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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38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5.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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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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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연결점

DUMMY

잘 정돈된 세련된 이미지의 도시 뮤리엔.

건물도 도로도 모두 반듯하고 웅장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활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 마치 유령들만 사는 도시 같았다.

가라앉은 분위기와 조용한 사람들.. 그래서 뭔가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도시로의 첫 여행이 무거운 분위기여서 꼬마왕자는 우울했다.

게다가 룬은 형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와 마리엘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원래 진득하지 못한 마리엘은 두 형제의 만남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런 마리엘을 혼자 버려둘 수 없어서 꼬마왕자는 마리엘을 따라 홀을 나왔다.



- 어디로 가려고요?


- 그냥 둘러보는 거야. 얘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우리가 있어봐야 소용없잖아? 필요하면 우릴 찾겠지.


- 그렇긴 하네요. 둘러보는 건 좋은데 분위기가 별로인 거 같아요.


- 그건 장례식을 치른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겁니다.


어느새 그들 뒤를 따라왔는지 카릴이라 불리던 남자가 불쑥 대답을 했다.


- 마르텔 왕과 헬렌 왕비님 장례를 동시에 치렀거든요.. 두 분이 같은 날 돌아가셨어요..


- 알렉 왕자님이 힘드셨겠네요..


조제프가 카릴의 말에 대답하자 카릴이 조제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 루리프님의 동생분이 맞습니까?


- 조제프 예요.


- 공주님 일은.. 죄송합니다.. 제가 잘...


카릴의 말은 유모의 등장으로 공중으로 흩어졌다.


- 조제프 왕자님? 정말 조제프님 맞으세요?


- 내가 조제프인데.. 누구세요?


- 저예요. 유모. 모두의 유모.. 공주님이랑 절 그렇게 놀리셨잖아요.. 아이고.. 우리 꼬마왕자님이 이렇게 크셨다니..


유모는 넉넉한 체격에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조제프를 바라보며 대견한 듯 눈물을 흘렸다.


- 미안해 유모. 잘 생각은 안 나지만 유모가 기억나기는 하네.


- 잘 계셨어요? 왕비님도 조르쥬 왕자님도 모두 잘 계시죠?


- 그럼.. 형은 이제 로리엔 왕이 되었는걸.


- 아아.. 그렇지 참. 조제프 왕자님.. 우리 공주님이.. 루리프님이.. 흑흑..


유모는 조제프에게 루리프의 이야기를 하려니 참았던 눈물이 또다시 흘렀다.


- 유모. 누나는 살아있어. 죽지 않았어.


- 정말이에요? 우리 공주님이 살아 계세요?


- 응. 누나랑 같이 있다 왔는걸.


- 아이고! 거 봐요!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우리 공주님 살아 계실 줄 알았어!


- 공주님이 살아계신다고요?


카릴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 누난 죽지 않았어요. 거의 죽을뻔했지만 여기 마리엘이 살려냈어요.


유모와 카릴의 눈이 마리엘을 향했다.


- 마리엘은 달의 정령이에요. 불의 정령과 마리엘이 누나를 살려냈어.


조제프가 설명을 해도 카릴과 유모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제프는 그 둘을 앉혀놓고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세세하게 해주었다.





- 루리프가 살아 있다고?


- 놀랐지?


- 어떻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알렉이 되묻고 있었다.


룬은 알렉에게 꿈속에서 루리프를 만난 이야기부터 뮤리엔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아아.. 살아있었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 형. 루리프에 대한 마음이 그 정도였어? 형 이런 모습 태어나서 처음 보는데?


놀리는 듯한 표정의 룬을 바라보며 알렉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 루리프가 뭐냐. 건방진 녀석아! 형수님이라고 해야지!


- 하하. 형수님. 나중에 생각 좀 해보고~



자기감정을 숨겨야만 했던 시절 내내 알렉은 룬과 이렇게 친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했었다.

오늘 이렇듯 아무도 의식하지 않은 채 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간이 마치 꿈만 같아서 꿈이라면 알렉은 깨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루리프가 살아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까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었다.



- 근데 왜 같이 오지 않은 거야? 루리프는 지금 어디 있어?


- 형이 알아야 될 사실이 있어.


룬을 쳐다보는 알렉의 깊었던 눈빛이 전보다 더욱 깊어져 있었다. 룬은 그 눈빛 속에서 많은 상실감들을 보았다.


- 형.. 루리프를 죽이려고 한건 칼멘이었대. 칼멘이 마나프로 루리프를 찌르면서 형이 시킨 거라고 했대.


- 내가? 루리프가 그걸 믿어?


- 응. 그것 때문에 루리프가 많이 변했어..


- 변했다니 어떻게?


- 형. 혹시 불의 아이라고 들어봤어?


알렉은 얼마 전 유모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유모가 자신을 위로하느라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 루리프는 불의 아이가 됐어. 모습도 변했어. 머리도 붉은 머리로 변하고 눈빛도 가끔 이상해져.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면 불의 아이가 돼버려.


- 지금 어디 있는데? 내가 가서 데려와야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알렉을 룬은 잡아당겨 다시 앉혔다.


- 그렇게 움직일 때가 아니야. 칼멘은 잡아놨어?


- 사라졌어. 아버지가 칼멘을 지적하고 돌아가셨어. 그래서 바로 달려갔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테리오는 칼멘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거라고 했어. 단지 형에 대한 질투로 그런 건 아닌 거 같대.


알렉은 룬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칼멘이 자기 외에 누군가와 내통했다면 그게 누굴까?



- 칼멘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알렉은 칼멘을 만나던 날을 회상했다.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들려온 외침을 들었다. 고통스러운 앙칼진 목소리를 따라 간 그곳에 웬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땅에 쓰러져 있었다.

상처를 입은 독기 서린 눈빛에 알렉은 매료되었다. 물론 칼멘의 외모가 범상치 않았던 점도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던 그 모습이 어린 알렉의 마음에 강하게 자리 잡은 건 사실이었다.

누군지 확실하지 않은 신분의 여자를 곁에 둔다고 카릴은 못마땅해했지만 한창때의 알렉은 칼멘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누가 뭐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알렉에게 칼멘은 엄마처럼, 누나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칼멘은 알렉의 첫 여자가 되었다. 잠시라도 칼멘이 곁에 없으면 불안했다. 칼멘에 대한 금단현상까지 겪으며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꿈은 깨고 나면 별거 없었다.

달콤함이 사라진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생기면서 알렉은 칼멘이 자신을 조정하려 한다는 걸 간파했다.

어린 소년의 눈에 칼멘은 여신이나 다름없었지만 남자가 된 알렉의 눈에 칼멘은 제멋대로이고, 자기 머리 꼭대기에서 자신을 조정하려는 욕심 많은 여자일 뿐이었다. 그런 칼멘을 내치지 못한 건 그놈의 첫정 때문이었다. 그가 아는 여자의 모든 것은 칼멘을 통한 거였다. 딱히 눈에 띄는 여자도 없었지만 자신과 모든 걸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 있는 여자는 칼멘뿐이었다.

그런 칼멘의 욕심이라고는 자기와 결혼해서 뮤리엔의 왕비가 되는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건 그가 그녀에게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칼멘은 왕비로서의 자질은 없는 여자였다. 재미있고, 활기차고, 전사로서의 실력도 상당했지만 자기와 다른 면에서 나라를 다스려야 하는 왕비의 자격을 갖추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루리프와 결혼을 앞두고 알렉이 걱정한 건 칼멘의 질투심이었다. 그래서 사고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의심했던 게 칼멘이었다. 하지만 칼멘은 자기 몸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열에 들떠 있었다.



- 나도 제일 먼저 칼멘을 의심했었지만 그때 칼멘은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어. 근데 어떻게 루리프를 죽이려고 했을까?


- 글쎄. 아마도 루리프를 찌르고 나서 두려움에 열이 난 게 아닐까? 아님 루리프의 몸에서 열을 받은 건지도 모르고.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칼멘이 어떤 사람이냐는 거야. 출신. 가까웠던 사람. 가족관계 등등. 형이 아는걸 모두 말해봐.


- 칼멘은 도리엔에서 사냥하다 만났는데. 누군가에게 맞고 땅에 쓰러져있었어. 살려달란 소리에 가보니 혼자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었지. 카릴이 말렸지만 나는 칼멘을 그냥 버리고 올 수 없었어.


- 그럼 어디 출신인지도 확인 안 했단 소리야?


알렉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때 그 어린 소년은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까.. 어떤 의심도 하지 못하는 소년이었으니까..


- 그 이후로도 칼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 알아본 거야?


- 그러고 싶지 않았어..


- 그랬겠지.. 형은 칼멘에게 푹 빠져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칼멘에 대해 알아보는 것부터 해야겠어. 무슨 정보가 있어야 상황을 맞춰 볼 거 아냐.


- 그래. 카릴한테 알아보라 해야겠다.



- 칼멘은 도리엔인이 아닙니다.


알렉의 호출을 받고 칼멘에 대한 정보를 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카릴이 대답했다.


- 그건 어떻게 알았지?


알렉의 물음에 카릴은 싱긋 미소 지었다.


- 제가 그 정도도 안 알아보고 칼멘을 곁에 두었겠습니까? 칼멘은 고아로 자란 거 같습니다. 이곳에 정착한 이후로 누군가와 따로 연락을 하거나 뮤리엔 밖을 나간 적은 없습니다. 다 같이 도리엔에 간 경우만 빼고는. 왕자님 몰래 알아보았지만 딱히 칼멘을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게 제일 찜찜한 거였습니다. 아무 곳에도 흔적이 없다는 게..


- 그랬군..


- 혹시 틸리온과 연결점은 없을까요?


룬이 물었다.


- 틸리온 경이 이곳에 있을 때도 칼멘과는 전혀 소통이 없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 같지는 않았고요.


- 그럼. 도대체 왜 칼멘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이유가 뭐지?


룬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룬의 질문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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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6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3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3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3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1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6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7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4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6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5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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