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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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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0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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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DUMMY

“어디 불편하냐?”


“네?”

집사를 도와 아침상을 차리던 아델은 마찬가지로 식탁에 그릇을 내려놓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흠칫하고 만다. 고통을 참으며 평상시의 걸음걸이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역시나 기사의 눈은 피할 수가 없었던 모양. 쟁반을 떨어트릴 뻔한 불안에서 곧바로 회복한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 잠을 잘못 잔 모양이에요. 허리가 조금 아파서......”


“곧 다른 가문에 귀속될 몸이다.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길 바란다. 침대가 불편하다면 지든에게 말해서 바꾸든가 해.”


“.......네.”


자리에 앉는 아델의 표정은 아랫배의 고통과 별개로 좋을 수가 없었다. 침대를 바꿀만한 돈 따위 남아있을 리가 없다. 1년 전과 비교하여 한없이 초라해진 식탁 위조차 아버지는 인정하고 있지 않는 거겠지. 그 인정하기 싫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자신, 그리고 짧게나마 그 현실을 잊을 수 있었던 지난밤의 살짝 아팠던 달콤함.

그녀는 묽은 스프위로 떨어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낸다.


“그 자리는 뭐냐?”

올란의 불편한 시선이 주인 없는 스프를 향한다. 그곳에 수저를 놓으려던 지든이 대답을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곧바로 올란의 노성이 떨어진다.

“그놈의 자리라면 필요 없다! 빌어먹으려면 그만한 결과를 가져오라고 해라! 그전까진 그 얼빠진 얼굴을 식탁에서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예, 알겠습니다.”


집사는 결국 그릇을 치운다. 지나치게 컸던 올란의 목소리는 저택 어딘가에 있을 조엘을 향한 것이었지만, 이미 그의 그림자는 높은 목소리조차 닿지 못하는 곳에 있었다.


“......죄송해요. 속이 좀 안 좋네요.”


그 자리를 견딜 수가 없어 먼저 일어나려는 아델에게 더 좋은 변명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건강에 대해 다시금 입을 열려던 올란이었지만, 빠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사라지는 딸의 뒷모습에 그는 가만히 침묵한다. 대신, 그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불편해 보이는 아델의 걸음걸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든.”


“예, 주인님.”


“아델의 혼담 건으로 수도에 가봐야겠어. 빠르면 일주일 내로 돌아올 테니, 그 때까지 딸을 부탁하네.”


“......예.”


‘혼담 건’으로 더 이상 진척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부탁한다는 것인지, 늙은 집사는 무심한 주인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제대로 쳤구나, 너어.”


“부추긴 년이 누구였더라.”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하아......”

변명의 여지는 없다. 지지부진한 둘의 관계에 먼저 열이 받아 조엘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자신이 조엘의 기질을 잘못이해하고 있던 걸까, 아니면 지난 1년이 그에게 너무도 많은 시간을 묵혀두게 만들었던 것일까. 조엘이 이런 식으로 일을 벌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리즈였기에, 행복한 얼굴로 언덕을 올라와 보고를 하는 그의 귀를 비명이 새어나오도록 꼬집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글쎄.”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불성실한 대답.

어이가 없을 정도로 얕은 그 대답을 향해 리즈는 욕을 한바가지 퍼부으려 했지만, 저택을 내려다보는 조엘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고 만다.

그와 아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로 밤을 새면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온 결론이, 바로 저 짧은 답일 테지.


“......사랑의 도피는 어때?”


“내 입장에선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아델은 아직 아버지와 지든에게 미련이 남은 모양이라서.”


“자기를 팔아먹으려는 아버지한테 아직도 정이 남았데? 도대체 얼마나 순진해빠진 거야 걔는?”


허공을 향한 리즈의 질책에 조엘은 작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숲의 향기가 새어 들어오던 지난밤, 아델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몰락한 가문을 짊어질 책임에 지친 것 뿐이라고, 그리고 그 중압감에 똑바로 앞을 보고 있지 못할 뿐이라고.

아버지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흐려진 그의 이성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그녀의 말에, 조엘은 침대 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생각이 가진 현실성에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평생 동안 받아왔던 그 시선과 태도를, 그녀는 이제 고작 1년을 겪었을 뿐이니까.


중압감에 무너졌다고? 가문을 위해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녀는 모른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지 않다.

자신들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어쨌든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잖아. 내가 힘으로라도 쟁취하라고 했던 거, 슬슬 진지하게 고민해 봐.”


“나 같은 반쪽짜리 기사가 뭔 힘을 쓸 수 있다고.”


그 순간, 둘의 시선이 동시에 같은 곳을 향한다. 저택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던 마구간이 부산스러워진 것을 느낀 덕분이었다. 곧이어 힘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저택을 빠져나가는 그림자는, 둘에게도 꽤나 익숙한 사람이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리즈였다.


“뭐야, 너네 아저씨잖아. 이 시간에 어디 가는 거?”


“.......”


가벼운 일에 직접 움직일 리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이 쓰러져가는 가문에서 유일하게 무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뿐.

지금 이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해야할지, 아니면 위기라고 생각해야할지, 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조엘은 아델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




“일국의 총리라는 직책으로 이런 곳에 단신으로 오다니, 그 무모한 용기에는 박수를 드리고 싶네요.”


“박수 받을만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적이 있어 왔을 뿐이고, 제 인질로서의 가치가 그리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시는군요.”

상대에게 놀란 건 피차 마찬가지였다.

카나반의 총리이자 니바르토가 귀족대표인 마누앙. 그가 갑작스레 블라고슬로바를 통한 육로로 제국령인 마즈다힐에 나타난 것은 분명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적국의 총리가 단신으로 나타나 요청한 건, 다름 아닌 지휘관과의 면담.

마누앙이 놀란 것은, 상대가 흔쾌히 그 요구를 수락했다는 사실과 나름 울창한 전경을 자랑하던 마즈다힐 근방이 어느새 광활함만을 남긴 평야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지휘관과 면담을 요청하셨죠? 자, 여기 대령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아니면 제 쪽에서 드려야하나요?”


마누앙도 이것이 자신답지 않은 도박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호위나 경비도 없이 적국의 총리와 탁자를 사이에 놓고 마주앉은 저 여인이 가지고 있는 치명성도 잘 알고 있다.


붉은 장미의 검성, 델핀 드리브달.


50년 가까이 된 세월도, 그리고 여태까지 그녀를 향했던 수많은 검과 악의들도 그녀로부터 아름다움을 빼앗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에게 대부분의 품위와 기질을 물려받았으며 젊음이라는 최대의 무기까지 지니고 있는 엘라론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자태와 미모. 간신히 그 특유의 붉은색에 현혹되지는 않은 마누앙의 이성이었지만, 저 교태 넘치는 미소 뒤에 감춰진 깊은 그림자는 마누앙이 겪었던 그 어떠한 위협보다도 무겁게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안심하십시오. 평화협상이나 항복권고 등을 하러 온 건 아닙니다.”

항복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단어에도 장미의 눈썹은 미동조차 없다.

“단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온 것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당신의 아들 말인가요?”

마누앙의 검푸른 입술이 멈춘다. 그는 아무런 빛도 반사하지 않는 먹색눈동자로 가만히 검성의 미소를 기다린다.

“그대가 생각하던 그의 충성심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그대가 생각하던 그라는 존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요? 자, 그럼 한 번 생각해봅시다. 그대가 해답을 구하고 있는 것은, 진정으로 그대의 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인가요, 아니면 여태까지 그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아들에 대한 해명인가요?”


“부자간의 일입니다.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굳이 대답해야한다면 둘 모두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아뇨, 틀렸습니다.”

얇게 번지는, 매혹적인 미소.

“그대는 그대의 머릿속 밖에 있는 아들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상 이런 형태로 현실과 그대 머릿속 사이의 괴리감이 닥쳐오니,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무리한 발걸음을 옮긴 것이겠지요.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신다면, 한번 말씀해보세요.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선뜻 대답하지 않는다. 좀처럼 저의를 내비치는 일에 인색한 마누앙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델핀의 질문에 답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왕에게 빠져버린 아버지한테 토라져서? 점차 왕국처럼 변질해가는 공화국에 환멸을 느껴서? 총리님, 사람의 마음이란 건 말이죠,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한 이유로 무너집니다. 제 딸을 보셨으니 아시잖아요? 그 아이가 제게서 등 돌린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그녀는 제 말을 듣기 싫었고, 그런 그녀는 저에게 필요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대는 이런 저보다 더욱 커다란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제가 기사가 아니라는 점이겠지요.”


델핀은 다소 놀란 눈으로 마누앙을 바라보았다. 그가 그 답을 생각해 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에, 맞아요. 그대는 기사가 아니죠. 그러기에 평생 검을 잡고 살아온 그의 행동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그가 무엇을 위해 검을 잡았고,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근위대장에 올랐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대를 위해서, 그리고 그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셨겠죠? 그저, 그대보다 더 커다랗고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해주면 그 어긋난 집착은 끝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셨겠죠.”

분명 군영의 중앙이지만, 막사 밖은 작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서울 정도의 ‘절제.’ 이것이 바로 군인의 길. 자신의 아들이 걸어왔던 길.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더 이상 그곳에, 그대의 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이해하셨습니까? 그대는 그를 아들로 대하기 전에, 기사로서 대했어야 했습니다.”


‘너는 내 후광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가문의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노력하여 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을 보아, 넌 네 자신보다는 우리 집안을 위해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행동하는구나. 내가 근위대장의 힘을 빌리기 위해 너에게 그리하라고 강요라도 했더냐?’


마누앙은 기억 속에서 자신이 아들에게 내뱉었던 말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순간, 쥬넨이 속으로 느꼈을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가 강요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자신에게 강요를 해야 할 만큼, 자신의 아버지가 싸우기를 바랐던 것이다. 대의라는 거창한 이름 속에 숨겨둔 치밀한 계산만으로 모든 것을 놓고 순응한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어떠한 강요도 받지 않은 자신.

그 무력함에 직접적으로 불평하는 대신, 공화국과 왕에 대한 부조리를 내뱉었던 쥬넨.

그리고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실리’.


“어떻습니까, 지금이라도 쥬넨 경을 불러드릴까요? 이야기를 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설득을 해보시겠습니까?”


델핀의 야릇한 표정과 어투가 아니었어도,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아닙니다. 의미 없는 발걸음이었던 것 같군요. 허락하신다면 본국으로 돌아가-”


“물론입니다. 카나반의 총리로서 오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오신 것이니, 저에게 아버지의 돌아가는 발걸음을 막을 권리는 없겠지요. 아, 원하신다면 말과 호위라도 빌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호의만 받아두겠습니다.”


마누앙은 허리를 살짝 굽히는 것으로 베르달을 침략한 적국의 지휘관에게 예를 취했고, 델핀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적국의 총리를 배웅한다.

이 기묘한 대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델핀의 매혹적인 입술이 다시금 열린다.


“이걸로 됐습니까, 쥬넨 경?”


“예.”


막사 뒤편에서 들려오는, 담담한 목소리.

델핀은 소리를 내지 않고서 그대로 웃고 만다.


하지만 붉은 장미의 검성은 물론이고 마즈다힐에서 마누앙이 마주친 모든 눈동자들은, 그의 먹색 시선 아래 깔려있는 그림자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




“지나가?”

로빈이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구기며 검붉은 머리를 쓸어 넘긴다.

"어쩐지 병실에 없더라......“


집무실을 채우는 그의 한숨과 푸념 위로, 벤은 먹색 시선이 떠오른다.


“그래서, 어쩔 거야?”


그의 질문에 로빈은 검토하던 서류를 내려놓고 턱을 쓰다듬는다. 분명, 차가운 병실에 앉아 온종일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그대로 방치하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도 밤마다 눈물을 흘린다.

그녀가 잃은 생명은, 곧 자신의 생명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왕이라는 직책은 그에게 가만히 아이의 애도를 비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차라리 지나가 그런 자신과 자신의 책무를 탓하면서 비난을 했으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이 지니고 있는 화살은 언제나 그녀 스스로를 향해 있다는 사실이 로빈은 무엇보다 괴로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 화살이 다른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원동력으로 병실에서 빠져나온 그녀를 격려해주어야 할지, 아니면 벤의 말대로 그녀가 지닌 분노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할지, 로빈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일단 지나는 암살기도의 배후가 아실레마, 그것도 지금 베르달에 앉아있는 붉은 장미라고 확신하고 있는 거네.”


로빈의 한숨 섞인 정리에, 벤은 고개를 끄덕인다.


“정황상으로는 그게 제일 걸맞긴 하지. 밀라 시즈키치 본인이 죽어버렸으니 이제 그 심증을 확증으로 바꾸려면 붉은 장미에게 직접 묻는 수밖엔 남지 않았지만.”


“한센님이 만류하지 않으신 것도 이해가 간다....... 결국 지나와 이야기를 해봐야 답이 나오겠군.”


답을 내놓으면서도 로빈은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특무대에서 지나의 존재는 확실한 전력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몸의 상처, 그리고 그보다 더욱 깊고 쓰라린 가슴의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를 이렇게 빠르게 전선으로 내보내는 게 달가울 리가 없다. 격앙된 서로의 감정과 엇갈린 의견. 이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낸다면, 필시 싸움으로 이어질 것을 직감했기에 로빈은 깊은 신음을 내뱉는다.


“그건 그렇고, 나보고 갈 데가 있다면서.”


“아아, 그거......”

로빈은 온갖 서류로 뒤덮인 책상 위를 한참이나 뒤지고 나서야 왕실인장이 박힌 봉투 하나를 꺼내들 수 있었다.

“이걸 가지고 가서, 설득을 좀 해줬으면 해.”


“설득? 어디로, 누구를?”


무언가 또다시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직감한 벤의 표정이 뒤틀린다. 하지만 로빈의 표정은, 벤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불안에 비해선 가벼워보였다.


“칸시온 델 보스케.”




================




바람은 차가웠으나,

서로의 체온으로 따스한 여름밤.


조엘은 살짝 상기된 얼굴을 빼꼼 이불 밖으로 내민 아델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럽다는 듯이 웃는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엔 행복이 스민다. 그러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짧기만 했고, 다가오는 현실은 점점 한기를 더해간다.


“슬슬 ‘그 사람’이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어?”


그가 자신들의 아버지를 ‘그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을, 아델은 차마 만류하지 못한다.


“.......응.”


“어떻게 할 거야. 네 결혼이야기를 하러 갔다 오는 거라면,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닐 텐데.”


아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머리에 등을 기대앉는다. 숨결을 나눈 직후였음에도, 그녀는 부끄러웠는지 가슴팍으로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둘이 가졌던 달콤한 첫날밤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조엘은 여전히 그녀의 부끄럼만큼은 벗겨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하얗고 가느다란 어깨선이나, 밤에도 그 빛을 잃지 않은 채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칼로도 조엘의 눈은 충분히 즐거웠다.


“나....... 아버지께 말씀드려볼게.”

그녀의 붉은 눈동자 위로 무엇을- 이라고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의지가 가지고 있는 허망함을,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뻔한 절망도 숨긴 채로, 조엘은 가만히 그녀의 붉은 입술을 기다린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저씨랑은 결혼할 수 없다고. 다시 우리끼리 일어서보자고. 그렇게 말씀드려볼게. 그리고 그 ‘우리’에 너도 포함시켜 달라고 설득할거야.”


“......그 ‘우리’에서의 나는 너의 오빠로서의 역할이야, 아니면......”


말끝을 흐리며 그녀의 대답을 유도해보지만, 역시 그녀는 입을 열지 않는다. 차마 계속 마주할 수 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떨어트릴 뿐.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감정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그녀와 똑같이 빛나고 있는 자신의 금발은, 평생 자신들을 옭아맬 굴레와도 같으니까.

이 위태로운 사이로 ‘그 사람’마저 들어오게 된다면, 지금 서로의 가슴을 죄여오고 있는 감정이 서있을 곳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겠지. 그런데-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반쯤 젖어있는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며, 조엘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별다른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것이다.

자신의 고집을, 연민을 포기했다면, 둘은 얼마든지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을 숨기고, 그렇게 세상에서 흔적을 지운 채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둘이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같았으나, ‘그 사람’를 향한 마음은 달랐다. 그리고 그들은 정체되었다.

그것이 미안해서, 그녀는 울고 있는 것이다.

조엘에게는, 그가 가장 증오하는 존재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난 괜찮아.”

괜찮을 리 없다. 그러나 괜찮아야 한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생각하게 방치할 순 없다.

수년을 견뎌왔으며, 특히 지난 1년간 가장 가혹하게 그를 괴롭혔던 감정이다.

짧았던 행복을 뒤로하고, 다시 그 고통으로 잠기는 비극쯤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다.

.......라고, 일주일 전의 조엘이었다면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사실 안 괜찮아.”

이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확인한 서로의 마음을, 다시는 묻어두고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행복이란 중독은 너무도 뼈아프고 재빠르게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말았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따윈 떠오르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조엘.”


눈물을 잊고 싶은 두 시선이 마주치고, 곧바로 입술이 마주친다.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숨결이 안타까운 듯, 서로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끌어당긴다.


가슴을 울리는 고동. 밖으로 느껴지는 고동.


하지만 그들이 서로의 고동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점점 빠르게 가장 잔혹한 현실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발걸음이었다.



반파되며 열린 문.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

당황한 몸짓으로, 주인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지든의 안쓰러운 표정.


그 모든 것에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아델의 비명이 새벽공기를 찢는다. 기사의 도약으로 다가온 올란의 거친 손이 조엘의 머리를 그대로 옷장을 향해 내팽개쳤기 때문이었다. 귀신같은 얼굴에서 영력이 담긴 목소리가 높게 울려 퍼진다.


“네놈이......., 네놈이 드디어 미쳤느냐?! 더럽고 추악하다! 짐승새끼만도 못한 놈! 어떻게 누이에게 욕정을 품을 수가 있단 말이냐?!”

구둣발로 사정없이 조엘의 머리를 짓밟으며, 성난 목소리는 아델의 비명을 묻어버린다.

“나에 대한 복수냐?! 감히 그 더러운 손으로 누이를 겁탈해?! 그러면 내가 너에게 잘못했다 용서라도 빌 줄 알았느냐?!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짐승이 누이에게 손을 댄단 말이냐?!”


“그놈의 누이, 누이! 당신은 나를 아들로 인정하지도 않잖습니까?!”

평생을 감춰왔지만, 이번만큼은 참아낼 수 없었던 영력의 폭풍. 날카로운 조엘의 고함엔 바로 그 영력이 깃들어 있었다. 터진 입술에선 ‘아버지’의 눈동자보다도 새빨간 피가 흐르고 부러진 코는 부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조엘의 목소리는 침실에 있는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딸을,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당신은 도대체 짐승과 뭐가 다른데?! 내가 그녀를 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당신이야말로 가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그녀를 되돌아보란 말이야! 여기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건 당신의 그 허황된 강박증이라고!”


조엘의 격앙된 표정을 내려다보는 올란의 얼굴에서, 조엘이 기사였다는 사실과 딸과 몸을 섞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경악과 놀라움이 서서히 지워진다. 대신 그 공백을 채운 것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분노.


“네놈이 감히!”


허리춤에서 뽑힌 검이 달빛을 받아 그 살의를 번뜩인다. 그 기세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안 돼!”


아델이, 이불과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조엘을 감싸기 전까지는.


동시에 올란의 분노가 그녀에게도 번지기 시작한다.


“더러운 년! 마땅히 가문재건을 위해 쓰였어야할 그 순결이거늘, 이딴 식으로 가볍게 가랑이를 벌린단 말이냐! 그렇게 이용당하니 좋더냐?! 같이 이 아비를 물먹이는 게 그렇게도 즐겁더냐?!”


“이용당한 게 아냐! 아버지를 위한 것도 아냐! 난 그를 사랑한다고!”


울음 섞인 그녀의 절규는 올란의 미간을 더욱 구겨버린다.


“어디서 감히 그런 패륜을!”


반쯤 내려친 그의 검을 막아선 것은, 이번엔 지든의 얇은 몸과 처절한 목소리였다.


“주인님, 제발 이성을 되찾으십시오! 그녀를 여기서 베어버린다면 작은 가능성마저 잃는 것입니다!”


“........”

검은 멈췄지만, 올란의 안에서는 이미 둘은 베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굵은 숨소리와, 피를 토하는 조엘의 신음소리만이 폭풍의 여운처럼 흐르고 있었다. 조엘을 감싼 채로 흐느끼는 딸의 목소리는 전혀 그의 귀에 닿지 못하는 중이었다.

영원같은 시간이 흐르고, 타오르던 올란의 머리는 부서진 문으로 흘러들어오는 한기가 식혀준다. 서서히 검을 집어넣는 그를 향해 지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델을 씻겨라. 그 더러운 냄새를 벗겨내란 말이다. 그 녀석은 죄수복으로 갈아입힌 뒤 지하실에 가둬. 내가 명하기 전까진 물도 음식도 주지 마라. 패륜을 저지른 가문의 죄인으로서, 내가 직접 심판할 것이다.”


지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울부짖는 아델을 간신히 떼어놓는다. 출혈과 충격으로 이미 반쯤 정신을 놓은 조엘의 귓가로 그녀의 목소리가 서서히 멀어지는 게 느껴졌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사고는 완전히 끊긴다.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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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5.01.05 03:45
    No. 1

    저커플은 참... 총리님도 참... 왕도.. 뭐 다 딱한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05 03:47
    No. 2

    옷 동결님 빠른 감상 감사드려요!
    그러고보니 요번막은 죄다 우울한 얘기밖에 없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5.01.05 21:54
    No. 3

    이 커플과 리즈가 벤과 어떻게 엮이는건가요. 아직도 감이 안오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05 22:51
    No. 4

    앗 불의검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나름 큰 떡밥이니 지켜봐 주세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5.01.16 23:01
    No. 5

    이건 아닌거 같네요.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 모든 것이 다 허용된다면 벤과 브랜달 혹은 쥬핀과 마누앙도 사랑만 하면 정당화될수 있는건가요?
    좀 역겹네요
    물론 작가님말하는게 아니라 저 커플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5.01.16 23:19
    No. 6

    에볼루션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ㅎㅎ!
    물론 반쪽남매이긴 합니다만, 근친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분명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요.
    다만 서자로서 아버지에게 아들이 아닌 버리는 패로 취급당하며 평생을 3자로 겉돌며 방황해온 조엘과, 병약한 몸으로 가문과 저택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결국엔 가문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아델은,
    단순히 반쪽남매라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동질감을 느껴주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동지와도 같았던 겁니다. 그들에게 1년이라는 공백이 없었다면 그저 서로를 지탱해 주는 남매로 유지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 1년 때문에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내팽개쳐버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결국 사랑이라는 변질된 이름으로 귀결 된 셈이죠. 결국, 그들에겐 서로밖에 없었던 겁니다.
    단순히 남매끼리의 금지된 사랑이 아니라, 필연적이고 비극적인 소울메이트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지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표현해내지 못한 것은 오직 작가의 역량부족 탓이겠지요 ㅠ
    조금 더 분발하겠습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6.02.16 14:18
    No. 7

    남매건 남남이건 여여건 상관은 없는데..아니 사실 상관이 없는게 제일큰일입니다. 소설을보면서 저놈들 어찌되던지말던지라는 생각이 난다는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6 19:40
    No. 8

    에크나트님 계속해서 감사합니다! 몰입에 대해선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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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의 굴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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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4) +8 15.04.06 934 26 25쪽
142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3) +4 15.04.01 936 27 20쪽
141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2) +6 15.03.27 969 28 19쪽
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55 30 22쪽
139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64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1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197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69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0 38 19쪽
134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9) +9 15.02.22 1,164 29 20쪽
133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8) +7 15.02.18 1,321 29 20쪽
132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7) +6 15.02.13 1,266 28 19쪽
131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6) +6 15.02.09 1,201 31 19쪽
130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5) +8 15.02.06 1,363 35 19쪽
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300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0 33 20쪽
12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04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2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77 32 12쪽
12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2) +8 15.01.27 1,359 35 21쪽
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83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90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09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1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37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8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3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1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8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5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2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5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5 36 19쪽
»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3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7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29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4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4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39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4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8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8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6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4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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