석해도 긍정적으로 봐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순간, 로빈의 머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총리님.”


“예.”


“욘의 대통령께서 오늘 중에 아르바티앙에 도착한다고 하셨죠?”


“예, 그렇게 통보가 왔었습니다.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왜 그러십니까?”


로빈은 가벼운 손짓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총리의 먹색 눈동자를 올려다본다.


“자히르 경에게 전문을 보내주세요. 되도록 빨리 대통령을 아르다르로 모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그리고 그라우치 장군에게도 마찬가지로 크리스와 디미르를 신속하게 아르다르로 모셔달라고 말씀해주세요. 아, 대신 내일 오전 업무는 쉴게요. 동생 면회 가야 해서.”


“.......폐하, 그 말씀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의 마누앙을 향해, 로빈은 이가 내보일 정도로 큰 미소를 짓는다.




“예, 삼자회담을 가져봅시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ㅠ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 작성자
    Lv.24 주정
    작성일
    15.01.30 20:47
    No. 1

    잘 보고 갑니다. 연참은 언제 하실겁니까? 궁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30 20:49
    No. 2

    헠 주정님 빠른감상 감사드립니다ㅠ
    이 분량으로 연참하기엔 멘탈이 조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1.30 21:47
    No. 3

    오빠 면회... 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30 21:56
    No. 4

    불의검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평화로운 면회가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5.01.30 23:41
    No. 5

    주상전하 행차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31 00:05
    No. 6

    으잌ㅋㅋ
    에볼루션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5.01.31 03:44
    No. 7

    빽이 어마무시하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31 11:12
    No. 8

    ㅋㅋㅋ 동결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현화
    작성일
    15.02.04 18:14
    No. 9

    홓챻ㅊㅎ쳐 혛ㅊ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현화
    작성일
    15.02.04 18:20
    No. 10

    ㅊ ㅑㅎㅍㅍㅍ폏ㅍ ㅑㅎ퍄포초ㅗㅎㅍ ㅍㅍ퓨퐅ㅍ 포ㅕㅎㅍ ㅎ햐ㅗ 혗 촣 ㅍㅎ휴 ㅕㅍㅎㅊㅊㅍ포ㅗ ㅍ ㅎㅎ혀ㅗ 혀ㅕ ㅕㅕ ㅍ 포촟호초ㅗㅗㅍ ㅎ ㅕㅍㅎㅊㅍㅍ포 ㅕㅍㅎㅊㅍㅍ ㅍ ㅎ ㅕㅊ 쳧ㅊ호ㅗ펴 ㅍㅍ초ㅕㅍㅎ초ㅕ ㅊ초포홒 ㅎㅍㅍㅍ포 촣초ㅗ초퐃ㅑㅑㅑ ㅠㅑ ㅠㅑㅠㅓ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2.04 19:05
    No. 11

    왓 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현화
    작성일
    15.02.04 20:13
    No. 12

    ㅑ ㅐㅠㅓㅓㅑ ㅑ ㅓㅓㅑ ㅑㅗㅓㅓㅓㅑㅑ ㅑ ㅑ ㅑ ㅑ ㅑ ㅑ ㅑ ㅑ ㅑ ㅑㅑㅑㅑㅑㅑㅑㅑ 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ㅓㅑ ㅑ ㅑ ㅑㅑ ㅑ ㅑ ㅑ ㅑ ㅑ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ㅑ ㅓㅑㅑ 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2.04 20:16
    No. 13

    에라 나도 모르겠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ㅓㅏㅣㅓㅓㅓㅓㅏㅓㅓㅏㅓㅔㅔㅐㅑㅐ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석손권
    작성일
    16.03.18 05:09
    No. 14

    전시 상황에서의 전술 선택을 종교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건 송양공과 동급이란 걸 인증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3.18 16:45
    No. 15

    용석손권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이건 편협한 시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죠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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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55 30 22쪽
139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64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1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197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69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0 38 19쪽
134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9) +9 15.02.22 1,164 29 20쪽
133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8) +7 15.02.18 1,321 29 20쪽
132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7) +6 15.02.13 1,266 28 19쪽
131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6) +6 15.02.09 1,201 31 19쪽
130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5) +8 15.02.06 1,363 35 19쪽
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300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0 33 20쪽
»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04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2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77 32 12쪽
12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2) +8 15.01.27 1,359 35 21쪽
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83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90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09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1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37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8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3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1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8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5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2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5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5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2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7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29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4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4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39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4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8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8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6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4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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