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각하는 독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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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11월, 독일 중부집단군은 빠르게 퇴각해서 전선을 재정비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최저 기온은 영하 22도 이하로 내려간 상태였고, 길은 대다수가 빙판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무한궤도 미끄럼방지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궤도 차량에 미끄럼방지 장치가 설치된 상태로 빙판을 이용하여 퇴각하고 있었다. 이 미끄럼방치 장치가 있으면 경사진 빙판길도 오를 수 있었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3기갑군에 한 부대와 같이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이 러시아 농가에서 돈과 군용 식량을 주고 구입한 코카서스산 작은 검정색 조랑말들이 수 많은 썰매를 이끌고 있었다. 이 조랑말들은 독일군의 군마보다는 체구가 작았지만 추위에는 강했다. 이 조랑말들이 이끄는 썰매에는 이 말들을 먹일 건초와 포탄, 연료 등이 실려 있었다.
잠시 뒤, 부대가 정지했다. 소련군은 한 달 전보다는 확실히 우세한 제공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소련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하여 모든 차량들은 제각기 커다란 나무나 건물 그림자가 있는 곳이 정지했다. 이렇게 그림자 속에 차량이 정차하면 하늘을 나는 적 항공기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폭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전차들은 모두 7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는 멀찍이 떨어진 상태로 정차해서 연료를 보급했다. 각 전차들은 혹시나 소련군이 올 수 있는 접근로를 향해서 포탑을 돌려둔 상태였다. 그리고 전차에 설치된 대공 기관총들 또한 소련군의 항공기가 날아올 수 있는 방향들로 제각기 향해 있었다.
흰 설상복을 입은 오토와 동료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체조를 했다.
"으갸갸...으갸갸갸갸..."
병사들의 눈썹에는 작은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다들 벙거지 장갑을 끼고 있었음에도 얼어뒤질 것 같았다. 에밀이 펄쩍펄쩍 뛰며 외쳤다.
"아직 제...제대로 된 추...추위는 시작도 안했다는거 아닙니까...악!"
알프레트가 에밀의 허리를 쿡 찔렀다. 엔진과 진공관을 가열하기 위하여 오토와 동료들은 뗄감으로 모닥불을 피웠고, 기동이 안되는 차량마다 돌아다니며 차량 엔진을 달궈주었다. 이 일은 정말 꿀이었던 것이, 불 붙은 모닥불을 가지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잠시라도 손을 녹일 수 있다는 것 이었다.
대충 차량의 엔진과 무전기 진공관을 녹이는 작업을 마쳤다. 오토는 동료들은 반합에 눈가루를 넣은 다음 모닥불을 이용하여 따뜻하게 이를 데웠다. 잠시 뒤 눈이 녹아 뜨뜻한 물이 되었다. 오토는 이 데워진 물을 마셔보았다. 뜨뜻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서 위장까지 녹여주는 것 같았다.
'으아아... 살 것 같다...'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추...출발!!!"
독일군은 다시 남서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에밀이 중얼거렸다.
"으갸갸...나폴레옹도 이...이런 심정이었을까요?"
다들 너무 추워서 에밀한테 말대꾸할 힘도 없었다. 에밀이 계속 지껄였다.
"나폴레옹이 진짜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모...모스크바를 점령까지 해봤으니...악!!"
지금 병사들에게는 모스크바고 나발이고 전쟁이고 이딴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 들어가서 몸을 녹일 수만 있다면 다른건 다 필요없었다.
'으갸갸갸...으갸갸...으갸갸갸갸...'
앞서 가는 장교들은 소련군 정찰기의 눈에도 띄지 않고 소련군 파르티잔과 마주치지도 않을 경로를 의논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작은 마을이 많았지만 소련군에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100프로였기에 독일군은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병사들 사이에서는 마을에 들어가서 한 시간 넘게 머물면 다신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고, 오토와 동료들은 굶주린 눈으로 소련 마을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식량만이라도 얻어내면 되지않나?'
현재 군 전체에서는 파르티잔으로 의심이 되는 자가 있더라도 반드시 중대장급 이상 장교에게 보고를 해야하며, 약식으로 재판 이후에 처벌을 해야한다고 공고했다. 물론 이 규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을 것 이었고, 지킬 것을 기대하지도 않을 것 이었다.
그 날 밤 오토와 동료들은 수류탄을 이용하여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수류탄이 터질때마다 인근에 병사들은 모두 귀를 막고 땅에 엎드렸다.
"엎드려!!"
쿠광!! 콰광!!!
수류탄으로 얼어붙은 땅이 약간 파지면 그 밑부분은 비교적 무른 지층이 나오기 때문에 야전삽으로 쉽게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류탄으로 참호를 파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좋은 생각이 있네!"
오토와 동료들은 길다란 줄에 수류탄을 줄줄이 달고는 줄을 당겨서 한꺼번에 수류탄을 폭파시켜보았다.
콰광!! 쿠궁!!
"좋았어!!!"
오토와 동료들은 이 방법으로 땅을 파려고 했는데,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앞으론 야전삽으로 땅을 파게!"
"하...하지만 수류탄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수류탄으로 빨리 참호를 파고 소련군의 공세에 대비하는 것이..."
헤어만 중대장이 말했다.
"다른 부대에서는 자네들이 집행유예 부대인데 너무 쉽게 요령껏 참호를 파려고 한다고 말이 나오더군!"
'???'
결국 오토와 동료들은 야전삽을 이용하여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다행히 수류탄을 터트렸기에 그 아랫부분은 삽으로 파기 수월했다. 앞으로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면 참호를 파기 위하여 수류탄이 아니라 제대로 된 폭약을 이용해야 할 것 이다.
참호 속에서 오토와 동료들은 위에 목재를 덮고는 참호 가장자리에는 짚을 꼬아서 뜨뜻하게 보온을 했다. 짚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혹시나 불이라도 난다면 순식간에 뒤진 목숨이 될 것 이었다.
지금 집행유예 부대에는 3명당 통조림을 하나씩 보급받았다. 오토와 동료들은 눈에 불꽃을 튀기며 이것을 나누어먹었다.
"내꺼가 제일 작은데?"
"너꺼 왜 이렇게 건더기가 많아?"
포크를 들고 있는 501중전차대대 출신의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더 이상 자랑스러운 독일 제국의 군인이 아니었다. 자신의 식량을 단 1g이라도 뺏긴다면 바로 앞에 보이는 동료의 눈깔에 포크를 박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어떤 녀석들은 숟가락도 쓰지 않고 통조림을 먹어치웠다.
몇 시간 뒤, 소련군의 대구경, 중구경 포들이 다시 포문을 열었다.
퍼엉!! 쿠궁!! 쿠구구궁!!!
눈이 40센치 정도로 깊게 쌓여있었기에 포탄의 폭발을 많이 흡수해주었다.
쿠광!! 쿠궁!! 쿠구구궁!!
잠시 뒤,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인근 마을을 정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어젯 밤에도 마을의 불빛이 없었기에 저 곳을 벙커로 사용할 수 있다면 뜨뜻하게 난로를 피울 수 있을 것 이다. 오토는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와 은밀하게 마을로 접근했다. 눈밭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전혀 없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마을 주민이나 파르티잔도 없었던 것이 확실했다.
이 작은 마을에는 작은 집 12채와 마구간, 헛간이 전부였다. 오토와 동료들은 따발총을 든 채로 모든 마을을 둘러보았다. 모든 집에는 최근에 난로를 땐 흔적이 없었다. 결국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이 마을을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고,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땔감으로 난로를 피우고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사...살 것 같다..."
"시발...뒤지는 줄 알았네..."
물론 이 마을도 소련군이나 파르티잔의 습격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가장자리에 있는 집에 기관총과 저격총을 설치해두었다. 그리고 병사들은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에 판초 우의를 넓게 걸어두고, 그 곳에 오줌을 누었다. 잠시 뒤, 그 판초 우의는 오줌이 얼어붙어서 천연 방벽이 되었다.
또한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소련군 전차 부대가 기동해올 수 있는 접근로들을 살펴본 다음, 이 접근로를 막기 위하여 나무들을 쓰러뜨리는 것에 대해 소대장에게 건의했다. 이는 헤어만 중대장에게도 전달되었고,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소련군의 전차가 오지 못하도록 폭약을 설치하여 나무를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에 걸친 작업이 끝나고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따뜻한 난로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으아아...'
추위가 해결되니까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오토는 오줌을 싸러 간다고 하고는 지난 번에 소련군의 시체에서 긴빠이친 빵을 꺼내어 먹기 시작했다. 소련군이 갖고 다니는 이 빵은 유통기한이 길었기에 긴빠이쳐서 먹기 정말 좋았다.
'맛있다...'
그리고 오토는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를 털어서 반합에 눈가루를 받은 다음 오두막 안으로 돌아왔다. 병사들은 군화를 벗고는 양말만 신은 상태로 난로 앞에서 발을 녹이고 있었다. 또한 난로 옆에는 병사들의 반합이 10개 정도 놓여 있었다. 오토 또한 난로 옆에 자신의 반합을 놔두었다.
건설 중대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이야기했다.
"철판이나 콘크리트만 있으면 더 완벽하게 요새화할 수 있는건데 아쉽군."
집행유예 부대라서 철판이라던가 콘크리트가 보급되지 않았기에 이 마을을 더 보강할 수 없었던 것 이다. 그 때, 오토가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야 우리 부대에 소련 군화 혹시 있냐?"
"그건 왜?"
난로 앞에서 군화를 벗고 발을 말리던 녀석이 외쳤다.
"나 있어!!"
오토는 그 녀석이 빌려준 소련 군화를 신고는, 북동쪽으로부터 이어지는 접근로를 따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뒤로 걸어갔다. 오두막 안에 있는 에밀이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우리 소대장님 뭐 하시는거냐?"
오토가 소련군 군화를 신고는 10~20센치로 쌓인 눈밭에서 뒤를 돌아본 상태로 거꾸로 걸어간 다음, 마을 주위에도 여기저기 소련군 군화 자국을 잔뜩 찍어두고 있었다. 스테판이 말했다.
"혹시 파르티잔이나 소련군이 이 마을을 정찰할 수 있으니 놈들이 안심하도록 소련군의 군화 자국을 내두는걸세."
"조...좋은 생각입니다!"
"우리 소대장님은 천재이지 말입니다!!"
잠시 뒤, 이는 헤어만 중대장에게도 건의되었다. 다행히 집행유예 중대에는 소련군의 군화를 노획한 녀석들이 몇 있었고, 이 녀석들이 마을 가장자리에 잔뜩 군화 자국을 찍어 두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 가장 자리에서 경계를 서는 녀석들은 소련군이 쓰는 특유의 귀를 덮어주는 털모자를 쓰게 되었다. 이 털모자를 쓴 녀석들을 보면 누구던지 본능적으로 소련군이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헤어만 중대장은 따뜻한 난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아군 지휘소로부터 무전을 주고 받았다. 난로 덕분에 진공관이 데워져서 무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차량이 기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진공관이 얼어붙어서 무전 송수신조차 안된다.
그리고 집행유예 중대는 당분간 이 마을을 거점으로 잡고 있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헤어만 중대장은 식량 보급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지금 상황의 여의치 않아서 식량이 보급되기 힘들다고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결국 오토는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와 함께 총을 들고는 사냥을 하러 가기로 했다. 오토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냥은 한번도 안해봤는데...괜히 에너지만 뺏기는거 아닌가?'
에밀이 말했다.
"토끼 정도는 쉽게 잡겠죠?"
참고로 오토 일행 말고 지크프리트 4인조 또한 오토 일행과 따로 떨어져서 사냥을 간 상태였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꼭 사냥에 성공할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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