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트 맛보기 외전 3) 유보트를 탄 루츠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지금 본토의 사령부 무선실에서 여군들이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호송선단과 유보트의 위치를 전달하고 있었다. 헤드셋을 낀 행정병들이 길다란 막대를 이용하여 커다란 지도에 호송선단과 유보트의 위치를 이동시켰다.
"호송선단의 침로를 예측해야 하네."
"호송선단이 침로를 변경하였습니다!"
"다시 계산해!"
"표적 속력 11노트! 방위 2-6-0도!"
지금 이 순간, 크라우제는 침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호송선단 격침시킨다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놓친거 아냐?'
호송선단을 발견해서 그 쪽으로 간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크라우제는 맘 편히 부식을 먹으며 눈을 붙였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규칙적인 유보트의 흔들림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크라우제가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잠수함 체질인가?'
유보트에서 크라우제는 할 일이 없었기에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였다. 하지만 비좁고 산소가 부족한 이 유보트에서는 잠을 아무리 자도 푹 잔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 때, 함장이 명령을 내렸다.
"침묵 주행! 심도 170에서 수평 유지!"
순간 수 많은 소음이 딱 꺼졌다.
'가...갑자기 조용하네?'
요동치는 듯한 엔진 소리가 한결 조용해졌다. 크라우제조차도 바다 속에 소리에 괜히 집중하게 되었다
'조용하니까 한결 낫네.'
크라우제는 비좁은 복도를 통해 화장실로 걸어갔다. 현재 잠수함은 약간 기울어진 상태였다.
'더 깊게 잠항하나?'
그 때 뭔가 우그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꿍! 꿍! 꿍!!
강철이 구겨지는 낮은 소리가 수중을 울렸다.
"이...이게 뭔!!!"
옆에 있던 고참 수병이 말했다.
"수압에 잠수함이 일그러지는 소리요."
"심도 160!"
크라우제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크라우제는 별 생각없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때, 자물쇠를 들고 오던 수병이 크라우제를 보고 뒤늦게 외쳤다.
"자..잠깐만!!"
순간 화장실에서 물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쏴아아!!
"으아악!!"
크라우제가 화장실을 탈출하자 수병이 잽싸게 화장실을 자물쇠로 잠갔다.
"심도 깊게 내려가면 물 역류해서 화장실 쓰면 안 됩니다!"
결국 크라우제는 발가벗고 더러워진 옷은 지퍼팩에 넣어두고 몸을 말렸다. 빌지에 드러운 똥오줌 물이 찰랑거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그리고 이 순간 호송선단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XY69해역에 소형 호송선단! 총 4척!"
함장은 지도에 계산된 호송선단의 예상 진로를 바라보았다. 지그재그로 놈들은 이동하면서 침로를 속이려고 했으나 놈들의 침로는 현재 명백했다. 함장이 말했다.
"방위 2-8-0도로 간다."
유보트는 호송선단의 예상 침로로 미리 가서 측면에서 놈들을 공격할 것 이었다. 그렇게 유보트는 계속해서 잠항을 하여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유보트는 바다 속에서 빠른 속도로 항해했다.
"잠망경 심도!!"
아주 천천히 은밀하게 잠수함은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위로 부상하면서 유보트의 강철 장갑이 펴지는 으슬으슬한 소리가 수중으로 통해서 유보트 내부를 울렸다.
그으으으으으
크라우제는 침대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상황에 집중했다. 최소한의 소음만 나고 있었기 때문에 크라우제조차도 바다에서 들리는 소리와 잠수함의 기울기 등 미세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
'왜 다시 올라가는거지?'
시커먼 바다 속에서 유보트가 천천히 부상하고 있었다. 잠시 뒤 함장은 잠망경을 이용하여 전방을 관찰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해안선 쪽에 호송선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쾌속 화물선이군...'
"총원 전투 배치!!"
"전투 배치!!!"
전투 배치가 시작되자 크라우제 또한 긴장하였다.
'저..전투 배치!!!'
함장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가장 멀리 있는 놈부터 잡는다. 1~4기 어뢰 발사관 준비한다!"
"1~4기 어뢰 발사관 준비!!"
어뢰실에 있던 수병들이 거대한 어뢰를 닦고 밸브를 돌려 열심히 어뢰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크라우제가 옆에 있던 수병에게 물었다.
"왜 가장 멀리 있는 놈부터 잡는거요?"
"멀리 있는 놈한테는 어뢰를 발사하면 그만큼 어뢰가 가야 하는 거리가 길어지니까 놈들을 격침하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거 아니오. 가까운 놈부터 발사하면 가까운 놈이 격침되면 멀리 있는 놈은 그 틈을 타서 침로를 변경해버리지.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시간에 놈들을 한번에 격침시킬 수 있도록 멀리 있는 놈부터 어뢰를 쏴야 하는거요!"
함장은 현재 호송선단의 위치를 정확히 보고 받았다.
'걸려들었군!!!'
"표적 설정!! 어뢰 발사관 사격 준비!!"
"어뢰 발사관 사격 준비!!"
"어뢰 발사관 외부문 개방!"
"표적 함수각 우편 40도, 표적 속력 12노트!!! 거리 1100미터!!! 어뢰 항주 심도 7미터!!"
"제 1기 조준 완료!!"
"발사!!!"
어뢰 발사관을 통하여 길쭉한 어뢰가 바다 속으로 물거품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1초, 2초, 3초, 4초"
"제 2기 조준 완료!!"
"발사!!"
크라우제가 물었다.
"어..어느게 먼저 격침됩니까?"
아무도 크라우제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10초, 11초, 12초..."
바다 속에서 전진하던 어뢰는 결국 호송선단에 다다랐다. 해안 표면은 표면장력에 의해 화물선 가운데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위로 솟구쳤다. 마치 거대한 바다의 막 밑부분에서 포세이돈이 망치를 두드린 것 같았다. 배의 가운데 부분이 위로 올라가며 거대한 배가 잠시 들썩였다. 배 가운데에서 거대한 흰 물줄기와 회색 연기가 사방으로 솟구쳤다. 함교탑이 무너져내렸고 엄청난 배의 잔해가 사방으로 파편처럼 날아갔다. 이 충격은 수중을 통하여 유보트까지 충격파가 전달되었다.
쿠구구구궁!!!!
"성공!!"
"2기는?"
"12초, 13초, 14초, 15초, 16초"
초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면서 수병들은 모두 눈알을 굴렸다.
'잘못 맞췄나?'
쿠구구구궁!!
"좋았어!!"
현재 유보트에서는 호송선단의 무선을 감청하고 있었다. 침몰 당하는 배에서는 긴급히 구조와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바다 위에서 아직 격침되지 않은 두 척의 배는 갈고리 같이 끝이 휘어지는 자국을 남기며 같은 방향으로 급히 침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쪽에는 이미 다른 유보트가 있었고, 그 배들도 모조리 유보트의 어뢰에 의해서 격침되었다.
"좋았어!! 승리다!!!"
다들 환호했다. 함장이 외쳤다.
"부상하라!!"
유보트는 천천히 바다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크라우제가 기쁜 얼굴로 외쳤다.
"이게 바로 유보트의 힘이군! 근데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아무도 크라우제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유보트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 담배를 피기 위하여 줄을 섰다. 크라우제 또한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깊게 잠항하는 동안 수병들은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통조림에 똥오줌을 누어야 했다. 수면 위로 부상했을때 이 똥오줌 통조림을 버려야 했기에, 막내가 똥오줌 통조림이 잔뜩 들어있는 바스켓을 들고는 빨리 이걸 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잠시 뒤, 유보트가 해면 위로 올라왔고 모두들 함교 위로 올라갔다. 크라우제는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이게 무슨 냄새야?'
크라우제 또한 함교 위로 올라갔다.
"이...이럴 수가!!!"
거대한 배들이 불타오르고 있었고, 석유가 바다에 거대한 기름 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바다로 맨 몸으로 탈출하고 있었던 것 이다.
크라우제가 외쳤다.
"저...저거!!! 구..구해야 하는거 아니오!!"
구명정에 몇 명이 탔지만 이내 불길에 휩쌓여 죽었다. 한 고참 수병이 말했다.
"수온이 낮기 때문에 어차피 두 시간 안에 다 죽소."
"이...이럴 수가..."
"잠항 실시!!"
"함교 철수! 모두 갑판 밑으로!"
"총원 잠항 위치!"
크라우제 또한 사다리를 타고 유보트 내부로 들어왔다. 함장은 이번 승리를 보고했다.
"XY74해역에 호송선단 2척 1만 1천 톤 격침!"
크라우제는 아까 전에 본 광경에 충격 받아서 음식에 입도 대지 않고 있었다. 이걸 본 루츠, 막시밀리안, 에른스트가 수근거렸다.
"저 양반 잠잠해지니까 좀 낫군..."
한참을 잠항하여 항해하는데, 청음실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음파 탐지!!"
누워있던 크라우제가 번떡 일어났다.
"도...돌고래인가?"
함장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이 소리는...적 함선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안개가 워낙 심해서 시정(해상에서 눈으로 식별 가능한 거리)가 10미터 정도로 감소한 상태였다. 일단 이는 바로 본부에 보고되었다. 그 때, 다른 유보트로부터 정보가 전달되었다.
"대형 호송선단! 50~60척 규모로 추정된다!!"
"전원 전투 배치!!"
크라우제 또한 이 소식을 들었다.
"대...대형 호송선단이라고? 이...이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크라우제는 잠수함 용어를 잘 몰랐기에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다들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잠수함은 다시 침묵 잠항을 시작했다. 크라우제가 중얼거렸다.
"대형 호송선단을 어떻게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것 이오?"
루츠가 말했다.
"지금 우리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오."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던 유보트들이 대형 호송선단을 사냥하기 위해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다. 크라우제는 눈을 끔뻑거리며 식은 땀을 흘렸다. 잠수함은 더 깊이 잠항하기 시작했고, 또 다시 강철이 우그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꿍! 꿍! 꿍!!
'으아아아!!!'
그로부터 잠시 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대형 호송선단에는 강력한 구축함이 있었고, 루츠가 타고 있던 유보트는 구축함 한 대를 격침시켰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절대로 만만하지 않았다.
"긴급 잠항!! 신속히 심도를 낮춘다!!"
유보트는 여태까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심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다들 뛰어!!"
빨리 심도를 낮추기 위하여 모두 선미로 달려갔다. 크라우제 또한 나치당의 편집장다운 신속한 자세로 앞으로 달려갔다.
"으아아아악!!"
그런데 뭔가 고장난건지 트림각이 너무 기울어지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루츠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루츠의 얼굴 위로 크라우제의 궁둥이가 떨어졌다.
"으아악!!!"
그 다음에는 에른스트의 엉덩이가 크라우제의 입으로 떨어졌다.
"으아악!!"
서로 밀고 밀리고 엉망진창도 아니었다.
"심도 250!!!"
잠수함이 또 다시 수압에 의하여 구겨지기 시작했다.
꿍!! 꿍!! 꿍!!
휘리리리리릭
구축함이 발사한 어뢰가 물거품을 일으키며 유보트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아아아아!!!!'
"심도 255!!!"
지금 잠수함 빌지는 똥, 오줌, 기름, 소금기가 짠 바닷물로 흘러넘치는 상황이었다. 화장실을 진작에 잠근 것이 다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똥오줌 통조림 또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크라우제 마저 호송 선단으로부터 들리는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스크류 소리, 엔진 소리가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놈들이 우리 위치를 알고 있다!!"
유보트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순간적으로 노란 구 모양의 폭발이 일어났다.
쿠과과광!!
충격은 유보트 내부로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불이 전부 꺼지고 리벳과 나사가 튀어나오고 관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크라우제가 정신이 나간 상태로 눈을 끔뻑거렸다.
"빨리 수리해!!"
크라우제가 울부짖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루츠가 외쳤다.
"가스 새는 냄새입니다!!"
크라우제가 울부짖었다.
"으아악!! 으아아아악!!"
"조용히 해주십시오!! 소리에 집중해야 해!!"
"으아아아악!!"
에른스트가 크라우제에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잠시 뒤 크라우제는 탄산칼륨을 호스로 흡입받고 있었다.
"허억..허억...허억...허억..."
"산소를 아껴야 한다. 다들 진정해."
"심도 275미터!!"
다들 제발 구축함이 그대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조원이 걸어다닐 때마다 물이 철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꿍!! 꿍!!
그으으으으
유보트의 장갑이 더욱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크라우제가 눈을 크게 뜨고 잠수복이 있는 곳으로 들려갔다.
'으아아아악!!!'
잠시 뒤 크라우제는 얻어 맞아서 침대 위에 묶인 상태로 탄산칼륨을 흡입 받았다. 산소를 아끼기 위해서 다들 최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유보트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 잠항하고 있었다. 크라우제는 유보트 위로 지나가는 거대 구축함의 스크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웅웅웅웅 웅웅웅웅웅
거대한 스크류가 바다 속에서 돌아가며 엄청난 굉음을 내고 있었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렇게 심도 275미터를 유지하고 유보트는 침묵 잠항을 계속했다. 다행히 내부는 수리되어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배터리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함장이 말했다.
"압축공기 내뿜어봐."
압축공기를 아껴야 했지만 혹시 구축함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에 최대한 유의해야 했다. 압축공기를 내뿜었는데도 반응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유보트는 부상하기 시작했다.
"심도 175...심도 170..."
다시 금속이 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으으으
꿍! 꿍!!
빌지 내에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잠망경 심도까지 올라왔다. 동쪽에서는 서서히 해가 뜨고 있었다. 구축함은 보이지 않았다.
"전투 배치 해체."
다들 함교 위로 올라가서 똥오줌 통조림을 버리고 숨을 들이마쉬었다. 그렇게 힘든 전투를 거친 끝에 유보트는 항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항구에서는 군악대와 함께 꽃을 든 여자들이 유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라우제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헤헤헤...총원 전투 배치! 키 오른편 전타! 270도!! 양현 앞으로 전속!"
Comment '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