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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1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3.27 01:10
조회
143
추천
1
글자
9쪽

사랑을 배신하다

DUMMY

화창한 날씨였다.


날씨처럼 환한 표정의 그는 옷매무새에 신경을 썼다. 병상에서 일어난 첫날이다.


거울 앞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전보다 훨씬 활기차 보이는 얼굴빛에 윤기 흐르는 붉은 입술이 그를 더 생기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후 몸의 기운은 그 전보다 훨씬 좋아진 거 같았다. 어깨도 더 넓어진 거 같고, 키도 더 커진거 같고, 뭔지 모르지만 자신의 달라진 모습이 그는 싫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긴 게 그는 제일 맘에 들었다.


그동안의 자신은 그저 어린애였을 뿐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 속 남자가 자신이 맞는지 그는 거울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발걸음도 가볍게 그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그의 아내 아엘이었다.

그를 보는 아엘의 놀라는 표정을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이제껏 그를 가지고 놀았다면 이제는 그의 차례였다.

아엘은 그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도 떼지 못했다.



- 아엘? 한참 찾았다오. 아름다운 나의 아내..


조르쥬는 늘 그랬듯 아엘을 향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우아한 동작으로 그녀의 손에 입맞춤을 하며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수줍고, 여리고, 혼자만 애태우던 소년 조르쥬는 사라졌다. 유들하고, 자신감 넘치고,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진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아엘은 조르쥬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 낯 섬이 그녀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았던 그녀의 심장이 쿵. 하는 소리를 질렀다. 귀찮게만 느껴지던 그의 뻔한 찬사가 오늘은 다르게 들렸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이 그녀의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흘렀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하게 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아엘은 그의 그 변한 모습이 싫지 않았다.


- 어머! 이렇게 일어나셔도 되는 건가요?


- 보시다시피.


우아하고 경쾌한 동작으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보는 조르쥬의 모습은 병상에 누워있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 오랜만에 느끼고 싶군...


은근한 눈빛을 흘리며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이는 조르쥬의 목소리에 아엘의 깊은 곳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 호호.. 아직.. 이르지 않을까요...?


낮게 소곤거리는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조르쥬는 다시 한번 속삭였다.


- 그럴 리가.. 그동안의 시간을 만회해야지..


그 한마디에 벌써 그녀의 눈빛이 풀렸다. 조르쥬는 그녀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살며시 그녀를 이끌어 그들만의 보금자리로 향하는 그를 따라나서는 아엘의 몸이 활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것도 놓치지 않았다.



무작정 그녀를 바라만 보았을 땐 그는 사랑도 저돌적으로 해치웠다. 무조건 힘 있게, 빠르게, 양으로 승부했다.


그는 그게 여자를 만족시키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만의 착각이었다.


여자를 몰랐던 그는 아엘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걸 병상에서 알게 되었다.


죽어가는 그의 옆에서 그가 죽기만을 바라며 아엘은 그녀의 측근들과 많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눴다. 잠깐잠깐 의식이 돌아올 때마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새겨 넣었다. 이렇게 써먹을 날이 생길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무료한 여자들의 수다가 어떤 건지 그는 사경을 헤매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전처럼 속전속결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성급한 아엘의 애간장이 녹아들어가는 걸 보는 것도 전희의 재미였다.


살짝살짝, 한 가지씩 한 가지씩, 한 부분, 한 부분, 그녀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 보아도 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허리가 들썩이고, 숨을 헐떡이며, 자지러지는 신음소리가 방안 가득 울리고, 그의 몸을 끌어당기며 애를 태우는 아엘을 보는 즐거움을 실컷 누린뒤에야 그는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오.. 아아..


그는 아엘의 움직임, 표정, 신음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그녀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지는 모습으로 널브러진 다음에도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그녀가 잠든 것을 보고 그는 날렵하게 갖춰 입고 신하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 루리프의 소식은?


- 아직.. 없습니다..


틸리온은 조르쥬의 달라진 모습에 뒤통수를 맞은 표정으로 떨떠름해했다.


- 경의 소임은 루리프를 결혼시켜서 데려오는 게 아니었소?


- 그랬습니다. 하지만..


- 찾아 오시오!


- 폐하.. 이미 시일이 꽤 지났고, 뮤리엔에서도 연락이 없는 바...


- 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아오던지!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조르쥬와 눈 마주치는 걸 피하고 있었다.


- 내 말이 틀렸나?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럼 시체라도 가져오라는 말이 틀린 거요? 십 년간 볼모로 잡혀있던 아이인데 죽었다면 마땅히 로리엔에 묻어줘야 옳은 거 아니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경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군.


아무도 왕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 틸리온 경! 경이 책임지고 루리프를 찾아오던지. 그 애가 죽었다면 시체라도 찾아 오시오! 그 애를 찾을 때까지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그 말에 틸리온이 고개를 들어 왕을 쳐다보았다.


그의 왕은 오만한 웃음을 띠며 여유롭게 왕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앉은 모양새가 전과 달랐다.


항상 주눅 들어있던 왕이 오늘은 유난히도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피하지도 않았다. 틸리온은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다 죽어가던 게 다시 살아나서는 왕 노릇 하는 꼴이 보기 싫었다. 원래 대로라면 저 자리엔 벌써 자신이 앉아 있어야 했다.


지금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자신이어야 했다!






- 틸리온 경. 할 말이 있소? 내 명령에 항명이라도 하겠다는 눈빛이군.


거침없는 왕의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다들 달라진 왕의 모습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라서 서로 눈치만 보면서 틸리온 쪽을 힐끔거렸다.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해서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 알아 들었으면 바로 떠나시오!


칼 같은 명령을 남기고 조르쥬는 자리를 떴다.


왕의 경쾌한 발걸음이 점점 멀어질 때까지 틸리온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지 그는 그걸 알아내야 했다. 조르쥬가 저렇게 말짱한 게 누구 탓인지 알아내야 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걸 꾹 참아냈다.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우롱하는 거 같았지만 그 또한 이겨내리라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미 판은 벌어졌다.


인내하는 자만이 이기는 법이다!







##





눈을 뜬 아엘은 온몸의 생기를 기지개를 켜며 느꼈다. 꿈을 꾼 거 같았다. 꿈속에서 나눈 사랑이 그녀를 변화시켰다고 믿었다. 하지만 침대가 엉크러져 있고, 자신의 옷이 여기저기 나부껴있는걸 보고는 그녀는 그게 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신세계를 맛 본 느낌이었다. 앞으로의 밤이 매일 그럴 거라 생각하니 다시금 그녀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옆에 없었다. 그녀는 매무새를 다듬고 방을 나와 그녀의 남편을 찾기 시작했다.



- 왕께서는 알현장을 나오셔서 뒷 정원 쪽으로 가셨습니다.


시종 하나가 그녀에게 고했다.


그녀의 나는 듯 가벼운 발걸음이 뒤뜰로 향했다. 그녀를 보고 그가 뭐라 말할지 잔뜩 기대가 되었다.


어쩌면 꽃향기 가득한 그곳에서 또다시 사랑을 나눌지도 몰랐다. 그 생각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아까와 같은 기쁨을 또다시 느끼고 싶었다.





- 하하하.


- 어머.. 은근 야하셔라.. 호호..


달려가던 아엘의 발걸음이 들리는 소리에 묶여 멈춰졌다.


그녀는 살금살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 몰랐는데. 그대가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걸. 왜 진작에 내 눈에 띄지 않은 거지?


- 폐하께선 아엘만 보셨잖아요..


- 그랬나?


- 언제나 아엘뿐이셨죠.. 저 같은 거 눈도 안 마주치셔 놓곤..


- 내가 눈이 삐었었나 보군. 이런 미모를 못 알아보다니..


- 어머..


그녀의 애교스런 목소리는 그의 입술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아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던 그의 얼굴이 어느덧 아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싱긋.



그가 그렇게 웃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몇 시간 전까지 아엘의 온몸 구석구석을 핥아대던 그의 입술이 지금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었음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엘의 다리가 소리 없이 무너졌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정사신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는 간간이 그녀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그 웃음 뒤로 아엘은 꽃잎처럼 스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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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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