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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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돌격대 지도자 하이에는 자신에게 총을 쏘았던 바르크호른을 체포한 상황이었다. 하이에는 여전히 바르크호른에게 맞았던 그 총알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 이다. 재판장에서 하이에가 증언했고 바르크호른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집행유예 부대로 가게 될 것 이었다. 재판장은 평소에 하던 것처럼 수 많은 사건의 판결을 내렸고 망치를 두드렸다.
땅! 땅! 땅!
모든 훈장과 계급을 뺏기고 집행유예 부대로 끌려가게 된 바르크호른은 하이에를 노려보았다. 하이에는 바르크호른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바르크호른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혼자서 도덕적이고 고결하신 돌격대 지도자님(특히 강조해서 발음)께서 속이 통쾌하시겠군!"
바르크호른을 끌고 가던 헌병들이 말했다.
"이 자식이!"
하이에가 헌병들을 제지했다.
"냅두게."
바르크호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계속 입을 열었다.
"하이에, 네 놈은 네 도덕적 우월감이 중요하겠지만 나는 전우들을 위해서라면 마을에 불을 지를 수도 있네."
바르크호른을 양쪽에서 붙들고 있는 헌병 중에 한 명은 순간적으로 바르크호른의 말에 공감했다.
'솔직히 이 녀석 말이 맞는거 같기도...'
"어차피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할거다...패배하게 된다면 고향 땅으로 살아돌아가더라도 후손조차 우리를 비웃게 되겠지. 전쟁에서 패배하면 나치 정당은 붕괴되고 독일 국민들은 모든 잘못을 나치당에만 뒤집어씌울 것 이다. 자네 또한 운 좋게 고향으로 돌아갈지언정 독일 역사의 오점인 나치 잔당일 뿐이지."
하이에 또한 이글거리는 표정으로 바르크호른을 바라보았다. 자칫하면 싸움이 일어나기 일보직전이었다. 바르크호른을 잡고 있는 헌병들이 생각했다.
'호...혹시 뭔 일 터지면 우리 책임은 아니겠지?'
바르크호른이 하이에를 경멸하며 말했다.
"자네는 독일 제국에 충성할 자격이 없네. 저 오만한 재판관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며 망치를 두드리고 자네가 이겼을지언정 내 자유 의지를 꺾을 수는 없지. 난 독일 제국의 군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을 했고 이 사실은 변치않네."
하이에가 헌병들에게 고갯짓을 했고 헌병들은 바르크호른을 끌고 갔다. 하이에는 자신의 모자를 고쳐 썼다. 이제 다음 재판은 포로들을 학대한 권츄베르트가 재판을 받을 차례였다.
재판장은 권츄베르트에게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었다 권츄베르트가 추하게 질질 짜면서 형량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으허엉!!!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으흐흑! 앞으로는 독일 제국에 충성하며 으흑!"
땅! 따앙! 땅!
결국 권츄베르트 또한 사형 선고를 받고는 집행유예 부대로 끌려가게 되었다. 참고로 판결문은 권츄베르트의 집에도 보내질 것 이었다. 권츄베르트는 질질 짜면서 헌병에게 끌려갔다.
"으허엉!! 으허어어엉!!"
헌병들은 권츄베르트를 혐오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걷어찼다.
"똑바로 걸어 새꺄!!"
이렇게 두 건의 재판이 마무리되고 나서 하이에는 군사 법정을 떠났다.
'앞으로도 할 일이 남아 있다!!'
독일 제국군의 전쟁 범죄는 이것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을 것이었다. 하이에는 독일 제국군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계속 증거를 모으기로 했다.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는 하이에를 보고, 같은 계급의 돌격대 지도자인 헤이든은 혀를 찼다.(1부에 한스와 티거에서 같이 싸웠던 그 헤이든)
"저런 꽉막힌 녀석을 저렇게 빨리 진급시키다니 슈코르체니는 뭔 생각인지..."
이렇게 하이에가 자신의 복수를 성공하고 있을 무렵, 오토와 동료들은 지붕이 날아간 오두막에서 등을 맞대고 휴식을 취했다.
"으갸갸...으갸갸갸갸..."
오토는 하이에를 향해 이를 갈았다.
"하이에 그 좆같은 새끼..."
게오르크가 울부짖었다.
"하이에 그 시발놈은 지금 아주 고소해 죽겠지!!"
"돌아가면 그 새끼부터 죽인다!!"
"뗄감이 다 떨어졌어!!"
"이젠 니 놈이 갈 차례잖아!!"
헬무트가 자신의 지갑에 있는 돈 뭉치를 꺼내며 말했다.
"그냥 이거 뗄감으로 쓸까? 시발 어차피 돌아갈 일도 없는데!"
블라덱이 헬무트를 만류했다.
"안돼. 그거 쓸데 있잖아."
블라덱의 말에 헬무트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돈을 지갑 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도끼를 들고는 뗄감을 가지러 나갔다. 오토는 아직 동료들에게 피크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들...그게 돈으로 해결이 될거라 생각하냐!!!'
바실리가 외쳤다.
"서로 깨워줘야 합니다! 잠들면 화상 입거나 뒤집니다!"
"누구 농담 하나 해봐! 스테판만 빼고!"
스테판은 아무도 안 웃는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는 했고 스테판의 소대원들은 이것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볼프강이 말했다.
"근데 프로그(프랑스) 놈들은 농담 잘 하지 않냐? 스테판 저 녀석은 절반은 프랑스인데 왜 농담을 못하냐?"
스테판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완전히 독일인이라고. 으갸갸갸...추워..."
스테판은 얼어죽을 것 같아서 포대 자루 속에 들어갔고 볼프강이 이를 비웃었다.
"나약해빠진 프로그처럼 행동하지 말고 강인한 독일인처럼 굴어!"
블라덱이 바실리에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 이 친구가 독일인같냐? 프랑스인같냐?"
바실리가 말했다.
"완벽한 독일인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스테판은 기분이 좋아졌다. 블라덱이 바실리에게 더 물었다.
"어떤 점에서 저 친구가 완벽한 독일인으로 보이냐?"
바실리가 말했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웃기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 완벽한 독일인입니다!!"
데니스와 비르타넨이 웃음을 터트렸다.
"우하하하하!!!"
"푸흡!! 푸하하하하!!!"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새끼들이!!!'
하지만 어차피 다 같은 이등병이었고 지금은 바실리, 데니스, 비르타넨의 생존 능력이 팀에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스테판은 화를 속으로 누그러뜨렸다.
'망할 슬라브 새끼들 주제에...'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오토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안개가 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잘 따라와! 놓치지 말고!!"
휘이잉 휘이이이잉 휘이잉
한참을 헤매던 오토 일행은 아까 전에 자신들이 걸어가면서 찍은 발자국을 다시 발견했다. 길을 잃었던 것 이다.
"젠장! 이 망할 나침반!"
얼어뒤질 것 같은데 사방은 하얗게 눈이 쌓였고 여기저기 빽빽하게 키가 큰 나무들이 솟아있고 안개까지 껴서 지도와 나침반이 있어도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으갸갸...으갸갸갸갸..."
"이...일단 어제 그 오두막으로 돌아가자..."
"으갸갸...으갸갸갸갸..."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눈보라와 안개로 인하여 점점 시계가 좁아지고 있었다. 오토는 사주 경계하며 앞으로 발걸음을 디뎠다.
'제대로 오는거...'
"악!!"
오토는 그만 땅으로 푹 꺼지고 말았다.
"이봐!!"
"괜찮나!!"
"괜찮네!!"
한 2m 정도 되어보이는 구덩이에 오토가 빠진 상태였다. 눈이 하도 두텁게 쌓여서 이렇게 지형이 요철이 있는 곳은 알아채기 힘들다. 오토가 외쳤다.
"나 좀 꺼내줘!!"
"기다려"
근데 오토는 이 구덩이가 옆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잠깐만! 이거 참호로 쓰던 것 같...으아악!!!"
눈 속에는 꽁꽁 얼어붙은 시체가 있었다. 오토는 허겁지겁 참호 밖으로 빠져나왔다.
"으아아아악!!"
오토와 동료들은 참호 속에 덮인 눈을 파보았다. 데니스가 말했다.
"기관총호였군..."
소련군 기관총 사수는 다리를 굽히고 양팔을 올린 상태로 옷까지 완전히 굳어버렸고, 부사수는 왼팔은 아래로, 오른팔은 위로 올려서 양팔이 일직선이 된 기괴한 상태로 굳어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 자세로 죽을 수 있지?"
세 구의 시체는 시체가 아니라 마치 동상 같았다. 이 시체들이 쓰고 있는 소련군이 쓰는 철모는 하얗게 페인트칠 되어 있었다. 눈 밭에 위장을 하기 위하여 이렇게 페인트칠한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새끼들은 어떻게 여기서 뒤진거냐?"
"소련 놈들은 아군이 죽어도 시체도 수습하지 않는군."
이 시체를 옮기려면 세 명이 낑낑대며 옮겨야 할 것 이었다.
"최소한 봄까지는 썩지 않겠군."
블라덱이 참호 속으로 들어가서 얼어붙은 시체의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놀랍게도 통조림이 두 개 있었다.
"이거 기관총 갖고 갈 수 있을까?"
기관총을 노획한다면 엄청나게 전력이 강화되는 셈이었으니 가능하다면 꼭 가져가야했다.
"아래쪽이 얼어붙어서 녹여야겠는데?"
"성냥 쓸까?"
"얼음은 부시면 되지!"
헬무트가 야전삽을 이용하여 기관총 아래 얼어붙은 부분의 얼음을 깨트리려 시도해보았다.
퍽!
기관총은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금속이 이렇게 되다니..."
"빨리 돌아가자!!"
하지만 블라덱은 혹시나 소련군에게서 음식을 더 노획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한참을 뒤져보았다. 바실리가 외쳤다.
"그러다가 병 옮습니다!"
오토 또한 외쳤다.
"장티푸스 걸리고 싶냐!! 빨리 나와!!"
하지만 블라덱은 소련군의 주머니 속에서 빵 한 덩어리를 발견하고는 그걸 쥐고는 참호 밖으로 나왔다.
"가자!!"
그렇게 오토 일행은 달리다가 운 좋게 난로와 지붕이 모두 무사한 빈 오두막을 발견했다.
"빨리 불 피우자!!"
"으갸갸...으갸갸갸..."
블라덱이 시체에서 노획한 통조림과 빵을 다같이 나누어먹었다. 다들 장갑을 벗고는 손이 멀쩡한지 확인해보았다.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고 오토와 동료들은 교대하며 보초를 서며 밤을 보냈다.
"빨리 돌아가야 하니까 다들 힘 내자고!"
다음 날 아침 7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상태였다. 오토가 경계를 서다 돌아와서는 블라덱을 깨웠다.
"야 일어나. 너 차례야."
하지만 블라덱을 건드려도 블라덱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봐! 일어나라고!"
블라덱을 뒤집어보니 놀랍게도 블라덱은 열이 잔뜩 나고 있었다.
"야 이 새끼 열 나는데?"
"자...장티푸스 아냐?"
다들 블라덱을 피해서 1m 쯤 떨어졌다. 게오르크가 바실리에게 물었다.
"야 장티푸스 증상이 어떻게 되냐?"
바실리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초기에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며 근육과 관절이 아프고 마른 기침이 나며 식욕이 떨어집니다."
블라덱이 덜덜 떨면서 말했다.
"아...아닐세...나는 식욕 있네."
"감염자의 대변이나 소변 등으로의 감염이 주 감염 경로입니다."
"블라덱 이 녀석 어제 시체 뒤져서..."
바실리가 말했다.
"장티푸스는 잠복기가 있습니다. 어제 시체와 접촉한 것으로는 지금 같은 증상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블라덱이 외쳤다.
"그것 봐! 아니잖아! 난 그저 감기일세! 엣취!!"
하지만 다들 블라덱하고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만약 녀석이 장티푸스가 맞다면?"
블라덱이 공포에 질려 눈알을 굴렸다.
"아...아니야! 그저 감기라고!"
바실리가 말했다.
"감염자의 대소변과 멀리하면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블라덱이 울부짖었다.
"닥쳐! 이 망할 슬라브 새끼가..."
블라덱의 말에 데니스와 비르타넨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블라덱은 복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고...아이고..."
게오르크가 말했다.
"오두막 밖에서 싸고 오게."
블라덱은 덜덜 떨면서 오두막 밖으로 나가서 볼일을 보고 왔다. 스테판이 물었다.
"설사냐?"
"아...아닐세! 설사 아니야! 엣취!!"
"누가 가서 확인하고 와! 그냥 감기면 설사가 아니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볼프강이 말했다.
"의사인 바실리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바실리가 외쳤다.
"전 의사가 아닙니다! 의대를 1년 다녔을 뿐입니다!"
하지만 결국 바실리가 블라덱의 변을 확인하고 오기로 했다. 바실리는 군화 가죽으로 만든 마스크를 끼고는 멀리서 블라덱의 변을 바라보고 왔다.
"서...설사입니다!"
다들 블라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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