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나타샤
마을 사람들은 곡괭이, 낫 등을 들고 도둑놈을 쫓으러 나왔다. 그 때, 총성이 들렸다.
탕! 타앙! 탕!!
총성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다시 돌아갔고, 그 틈을 타서 블라덱, 볼프강, 헬무트는 식량을 들고 튀었다. 헬무트는 누비 옷을 껴입어서 둔한 와중에도 불구하고 양 손에 닭은 절대 놓치 않고는 달려왔다.
"저 등신 새끼!!!"
오토 일행은 그렇게 닭 두 마리와 감자를 노획하고는 오두막으로 튀었다. 게오르크가 울부짖었다.
"총 쏜거 어떤 새끼야!!"
바실리가 외쳤다.
"제가 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마을 사람들이 후방에서 음식 훔치고 돌아다니는 파시스트가 있다고 나불거리며 붉은 군대나 파르티잔에게 보고하겠지! 우린 좆된거야!!"
"됐고 스프나 끓여먹자!!"
오토 일행은 잽싸게 비어있는 오두막으로 달려간 다음 오두막에 있는 가구를 이용해서 불을 때고는 닭고기 스프를 끓였다. 난로와 지붕이 있는 오두막을 발견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인근 파르티잔들은 독일군 공세 때 오두막의 난로나 지붕 등을 폭파시켜두었던 것 이다.
게오르크가 전전긍긍했다.
"눈이 안 오고 있네! 새벽에 파르티잔들이 우리 발자국을 보고 쫓아올걸세!"
난로를 피웠기 때문에 오두막은 금새 연기로 가득찼고 오토와 동료들은 스프를 끓이면서 눈이 매워지는 것을 느꼈다.
"켁...켁..."
게오르크가 중얼거렸다.
"만약 이 인근에 파르티잔이 있다면 우리가 이 오두막에 있는 것을 눈치챌걸세. 이렇게 연기가 나는데 반경 1km 내에 모든 적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챌 &$%@"
"일단 스프부터 먹지."
뜨끈한 닭고기 스프를 다 같이 나누어먹었다. 스프는 몸 속부터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살 것 같다..."
오토와 동료들은 스프를 다 먹은 다음 반합을 혀로 남김없이 핥았다. 다들 닭의 연골까지 오물오물 씹어먹었다. 의학을 전공한 바실리가 말했다.
"연골은 먹어도 되지만 익힌 닭의 뼈는 먹으면 안됩니다."
"지금 몇 시지?"
"10시일세."
참고로 요즘엔 오후 4시가 조금 넘으면 해가 떨어지고 아침 8시는 넘어야 해가 떠오른다. 저녁 5시부터 사실상 밤이 된다고 보면 된다. 스테판이 투덜거렸다.
"밤이 기니까 시간이 감이 안 잡히네."
다들 닭고기 스프를 먹은 터라 피곤하고 졸려서 뒤질 지경이었다. 헬무트는 벌써 자빠져서 드르렁 졸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나직히 욕설을 씨부렸다.
"보초는 서야할거 아니야 등신 새끼들아..."
"30분에 한 번 교대하지."
결국 오토가 게오르크, 볼프강과 함께 총을 들고는 보초를 서러 나갔다. 껴입을 수 있는 것은 다 껴입었기 때문에 몸이 엄청나게 둔했다. 총을 쏘려면 벙어리 장갑을 벗어야 할 것 이었다. 하지만 지금 벙어리 장갑을 벗었다가는 20초 안에 손가락이 곱기 때문에 절대로 벗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볼프강이 말했다.
"파...파르티잔들도 손가락 자...잘라내기 싫으면 자...장갑 끼고 있지 않을까?"
"아...아무리 뛰...뛰어난 며...명사수라도 자...장갑은 껴...껴야 할걸세."
볼프강과 오토가 입을 열 때마다 허연 김이 나왔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보...보초 서다가 기절하면 지...진짜 얼어 뒤질 것 같네."
원래 야간 보초를 설 때는 조용히 하는게 원칙이지만 지금은 워낙 추웠기 때문에 말을 하면서 서로를 툭툭 건드리면서 기절하지 않았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그렇게 볼프강, 오토, 게오르크는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펄쩍펄쩍 뛰면서 보초를 섰다.
"1분 남았다!!"
"그냥 가자 시발!!!"
오토, 볼프강, 게오르크는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90분 정도 잤을때, 누군가가 오토를 깨웠다.
"자네 차례야."
이번에 오토는 바실리와 함께 보초를 서게 되었다. 한창 멀리 떨어진 남쪽에서 거인이 나지막히 으르렁거리는 듯한 포성이 들려왔다.
쿠궁 쿠구구궁
포성이 이렇게까지 멀리서 들린다는 것은 지금 오토 일행이 한창 적진의 한복판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바실리가 말했다.
"포...포성을 들어보니 확실히 우...우리가 머...멀리 오긴 했습니다."
오토 일행에게는 나침반과 지도가 있었으나 지도는 썩 정확하지도 않았고 사방에 눈이 덮혀서 다 묻혀버렸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다. 오토가 말했다.
"도...돌아갈 길이 거...걱정이군..."
표지판도 다 눈에 묻혀버리고 안개까지 끼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길을 찾는 것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실리가 말했다.
"저...저게 북극성이고 저...저게 큰 곰 자리입니다. 야...야간에는 저 별자리를 보고 바...방향을 잡을 수 이...있습니다."
"그런가? 저 북극성 옆에 저건 뭔가?"
"저..저것은 세페우스로 %@$"
"자...자네 의...의학 전공했다고 하지 않았나? 모...모르는게 뭔가?"
"처...천문부였습니다."
그렇게 야간 보초를 마치고 오토는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적당히 자다가 일어났는데 아직도 밖은 어두웠다.
"지금 몇 시인가?"
"아침 7시 20분."
7시 20분인데도 여전히 해는 뜨지 않은 상태였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당장 한 시간 내에 이동해야한다는 것에 다들 동의하겠지?"
비르타넨이 말했다.
"배가 고파서 못 움직이겠습니다!"
게오르크가 눈을 부라리고 말했다.
"어제 닭 쳐먹어놓고는 벌써 배가 고프다고?"
하지만 데니스와 비르타넨은 배째라는 식으로 벌렁 드러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오토 또한 벌써 배가 꺼져버린 상황이었다.
"베이컨 조금만 먹고 가지."
게오르크는 자신의 총검을 살펴보았다.
"이거 녹슬었는데...총검 멀쩡한 새끼 있냐?"
하지만 다들 총검이 녹슨 상태였다. 결국 게오르크는 야전삽을 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서 닦아낸 다음 야전삽을 이용해서 베이컨을 조금씩 잘랐다. 두께 1cm도 안되는 베이컨이 오늘 아침 식사의 전부였다. 데니스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게오르크는 게으름 피우는 데니스와 비르타넨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슬라브인들은 나약하기 그지없군!!! 게으르고 쓸모없는 등신 같은 놈들...아무래도 못 믿을 놈들이다!'
데니스와 비르타넨 또한 까다로운 게오르크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밥맛 떨어지는 게르만족 같으니...'
'저런 새끼 밑에서 근무했던 소대원들이 불쌍하군...'
헬무트가 말했다.
"차 끓여둔거 다 먹었냐?"
헬무트는 목이 말라서 오두막의 문을 열고 눈을 그대로 퍼먹으려고 했다. 그 때 바실리가 말했다.
"눈을 그냥 먹는 것은 배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으나 좋지 못한 생각입니다. 체내로 냉기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
헬무트는 바실리의 말에 눈을 먹는 것을 멈추고는 자신의 반합에 눈을 담은 다음 다시 난로를 이용하여 물을 뜨뜻하게 데워서 먹기로 했다.
"이동하기 전에 다들 반합에 눈 넣고 물 데워!"
그렇게 오토 일행은 제각기 반합 속에 눈을 넣고는 마지막 남은 난로 붙에 데워서 물을 뜨뜻하게 뎁혔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이제 해 떠오른다! 빨리 출발해!!"
잠시 뒤 오토 일행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눈은 오지 않았지만 묵직한 안개가 낀 상태였다. 오토는 어제 먹은 닭고기 스프를 한 번만 더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참고로 오토 일행은 닭의 깃털을 뽑은 다음 옷 속에 넣어서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고자 방한에 신경 쓴 상태였다.
다들 말 없이 계속해서 걸어갔고 게오르크는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발자국을 보았다.
'아무래도 빨리 출발했어야 했다!!'
길을 가던 오토는 목이 말라서 반합을 꺼내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뜻한 물이 담겨 있던 반합은 꽁꽁 얼어버린 상태였다.
'이런 젠장!'
오토 일행은 한참을 가다가 소련군의 탄약고와 연료 보관소가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토가 말했다.
"그냥 계속 걸어가. 태연하게."
오토는 초소를 지키고 있는 소련 병사에게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어리버리한 소련 병사는 사실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오토 일행을 그냥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초소를 지나서 들어갔다. 오토 일행이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놈들은 탄약이 많잖아?'
'우리보다 보급을 잘 받고 있었군!'
오토 일행은 탄약 보관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소련군 탄약 보관소, 연료 보관소 앞을 지키고 있는 행정 장교들은 아주 엄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실버링 새끼들은 우리 쪽이나 저 쪽이나 밥맛 떨어지는건 똑같군...'
소련군 행정 장교가 오토 일행에게 물었다.
"이봐 거기! 무슨 일인가?"
오토가 외쳤다.
"인근에 파시스트 놈들이 퇴각하면서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러 왔습니다!"
데니스는 자신이 들고 있던 공구 상자를 들어올리며 능청맞게 웃었다. 이걸 본 행정 장교가 외쳤다.
"그렇군. 수고하시오."
저 앞에는 두 번째 초소가 보였다. 아마 저 두 번째 초소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련군의 사령부가 있을 것 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더 안쪽의 초소로 갈수록 보안이 빡세기 때문에 오토 일행은 두 번째 초소는 통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데니스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공구 상자의 손잡이를 쥐었다. 이 공구 상자에는 온갖 폭약이 있었다. 데니스가 말했다.
"소대장님. 대전차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할까요?(탄약 보관소 폭파 작업을 할까요?)"
오토 일행은 원래 명령에 의거하여 적 진영에 침투하여 탄약 보관소 등을 폭파해야 했고, 데니스는 오토에게 탄약 보관소 폭파 작업을 할지 안할지 물어본 것 이었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에 소련군은 배식을 받고 있었고, 오토가 말했다.
"밥부터 먹고 결정하지."
한편 이 시각, 불쌍한 나타샤는 쫄쫄 굶으며 자신의 은신처에서 기절하듯 쓰러져있었다.
"배고파...배고파..."
나타샤는 톰슨 기관단총을 들고는 다락방의 창가로 기어갔다.
'도저히 못 참겠다..'
나타샤는 결국 은신처 밖으로 뛰쳐나갔다. 설마 잡혀서 처형을 당하더라도 일단 통조림 한 조각이라도 먹고 싶었다.
"다...다들 어딨지?"
나타샤는 조심스럽게 골목을 걸어갔다. 그 때, 골목에서 슈탈헬름을 쓰고 있던 한 병사를 발견했다.
'도...독일군? 독일이 이긴건가?'
나타샤는 주머니에 있던 삐라를 들고 달려갔다.
"하..항복!! 항복!!"
그 병사가 고개를 돌려서 나타샤를 바라보았다. 참고로 이 병사는 루마니아의 범죄자 출신으로 만들어진 부대에 있다가 탈영을 한 녀석이었다. 인근 창고에 숨어있다가 식량을 구하러 나온 상황이었다. 이 범죄자 출신 루마니아군은 나타샤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여자?"
나타샤가 삐라를 내밀며 말했다.
"하..항복합니다! 식량을 주세요! 식량을! 꺄악!!!"
그 루마니아군은 나타샤를 붙잡았다.
"여자다!"
나타샤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공포심을 느끼며 루마니아군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 루마니아군은 나타샤의 대가리를 쳤다.
퍼억!!
루마니아군은 강간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군에 끌려왔던 것 이다. 그 루마니아군은 나타샤의 귀를 할짝거렸다.
"죽기 전에 횡재했군!! 으악!!!"
퍼억!!
나타샤는 옆에 떨어진 벽돌로 루마니아군의 얼굴을 찍었다. 루마니아군의 얼굴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고 그 틈을 나서 나타샤는 루마니아군을 밀어냈다. 그 루마니아군은 자신의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이 시발년이!!!"
루마니아군이 나타샤를 향해 Kar98K 소총을 겨누었다.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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