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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6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04 15:13
조회
247
추천
2
글자
8쪽

방문객

DUMMY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색이 파랗다.


매일 보는 바다인데도 가끔 더 파랗게 보일 때가 있다. 오늘 보는 바다가 바로 그런 바다였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빛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배경을 가진 이 창을, 나는 좋아한다. 매일 매일 나는 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리움이 어느 정도는 삭혀졌기에 바다를 바라보는 버릇이 습관이 된지도 10년이 되었다. 이 방에 처음 들어오던 날은 키가 닿지도 않아서 의자를 놓고 의자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내가 떠나온 곳과 연결되어 있는 바다...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내 시선이 닿는 끝에서 내가 떠나온 나라가 보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 끝으로 빨려 들어가 내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갈 거 같았다...



나는 볼모다.

모두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그게 감시의 눈이라는 걸 나는 안다.

양국의 관계에 따라 나는 버려질 수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과 이곳에서의 시간이 같다.

아니 이곳에서의 시간이 더 길다...



아홉 살.

아직은 엄마품에 있을 나이에 나는 이곳으로 보내졌다.

양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나는 결국 두 나라 간의 힘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볼모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내 처지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울면서 보냈는지 모른다.

누구도 내게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왜 이곳으로 보내져야 만 했는지 누군가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이곳에서의 생활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은 나를 어리다고만 생각했지 사리분별을 할 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딸려온 이들은 유모와 신변 보호를 위한 호위 몇 명뿐이었다.



- 또 바다를 보고 계세요?


유모의 목소리가 들린다.


- 소식이 왔어요.


뒤돌아 보니 유모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 무슨 소식?


- 틸리온 경이 오셨어요~



틸리온.



- 직접 왔다고?


- 네~ 분명 좋은 소식일 거에요.


봄바람을 만난 듯 유모의 홍조 띤 얼굴이 흥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틸리온.

나를 이곳으로 보낸 자다.

그자가 이곳에 직접 왔다는 건 뭔가 알려지지 않은 계략이 있다는 뜻이다.

그걸 알만큼의 나이를 먹었다. 이곳에서...



- 알현을 끝내고 이곳으로 올 거래요. 좋으시죠?


들뜬 유모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가 직접 왔다는 건 내신상에 어떤 변화가 생긴 다는건데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감을 못 잡겠다.

유모는 그저 좋은 일일 거라 달뜬 기분이겠지만 나는 그간 돌아가는 정세를 살피고 있었으므로 이 방문이 썩 좋지만은 않다.



- 여~ 오늘 기분 좋아야 하는 거 아냐? 표정이 왜 이래?


룬의 흩어진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더더욱 헝클어져 보인다.

내가 이곳에 처음 도착한 날에도 룬의 머리는 헝클어진 채였다.

파란 눈이 개구지게 반짝였었다. 장난기 머금은 유독 붉은 입술이 환하게 웃음 지었던 그날의 룬의 표정 때문에 나는 낯선 곳에서 외롭지 않을 거 같은 위안을 느꼈다.


- 또 어딜 다녀오느라 머리가 그 모양이야?


- 하하~ 말 좀 타고 왔지. 바람이 너무 좋아서~


다른 날 같았으면 데려가지 않았다고 쫑알댔을 텐데, 오늘은 그냥 룬의 파란 눈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룬은 밝은 빛줄기 같은 사람이다.

어느 곳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존재.

그래서 룬이 나타나면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 반짝임에 전이되듯이 모두가 반짝반짝 웃음 짓는다.

그런 룬의 빛조차 설금설금 조이는 지금 내 마음에 위안이 되어주진 못했다.



- 왜 왔을까? 뭐 들은 얘기 없어?


- 글쎄? 나쁜 일은 아닐 거 같은데? 올해로 10년째니까 아무래도 네가 잘 있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네 어머님이 보내신 게 아닐까 싶은데.


-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을 거 같아.


- 걱정하는 게 뭔데?


- 글쎄...



룬에게 말은 안 했지만 짚이는 게 있었다.

내 나이 열아홉.

이쯤 되면 벌써 결혼 얘기가 열 번을 오갔을 터인데 그동안 어떤 이야기도 없었던 게 늘 맘에 걸리곤 했다.

게다가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가 결국은 양국의 결속을 위한 것이었으니 당연히 나는 이곳에서 짝을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와서 는 건 눈치밖에 없었으니까.



- 틸리온 경 오셨습니다.


열리는 문으로 틸리온의 모습이 보인다.

머리가 조금 희끗해진걸 빼고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변함없는 거 같다.

항상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던 그 모습 그대로 그가 걸어오고 있다.



- 공주님. 잘 자라셨군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랜만에 하는 인사치고는 굉장히 무례했다.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뜯어보는 그 눈길 때문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 틸리온 경. 이렇게 직접 찾아오다니 의외군요.

그가 내민 손을 살짝 맞잡고 인사치레를 하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내 반응을 미쳐 예상하지 못한 거 같다.


- 아. 예. 왕대비님께서 보내셔서 왔습니다.

대답하는 사이에도 그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았다. 그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 게 분명하다.



- 왕대비님은 잘 계신가요?

내 질문에 그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 왕대비님은 항상 공주님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 그러시기도 하시겠네요. 참으로.

룬과 유모의 눈이 나를 향해 똥그래진다. 마치 내가 폭탄 발언이라도 한 냥.

나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냈다. 나를 여긴 보낸 게 틸리온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어머니가 그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내겐 계속 상처로 남았다.

틸리온 경의 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조차 안된다.


- 서운하셨나 봅니다. 그간.

- 나이를 먹었지요. 그간.


룬이 재빨리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든다.

- 틸리온 경 멀리서 오셨는데 인사는 이쯤 하고 구경이나 하시죠? 얘기는 이따 저녁 만찬에 나눠도 될 거 같은데.

- 실례지만 누구신지.

- 이런! 내 소개를 안 했구만. 난 이 나라 서열 두 번째 왕자 룬이요.

룬을 쳐다보는 틸리온 경의 눈빛이 한순간 번뜩인다.

동시에 나를 곁눈질하는걸 나는 본다.

- 룬. 미안하지만 틸리온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오랜만에 고향 소식 좀 듣고 싶어.

뭔가 더 말하려다 말고 룬이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다들 저녁 만찬장에서 보자구요~


룬과 유모가 나가고 나와 틸리온만 남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틸리온은 입을 다물고 있다.

- 왜 왔는지 알려주세요.

최대한 감정을 배재했다고 생각하고 말을 건넸지만 틸리온의 눈빛은 내 맘을 읽어버린 거 같았다.

- 공주님.. 루리프님.. 이젠 어른이 다 되셨군요..

- ...

그가 지긋이 나를 본다.

내가 여태 들어온 틸리온경에 대한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닌데.. 나를 이 낯선 곳에 볼모로 보낸 사람 치고는 나를 대하는 말투가 나를 염려하는 말투여서 나는 당황스러워졌다.


- 공주님께서 잘 자라 주셔서 기쁩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공주님을 집접 뵙고 싶어서였습니다. 공주님께 무거운 짐을 드려야 될 거 같네요.

- 그게 무슨 말이에요?


틸리온은 아무 말없이 창밖으로 바다를 바라봤다.

그의 뒷모습이 갑자기 늙어버린 노인네처럼 구부정해 보인다.


-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틸리온이 돌아섰다.


- 루리프 공주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공주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틸리온의 말과 함께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여태 느껴졌던 따스한 바람이 아닌 한순간 몰아치는 칼바람이 창을 통해 내게로 불어왔다.


작가의말

처음으로 시작해 봅니다.

미흡하더라도 따뜻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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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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