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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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에는 여러 부대 출신의 병사들이 있었다. 이들 중 건설 부대 출신과 행정 부대 출신들은 총을 재장전할줄도 몰랐고, 베테랑 병사들이 가르쳐줘야 했다. 오토가 한 녀석에게 총 재장전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물었다.
"자네는 어쩌다 여기 온건가?"
"휴가 끝나고 복귀해야 하는데 배탈이 나서 그만 열차를 놓쳤네."
"겨우 그런거 가지고 집행유예 부대를 왔다고?"
한 행정 부대 출신 녀석이 말했다.
"나는 서류 처리에 착오가 있었는데 횡령했다고 뒤집어썼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착오는 무슨...저런 실버링(후방 부대를 비하하는 용어)녀석들은 서류 처리 실수했다면서 꼭 자기한테 이득되는 쪽으로만 실수하지..."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전차 부대 출신 집합!!"
오토를 포함한 만토이펠 대대 출신들이 나와보니, 마을 밖에는 소련군이 쓰던 BT-7 전차 9대가 있었다.
'BT 전차?'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앞으로 귀관들은 이 전차를 갖고 싸울 것 이다!!"
놀랍게도 BT-7 전차에 쓸 연료도 배급된 상황이었다. 헤어만 중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전공을 세워서 조만간 진급할 수 있을거다!!'
오토와 전차병들은 9개의 작은 참호를 파고는 그 안에 뜨뜻하게 불을 피우고 그 위에 BT 전차를 주차해두고, 위에 방수포를 덮어두었다. 비록 구려터진 전차이기는 하지만 이거라도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오토와 동료들은 맨살이 금속에 닿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는 BT 전차를 정비했다. 오토가 외쳤다.
"맨살이 장갑에 닿으면 살 들러붙으니까 절대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전차 내부에서 절대 장갑에 기대면 안된다!!"
전차들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았다. 이제 아군의 오인 사격을 피하기 위하여 BT-7 전차에 철십자 표식을 그릴 차례였다. 그런데 추위에 부대에 있던 페인트가 다 얼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젠장!!"
"혹시 깃발 없냐?"
하지만 집행유예 중대는 몇 개 안되는 깃발에 물을 묻혀서 방탄판을 만드는데 써먹었다. 지금 그 깃발들은 완전히 꽁꽁 얼어붙어서 철판처럼 단단해진 상태였다.
"일단 이거라도 가져가자!"
그 때, 헤어만 중대장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지-직 지-직 632대대다!! 현재 이반의 포위 공격!! 신속한 지원 요청한다!! 현재 위치 37-83-7 신속한 지원 바람!!!]
근처에 있는 632대대가 소련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었던 것 이다.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알았다!!]
그렇게 헤어만 중대는 신속하게 현재 포위 당한 632대대를 지원하러 갈 준비를 시작했다. 헤어만 중대장이 무슨 장군이라도 되는 것 같은 포즈와 표정으로 외쳤다.
"로스케의 측후면을 기습하여 놈들을 교란시켜 632대대의 탈출을 돕는다!! 나를 따르라!!!"
다들 속으로 이번 작전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오인 사격 당하기 딱 좋은데...그리고 로스케들의 T-34나 IS에는 택도 없다...이건 그냥 보병 사살하고 교란하는 용일 뿐이다!!'
오토가 출발 직전 헤어만 중대장에게 건의했다.
"최대한 로스케들로 하여금 우리 쪽 부대의 규모가 커보이게 해야 합니다! 산개해서 전진하고 중간 중간에 허가를 받지 않고 위치를 연속적으로 이동해도 되는지 허락받아도 되는지 여부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그렇게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9대의 BT-7 전차를 앞세우고 넓게 산개한 다음, 그 뒤를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엄호하며 빠른 속도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일단 초기에 소련군으로 하여금 소련군 전차부대처럼 보여야 했기에 오토와 동료들은 완벽한 무선 침묵을 유지했다. 오토는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쌍안경으로 교전 지역을 바라보았다.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현재 소련군 전력은 최소 10대 이상의 T-34 전차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더군!"
'나인!!!!!'
"다행히 502 중전차 대대가 이 쪽으로 오고 있다!! 그 때까지 적군을 교란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헤어만 중대의 BT-7 전차들은 소련군을 향해서 45mm 강선포와 7.62mm DT 기관총을 긁고 튀는 것을 반복했다. BT-7 전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52km/h라 치고 빠지기에 능했다.
탕!! 타앙!!
드륵 드르륵 드르륵
BT-7 전차들이 쉴틈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소련군 전차들은 632대대를 향한 공격을 그만두고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의 BT-7 전차들을 향해 모조리 포탑을 선회했다. 소련군 전차장이 중얼거렸다.
"얼마 안 되는 부대로 대규모 부대인 것 마냥 허튼 수작을 부리는군...저 새끼들 한 대씩 모조리 잡아!!"
오토가 조종수 마티아스에게 외쳤다.
"저쪽 능선 너머로 엄폐해!! 엄폐!!!"
그렇게 BT-7 전차들은 모조리 능선 너머로 튀었다.
트으응 트드드드등 트드드드등
BT-7 전차들은 대단히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피해 없이 능선 너머로 튀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소련군의 T-34 전차들은 헤어만 중대의 BT-7 전차들을 추격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BT-7 전차들이 능선을 넘어 갈 수 있는 곳은 개활지였기에 엄폐물 따위는 없었다.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모두 제각기 구덩이 속에 엄폐했다.
"저 전차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그냥 구덩이에 숨어!!"
BT-7 전차의 전차장 자리에 있는 오토가 울부짖었다.
"좆됐다!!!"
그 때, 익숙한 포성이 들렸다.
퍼엉!!!
티잉!!
콰광!! 쿠구궁!!
502 중전차대대가 온 것 이었다! 502 중전차 대대는 소련군의 T-34 전차들을 측면에서 한 대씩 격파했다. 소련군의 T-34 전차들은 BT-7 전차들을 쫓던 것을 관두고 502 중전차 대대와 교전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집행유예 중대는 전열을 정비하였다.
티잉!! 콰광!! 쿠궁!!!
교전 끝에 소련군 기갑 부대는 후퇴하였고, 632대대는 탈출에 성공했다. 모두 환호했다.
"502 중전차 대대 대단하군!!"
에밀이 투덜거렸다.
"우리 집행유예 중대가 시간 끌어주지 않았더라면 탈출에 실패했을텐데 말입니다."
502 중전차 대대의 에이스 오토 카리우스와 앙뚜완은 632대대의 환호를 받았다.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볼프강, 블라덱, 헬무트는 앙뚜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집행유예 중대 본부로 튀었다.
'저 망할 새끼!!'
오토 카리우스와 앙뚜완은 환호를 받고서도 집행유예 중대원들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덕분에 우리 대대가 측면 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앙뚜완은 집행유예 부대원들과 악수를 했고 오토 카리우스 또한 집행유예 중대에도 슈납스를 건네주었다. 알프레트가 수근거렸다.
"앙뚜완 저 사람은 예전에 우리 부대 있던 친구 아닙니까? 가서 인사해야겠...악!!"
오토가 얼굴을 숨기고는 알프레트를 때렸다.
"정비나 하게!!"
잠시 뒤 502 중전차 대대가 떠나고 에밀, 마티아스,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소대장님은 실력은 좋지만 502 중전차 대대의 장교들 같은 인간성은 없는 것 같다.'
오토 또한 자신이 뭐가 부족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집행유예 중대에서 사면만 된다면 병사와 부사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장교가 될 것 이다!!'
502 중전차 대대가 떠나고, 집행유예 중대는 632 대대와 같이 이동을 하게 되었다. 632 대대는 아까처럼 포위 당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하여, 헤어만 집행유예 부대가 632 대대의 앞, 뒤에서 경계를 했다.
오토를 포함한 4대의 BT-7 전차와 집행유예 부대원들 또한 632 대대, 즉 본대로부터 200미터 정도 뒤에서 632 대대를 호위했다. 이렇게 200미터의 거리를 두는 이유는, 혹시나 집행유예 부대가 소련군의 공격을 받고 교전을 하더라도, 632 대대는 소련군의 유효사거리 밖에 있어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오토는 BT-7 전차 해치 위로 머리를 내민 상태로 추위에 덜덜 떨면서 고개를 돌리며 사방을 살폈다.
'으갸갸...으갸갸갸갸...'
진심 추워서 뒤질 것 같았다. 그리고 BT-7 전차에는 무전기도 없었기 때문에 적을 발견하게 되면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야 했다. 눈으로 뒤덮힌 러시아 땅은 끝이 없었다. 소련군들이 기습을 한다면 아마도 흰 설상복을 입고 기습을 할 것 이다. 오토는 7개월간 전투를 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도록 시신경의 감각이 발달하였다.
몇 시간에 걸친 행군 끝에 632 대대와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제각기 마을을 잡고는 요새화하기 시작했다. 오토는 다시 동료들과 함께 참호를 파야 했다.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류탄을 터트려도 얼어붙은 땅의 표면만 긁힐 뿐이었다.
쿠광!! 콰광!!!
현재 632 대대와 헤어만 집행유예 중대는 모스크바 북서쪽 볼가강 인근에 있었다. 오토는 드넓은 볼가강을 바라보았다. 11월의 끝자락이 오면 볼가강은 커다란 얼음이 둥둥 떠다니다가 완전히 얼어붙고, 그 위를 하얀 눈이 덮을 것 이다. 그렇게 볼가강이 얼어붙으면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것 이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빨리 볼가강 건너서 퇴각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볼가강을 건너서 퇴각해야 이번 소련군 대공세 때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것 이었다. 오토는 오두막으로 들어가서 불을 쬐고 몸을 녹였다. 전차병들은 장갑을 벗고는 자신의 손가락이 멀쩡한지 살폈다.
"이거 검게 변한거 아니지?"
비르타넨이 전선 신문을 읽고는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무르만스크를 점령했다!!!"
핀란드군과 독일군이 무르만스크를 함락하는 것에 성공한 것 이다. 에밀이 신문을 보며 말했다.
"너넨 무슨 전투민족이냐?"
비르타넨은 기쁜 표정으로 신문을 읽었다. 그 때, 헤어만 중대장이 들어와서 외쳤다.
"여기 러시아어 할 줄 아는 녀석 있나?"
오토는 무심코 손을 들었다.
'악!! 실수했다!!'
잠시 뒤, 오토, 비르타넨, 데니스, 바실리, 스테판, 게오르크, 볼프강, 블라덱, 헬무트는 헤어만 중대장 앞에 집합했다. 오토는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고 손을 든 것이 잘한 것인지 계산을 해보았다.
'지금이라도 잘 못한다고 할까?'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이번 임무를 성공하면 귀관들은 형기를 감면받을 수 있을 것 이다!"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또 좆같은 임무일 것이 분명하다!!'
오토 일행은 소련군의 군복을 받았다.
'게릴라 작전인가?'
헤어만 중대장이 외쳤다.
"지금 로스케는 빠른 속도로 진격해오고 있다! 놈들의 통신선을 끊고, 표지판의 방향을 바꿔놓는 특수 작전을 시행한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소련군의 군복을 입었다. 소련군의 누비 바지와 펠트 장화는 확실히 따뜻했다. 러시아인들이 흔히 쓰는 귀를 덮는 털모자까지 쓰니 완벽하게 로스케처럼 보였다. 그리고 오토 일행은 러시아군 공병들이 쓰는 위조 신분증과 공병들이 쓰는 장비까지 받았다.
오토 일행은 그렇게 소련군 공병으로 위장하고는 게릴라 작전을 위해 길을 떠났다.
- 작가의말
자료 조사를 위해 며칠간 휴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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