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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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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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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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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83

작성
16.02.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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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작된 감정

DUMMY

# 시작된 감정





- 일주일 남았습니다. 마음은 정하신 거라고 믿고 있겠습니다. 한 나라의 공주는 자신보다는 왕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틸리온경의 감정 없는 목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그럼에도 나는 딱히 내 마음을 모르겠다. 나는 알렉과 룬. 두 사람에 대해 그저 형제의 정을 느낄 뿐 그들을 남자로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랬었다. 틸리온경이 오고 그 만찬장에서의 발언이 있기 전까진... 그날은 내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날이다. 내 남자 형제들 대신이었던 룬의 마음을 알아버렸고, 생각지도 못한 알렉의 키스를 받아버렸다.


그리고 내 결혼식은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알렉과 룬은 대치 상태에 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룬과 알렉이 대치해선 안된다. 룬을 알렉과 맞서게 해서는 안된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본능으로 알고 있다. 룬은 절대 알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 룬이 나 때문에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룬을 위해서도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 했습니다만.. 로리엔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왕께서 이젠 거동도 불편하다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에겐 알렉 왕자가 필요합니다..


- 알겠어요..


어차피 내게 사랑 따윈 사치다. 나는 일국에 공주로서 그 본분을 다할 뿐이다. 마음을 먹었음에도 두려움이 가시질 않는다. 내게 알렉은 너무 벅찬 상대다.


- 알렉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줄까요?


- 그렇진 않겠지요.. 그래도 로리엔을 져버리진 못할 겁니다. 그에게도 로리엔은 중요하니까요.


- 내가.. 알렉을 잘 상대할 수 있을까요..?


- 공주님에겐 아버님의 지략과 어머님의 지혜가 있으십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공주님은 알렉 왕자님과 잘 지내실겁니다..


- 룬은.. 룬은 어쩌죠?


- 항상 좀 더 큰 것을 택하십시오. 그게 왕가에서 태어난 이들의 운명입니다.





막힘없는 틸리온의 대답이 야속했다. 그럼에도 그게 맞는 말이라는 걸 안다. 오늘 밤 내가 결정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내 결정이 옳은 것이기를...



- 어서 오너라.


마르텔 왕은 둘째 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린애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룬은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다. 오늘따라 룬은 더 남자다워 보였다.


- 마음은 좀 진정이 되었느냐?


말없이 그를 쳐다보는 룬의 눈빛에 대답이 있었다. 알렉과 룬이라.. 왕은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져 왔다. 너무나 다른 두 아들. 지금껏 별 탈 없이 잘 자라 주었는데.. 여자 때문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 룬. 내 아들. 네 감정은 이해한다만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일이다. 네가 정치를 몰라서 그렇겠지만 로리엔은 지금 힘든 상황에 있다. 루리프가 이곳에 보내졌을 때 이후로 로리엔은 달라진 게 없다.


알렉과의 결혼이 로리엔에 방패막이가 될 게야. 그러니 네 맘을 접거라. 그게 루리프를 진정 위하는 길이야.


- 뮤리엔과 로리엔이 결혼으로 인해 서로의 방패가 되어준다면 알렉보다는 제가 로리엔에 더 적합한 사윗감입니다.


- 그게 무슨 소리냐?


- 제가 정치를 모른다 하셨나요? 로리엔은 선왕의 죽음 이후 왕대비의 섭정으로 국력이 약해졌지요. 게다가 선왕을 죽음으로 몬 자들이 로리엔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리프를

우리에게 보내서 견제를 한 거겠지요. 그래서 제가 루리프와 결혼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루리프가 여기 있는 한 로리엔은 늘 바람 앞에 등불일 테니까요. 알렉은 뮤리엔을 떠날 수 없지만 전 루리프와 결혼해서 로리엔으로 떠날 겁니다.

제가 그곳에 있게 되면 로리엔을 넘보는 이들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요.


- 네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 뮤리엔이 형꺼라는걸 압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맞는 본분을 다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게 정치와 무관해 보였다면 제 본분을 다한 거겠지요.




마르텔 왕은 자신의 둘째 아들이 이렇게 성장한 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왜 여태껏 룬에 대해서 마냥 어린애로 치부해버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룬의 말이 틀렸다는 걸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루리프와 알렉이 결혼으로 맺어진다 해도 그곳에 살지 않는 한 로리엔은 언제든 먹잇감을 노리는 이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었다. 이미 선왕을 죽였고, 지금 있는 왕도 그리 건강치 못하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쩜 룬과 루리프가 결혼해서 함께 로리엔에 정착한다면 로리엔은 자연 뮤리엔에 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 형을 설득해주세요. 형은 루리프에겐 별 관심이 없으니 아버님께서 잘 설득하시면 루리프와의 결혼을 포기할 겁니다.


왕의 얼굴에 수심이 짙어졌다. 분명 룬의 얘기는 솔깃했다. 하지만 알렉은 왕도 상대하기 버거웠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이미 성장해버린 알렉에게 왕은 압도당하고 있었다.






-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왕께서는 하나만 아시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쉽사리 찬성하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의 말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 루리프와 전 이미 결혼하기로 되어있는 몸입니다. 이미 공표까지 한 일이고 결혼식은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룬과 루리프를 결혼시키겠다는 건 절 내치 신단 뜻도 됩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요?


- 무슨 그런 말을! 그런 뜻이 아니지 않느냐!


- 아버지께서 룬을 아끼시는 건 알겠지만 룬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그건 저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개인이 아닌 나라를 생각해야 하는 왕자로서의 자질도 의심스럽군요.


알렉의 말에 왕은 섬뜩해졌다. 성장한 아들에 대한 뿌듯함으로 앞뒤 생각을 못한 건 왕의 불찰이었다.


- 네 말이 맞구나. 내 룬을 잘 타일러 보마..





[이제부터 시작인 건가...]


돌아 나오는 알렉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룻사이에 모든 관계가 엉켜버렸다. 룬의 반응도 예상 밖이었다. 룬이 이런 식으로 도전해 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린 동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도 어엿한 성인 대열에 낀 모양이었다. 룬 때문에 마음에 걸렸던 일들을 이젠 룬 때문에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일이란 아이러니하다. 참으로..


룬을 이기려면 루리프를 차지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먼저 차지하는 자가 모든 걸 가질 테니...


늘 가던 곳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예전엔 늘 비어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공유하는 이가 생겨버렸다. 아마도 그와 같은 이유로 그녀도 그곳을 찾았을 것이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가 뒤돌아본다. 그리고 멈칫거린다. 알렉은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그가 좋아하는 곳. 그가 안식을 얻던 그곳에 그녀는 썩 잘 어울렸다.








- 이곳은 어떻게..


- 내 비밀장소인데. 우린 비밀장소도 공유하는 사이군.


그가 씩 웃는다. 알렉은 나에겐 늘 커다란 사람이었다. 늘 닿지 않는 사람이었고, 늘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를 두려워했었나 보다. 오늘 알렉은 그런 편견들을 모두 날려버릴 거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 자주 오셨나 봐요?


- 어머니 돌아가시고..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 철들기까지...


그의 시선이 먼 곳을 본다. 그도 나처럼 이곳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이곳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여기서 고달픔을 달래고, 여기서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 사람 시선 피하는덴 여기만 한 데가 없지. 여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 그냥.. 걸었어요. 무작정. 생각에 빠져있었던 거 같아요. 가끔 그럴 때가 있거든요. 몸이 저절로 움직인 거죠.. 정신이 들었을 땐 궁에서 꽤 멀리 왔고, 다리도 아팠어요.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파도도 잔잔하고, 무엇보다 여기 이 동굴이 아늑해서 좋았어요.. 엄마가 보고 싶거나, 너무 외로워도 여길 왔죠..


- 나랑 같네.


그의 너무 선한 대답에 나도 모르게 그를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날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의 알렉과 지금의 알렉은 너무 다르다.


그가 다가왔다. 아직 남아있는 입술의 상처를 손끝으로 어루만진다. 그 손길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피하지도 못했다.







- 상처 줘서.. 미안해...


이런 사람이었던가? 알렉이란 사람이? 오늘 그는 평소와 너무 다르다. 마치 내 앞에 알렉이 아닌 룬이 있는 거 같다. 허점을 찌르는 듯한 그의 행동 때문에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상처를 어루만지던 그의 손끝이 턱끝에 닿아 살짝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날 일이 악몽처럼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냥 닿기만 했을 뿐인데 내 몸은 덜덜 떨려왔다. 다른 팔로 그가 내 몸을 감아왔다. 너무 다정하게 다가와서 내 몸이 그에게 닿았는지도 몰랐다.


그때와는 다르게 내 몸이 떨렸다. 두려움이 아닌 설레임으로. 그때와 다르게 내 심장이 뛴다. 공포가 아닌 야릇한 흥분이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의 입술이 다정하게 움직인다.


그 다정한 입술의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정신이 아득해왔다. 그때와는 다른 기분으로 숨이 막혀왔다...


- 키스만 하면 기절하는 게 취민가 보군.


그의 눈이 웃고 있었다.


- 이걸 우리 첫 키스로 하자. 다음엔 키스로만 끝나진 않겠지만. 하하~


그가 소리 내어 웃는다. 그렇게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나는 그를 알고 처음 보았다.


바닷바람이 내 입술을 살짝 스쳐갔다. 알렉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는 내 귓가를 스쳐갔다.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알렉의 건장한 몸은 내 눈빛을 스치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감정 하나가 내 온몸을 샅샅이 훑어 내려가는 중이었다. 햇살에 눈부신 그가 나를 안고 웃고 있다. 이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게 사라진 느낌이다.


방금 전 그 키스가 어떤 마법을 부린 거 같다. 내가 알던 세상에서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나를 데려온 거 같다.



그날. 그시간.


내가 익히 알고 있지만,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에 나는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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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3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1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3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1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 시작된 감정 16.02.08 191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9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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