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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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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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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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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DUMMY

청년이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4학년 1학기의 모든 과정이 끝난 한적한 여름날, 캉페온 광장의 구석진 그늘이었다.


그가 굳이 학교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수석까지는 아니지만 4년 내내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성적이나, 교수들에게 들은 말이라곤 칭찬밖에 없는 그가 학업에 관련된 문제로 고민할 리가 없으니까.

그는 그저, 모든 압박과 간섭에서 벗어나 조용히 소설 한 권을 읽을 장소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작은 책자 안에 펼쳐진 방대한 세계는 그가 유일하게 ‘사고’를 뺏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저마다 훌륭한 자질을 지닌 다른 형제들과의 비교는 이제 그에게 작은 감정의 동요조차 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을 향한 모든 무언의 압박을 즐기게 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표귀족가문, 그 본가의 자제라는 신분에서, 형제들처럼 뚜렷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그리고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던 권태라는 사고의 마약으로부터,

소설은 잠시나마 그에게 망각을 안겨주는 유일한 안식이자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가문의 분위기에, 그는 결국 떠밀리듯 저택을 나와 침묵을 찾아서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안식의 구원이 바로 이곳, 방학으로 인해 모든 목소리가 사라진 대학교였다.

교내는 그가 기대했던 그대로, 1학기의 여운과 2학기의 태동 사이라는 애매한 시기에 놓여있었다. 가끔 광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 교직원이나 관리업체의 직원들, 자신이 아는 얼굴을 마주칠 염려는 없어 보였다.

그가 찾는 장소는 간단했다.

그 어떠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고, 바람은 책장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선선해야 하며, 완벽한 그늘이 있어야 한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지금,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질 독서의 장소를 찾는 것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에 조급함이 담길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교정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탐색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독서광들과는 달리 가을하늘보다는 여름의 그늘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었다. 여름의 햇빛을 잔뜩 머금은 나뭇잎들. 그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림자야말로 그의 안락함을 위한 기본요소. 거기에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구석이면 좋고, 기다란 의자까지 놓여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교내에서 그런 조건들을 만족시켜주는 장소가 쉽게 발견될 리가 없었다. 본관과 복지관, 그리고 캉페온광장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도 그의 발걸음을 붙드는 곳은 없었다.


“.......하아.”


결국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본관의 입구를 향하여 광장을 가로지른다. 그가 원했던 시원한 바람이나 편한 시선은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적어도 침묵이라는 기본요소만은 확실한 ‘도서관’이라는 제2의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좁은 길옆으로 빼곡하게 심은 활엽수들. 여름바람이 살랑이며 나뭇잎들을 스쳤고 그들은 저마다 간지럽다고 웃으며 바스락- 여름의 꽃을 피웠다. 청년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그 여름의 향기와 함께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광장의 구석에 시선을 빼앗긴 덕분이었다.

본관의 외벽이 감싸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나뭇잎과 꽃잎들. 뜬금없이 놓여있는 기다란 의자. 직각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대신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한 탕나무.


그리고


검고 기다란 머리를 살랑이며, 작은 책을 탐독하고 있는 그녀.

새하얀 피부는 하얗다 못해 햇빛이 그대로 투과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로 투명했고, 어두우면서도 맑은 눈동자와 부드럽게 내려오는 콧날 아래로 희미한 분홍빛 입술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 정갈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연륜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다리조차 꼬지 않은 단아함이나 가느다란 팔다리와는 달리 꽤나 풍만한 굴곡을 드러내고 있는 백색드레스가 어딘가 모르게 성숙미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자신의 엉덩이가 그녀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꽤나 기다란 의자였기에 둘 사이에 벌어진 공백은 상당했지만, 그녀의 변화 없는 표정을 관찰하기엔 충분했다.

분명, 그토록 찾아다니던 이상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그는 도무지 독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척 흘끔흘끔 바라보던 그녀의 옆모습을 어느새 대놓고 감상하게 되었고, 바람이 살짝 강해져 그녀가 턱선으로 내려온 머리를 다시금 귀 뒤로 넘기는 광경은 짧은 헛기침이 없이는 바라보기 힘들었다.


“아.”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로서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결코 작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을 것만 같던 그녀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이쪽을 향한 탓이었다. 놀랐다기보다는 눈이 마주쳤다는 그 사실이 부끄러웠던 그는 우스꽝스러운 탄식을 내뱉은 자신의 혀와 입술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너, 내가 보이니?”


그녀의 목소리는 반짝이는 눈동자가 무색할 정도로 맑고 경쾌했다. 저 작은 입술이 움직이는 것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 목소리만큼은 확실하게 그의 귓가를 간질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목소리가 품은 뜻에 대해 고민한 것은, 그 모든 감상이 끝나고 난 뒤였다.


“예? 아, 예.”


“흐음.......”


자신이 보이냐-는 질문을 추상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는 또다시 멍청한 얼굴로 짧은 대답을 내뱉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번지는 반응은 실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멍청한 표정이나 대답에 대한 걱정 대신, 그 사실에 안심하는 그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했나요?”


최대한 다정함과 배려를 실은 그의 질문. 그녀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대답했다.


“아아니, 오히려 내가 방해를 한 것 같은데.”


그녀의 검은 시선은 그가 무릎 위에 놓아둔 소설책을 향하고 있었다. 황급히 책을 덮고 손을 내젓는 청년.


“아니에요! 그냥 책읽기에 적당한 곳을 찾는 중이었어요.”


“응? 그럼 도서관을 가면 되잖아.”


“도서관보다는 이런 장소가 좋거든요.”


더욱 활짝 피어나는 그녀의 미소.


“아, 나도 그래. 이런 곳에서 동지를 만나다니 좋은 우연이네.”


하얀 손을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청년은 평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손길이 타고 따라 번지는 온기와 부드러움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여기 학생이세요? 아니면 교직원?”


피어오르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학교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냥 여기가 좋아서 가끔 이렇게 있거든. 너는 여기 학생이지? 몇 학년 무슨 과야?”


“이론마법학과 4학년입니다.”


“와아, 이론마법학과? 공부 잘하겠네?”


“.......별로요.”


여기선 자신의 성적을 과시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어째선지 이 대학교라는 공간에서의 자신의 성취를 그다지 자랑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곳은 그에게 있어,

그가 가질 수 있었던 모든 낭만이 죽었다는 증거와도 같은 곳이었기에.


“흐응, 프락슬러의 『망상의 바다』라. 어지간히 지금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계신가 봐?”

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난기가 가득한 그녀의 검은 시선은 어느새 자신이 들고 있는 책표지에 닿아있었던 것이다.

“비평가들은 환상과 무지에 빠져있는 청년들의 현실도피처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지만, 난 좋았거든. 닿을 수 없는 안식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니겠어?”


“.......프락슬러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당연하지.”


그녀가 웃으며 읽고 있던 책을 들어 보인다. 청년은 그 작은 책이 단순한 시집인줄로만 알았지만, 표지엔 기괴한 필체로 자신이 읽던 소설의 저자와 같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 『방랑자의 우울』. 저도 읽어봤어요. 특히 마지막 두 줄 시가 인상 깊었죠. 뭐더라....... 「지금까지 나의 오만에 편승하여 자위를 일삼던 영혼들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이 의도된 낭만뿐이다」. 정말이지 작가한테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지.”

두 남녀는 마주 웃었다. 벌어져 있던 거리는 어느새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고, 청년이 그것을 깨닫기도 전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기지개를 켰다.

“아아, 우연치고는 정말 신기하네. 같은 취향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을,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만날 줄은.”


“그러게요.”


입으론 웃고 있지만, 청년의 속은 순간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가 일어난 것이 단순히 기지개를 켜기 위함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불길한 생각은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말았다.


“난 슬슬 가봐야겠다. 부디 그 자리 좀 잘 지켜줘. 가끔 애용할 거거든.”


“아, 혹시 저 때문에-”


“아냐아냐, 만날 사람이 있었는데, 바쁘다고 좀 기다리는 중이었거든. 그럼.”


“저기!”

새하얀 드레스를 하늘거리며 본관의 입구로 사라지려는 그녀를, 청년은 무례를 무릅쓰고 다시 불러 세웠다.

“서, 성함이.......”


결국 붉게 달아오르는 청년의 얼굴. 친절하게도,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생긋 웃으며 입술을 가린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생각해볼게~”


화단을 가득 채운 꽃향기보다도 짙은 잔향을 남기며, 그녀는 건물의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청년은 멍하니 서있다가, 본인의 이름도 먼저 밝히지 않은 무례함을 깨닫고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미련은 남지 않았다. ‘또 보자’는 어감에 깃든 것이 진심인지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거짓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그녀가 심어준 인상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강렬한 향기였기에, 그의 독서 장소가 그곳으로 고정된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여름이 지나 바람이 한기를 머금기 시작한 그해 10월 말이었다.




=============




“요즘 괴상한 소문이 돌던데.”


“소문?”


중간고사가 끝난 뒤라 그런지 동기생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그러나 기말고사가 끝나고, 그 다음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졸업반이라는 거대한 장벽.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개인의 감상은 갈렸지만, 술 한잔 하자는 의견만큼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었다.

본관의 정문을 향하는 계단, 동기생이 내뱉은 말은 청년에게 있어서 이른 술안주나 다름없었기에 가볍게 되물을 수 있었지만, 다시 돌아온 동기의 설명은 흘려듣기엔 꽤나 무게감이 있었다.


“응, 학회장님이 요새 뒤에서 혈마법을 연구 중이라는 소문 말이야. 못 들었어?”


“.......처음 듣는데.”


“뭐어, 작년엔 총장실로 창녀를 불러서 질펀하게 놀았다는 소문도 돌았으니,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인가?”


구색에 맞춰 웃어주면서도 청년은 차마 완벽하게 동기생의 의견에 찬성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 관련된 어떠한 것에도 접점이 없었기에 ‘학회장’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다소 괴짜에 가까운 사람이란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본관을 나서자 서늘한 늦가을바람이 전신을 스쳤다. 깊은 한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팔을 감싸고 있었다. 학기 중이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시험을 보면 시간은 지나간다. 그것만이 그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이유.

아니, 유일한 이유‘였다’.


“왜 그래?”


청년의 발걸음이 멈춘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동기생의 물음. 하지만 그런 친구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서, 청년은 사과로 대답을 시작한다.


“미안, 나 볼일이 있어.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전해 줘.”


“뭐? 야!”


동기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의 작아지는 그림자를 바라보았지만, 본래 그리 깊은 관계를 쌓고 있지도, 그리고 쌓고 싶지도 않은 그였기에 미련 없이 뒤돌아설 수 있었다.


청년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광장 구석의 의자. 커다랗게 하늘을 가려주던 탕나무의 잎들은 어느새 바람에 실려 파도처럼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곳에 앉아있는 그녀의 표정과 드레스만큼은 여름날과 다름이 없었다.


“춥지 않아요?”


가슴에서 솟구치는 반가움을 억누르며 간신히 내뱉은 인사의 말. 그녀는 시집에서 시선을 거두고 청년의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활짝 그 특유의 눈부신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이네. 너야말로 로브 하나만 걸치고 춥지 않아?”


갑자기 자신의 양손을 습격해오는 따스함에 청년은 짧은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놀랐지만, 마주오는 것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미소뿐이었다.


“.......굉장히 따스하시네요.”


“내가 몸에 열이 좀 많거든.”

그대로 그를 끌어당겨 자신의 옆에 앉혀버리는 그녀. 순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 청년이었지만, 워낙 구석진 곳이었기에 그들이 시선을 받는 일은 없었다.

“그래, 여전히 모든 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네.”


“.......그렇게 티가 나나요?”


마치 수년간 봐왔던 친우를 대하는 듯한 그녀의 어투와 표정. 하지만 청년은 그것이 어색하기보다는 맞잡은 손보다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곳에서 여러 번 네가 지나가는 걸 봤거든. 그때마다 같은 표정이던데. ‘지겹다’고 말이야.”


“절 보셨다구요? 그럼 아는 척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나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거든.”


손을 놓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는 그녀. 청년은 손에 남아있는 그녀의 온기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늘도 누구 만나러 오신 거예요?”


“으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이제 그는 내 도움이 필요 없을 테니까.”


“.......그?”


혀끝에 스미는 불안함. 그것은 그가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굳어지는 그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했다.


“상관없지 뭐. 애초에 내가 있을 장소도 아니었고. 아, 책이랑 시집을 공짜로 읽을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덕분에 좋은 만남도 가지고 말이야.”


어깨를 밀착해오는 그녀.

청년이 그것과 그녀의 혀에 반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었다.


“저, 저야말로.......”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그녀는 쿡쿡 웃는다. 하지만 그는 놀림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다시금 자신의 손을 데워주고 있었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너는 좀 더 세상을 재미있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마주치는 시선.

청년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강요받는 것엔 익숙해져 있었지만,

재미있게 사는 것에 대해 잔소리를 들은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재미있게-라. 제가 이곳에서 재미있게 끌어갈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벗어난 청년의 시선.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그것을 방치하지 않는다.


“네 안에 있는 건 모든 ‘비정상’과 ‘비합리’를 향한 갈증이잖아. 이 짜여진 굴레에 너를 가두려고만 하니까, 결국 빠르게 질려버리는 거야.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너를 포함한 네 주변에서, 가장 근래에 있었던 ‘비상식’적인 일이 뭐가 있지?”


“비상식.......?”

그녀의 의도를 읽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있었다.

“.......소문 하나를 들었는데요. 우리 학교 총장이 혈마법을 연구 중이라는......”


“혈마버업? 그거 악마와 관련된 거 아니니?”


“그러니까 소문이죠.”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이는 그녀. 청년은 다시금 그녀의 온기가 손에서 벗어난 것에 아쉬워했지만, 돌아온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즐거웠다.


“그럼 이렇게 해보자! 그 소문이 진짜든 진짜가 아니든, 네가 혈마법을 연구해보는 거야!”


“.......예에?”


어째서 그런 결론이?


“재밌지 않겠어? 사도국인 카나반에서, 그것도 왕립마법대학에서 혈마법을 연구한다니. 그거야말로 네가 꿈꾸던 낭만, 일탈에 가깝지 않아?”


“그, 글쎄요......, 그런 걸 들켰다가는 가문에서 퇴출당할 텐데요.”


이번만큼은 그녀에게 마냥 동조해줄 수가 없었다.


“너를 묶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 가문이라는 굴레 아니었어? 네가 품고 있는 그 모든 권태와 허무를 벗어버릴 수 있는 기회라구.”


“.......”

그녀의 어조는 차분했고 흥미가 가득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상식 외의 광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진실로 자신을 위해 조언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청년이었으나, 그 의외의 방향성을 그녀가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는 사실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가볍게 하시는 말씀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역시 저는 아직 용기가 부족한가 봐요.”


“프락슬러의 꿈을 읽으면서도 현세의 굴레를 쫓다니, 네가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계기일 뿐이잖아. 도대체 네 가문이 어디기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들으시면 저에 대한 흥미를 잃으실 텐데요.”


“너야말로 내 이름을 듣는다면 다시는 나를 만나기 싫어질걸.”


“안 그럴 건데요.”


“그럴걸.”


“아닌데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청년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쳐 올렸다.


“내 이름을 듣는다면, 나랑 키스하기도 싫어질걸?”


“아닌데요.”


그것이 신호였다.

그녀가 표정을 유지한 채로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고,

청년은 그제야 그녀를 감싸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눈동자보다도 짙은 먹색의 혀가,

그의 눈앞에서 얇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


침묵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미안,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 널 놀리려던 것도 아니었어. 악마란 게 그런 존재잖아? 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러있었지만 나를 ‘봐준 건’ 네가 처음이었거든. 그게 그냥 기뻐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검은 혀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청년의 입이 그를 봉해버린 탓이었다.


놀란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청년 또한,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중이었다.


깊은 색이 주었던 첫인상과는 달리, 그녀와의 키스는 달콤했다.

다른 여인과의 경험이 없었기에 청년으로서는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황홀하다는 것만큼은 진실이었다.

기나긴 탐미의 시간이 끝나고, 떨어진 입술 사이에 떠오른 감정은 분명한 부끄러움.

그리고 그것은 악마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곤란한데.”


수줍게 웃으며 입술을 닦는 그녀. 청년의 이성이 되돌아온 것은 그 표정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미안해.”

사과와 함께 일어서는 그녀를, 청년은 차마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분명 그녀의 표정이 분노와 치욕으로 물들어 있으리라 확신한 탓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악마는 이 땅의 주인과 계약 외의 인연을 만들 수 없어. 내가 과도하게 장난을 쳤던 모양이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빠르게 벗어나려는 그녀의 손을,

청년은 재빨리 낚아챈다.

어느새 식어있는 살결이 안타까웠지만, 그보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는 미래였기에, 그는 용기이자 욕심을 내버린 것이다.


“.......악마에게 있어서 인간은 하등한 피조물일 뿐이죠. 그랬기에 문학에서나, 역사서에서나 악마는 항상 오만하고 높은 존재로 묘사되고요.”


“.......맞아. 그러니까 이제-”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데요?”

그녀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겨 얼굴을 마주하는 청년.

악마의 얼굴은 처참했다.

찡그린 미간, 마침내 느슨함을 잃어버린 입술.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눈망울.

“.......책에서 봤어요. 사도나 악마 중에서도, 인간이 이 땅에 도래한 이후 자신의 역할을 잃고 잊혀진 자들이 있다고요. 그들은 다시 이 반도에 자신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동면에 든다고 했죠. 하지만....... 하나의 목소리라도 자신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이 땅에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 과연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


“당신은 당신을 봤던 저에게 ‘내가 보이냐’고 물었죠. 저는 그 순간 제가 구원받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당신이야말로 제게 구원을 받았던 게 아닌가요? 유일하게 이 학교, 이 나라에서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즉, 당신의 이름은 낭-”


다시금 달콤한 향이 혀와 코끝을 통해 청년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하지만 청년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행복에 겨운 얼굴이 아닌, 모든 온기가 하얀 볼을 따라 흐르고 있는 악마의 미련이었다.


“미안. 내 이름을 불러선 안 돼. 나는 이미 역할을 잃어버린 몸. 이곳에 있어서도 안 되고, 나를 정의 내려서도 안 돼. 정말....... 미안해. 너에게 몹쓸 짓을 했어.”


“사과하지 마세요.”


“해야 돼.”


그녀는 청년의 얼굴을 끌어당겨 가슴에 품었다.

아직, 그녀의 가슴만은 온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기에, 청년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악마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만약 내가 이 땅에 다시금 당신의 뜻을 번지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있겠죠?”


악마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번엔 대답하지 않으시네요.”


악마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들어오게.”

학회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재의 문이 열리고, 청년의 굳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학회장은 읽던 3류연애소설을 거두고, 갑작스럽게 방문한 제자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를 썼지만 지난 4년간 청년의 존재감은 너무도 흐렸기에 곧바로 이름을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아아-, 그래. 무슨 일인가?”

청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비서가 차를 내오고, 집무실을 나설 때까지도 그는 봉인된 입을 열 생각이 없어보였다. 학회장이 그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력결계가 쳐져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누구도 이 대화를 엿듣는 일은 없을 거야.”


그제야 차로 적셔진 청년의 입술이 움직인다.


“소문을 하나 들었습니다.”


“소문?”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되묻는 총장. 그러나 청년의 얼굴은 미동조차 없었다.


“총장님께서 몰래 혈마법을 연구 중이시라는 소문이요.”


“허허, 이번엔 혈마법인가? 그래도 작년의 창녀보다는 낫구만.”


서재를 낮게 울리는 노인의 웃음소리. 평소의 청년이라면 억지로 얼굴근육을 뒤틀어 동조의 예를 표했을 테지만, 그는 이번엔 학회장의 웃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정말 소문일 뿐입니까?”


“글쎄에, 어떨까.”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시선에도 청년은 눈동자를 굽히지 않는다. 마치 그 안을 꿰뚫어 본 듯이, 총장은 덮었던 소설을 그대로 서랍 안에 봉인하며 웃었다.

“참고로, 작년 창녀사건은 정말이었네만.”


“.......그렇습니까.”

청년의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겐 그것으로 충분했다.

“저도 함께하도록 해주십시오. 그뿐입니다.”


“허어, 마치 깊은 신뢰관계라도 쌓아왔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난 아직 자네 이름도 모르네만?”


“제 이름이 곧 보증이니까요.”


청년은 인사도 없이 일어나 서재의 문을 향해 거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학회장은 그런 그의 등을 향해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자네 이름이 뭔데?”


청년은 동작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다시는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을 기세와 표정이었지만,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그는 총장의 눈을 마주하고 대답을 내뱉었다.




“디쿠젠. 디쿠젠 니바르토입니다. 제르나비 총장님.”


작가의말

.......그 외에도 ‘낭만의 악마‘ 라타마스의 경우

일곱 번째 주인들에게 있어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목소리를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악마와의 대담』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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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의 굴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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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4) +8 15.04.06 934 26 25쪽
142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3) +4 15.04.01 936 27 20쪽
141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2) +6 15.03.27 971 28 19쪽
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55 30 22쪽
»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65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1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197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69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1 38 19쪽
134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9) +9 15.02.22 1,166 29 20쪽
133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8) +7 15.02.18 1,321 29 20쪽
132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7) +6 15.02.13 1,267 28 19쪽
131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6) +6 15.02.09 1,201 31 19쪽
130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5) +8 15.02.06 1,364 35 19쪽
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300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1 33 20쪽
12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04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2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77 32 12쪽
12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2) +8 15.01.27 1,360 35 21쪽
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83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90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10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1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37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9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4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9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1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8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5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2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5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5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3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7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30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5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4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40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5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8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8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7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4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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