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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77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4.17 16:45
조회
150
추천
0
글자
6쪽

사랑을 배신하다(2)

DUMMY

아엘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있다.


반나절 사이에 싱싱했던 그녀는 퍼석거리는 먼지처럼 변했다.


왜? 멍하니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냐고 자신에게 소리쳐 보았지만 그 소리조차도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한차례의 의식을 치르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녀가 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는 마치 그녀가 없는 듯 행동했다.


그가 잡아준 손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팔을 둘렀던 허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넘겨주던 머리칼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먼지를 털어내던 옷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거울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영혼이 사라진 거처럼 보였다.


아엘은 어째서 자신이 그런 상황에서 꼼짝도 못 하고 그냥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에게 조르쥬는 그저 명목상의 남편일 뿐이었다. 그녀를 왕비로 만들어 준 남자. 그녀를 숭배하는 남자. 그녀밖에 모르는 남자.


그녀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남자. 그녀가 죽이려 했던 남자. 였었다.


그 남자가.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 남자가. 이렇게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는데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녀는 눈앞에서 그런 광경이 벌어지는걸 용납치 않았으리라.


다른 때 같았으면 그녀는 당장에 아버지에게 달려가 사실을 말하고 그들을 벌했을 텐데.


다른 때 같았으면. 다른 때 같았으면. 다른 때 같았으면...









갑자기 수치스러워졌다.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조르쥬와의 그 달콤했던 시간들이...


그의 눈빛, 그의 손길, 그의 신음 하나하나에 반응했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하지만. 또 그만큼 그 시간이 그리웠다...






그 여자.


조르쥬의 품안에서 헐떡이던 그 여자.


그녀의 절친이자 그녀의 시종이었다.


늘 항상 그녀 곁에서 그녀의 모든 걸 같이 공유하며, 그녀의 손발이 되어 모든 편의를 담당했던 바로 그 친구가 이제는 그녀의 남편도 공유해버렸다...


그럼에도 아엘은 그 모든 걸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생각이 멈췄으며, 마음이 사라진 거 같았다.


지금 거울속의 이 여자는 아엘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느끼지도 못하고,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화를 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아엘은 눈물만 흘렸다.


고갈된 영혼의 슬픔은 그렇게 소리 없이 그녀 곁에서 그녀에게로 스며들어갔다.






- 얘기 좀 해요...


용기를 내어 겨우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떼어 조르쥬를 찾아온 그녀였다.


그녀를 빤히 보고만 있는 그에게 그녀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움직여 겨우 소리를 내었다.


-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가. 나의 아내께서는?


차가운 웃음이었다. 늘 그녀를 바라보던 그 열의에 찬 눈빛이 차디차게 식어버려 얼음처럼 차갑고 따갑게 그녀에게 박혀왔다.


- 조르쥬...


겨우 이름만 불렀을 뿐이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는 물음에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지 몰랐다. 그저 그가 아무 말이나 해주길 바랬다.


- 나. 바쁜데.


저벅저벅 다가와 그녀 손에 입 맞추며 그가 말한다.


입도 떼기 전에 눈물부터 흘렀다.


제발...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흐느낌만 흘러나왔다.


- 이런. 이런... 충격이 크셨나? 아무렴 나만 할까..?


눈물로 범벅이 된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그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그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그녀의 입술 가까이 다가온 그의 눈빛이 비웃음으로 반짝이는걸...


그녀의 벌어진 입술을 스치듯 지나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서 울렸다.


- 아엘... 내 사랑... 넌. 내 사랑을 배신했어. 나를 죽이려 했지.. 나는 그걸 알면서도 너를 거부하지 못했고.. 네 손에 죽는걸 행복이라 여겼지. 이제 나는 그 조르쥬가 아니야. 죽음에서 살아왔거든...


그의 손끝이 그녀의 옆얼굴을 쓰다듬어 목덜미로 내려왔다. 그 손끝에도 그녀의 몸은 반응했다.


- 너는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할 거야.. 앞으로.. 쭉... 계속... 내가 널 어떻게 배신하는지 잘 봐 둬. 뭐.. 걱정은 마. 너처럼 죽이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 그러기엔 아깝잖아...?


귓가에서 사악하게 소곤대는 조르쥬의 입김에 그녀의 몸은 부르르 떨렸다.


그녀의 옆얼굴을 따라 손끝으로 훑어 내려오는 조르쥬의 손길에도 그녀의 몸은 떨렸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가슴선을 따라 내려오더니 그녀의 아랫배를 향해 서서히 내려왔다. 거추장스러운 옷깃들 사이로 느껴지는 그의 손길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그가 그녀의 굴곡 사이에 손을 대고 서서히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고 혀 끝으로 그녀의 귓볼부터 목덜미까지 미끄러지듯이 핥아 내렸다.





- 우..웃..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골에서 깊은 숨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얼굴을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똑.바.로.


- 원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순 있을 거야. 사랑 따윈.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괜찮겠지? 언제든! 나를 찾아와도 좋아. 하지만... 왕비로서의 품위는 지켜야겠지..?


말을 마친 조르쥬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의 입술에 대고 혀끝으로 그녀의 손끝을 살짝 훑어 내렸다.








그리고





싱긋.





또 그렇게 웃으며 그녀를 지나쳐 복도를 걸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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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1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9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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