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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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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4.12.2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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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7쪽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DUMMY

좀처럼 감상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마누앙의 얼굴도, 폐허가 된 항구도시의 전경 앞에서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여름의 찬란함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교적 온건하게 남은 내성과는 달리, 외성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잔재만이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복구하려면 꽤나 걸리겠군요.”


뒤에서 다가오는 얼굴을 알아채고서 마누앙이 솔직한 생각을 내뱉었다. 그에 자히르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염을 쓰다듬는다.


“시즈키치가에서 복구자금을 지원해준다고는 합니다만, 항구가 이 모양인지라 한동안 교역은 힘들 겁니다. 적의 전함들도 시야에만 보이지 않을 뿐,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주변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겠지요.”

도시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자히르가 마누앙을 돌아보았다.

“폐하는 어떠십니까?”


“저도 오는 길에 들었던 터라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붉은 모래의 가도 위에서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동안 양쪽에선 난리가 났더군요.”


마누앙의 무표정에 자히르는 짧게 웃으며 다시 주변 항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복구는커녕 잔해조차 아직 절반도 채 치우지 못한 참경 속에서, 그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 몇몇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단순한 면식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그들이었다.


“본래 고위급 혈마법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해야 가능한 것이 망자의 부활과 지배 아닙니까? 이렇게 빠른 시간에, 그리고 이런 규모로 망자를 일으키고 조종한다니,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탄생’과 ‘죽음’의 경계를 노리는, 아펜타우스의 권능이라고 하셨지요.”

마누앙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먹색 눈을 감싼다.

“앞으로 제국과 전쟁을 할 때엔 시체에도 신경을 써야겠군요.”


자히르는 곧바로 웃을 수가 없었다. 총리의 표정이 담고 있는 온도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로서는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총리의 말에 반응하는 대신 새로운 주제를 꺼내든다.


“동시에 그걸 역으로 지배한 우리 쪽 계약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합니다.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소환된 악마라고 여태껏 너무 가볍게 방치한 것이 아니었는지 걱정됩니다. 우리는 그 정체를 알아낼 수도 없었는데, 정작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무런 반응이 없는 마누앙을 향해 자히르의 말이 이어진다.

“지배에서 벗어난 망자들이 자유의지를 되찾았다는 사실도 수상합니다. 본래 혈마법은 망자의 영력 자체를 묶어두고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까? 소환자가 죽을 지라도, 영력을 묶어두는 그 혈마법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망자는 본인의 의지를 되찾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애초에 혈마법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요.”

자히르는 이번에야말로 총리가 농담을 하는 것이라 확신하고 웃음을 통해 그에 반응하려고 했지만, 총리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오히려 진지하게 다시 말을 꺼낸 건 그를 돌아본 마누앙이었다.

“배는 준비되었습니까?”


“예. 곧바로 출발하실 수 있도록 연락해 놓았습니다. 동맹일로 가신다니, 니에브나 브린타이나로 가시는 겁니까?”


“.......예, 그렇지요.”


대답에 앞선 마누앙의 짧은 침묵을 눈치 채지 못한 자히르는, 굳은 손을 내밀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드라흐마 경이야말로.”


간단한 악수 뒤에, 마누앙은 망설임 없이 정박된 배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자히르는 이미 수행원들을 이끌고 폐허를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흔들리는 배의 위에서, 마누앙은 조용히 영주의 넓은 등이 사라질 때까지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총리님.”

그런 그의 곁으로 부관이 다가오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총리를 향해, 부관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목적지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마누앙은 곧바로 답하는 대신, 먹색 시선으로 다시 한 번 항구의 참상을 훑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부관의 가슴에서 초조함이 떠오를 쯤에야, 그는 다시금 마누앙의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블라고슬로바로 간다.”


“예엣?”


부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블라고슬로바를 먼저 방문할 예정이었다면 바다보다는 육로가 훨씬 빠른 길일 터. 하지만 곧이어 이어지는 마누앙의 말에, 부관은 곧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향해 다가서야했다.



“블라고슬로바에서 육로를 통해 아실레마로 향할 것이다.”




================




“신원이 확인된 망자가 총 12090명. 그 중 10313명이 정화를 받아 무덤으로 돌아갈 것에 동의했고, 1393명은 일단 현 상태로 남아있기를, 그리고 나머지는 시민권을 포기하고 국외로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방랑을 원하는 망자들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민으로서 남기로 결심한 망자들에 대해선 그들의 관찰과 영주권에 관한 특별법이 요구될 겁니다.”

황금빛으로 찬란한 섭정의 집무실. 쉴 새 없이 펜을 움직이는 오로메의 머리를 향해, 란다의 연한 입술이 다시 움직인다.

“의회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선 계엄령을 철회해야 할 텐데, 총리님이 아르바티앙으로 자리를 비우신 터라 폐하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베르달의 적군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임시로라도-”


“알겠습니다. 폐하께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로메는 무의식적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펜을 멈춘다. 그녀의 얇았던 주름은 요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가만히 그녀의 피로를 바라보던 란다는, 붉은 시선을 돌려 집무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탕나무 휘장을 바라보았다.


“......폐하는, 괜찮으십니까?”


“예, 신체적으로는 거의 회복하셨습니다.”


‘신체적으로는’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의미를 란다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오로메보다도 짙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번쩍이는 금발을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귀족파에선 슬슬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베르달 침략의 원인을 무분별한 폐하의 군사활동 때문이라며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고, 총리님을 비롯한 저까지 마땅한 귀족파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비난이 나와요. 물론 ‘그깟 일’로 왕의 집무를 내팽개친 채 처박혀 있는 폐하에 대한 뒷얘기가 제일 많지만......”


“ ‘그깟 일’이라....... 물론 그들에겐 ‘그깟 일’이 되겠지요.”


오로메의 씁쓸한 미소. 그에 반박하지는 못한 채로, 란다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짚었다.


“어쨌든 저도 가슈펠라르의 가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기 때문에, 슬슬 폐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귀족파 대표로서의 직무에 중점을 둬야합니다. 귀족파의 의견이 점점 화친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합니다.”


“이해합니다, 란다. 급하게 가주가 되어서 혼란한 와중에도 여태까지 귀족파와 폐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주셨어요. 왕당파대표로서 대신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허리를 굽히는 오로메를 향해 란다는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오히려 죄송하고 감사드려야할 쪽은 저이지요! 오로메님에게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둘은 미소와 함께 손을 맞잡는다. 하지만 미소의 뒤편으로는, 앞으로 그들이 이렇게 웃으며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날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진실이 스며들어 있었다.

“자객의 배후는 아직입니까?”

다시 자리에 앉으며, 란다가 되돌아온 날카로움으로 눈을 빛낸다. 하지만 오로메가 대답을 한숨으로 시작하는 바람에, 그는 자신의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미리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이나 자신의 가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사실에 대해서 카니아 경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습니다만, 야노르 경의 때와는 다르게 밀라 시즈키치의 배후에 어떤 줄이 닿아있었는지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동원된 기사들은 모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기사들이었고, 심지어 밀라 시즈키치는 야노르의 사건 당시 이미 신분검사에서 말끔하게 통과한 근위기사였으니까요.”


“정황상으론 아실레마 제국이 가장 유력하지 않습니까?”


란다가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예, 하지만 야노르와 브린타이나가 결탁했을 때는 분명한 증거와 목적이 드러났었지만, 이번에는 정황뿐, 그 어떠한 배경도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용의자의 의도에서부터 수사가 멈춰있어요.”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시즈키치 가문의 타격도 크겠군요. 이래서야 대표가문의 직위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란다의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오로메는 한숨으로 그에 답하려 했는데, 문득 그녀의 머리를 스치는 일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반역 건으로 가슈펠라르 본가에서 내놓은 볼모로서 수도에 억류된 자가 있지 않았나요? 모든 진상조사가 저번 달에 종결된 것으로 아는데, 그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로메의 질문에, 잠시 붉은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던 란다의 입에서 서서히 비웃음이 번진다.


“아~ 그 녀석 말입니까? 애초에 인질이라고 해도, 이미 본가에서 반란에 관련된 인물은 모두 수감됐기 때문에 그냥 형식적으로 내놓은 놈입니다. 본래 윌리안의 친손녀가 그 역할을 했어야했는데, 건강상의 이유로 대신하여 버려지다시피 대신 끌려온 녀석이죠. 정식혈통도 아니고 본가의 서자라고 들었습니다. 어디보자 이름이-.......”


그의 눈동자가 다시 한 바퀴 구르고, 짧은 침묵 후에 란다는 그 이름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아아, 조엘. 조엘인가 그랬을 겁니다.”




=======================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과 태양은 찬란하기만 하다. 그 생명이 날뛰는 따스함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를 등지고 있는 로빈의 표정은 초조하기만 했다. 그의 어두운 눈 밑과 초췌한 얼굴은, 단순히 그가 부상에서 회복한 직후라서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그리고 반복해서 이곳에 선 채로 맞은편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왕실주치의의 모습이 나타난다. 노파의 얼굴은 언제나 자신을 맞이하는 로빈과, 또 그의 반복되는 질문을 예감하고 미리 비통한 표정을 품고 있었다. 다가오는 로빈을 향해,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한다.


“어떻습니까?”


오늘도 반복된 그의 질문에, 노파는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는 듯 한숨으로 대답을 시작한다.


“외상의 회복 자체는 순조롭습니다. 내장이 심하게 다치기는 했지만, 강직한 기사시니 목숨에 지장은 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곧바로 열리려는 로빈의 입술과, 그것이 품은 질문을 알고 있었기에 노파는 먼저 그의 말을 끊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태아는 그 순간 이미.......”


“......”


로빈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어트린다. 노파는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웠지만, 이 절망에 쐐기를 박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직무를 미룰 수가 없었다.


“.......선명한 악의가 담긴 영력이었습니다. 그 힘이 남기는 상처는 단순히 붉은 피만을 품는 게 아닙니다. 생명 자체를 갉아먹는 상처....... 그에게서 완벽히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녀는 앞으로.......”

수많은 참경과, 수많은 절망을 겪어본 노파였지만, 이 말을 내뱉기 위해선 깊게 숨을 삼켜야했다.

“.......앞으로, 임신은 힘드실 겁니다.”


로빈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이마부터 턱까지 양손으로 쓰다듬는다. 굵은 손가락사이로 흘러나오는 건 한숨도, 신음도 아니었다.

그저 얇은 숨소리뿐이었다.


“폐하.”

그런 그를 향해, 굳은 표정의 노파가 입을 열었다. 쓰러지듯 창가에 기댄 로빈의 검붉은 눈동자가 대신 대답했고, 노파는 짧게 숨을 내쉰 뒤에 깊은 눈으로 로빈을 바라보았다.

“폐하는 어째서 그녀와 함께 있어주지 않으십니까?”


“........”


여전히 대답 없이, 로빈은 얼굴을 쓸던 손을 멈추고 노파를 바라본다. 그녀의 무례나 참견을 질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너무도 깊숙하게, 아픈 곳을 찔러오는 공격에 대한 반응이었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입니다. 어째서 그녀를 위로해주시지 않으십니까? 어째서 곁에 있어주지 않는 겁니까? 지금 그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폐하십니다. 여기서 우두커니 제 의견만 들으실 겁니까? 제가 희망적인 말이라도 내뱉으면, 그제야 그녀를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다그치는 노파를 바라보지 못하고, 로빈은 시선을 떨어트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이 왜 필요합니까? 곁에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세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그게 동반자로서의 역할이잖습니까? 겁쟁이처럼 그녀 스스로 모든 걸 털고 일어나길 기다리시는 겁니까? 부디 그 반지에 깃들어 있는 의지대로 행동하세요!”


노파의 질책에 로빈은 자신도 모르게 약지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흐려지는 시선을 견디지 위해 입술을 깨물었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노파는 뒷모습만을 남긴채 멀어지고 있었다. 무심코 노파가 사라진 복도를 향해 발을 내딛으려던 그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깊은 적막이 로빈의 주위를 감싼다. 그의 검붉은 시선이 천천히, 굳게 닫혀있는 탕나무문을 향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가 발을 움직이기까지는 커다란 용기와 수많은 자문이 있었다.


병실은 차가웠다. 단순히 모든 창문을 가리고 있는 두꺼운 커튼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우중충한 공기가 서늘하게 로빈의 폐를 채운 덕분이었다. 벽난로를 비롯하여 접대용 탁자와 소파, 그리고 길게 늘어진 침대가 있었지만, 그 커다란 공간에서 로빈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오직 하나의 그림자였다.


“아-, 왔어?”


차갑게 식은 벽난로 앞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파의 한쪽 팔걸이에 기댄 채, 밝은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는 지나의 얼굴이 로빈의 가슴을 죄여온다.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를 대신하여 지나가 대신 일어나 그를 자신이 앉아있던 소파로 이끈다.

그를 소파에 앉힌 뒤에, 지나의 다리는 곧바로 그의 무릎 위로 올라타고 있었다.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려던 그의 입술을 자신의 혀로 봉인하고서, 그녀는 헐렁한 환자복의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흉터가 가득한, 하얗고 여린 피부가 나타났고, 가느다란 체형에 비해선 풍만한 가슴의 굴곡이 그녀의 손길을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이어 붕대로 둘러싼 그녀의 복부가 로빈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지나의 어깨를 잡고서 천천히 그녀를 밀어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창백한 얼굴을 마주한다.


“아기 다시 만들어야지.”


미소가 곁들린,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녀의 새빨간 미소.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로빈은 그대로 그녀를 안아주었다. 지나가 그에 반항하여 조금씩 몸부림을 쳤지만, 그는 떨리는 어깨를 감싸고 있는 팔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뭐가 괜찮아? 다시 만들어야지. 응?”

그의 가슴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나의 발버둥이 거세지고, 로빈의 가슴과 팔에 손톱자국이 생긴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미안해. 미안하니까. 내 탓이니까. 다시 만들자구, 응? 로빈, 제발.......”


“네가 왜 미안해?”


로빈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녀의 몸부림이 점점 잦아든다.


“.......미안하니까. 내가 나선 게 잘못이니까.”


로빈은 대답하지 않는다.


“미안해.......응? 미안하다니까?”

로빈은 대답하지 않는다.

“.......미안하다구........미안해......”

로빈은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지나의 몸부림이 완전히 멈춘다. 그녀는 그대로 로빈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이 넘치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우리 아기........ 우리 아기 어떡해......... 미안해서 어떡해....... 엄마가 미안해서 어떡해.......”

서서히 커져가는 그녀의 흐느낌마저, 로빈은 말없이 품어주었다.

괜찮다고- 그는 끊임없이 속삭여주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이 지나의 눈물로 젖는 만큼 지나의 어깨 또한 그의 눈물로 젖어가고 있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벽난로는 여전히 식어있었고, 공기는 차갑다.

눈물이 섞인 로빈의 한숨만이 지나의 오열과 섞여서 병실을 채운다.



차가운 여름이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브? 크리스마스? 그게 뭐죠?

먹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49 별명12312
    작성일
    14.12.24 20:50
    No. 1

    우걱우걱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12.24 21:19
    No. 2

    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연봉동결
    작성일
    14.12.25 00:10
    No. 3

    우걱우걱이죠 근데... 참.. 슬프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12.25 00:16
    No. 4

    동결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가지로 슬픈 크리스마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6.02.16 12:14
    No. 5

    뭐 죽는사람도 많은데 저정도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에크나트
    작성일
    16.02.16 12:27
    No. 6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독자가 몰입하수있는 주인공이 특정되지않았기때문에 상황에 따른 감정전달이 약하다. 물론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서술에도 부족함이있습니다. 요즘 그런 감정전달을 잘되고 인기있는 소설에 마검왕을 한번 참고해보시는것도 어떨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2.16 19:39
    No. 7

    에크나트님 언제나 진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어설픈 군상극에 대한 필력부족은 언제나 통감하고 있습니다 ㅠ 시간이 난다면 추천해주신 작품도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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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09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1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37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8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3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1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8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5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2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5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4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2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7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29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4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4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39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4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8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8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6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4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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