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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43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22 13:1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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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루리프 3

DUMMY

- 누나.. 머리색이 변했어.


조용한 방안엔 루리프와 조제프만 남았다. 서로의 기억을 더듬으며 한동안 울고 웃던 남매는 이제야 서로를 찬찬히 보게되었다.


- 내 머리색이 어떤데?


- 예전엔 나랑 같은 검은색이었는데, 지금은 빨강머리가 됐어.


- 그럴리가?


조제프는 누나를 부축해서 방 한켠에 걸려있는 거울앞으로 데리고 갔다. 거울을 보는 루리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 이게.. 나야..?


그녀의 검고 윤기나던 머리칼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은 퀭하니 눈가가 검게 그늘져 있었다. 얼굴빛은 거의 누렇게 떠서 푸석푸석했고, 쇄골뼈는 툭튀어 나왔고, 무엇보다 그녀의 몸은 비쩍 말라서 볼품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빛이 불안정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얼핏 빨간빛이 흐를때가 있었다. 자신도 못 알아 볼 만큼 달라진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루리프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분노와 슬픔이 복합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그녀의 심기를 흐트러놓고 있었다. 루리프는 동생의 부축을 받고 다시 침대로 와서 앉았다.



- 오빠는? 조르쥬 오빠는 어떻게 됐어?


- 형은 좋아졌어.



왕대비에게 영롱한 정령의 돌을 받아든 조제프는 그 길로 형의 처소로 갔다. 처소엔 왕비가 시녀들과 게임을 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 죽어가는 핏기없는 형 옆에서 왕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취미생활을 영위중이었다. 간병을 하는건지 감시를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조제프는 표정을 감추고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날이 탱탱해지는 형수에게 말을 건넸다.


- 형수님. 간호하시느라 피곤해 보이시네요. 제가 잠깐 형의 곁을 지키고 있을테니 바깥 바람이라도 쐬고 오세요. 날이 맑아서 산책하기 좋겠어요.


- 호호~ 조제프왕자님 친절도 하셔라~ 그럼 형님 좀 잠시 보고 계실래요? 전 잠시 바람 좀 쐬고 오죠.


왕비는 시녀들을 대동하고 방을 나갔다. 아무도 없는지를 살핀 후 조제프는 형을 안아 일으켰다. 건장하던 형이 지푸라기 인형처럼 가벼워졌다. 조제프는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형의 입을 벌리고 왕대비에게서 받은 정령의 돌을 형의 입에 넣고는 도로 눕혔다.


잠시 후에 검은빛으로 죽어가던 형의 입술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제프는 왕비가 언제 올지 몰라 맘을 졸였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산책을 하고 오는 길인지 왕비의 볼이 붉으스름하게 물들어있었다.


- 왕자님 말씀대로 날씨가 좋네요. 바깥 바람을 쐬었더니 기분도 좋아졌고...


신나게 들어오면서 말을 하던 왕비의 말이 흐려졌다. 조르쥬의 모습을 보던 왕비의 낯빛이 순간적으로 쌀쌀맞게 변했다.


- 동생의 간호를 받더니 형님 기운이 좋아지셨네요.


- 그래 보이세요? 전 별다른걸 못 느끼겠는데요?


조제프는 왕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꾸했다. 왕비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조제프를 보더니 조르쥬의 침상을 정돈 하는 척 하며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 형에게 무슨짓을 한거죠?


- 무슨 짓을 하다뇨?


- 뭘 했길래 얼굴색이 좋아진거죠?


- 얼굴색이 좋아지면 좋은거 아닌가요? 형.수.님...? 형이 좋아진게 맘에 안드시는 모양이네요.


- 그게 무슨..


- 여기에 있었구나!


뜻밖에 왕대비가 방으로 들어서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이내 조르쥬의 얼굴을 보던 왕대비의 얼굴이 환해졌다.


- 오늘부터 조르쥬의 간호는 내가 하마!


- 하지만 왕대비님 간호는 늘 제가 하던건데..


- 그동안 고생 많았다. 네 덕에 차도가 좀 보이는거 같구나. 이제부턴 내가 대신 할테니 가서 쉬거라.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마.


단호한 왕대비의 명에 왕비는 아무말도 못하고 자리를 떴다.


- 어머니. 효험이 있는거 같아요.


- 그래. 그렇구나.. 떠날 준비는 된거니?


- 네. 근데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 그럼. 네 형이 곧 일어날테니 걱정말거라..


지난일을 들려주는 조제프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넘쳤다. 루리프는 기억에 남은 꼬마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주 웃어주었다. 자신만 나이를 먹은게 아니었다. 동생이 자란 모습을 보니 새삼 시간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 그래서 넌 정령을 따라 여기로 온거야?


- 응. 정령이 나를 보자마자 누나한테 가야한다고 했어. 그래야 자기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 그건 뭐니?


- 이거? 이건 정령초를 기르는 항아리야. 여기서 정령초가 자라면 정령이 그걸 먹고 정령의 돌을 만들어 내는거 같아. 여기 오기전에 정령초를 먹고는 나보고 이걸 잘 관리하라고 했거든. 여기 도착해서는 혼자 있겠다고 하더니 정령의 돌을 가지고와서 누나 입에 넣어줬어. 그리고 누나가 눈을 뜬거지.


- 내 입속엔 아무것도 없는데..


- 그럼 돌이 아니라 사탕인가?


갸우뚱하는 조제프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루리프는 꼭 안아주었다.


피붙이를 오랫만에 만나니 가슴 한켠이 뜨거워지면서 루리프는 자신도 모르는 따스한 기운이 자신과 조제프를 감싸는것을 느꼈다. 오빠가 무사할거라니 한시름을 놓아도 될거 같았다.


[흥! 틸리온 배가 좀 아프겠군.] 그렇게 낮게 중얼거리는 루리프의 눈에 붉은 불꽃이 스쳤다.


- 누나.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루리프는 말없이 조제프를 보았다.


-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니? 저들은 누군지도?


- 여긴 루니엔숲 입구에 있는거 같아. 그렇다고 들었거든. 여기있는 사람들은 다 룬과 관계가 있는거 같아. 나도 아까 도착해서 잘은 몰라.


- 그렇구나... 조제프 잘 들어. 이 누나외엔 아무도 믿지마. 알았지?


- 무슨 일이야?


- 나도 잘 몰라. 다만 누구도 믿어서는 안돼. 알았지?


- 그럼 불의정령도?


- 그래... 그 정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전까지는 이 누나외엔 아무도 믿지 말고,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 놓지마. 명심해!


- 알았어 누나.


- 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고 누나한테 얘기해줘. 아주 사소한거라도 알았지?


- 그래.. 누나.. 근데 누나.. 무섭다. 갑자기..


- 조제프. 로리엔과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 누굴 믿어야 할지 누나도 모르겠어... 그러니 그걸 알때까지만 누나가 한 말 명심해. 알았지?


조제프는 번개처럼 빨갛게 번득이는 루리프의 눈을 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대답은 했지만 눈동자 색이 이상하게 변하는 루리프를 그냥 놔둬도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 테리오... 오랫만이군.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들어 본거 같은 여인네의 낭랑한 목소리가 테리오를 불렀다.


- 모르는게 없는 여신님이시군요.


- 호홋~ 내가 아는게 좀 많긴 하지.


달의 여신이 그를 찾아왔다. 아주 오래전 로엔 골드문가의 불의아이들을 평정한 이후로 그녀가 일부러 찾아 온건 처음 이었다.


그것도 숨겨진 장소에...


- 여기까진 어쩐 일이신지...


- 아이가 깨어났으니 이제 슬슬 뭔가가 시작 될거 같아서 말이야. 경고 좀 해줄려고.


- 어떤?


- 잘 지켜봐야 할거야. 우리편인지 아닌지. 불의 아이가 어떻다는건 이미 알고 있잖아?


- 편을 나눠야 합니까?


- 그럴지도. 그나저나 여긴 언제 마련한거야?


- 오래됐죠.. 헬렌을 위해 부모님들이 만들어 두신 겁니다.


- 훗~ 헬렌을 그리워 하는군. 추방자인걸~


- 그 추방자의 아이를 축복해주셨죠.


여신은 아무런 말없이 테리오를 바라 보았다. 그녀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변덕스러움까지도...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는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게 그녀의 취미였다.


- 후회안해?


- 무엇을요?


- 그러게 나를 거절하니 요모양이지.


- 그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후회 안합니다...


- 훗! 그놈의 자존심. 마리엘은 잘 적응 하고 있나?


- 그런거 같습니다.


- 암튼 강심장이야. 마리엘을 아직도 맘에 품고 있는건 아니지?


- 이미 존재하지 않는데요..


- 그렇지. 잘 알고 있네. 마리엘은 내가 따로 쓸때가 있어서 말이야. 호호호~ 암튼 내가 한 말 명심해. 그리고 여긴 잘 지키도록해. 중요한 장소가 될지도 모르니까.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여신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테리오는 여신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모름지기 신들이 인간의 일에 관심을 보인다는건 앞으로 큰일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테리오는 앞으로의 상황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는 일들이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었고, 그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테리오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헬렌과 소통하기 위해서. 그의 여동생은 아마도 그에게 어떤 실마리를 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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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3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3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1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4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5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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