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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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시발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슈코르체니가 엄청나게 두꺼운 서류 뭉치를 가져와서 만토이펠에게 말했다.
"다 알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는게 형량 감경에 좋을것이오."
만토이펠은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오! 수사에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소!"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블라덱, 볼프강, 헬무트 모두 하얗게 질렸다.
'어...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지!!!'
블라덱은 지금이라도 총만 있으면 자살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사건만 모르면 된다!! 그 사건만!!!'
오토는 동료들이랑 눈을 맞추면서 어떻게던 신호를 전달하고자 했다.
'다른건 다 털어놓아도 그 사건은 무조건 우겨야!!'
하이에가 오토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로 쳐다보는 것도 금지다!! 심문은 각자 받는다!!"
만토이펠 또한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서...설마 오토 파이퍼 저 새끼가 자신의 감경을 위해 그걸 누설하진 않겠지?'
그렇게 만토이펠 대대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엄청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되었다. 계속된 조사에 오토는 점점 판단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대 죄를 인정하면 안된다! 확실히 증거가 있는 것도 최대한 빠져나와야...'
오토의 맞은 편에는 하이에와 다른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이 앉아 있었다. 하이에가 모르는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는 그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부분은 %$#@&"
오토는 최대한 둘의 말을 엿들었다. 잠시 뒤, 투르게네프 무덤 파손건에 대해서 하이에가 심문했다. 오토가 말했다.
"뒤늦게 현장을 발견하고 더 이상 무덤을 파손하지 못하도록 제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소대장으로서 엄중히 처벌하였고"
옆에 있던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이 말했다.
"부하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겠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시다 그거요?"
하이에는 오토에게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그건 톨스토이 무덤이었다. 책상 밑에 있는 오토의 손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하이에가 물었다.
"이 곳을 아시오?"
"모르겠소."
"레프 톨스토이가 누군지 아시오?"
"모르오."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이 픽 웃고는 말했다.
"아니, 톨스토이도 모른다고?"
오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이에가 말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정신적 지주이자 19세기 가장 위대한 문학가요. 톨스토이의 무덤은 비석도 없기에 평범한 무덤처럼 보였겠지. 하지만 톨스토이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톨스토이의 무덤을 관리했소."
하이에는 톨스토이의 무덤에 있는 두 개의 유골을 오토에게 보여주었다. 오토는 애써 농담을 했다.
"톨스토이가 친구가 필요했나 보구려."
하이에는 거의 죽일듯한 눈빛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이 말했다.
"501 중전차 대대는 선두부대로서 이 곳에서 숙영을 했소.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되어 톨스토이의 유골이 파헤쳐지고 누군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흔적이 발견된 거요!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투르게네프 무덤 파손과 매우 사건이 유사하군!!"
하이에가 오토에게 말했다.
"지금 자네 부대 전체가 심문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나?"
참고로 핀란드 출신의 비르타넨이 톨스토이의 무덤을 훼손하고, 노인을 죽인 다음, 시체를 인멸한 것은 오토와 요하네스였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에서 골치아픈 일이 발생하는 것이 싫어서 노인의 시체를 톨스토이에 관에 넣은 것 이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비르타넨이면 문제 없을거다. 놈이라면 함정 수사에 넘어가지 않겠지. 더군다나 독일 제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핀란드와 같이 싸우고 있기에 외교적 문제가 될까봐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하네스는!!!'
요하네스는 다 털어놓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토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군. 하지만 나는 모르오. 또한 내 소대원들 사이에서도 톨스토이의 무덤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들어본적 없소."
오토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상황을 넘겼다. 하지만 오토의 손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증거도 없는걸로 날 몰아갈 수는 없다...'
군사 재판에서 증거도 없는 사건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오토는 알고 있었다. 하이에 또한 오토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형벌 부대로 갔었던 것 이다. 하지만 오토는 다시 형벌 부대로 가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토는 엄청난 전공을 세웠고 군 전체에서 적 전차 격파 1위였다. 이 기록은 아마 10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토는 세계대전 시기에 붉은 남작처럼 스타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오토는 자신의 아버지 빽을 믿었다.
'그래...저 하이에 새끼는 나를 처벌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재판이라는게 공정한 절차로 이루어지는게 아니지!!!'
오토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계속해서 뻗대었다. 하이에가 오토의 미간을 노려보며 말했다.
"조만간 대질 심문을 할 것이오."
오토가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던지 협조하겠소."
한편, 한스는 이 소식을 듣고 2기갑군 사령부에서 분노를 터트렸다.
'이 망할 새끼가 뒤통수를 쳐!!! 슈코르체니!!!'
한스는 슈코르체니에게 만토이펠 대대를 구출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 이었다. 일단 무사히 구출이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오토와 스테판을 포함한 만토이펠 대대 전체가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렇게 되면 구데리안과 발터 모델까지도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게 될 것 이었다.
빠른 공세로 러시아 땅을 점령한 덕에 한스는 1940년 4월~8월까지 폭풍 같은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모스크바 공세가 침체되었고, 독일 측의 희생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반전 시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으며, 독일 시민들은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설령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두번째 대공황과 인플레이션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한스는 2 기갑군 사령부를 박차고 나왔다.
'일단 아돌프를 만나야 한다!!'
한스가 다그마에게 외쳤다.
"38구역 늑대굴로 간다!!"
한 장성급 장교가 따라나와서는 한스에게 물었다.
"오토바이 부대 호위를 붙여드릴까요?"
"됐네!!!"
다그마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한스는 머리를 굴렸다.
'이건 슈코르체니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 절대 아니다!!! 그보다 더 위에 뭔가가 있다...'
한스의 머리 속에는 안경을 낀 누군가가 떠올랐다.
'힘러...이 자식!!!'
어쨋거나 한스는 이번 일에 대해 히틀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늑대굴에 도착하였고, 한스는 히틀러에게 말할 것을 머리 속에 암기하고 준비했다. 늑대굴에서는 제아무리 한스라고 할지라도 확인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늑대굴로 들어가려면 총 3번에 걸친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한스는 전전긍긍하며 검문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확인이 안 끝났나?"
"죄송합니다! 잠시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한스는 30분 뒤 늑대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이 늑대굴은 들어가기만 해도 그 특유의 쾌쾌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복도도 상당히 좁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도저히 견디기가 힘든 구조였다. 한스는 목이 말랐기에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 때, 힘러가 한스를 보고 씨익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오!"
마침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한스는 힘러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힘러는 멱살이 잡힌 와중에도 여전히 씨익 웃고 있었다. 그로서 한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이 새끼였어!!!'
힘러가 말했다.
"워워!!! 진정하게!!!"
한스는 힘러의 멱살을 놓았다. 힘러가 말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나보군!"
한스가 말했다.
"501 중전차 대대에 대한 수색 영장을 발부했소?"
힘러가 말했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고가 올라왔으면 영장을 발부하는게 마땅하지 않소? 자네가 총리 각하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한다는 거요?"
한스는 아무 반박을 할 수 없었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힘러를 바라보았다. 힘러가 말을 이었다.
"이보게 파이퍼! 역시나 정치에는 초짜로군. 지금 자네를 공격하는 세력이 나와 SS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그 때 휴게실의 문이 열렸고 힘러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한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돌프?'
한스는 어떻게던 히틀러와 단둘이 이야기를 해야했다.
'현재 2기갑군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한 다음에 501 중전차 대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히틀러는 한스를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했고 오히려 힘러와 대화를 나누었다. 한스는 눈치를 보다가 2기갑군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히틀러가 케이크를 먹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보고서로 올리시오."
잠시 뒤 히틀러는 힘러와 함께 휴게실 밖으로 나갔고 한스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한스는 완전히 멘탈이 나간 상태로 있다가 힘러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자네를 공격하는 세력이 나와 SS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순간 한스의 머리 속에는 올가 체코바가 떠올랐다. 한스가 에밀라와 함께 함정을 파서 체포한 그 여배우는 얼마 전 사형을 집행받았다. 영화 산업을 하는 괴벨스는 올가 체코바와 친분이 있었다. 한스는 올가 체코바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괴벨스에게 귀띔을 해주지 않았다.
'괴벨스 그 새끼가!!!!'
한스는 프란츠, 다그마와 함께 늑대굴 밖으로 나왔다.
"37 비행장으로 간다."
그리고는 한스는 자신의 부관, 프란츠와 함께 슈토르히에 탑승해서 베를린으로 가기로 했다. 참고로 프란츠는 한스가 조종하는 슈토르히를 못 미더워했다. 한스가 다그마에게 명령했다.
"조만간 다시 올테니 이 비행장에서 대기하게!! 자네를 위해 모든 편의를 봐주도록 내가 말을 해뒀네!"
프란츠가 다그마에게 외쳤다.
"나 대신 자네가 이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어떤가?"
한스가 프란츠에게 말했다.
"탑승해!!!"
프란츠는 한스의 눈치를 보다가 달아났다.
"으아아아아!!!"
한스는 프란츠를 쫓아가서 잡아온 다음 슈토르히에 탑승시켰다. 그리고 한스가 슈토르히에 시동을 걸었다.
위잉 위이잉 위이이이잉
프란츠는 한스의 말을 기록하기 위해 늘 갖고 다니는 노트에 "Hilf mir" 라고 크게 적고 흔들었다. 하지만 슈토르히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이이잉
그렇게 한스는 베를린에 도착해서 국민계몽선전장관인 괴벨스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한스는 애써 진정했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안된다...어떻게던 합의를 봐야...'
한스는 아까 전에 힘러에게 했던 것처럼 괴벨스를 몰아붙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쨋거나 501 중전차 대대가 저지른 짓은 사실이었으니 지금은 한스가 괴벨스에게 부탁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잠시 뒤 한스는 국민계몽선전장관 괴벨스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괴벨스가 자신의 비서에게 나가있으라고 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녹음기가 설치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괴벨스가 말했다.
"녹음기는 없으니 편하게 말하시오."
'???'
한스는 순간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업무 이야기로 온 것 이오. 그..."
"501 중전차 대대의 문제와 오토 파이퍼 중위에 대한 문제로 온 것이 아니오? 아니면 내가 아는 다른 일이 또 있소?"
"올가 체코바 건은 미리 언질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미리 말해두려 했지만 보안 문제로..."
괴벨스는 한스를 보며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에 대한 허탈함을 느끼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하!!!"
괴벨스는 기가 막힌 것 같았다.
"중부집단군 관련하여 온갖 골치아픈 사건을 묻느라 얼마나 고생한줄 아시오? 내가 전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지. 외교에서 고립되면 독일 제국은 승리할 수 없소."
참고로 괴벨스는 예전에도 중부집단군 선봉 부대의 전쟁 범죄에 대해 더 이상 자신이 묻어주기 힘드니 이를 확실히 관리하고 일벌백계해야한다고 한스에게 주의를 주었던 적이 있었다. 한스는 그걸 아예 까먹고 있었던 것 이다.
현재 서방에서는 독일군이 선제 침공을 했고 전쟁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올라오고 있었다. 괴벨스는 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선전 영화를 만들어서 서방에 호소했다. 괴벨스의 방식은 서구의 여론이 반독으로 가지 않도록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독일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전세계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소련과 공산주의라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 이다.
괴벨스는 경멸에 찬 표정으로 한스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나를 전술은 전혀 모르는 얼간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전쟁 또한 정치의 연장선이네. 총리 각하께서 자네를 총애하셨기에 많은 것들을 묻어주었지만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네."
한스의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괴벨스가 말했다.
"501 중전차 대대는 군법에 의해 마땅한 처벌을 받을 것 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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