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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4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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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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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루니엔

DUMMY

국경이 가까워지면서 날은 더 어슴프레해졌다. 쉴새없이 말을 달렸기에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거 같았다. 하지만 경계쯤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감각을 잃어 버린거 같다. 계속 같은 장소를 맴도는 느낌에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밤이 되기전에 루니엔의 입구를 찾아야 하는데 가도가도 숲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금해질 수록 길은 더욱더 헤매게 되는거 같았다. 말고삐를 잡고서 그는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기로 했다. 밤새 헤맬 수는 없었다. 한시가 급한 시국이기에...


한 손으로 말고삐를 쥐고 말 안장에 앉아 마음을 고르기란 쉽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달려온 길이기에 그도 말도 지친 상태였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눈을 감고 크게 세번 심호흡을 한뒤 마음을 가라앉혔다. 주위는 고요했다. 거친 말의 숨소리 조차 조용해졌다. 그도 말도 지치게 달려온 시간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정신이 맑아지고 거칠게 뛰던 심장도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의 마음도 차분해졌다. 말도 쉭쉭 거리는 소리가 없는거 보니 그처럼 진정이 되었나 보다. 다시금 루니엔의 입구를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그는 서서히 눈을 떴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캄캄한 어둠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어둠이 눈에 익어가자 푸르른 빛을 머금고 있는 커다란 숲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어서 자칫 못 볼뻔 했다. 빽빽한 숲이 눈앞에서 그를 맞이 하고 있었다. 근처를 그렇게 맴돌았는데도 보이지 않았던 숲이었다. 마치 푸르스름한 보호막이 둘러 쳐진듯 숲은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틈새없는 숲속으로 자그마한 입구가 눈에 띈다. 아치형의 나무가 입구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감추고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숲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겼다.


그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던 말의 몸이 절반도 숲길로 들어가기전에 그는 무슨 소리를 들은거 같았다. 고요함 속에서 들린 살짝 스치는듯한 소리에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온 몸의 신경이 소리에 몰려 있었다. 말조차도 긴장이 되는지 숨을 죽이고 있는거 같았다.


- 추방자 새끼네.


- 듣겠어.


- 들으면 알까? 킥킥..


그 말을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눈앞에 두 마리의 말이 나타났다. 양쪽에서 소리없이 나타난 눈처럼 하얀 말등 위엔 긴 머리가 허리께까지 내려오고, 은색 머리띠를 하고 온몸에서 푸른빛을 띠는 장신의 두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 여긴 네가 올곳이 못되는데?


- 나를 아십니까?


- 네 어미를 알지. 큭~


둘 중 좀더 짓굿어 보이는 말투가 곱지 않은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 루니엔엔 무슨 볼일로 왔느냐?


말없이 지켜보던 다른 남자가 역시나 마땅찮은 목소리로 묻는다.


- 도움을 청 할 일이 있어서...


- 뭘 모르는 애송이로군.


거친 말투의 남자가 또 비꼬듯이 말한다.


- 넌 여기서 한 발짝도 더 들어 갈 수 없다.


- 어째서죠?


- 추방자의 자식이니까.


- 그럼 내가 누군지 안다는 소리군.


- 알지. 큭~


- 난 뮤리엔의 왕자 룬이다. 왕에게 나를 데려가라.


- 어디서 건방지게!


거친 말투의 남자가 달려들려는 찰나에 옆의 남자가 그를 제지했다. 그는 눈짓으로 그 남자에게 뭐라 지시를 했고, 거친 말투의 남자는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룬을 째려보고 나서 숲길로 사라졌다.



한참을 지나도록 그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룬을 쳐다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루니엔족의 남자를 가까이서 본건 처음이었다.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던 모습을 떠올려 보려했지만 그저 낯설뿐이었다. 그들 몸에서 나는 은은한 빛이 익숙해서 조금 안도가 되긴 했지만 말없이 미동조차 없이 빤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눈빛에 룬은 서서히 주눅들어갔다. 룬은 어디 내놔도 빠지는 키는 아니었지만 루니엔족 남자들은 훨씬 컸다. 게다가 그들이 타고 있는 말도 범상치는 않다. 주인과 같이 미동도 없이 그렇게 서 있는 말은 처음본다. 마치 그림앞에 서 있는 착각이 들때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눈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아까 두 사람보다는 신분이 있는 사람인지 은빛 머리띠가 좀더 선명하게 빛나고 가운데서 날렵한 뿔장식이 위로 뻗어 있었다. 그의 모든게 은빛으로 빛이났다. 그가 탄 말에서도 희미한 빛이 나는거 같았다. 그는 말없이 한동안 룬을 쳐다 보고만 있었다. 말투가 거친 남자조차도 이번에는 아무 말도 건네지 않는다.



- 왜 왔느냐?


왜 왔냐고 묻는 남자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그럼에도 룬은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왠지 모를 친근함에 룬은 대담하게 질문을 던졌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를 하기는 싫었다.


- 질문은 내가 한다. 왜 왔지?


표정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아까 보다는 목소리가 조금 더 강압적으로 들렸다. 룬은 잠시 생각했다. 입구에서 부터 제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들은 내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말한 추방자란 말이 맘에 걸렸다. 잠시 가늠을 해보던 룬은 솔직해지기로 했다.


-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 잘 못 찾아왔다. 여기엔 널 도와줄 이가 없다.


- 누구신지 다시 한번 여쭤봐도 될까요? 난 뮤리엔의 왕자이고, 왕족인 이상 그에 걸맞는 대접을 원합니다.


- 크크..


말투가 거친 남자가 다시금 킥킥거리고 웃는다.


- 내가 누구냐고? 내가. 누군거 같으냐?


룬은 잠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느낌의 그 모습에서 언뜻 연상되는게 있었다.


- 헬렌왕비님. 우리 어머니를 아십니까?


- 내 여동생이다.


표정 한번 바뀌지 않고 그가 말했다.


- 추방시킨.


- 그럼.. 제겐 삼촌. 외삼촌이 되시는 군요.


- 아니. 추방자는 루니엔족이 아니다.


싸늘한 답변이었다. 이래선 여기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거 같았다.


- 절 좀 도와주세요..


- 넌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시간낭비하지 말고 돌아가거라.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텐데.


살짝 표정이 변한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을 할때. 룬은 이들이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아는지 궁금했다.


- 제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건 어떻게 아셨죠?


그는 말없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감더니 우아한 동작으로 오른팔로 아래에서 위쪽으로 반원을 그렸다. 그와 동시에 룬은 투명한 막이 주위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더니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 그 남자와 룬 사이에 드리워진 투명한 막때문에 소리의 전달이 느려지며 목소리가 웅웅 거렸다.


- 네 어미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들리느냐? 물론 넌 듣지 못하겠지. 네 어민 루니엔족이 되는걸 포기하고 추방자가 되어 인간을 따라 떠났다. 네 어미는 자신만을 생각했지. 추방자의 가족들이란 오명으로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가족들은 안중에도 없이. 너도 같다. 네 사랑을 위해 네 가족을 져버리려는 짓거리를 도와달라니.


- 가족을 져버리는 짓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 네 형의 아내가 될 운명을 가진 아이다. 그 아이를 네가 탐하게 되면 너와 네형은 어떻게 될까?


- 알렉의 아내가 될 운명을 가졌다고요...


- 어리석은 놈. 네가 사랑하는것처럼 그 아이도 널 사랑하느냐?


룬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운명이란 단어와 널 사랑하냐는 말이 머릿속을 뱅뱅 거리며 룬을 괴롭혔다.


한번도 루리프의 마음을 물어보지 못했다. 그날 저녁만찬 이후로 무조건 루리프에게 나를 믿고, 나를 따라와 달라고 했을때 루리프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를 생각하려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 저 아이를 숲밖으로 안내해라.


말을 마친 남자는 돌아섰다. 그의 말은 소리없이 움직였다. 말굽 소리도 없이 우아한 자태로 말은 달렸다. 아니 걸었다. 말은 소리없이 걸었다. 한번 말굽을 뗄때 마다 거리는 몇미터씩 멀어졌다. 그렇게 가던 그 남자가 잠시 멈추더니 룬에게 말했다.


- 너에겐 나약한 인간의 피와 루니엔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 루니엔의 피가 너에게 힘이 될지도 모르지.


말을 마친 그 남자는 다시 멀어져 갔다. 점점 작아지는 은은한 빛만이 그들이 멀어지고 있음을 알려 줄 뿐이었다. 그렇게 그가 멀어지는걸 바라보다 은은한 빛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룬은 어느새 숲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 앞에는 은은한 푸른빛을 띤 울창한 숲이 있었다. 아까 보았던 아치형 나무는 이젠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룬은 되돌아 섰다. 다시금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 걷다가 룬은 뒤를 돌아봤다. 그가 봤던 숲은 이제 없었다. 마치 어둠속으로 잠겨버린거 같았다. 달빛도 사라진 밤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나마 룬의 몸에서 나는 빛이 있어 위로가 되었다. 룬은 울고 싶었다. 맥이 풀려버린 다리는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흐느적거렸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룬은 아까 그 남자가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가 했던 그 동작을 룬은 되풀이 했다. 고개를 뮤리엔쪽으로 돌리고 눈을 감고 팔은 우아하게 반원을 그리면서 그는 간절하게 어머니를 불렀다. 하지만 아까 느꼈던 그 느낌은 오지 않았다. 웅웅 거리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네겐 루니엔의 피도 흐르고 있다.]


그 말에 룬은 용기를 냈다. 지금은 루니엔의 피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 였다. 그는 동작을 되풀이 하며 간절함으로 어미를 불렀다. 세상 그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해도 어머니만은 그가 지옥에서 외치는 소리도 들어줄거라는 믿음으로 그는 간절히 어머니를 불렀다. 어딘가에서 사라졌던 달이 희미하지만 나타났다. 힘없는 초승달이 희미한 빛을 비추자 마자 룬의 몸은 달빛에 이끌려 한껏 당겨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 내아들. 나의 룬. 이 애미 목소리가 들리느냐.. 룬.. 룬아..


- 어머니..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어머니...


- 오! 룬. 네가 내 기도를 듣다니.. 룬아..


- 어머니.. 저는 이제 어떻하죠?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룬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리고 간신히 이어진 어머니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애타게 찾으며 룬은 그대로 쓰러졌다. 어둠이 다시 그를 감쌌다. 그대로 그렇게 어둠속에 잠기고 싶었다. 룬의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자신이 루리프를 사랑하는만큼 루리프도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는 헛된꿈을 꾸는거 같았다. 그가 어릴때부터 꿨던 혼자만의 꿈... 그걸 루리프에게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루리프의 얼굴이 점점 사라지면서 룬은 암흑속으로 점점 침잠해들어갔다. 겨우 비추던 달빛도 룬과함께 어둠속으로 침잠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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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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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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