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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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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3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5.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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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틸리온

DUMMY

뮤리엔.

오랫동안 외부세력의 침입 없이 강건하게 지켜가고 있는 나라.

마르텔과 카리엔의 결혼으로 도리엔을 편입시킨 후 로리엔보다 더 커진 영토로 명실상부 최강의 힘을 보유하고 있는 왕국이다.

항구에 배가 닿기를 기다리며 틸리온은 정갈해 보이는 도시의 단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리엔뿐 아니라 뮤리엔까지도 손에 넣을 날을 고대하던 그였다. 헛된 꿈이라고 생각하며 도망쳤던 때도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도시를 보며 그는 먼 그 어느 날의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소년은 방구석 모서리에서 두 다리를 감싸 안고 겁에 질려 있었다.

2m 가까운 키에 흰머리가 발끝까지 내려오고 금빛 머리띠를 한 남자가 소년을 찾아왔다.

머리띠에 달린 긴 뿔이 그를 더 거인처럼 보이게 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소년은 며칠째 되풀이되는 이 괴물의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잠은 안 자려고 할수록 자꾸만 쏟아지는 게 잠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소년은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괴물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소년은 힘껏 머리를 흔들었다. 마치 그렇게 하면 저 괴물이 사라질 거 같았다. 소년의 머릿속에서 나온 괴물은 소년에게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그 긴팔을 뻗어 소년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 네가 그 아이구나.


괴물의 목소리가 소년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소년은 손을 들어 귀를 막고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용을 썼다.

그럴수록 괴물의 손에 힘이 가해졌다.


- 똑똑하구나. 네 친구의 것을 탐하느냐?


소년은 겁먹은 눈동자로 괴물을 쳐다보았다.


- 내 말대로 한다면 넌 세상을 가질 것이다. 넌 멍청한 인간들과는 다르다. 내 말 명심하렴. 가끔 널 찾아와 네가 무엇을 할지를 알려주마. 날 거부하지 말아라. 그럴수록 너만 더 힘들어진다.



괴물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소년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꿈에서 깨어났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꿈이 아니었다. 소년의 관자놀이 부분에 빨간 자국이 남아있었다. 괴물이 손을 댔던 자리였다.

소년은 그 괴물의 말을 다시 음미해보았다.


[내 말대로 한다면 넌 세상을 가질 것이다.]


세상을 가질 거라 했다. 탈마드처럼 왕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그 괴물 말만 잘 들으면 세상을 가질 거라 했다.

소년은 탈마드의 오만한 얼굴이 떠오르자 금세 화가 났다. 잘못은 탈마드가 하고 항상 그 잘못에 대한 대가는 틸리온이 치렀다.

소년은 그것이 이제 지긋지긋해졌다. 탈마드는 곧 있음 왕이 될 것이다. 왕이 된 탈마드의 으스대는 꼴을 소년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무엇보다 탈마드는 소년이 사랑하는 소녀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탈마드에겐 힘이 있었다. 왕족이란 힘 말고도 대대로 내려오는 불의 기운이 탈마드를 다른 사람과 차별되게 만들었다. 탈마드는 그걸 숨기려고 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이용했다. 그는 그것으로 사람들을 복종시켰고, 그걸 즐겼다. 그럴수록 탈마드는 점점 더 성격이 고약해져 갔다. 예전에 그와 함께 미래를 그리던 순수한 아이는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탐욕스럽고, 사람들을 복종시키기를 좋아하는 폭군.

틸리온이 탈마드를 생각하면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런 탈마드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세상을 가질 것이다.]

그 괴물이 세상을 가질 거라 말했다.

[내가 탈마드보다 위에 있을 수 있다면 무슨 말이든 못 들어주겠어!]

그 밤 소년은 맹세했다.

세상을 다 가지기 위해 괴물의 말을 들어줄 거라고.

탈마드 보다 높은 곳에서 탈마드를 지배하게 되는 날을 그리며 소년은 그 밤을 지새웠다...




***



- 틸리온이 온다구요?


조제프는 깜짝 놀라며 카릴을 쳐다보았다.


- 로리엔의 사신입니다. 반가운 분 아닌가요?


아는지 모르는지 짐짓 시침이를 떼며 카릴은 조제프에게 틸리온이 반갑지 않냐 물었다.


- 나. 숨어야겠어요. 내가 여기 있는걸 틸리온이 알면 안된다고요!


- 왜? 이참에 나랑 같이 그 틸리온이라는 자를 잡아 버리자!


흥분한 마리엘이 조제프의 말에 발끈하며 대답했다.


- 우리가 여기 있는걸 틸리온이 알면 안된다구요! 마리엘 틸리온이 어떤 자인지 들어서 알잖아요? 우린 틸리온 모르게 움직여야 해요. 그래야 로리엔에 있는 사람들이 계획대로 할거 아니에요?


- 쳇! 어째서 그렇게 복잡하게 움직이는 거야? 여기서 그냥 틸리온을 없애버리면 되잖아?


- 그럼 누가 틸리온을 사주하는지 알 수 없어지잖아요. 틸리온을 살려둬야 이 모든 걸 계획한 사람을 잡게 되는 거라구요!


답답하다는 듯이 조제프는 가슴을 치며 마리엘을 쳐다보았다.


- 암튼 인간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 틸리온을 죽이면 그자가 겁이라도 먹을까봐? 누가 알아? 틸리온이 일찍 죽어버리면 그자가 직접 나설지도!


- 암튼 나는 숨어 있을 거예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되면 틸리온이 의심을 하게 될 거예요. 그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우리가 시간을 버는 거예요.




****


- 잘 숨어 있거라.


- 로리엔에 먼저 가 있겠다니까 날 왜 여기로 데리고 온거에요?


- 널 믿을 수가 없어서.


- 흥!


- 요룬에게 가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느냐? 이제 넌 절대 요룬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어리석은 것!


- 차라리 알렉 손에 죽는 게 낫지.


- 그러길 빌어라. 하지만 요룬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게야. 네가 요룬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구나.


칼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틸리온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맘 졸이며 벗어난 곳이던가.

저 틸리온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지금쯤 모두가 그녀를 찾으러 눈이 벌개져 있을 터였다.

아는 얼굴이라도 만난다면 그녀는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틸리온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능구렁이 같은 늙다리 같으니라구!]


칼멘은 선실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무사히 뮤리엔을 빠져나가 로리엔에 도착하면 그녀는 그 길로 틸리온에게 멋지게 한방 먹이고 달아 날 참이었다.


틸리온은 배에서 내려 궁으로 가는 길에 뮤리엔에 드리워진 어두운 분위기를 감지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도시도 사람들도 모두가 조용했다.


[계집이 일을 망쳐놓고 잘도 도망쳤구나!]


틸리온은 심기가 편치 않았다. 칼멘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게 심히 못마땅했다. 하지만 요룬에게 그녀의 존재가 알려진 이상 틸리온도 그녀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요룬의 명을 직접 받는 이상은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댈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열심히 도망갈 궁리를 하는 칼멘을 보면서 틸리온은 속으로 고소해했다.

자신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움직인 결과가 어떤 건지 이제 곧 그녀도 알터였다.


전과는 다르게 너무도 고요한 궁의 홀에서 틸리온은 알렉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개의 기둥이 있는 웅장한 홀엔 어두운 색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안그래도 조용한 궁에 어두운 커튼은 분위기를 더 암울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안쪽과 연결되어 있는 문 앞에 경비병이 서 있었다. 궁에 사람이 없는지 그 경비병 외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도록 조용해서 틸리오는 괜하게 찜찜했다.


- 틸리온.


- 알렉 왕자님...


- 조문을 온 게요?


- 조문이라니요.. 전 왕대비님의 명을 받고 루리프님의 소식을 알고자 왔습니다만.


헬렌 왕비의 죽음을 아는 체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거 같아서 일부러 모르는 듯 행동했다.


- 후후. 로리엔에서 조문단을 보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 알렉 왕자님. 루리프 공주님의 장례를 치르신건가요?


- 왕이요. 왕자가 아니라.


틸리온은 알렉의 말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알렉은 전과 다르게 수척해있었다.

단지 수척해졌을 뿐이었다. 오히려 그 수척함이 알렉을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알렉에게 있어서 틸리온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년이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 마르텔 폐하께선...


- 돌아가셨소. 어머님과 함께.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 자 한 자 씹듯이 뱉어내는 알렉의 눈빛에 고통과 분노외에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틸리온은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 아아.. 폐하.. 무례를 용서하소서.. 로리엔에 소식이 닿기 전에 먼저 떠나온 모양입니다.. 로리엔을 대표해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알렉은 틸리온의 행동거지를 바라보며 당장에라도 요절을 내고 싶은걸 참아내느라 고통스러웠다.

저자가 배후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걸 증명할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알렉을 가장 화나게 하는 거였다.

틸리온의 가증스러움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짜증스러웠지만 최대한 많은걸 알아내야 하는 입장이라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렸다.


- 일어나시오. 이미 끝난 일이오.


틸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년이 일을 그르쳐도 엄청 그르쳐 났다.

알렉이 뮤리엔의 왕이 됐으니 그의 계획도 전면 수정을 가해야 했다.

마르텔은 다루기 쉬웠어도 이 알렉은 그렇지 않았다.

틸리온은 당장에라도 배로 가서 칼멘을 요절을 내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 루리프는 찾지 못했소. 루리프의 장례를 치르겠다면 로리엔에서 하시오. 이곳에서 볼모로 그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죽어서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소..


- 왕대비께서 폐하의 의견에 감사를 드릴 겁니다..


- 그 외에 다른 볼일이라도 있나?


- 아. 아닙니다.. 루리프님의 생사를 알기 위해 왔으니.. 이것으로 저의 소임은 다한 거 같습니다.. 폐하.. 앞으로도 로리엔과 뮤리엔의 동맹은..


- 걱정 마시오. 내 그 동맹은 소중히 여길 테니.


- 감사합니다.. 한시름 놓았습니다.


- 누가 로리엔을 노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 뮤리엔같은 동맹이 있다면 그 누가 온다 해도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틸리온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알렉은 더 이상 대꾸하는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 멀리 와준 것에 감사를 표하오. 왕대비마마와 조르쥬 왕께도 나의 마음을 전해주시오.


- 알겠습니다 폐하. 부디 뮤리엔에 평화가 있기를...


뒤도 안 돌아 보고 퇴장하는 알렉의 뒷모습을 보며 틸리온은 불안감과 동시에 모처럼 식었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마르텔보다는 힘겨운 상대가 되겠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을 터였다.

틸리온은 좀 더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모습으론 알렉까지 상대하기가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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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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