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집행유예 부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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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가 끝나고 오토는 철창에 갖혔다. 이제 조금 있으면 판결이 내려질 것 이었다. 철창 반대편에는 스테판 녀석이 갖혀 있었다. 오토가 머리를 굴렸다.
'그 사건은 안 묻는거보니 괜찮은게 맞겠지?'
옆에 있는 감옥에서 헬무트가 씨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시발...투르게네프 그 새끼가 뭐라고..."
"고작 무덤 훼손된거 가지고 우리까지 처벌받아야 하냐?"
솔직히 말해서 다른 저지른게 더 많았기 떄문에 투르게네프 사건으로만 처벌받는다면 다행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토는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런게 재판까지 갈 일이야? 시발..."
"SS 녀석들이야 우리 중대가 눈엣가시였겠지. 우리가 중전차 대대 중에서도 적 전차 격파 대수 1위였잖은가."
"엿 같은 SS 새끼들..."
"기열 힘러 새끼..."
"우리 없이 지들끼리 싸워보라고 해."
그 때, 간수가 와서 오토를 불렀다.
"오토 파이퍼!!! 면회다!!!"
'아버지인가?'
현재 오토와 만토이펠 대대원들은 재판을 위하여 본토로 온 상황이었다. 어쩌면 한스가 아니라 할아버지일 수도 있었다.
'걱정하실텐데...'
하지만 오토를 면회하러 온 것은 한스도, 뮐러씨도, 요제프 파이퍼도 아닌 에밀라였다.
"엄마!!"
에밀라가 오토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바라보았다.
"오토..."
에밀라는 오토를 껴안고는 눈물을 흘렸다. 오토는 질질 짜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이런 시발...'
에밀라는 오토를 위해서 슈바인학센과 바움쿠헨까지 준비해온 상황이었다. 참고로 오토가 체포된 이후에도 유통기한이 일주일 남은 통조림 밖에 먹지 못했다. 오토는 우걱우걱 슈바인학센과 바움쿠헨을 먹어치웠다. 이건 에밀라가 직접 만든 그 맛이었다. 에밀라는 오토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천천히 먹어."
오토는 슈바인학센과 바움쿠헨을 먹어치운 다음 물을 마신 다음 에밀라에게 변명했다.
"내가 하필이면 중대 지휘소 불려갔을때 소대원이 그 투르게네프인가 러시아 이상한 작가 묘지를 파헤쳐서..."
에밀라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고 오토는 계속해서 억울한 것을 이야기했다.
"저 SS 새끼들이 온갖 꼬투리 다 잡아서 없는 죄까지 만들어냈어. 내 소대원들은 죽을 각오하고 싸웠는데...비르타넨 그 녀석도 잘한건 아닌데 소련이 한 짓 생각하면 놈의 분노는 정당한거야. 우크라이나나 루마니아 놈들이 소련군 포로 다 사살해버리려고 했는데 내가 그거 막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참고로 오토는 막은 적이 단 한번도 없음)난 오히려 우크라이나나 루마니아나 핀란드 녀석들 분노를 누그러뜨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에밀라는 오토를 다시 껴안았지만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오토는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난 진짜 잘못 없어. 우리 501 중전차 대대가 군 전체에서 가장 잘 싸워서 SS 새끼들이 그러는거야. 아마 힘러 그 새끼가..."
에밀라가 오토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참고로 간수는 에밀라를 배려해서 면회실 밖으로 나간 상황이었다. 에밀라는 오토에 귀에 대고 속삭였다.
"피크 핑커 그 사건도 심문 받았니?"
'!!!!!!!!!!!!!!!!!!!!!!!!!!!!!!!!!!!!!!!!!'
오토는 피가 모조리 뇌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오토는 자신이 잘못 들은거라고 믿고 싶었다.
"뭐라고? 뭔 소리하는지 모르겠어."
에밀라가 오토의 귀에 대고 다시 속삭였다.
"피크 핑커 그 여자...그 사건에 대해서도 심문 받았니?"
오토는 에밀라의 품에서 얼굴을 땠다. 오토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나...난 아무것도 몰라! 누구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
오토가 계속 주절거렸다.
"SS 새끼들이 우리 대대랑 관련도 없는 이야기를 꾸며내서 나한테 뒤집어쓰려고 혈안이야. 뭐 다른 소대에서 뭔 일이 있었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야. 피...피크 뭐?"
하지만 에밀라는 오토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에밀라가 오토를 껴안은 다음 말했다.
"혹시 그 이야기 나오면 무조건 모른다고 해. 그리고 지금은 티나니까 제대로 연기하렴. 알았지?"
오토는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에밀라가 오토에게 속삭였다.
"그건 괜찮을거야."
'???'
"그 여자는 더 이상 없어."
'!!!'
오토가 에밀라에게 물었다.
"주..죽었어?"
에밀라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에밀라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토가 물었다.
"설마...엄마가??"
에밀라는 오토의 눈을 피했다.
"아니지?"
오토가 에밀라를 밀어내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내가 만회하려고 했는데..."
참고로 오토는 전쟁이 끝나면 피크 핑커에게 돈을 보상하기 위하여 여전히 동료들과 함께 봉급을 모으고 있었다. 체포된 상황에서도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계좌에 입금되어있는 봉급을 확인했던 것 이다.
오토는 책상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
"으아아악!!!!!"
간수 열 명이 들어와서 오토의 양팔을 잡고는 끌고 갔다. 에밀라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면회실에 주저앉아 있었다. 간수들이 오토에게 수갑을 채우며 외쳤다.
"이 시발 새끼가!!!"
한 간수가 에밀라를 부축해서 데리고 나갔다. 오토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독방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다. 독방에는 창문 틈으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오토는 차라리 독방에 갖히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아하하하..."
다음 날, 오토와 만토이펠 대대원들은 판결을 받게 되었다. 재판장이 졸리고 지루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독일 제국을 위하여 생사를 드나드는 전쟁에서 싸우고 무수한 전공을 세우고 블라블라블라 하지만 귀중한 문화재를 손상하였고 블라블라블라블라"
다들 판결문을 들으며 어떤 판결이 날지 긴장하고 있었다. 법을 취미로 공부했던 볼프강은 뭔가 지금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상 참작 안 받을거 같은데...'
하지만 오토는 재판장이 읽는 판결문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빨리 판결이 끝나고 그 독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판결문은 엄청나게 길었다.
"블라블라블라 20대 초반의 나이로 아직 사회 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았으며 생사가 오고 가는 전쟁터에서 블라블라블라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전공을 세웠으며 블라블라블라 하지만"
볼프강이 속으로 절망했다.
'이...이건 정상참작 안해준다는 의미인데!!! 만약 정상 참작해줄거였으면 이러이러한 죄목으로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정상참작해준다고 했을 것 이다!!! 이건 순서가 바꼈잖아!!!'
재판장의 졸린 목소리가 군사 법정에서 이어졌다.
"독일 제국군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며 이에 다음과 같은 형을 선고함. 블라블라블라 하지만 집행유예 부대에서 전공을 세우면 이는 사면받을 수 있음. 이상"
판결문 낭독이 끝나고 오토는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엄숙한 법정에서 오토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재판장은 잠시 오토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 더한 소란을 피우는 녀석들도 흔했다. 판사가 태연하게 법봉을 두들겼다.
탕탕탕
"다음."
그렇게 오토와 동료들은 다시 간수에게 끌려나갔다. 스테판이 씨부렸다.
"차라리 감옥에 가두던가 저 시발새끼들이..."
블라덱이 말했다.
"지금 감옥가면 그게 특혜인데 감옥에 보내주겠냐?"
그렇게 오토와 동료들은 집행유예 부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계급이고 훈장이고 다 뺏겼지만 오토의 친구들은 다시 티거를 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생각해봐. 우리만큼 티거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엘리트 장교는 없단 말이야. 명목상 집행유예 부대이긴 해도 결국 티거를 다시 탈 수 있을걸세!"
다음 날, 집행유예 부대의 헤어만 중대장이 오토와 동료들을 반겼다. 오토는 헤어만 중대장을 보고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왜 하필 또 저 새끼 밑이야!!!'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귀관들은 앞으로 독일 제국을 위해 봉사하며 죄를 뇌우칠 시간을 갖게 될 것 이다!! 그리고 앞으로 중요한 임무를 맡을 때마다 형기가 감면될 것 이다!"
헤어만 중대장은 실력이 뛰어난 녀석들이 들어와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게오르크가 수근거렸다.
"중요한 임무 몇 개만 맡으면 형기 감면해주겠지?"
헤어만 중대장이 다른 장교들이랑 뭔가를 의논했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아보였다.
'501 중전차 대대 출신이라면 좀 쓸모있게 써먹을 수 있는가 했더니...하필이면 전차도 연료도 없군!!!'
잠시 뒤, 오토와 동료들은 기관총, 소총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기관총과 소총에는 코스몰린(총포용 방청 격납용 석유젤리)이 잔뜩 묻어있었고, 이를 닦는 것은 주로 이등병들의 몫이었다.
볼프강이 욕설을 퍼부었다.
"우리가 이런거 할 짬이냐!!"
보병들은 오토와 동료들에게 손질할 총기들을 계속 갖다주었다.
"이것도 다 닦아두라고!!"
오토와 동료들이 총기 손질을 하는 오두막에는 불도 안 피워져있었기 때문에 덜덜 떨면서 총기를 손질해야 했다.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말했다.
"이보게 잘들 하고 있나? 속도가 느리군!"
한편, 한스 파이퍼는 늑대굴에서 히틀러에게 사퇴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히틀러는 사퇴서를 받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스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
"이만 나가보시오."
그렇게 한스는 히틀러의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히틀러는 한스의 사퇴서를 수리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한스...자네는 나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주었네. 그리고 범죄를 은폐 한 것과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네! 내 비록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한스, 자네가 왜 그렇게 됐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잘 알고 있네.'
히틀러는 한스의 사퇴서에 서명을 했다.
'지금은 잠시 쉬고 빨리 예전의 내 친우로 돌아와주게.'
공식적으로 한스 파이퍼는 건강 문제로 사임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독일 정계에는 오토 파이퍼의 부대가 투르게네프의 묘지를 훼손한 건으로 체포되어 군사 재판을 받았고 현재 집행유예 부대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금 독일 제국 의회에서는 국방부에 대하여 대대적인 감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군납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었다. 이 수사가 현재 군수 탄약성 장관으로 있는 뮐러씨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은 뻔했다.
만토이펠 대대가 받은 이번 재판에서 피크건이 제외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지금처럼 소련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판국에 집단 윤간 건으로 재판이 있으면 이는 외교적으로도 엄청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스가 사임하는 선에서 힘러가 좋게좋게 봐준 것 이었다. 또한 나치당 입장에서 여전히 한스는 이용할 가치가 큰 인물이었기에 완전히 나락으로 가지는 않게 배려해준 것 이었다. 어쨋거나 한스 파이퍼는 독일인들이 기억하는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었다.
한스는 베를린에 있는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지금 에밀라는 딸 마야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상태였다. 한스의 자택에는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호랑이만이 있었다. 한스는 호랑이에게 고깃 덩어리를 던져주었고 녀석은 그 고깃 덩어리를 물어뜯었다.
한스는 자신의 원수봉을 바라보았다.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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