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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3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4 20:51
조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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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7쪽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DUMMY

- 꺄아악~


세된 비명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정신없는 모습으로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한 잔 두 잔 건네지던 술잔이 기억났고, 빨리 마시고 새신부에게로 가려던 그의 급한 맘이 어디쯤에서 정신을 잃었던거 같았다. 그는 비명소리가 꿈에서 난건지 현실에서 난건지 알 수 없었다.


- 왕자님! 왕자님!!!


카릴의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 무슨일이지?


무슨 일인지 사색이 된 카릴은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기만 했다.


- 무슨 일이냐니까?


알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몸에 한기가 드는 느낌때문에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 방에.. 가보셔야 할거 같습니다...


잦아 드는 목소리로 카릴이 대답했다. 카릴은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앞에서도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앞에 있는 카릴은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리침과 동시에 그의 발걸음이 뛰듯이 방을 향해 움직였다. 루리프의 얼굴이 그의 뇌리를 스치면서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알렉은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억도 없이 어느새 방문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방안엔 유모가 실신해 있었고, 그런 유모를 안고있는 경비병은 알렉을 보자마자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만 있었다.


알렉은 성큼 방안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왠지 그곳에 발을 들여서는 안될거 같았다. 그가 발을 디디는 동시에 그의 모든게 산산히 부서질거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는 몸이 떨려왔다. 자기도 모르게 쥐고 있던 두 손에 땀이 베어났다.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순간이 천년만년처럼 느껴졌다. 모든게 느리게 움직이는 그 순간에도 그의 예민한 코끝에 걸리는 비릿한 내음이 그를 더 떨게 만들었다.


- 공주님이... 공주님이 사.. 사라지셨어요..


사시나무 떨듯이 떨던 경비병이 한 말이었다.


[공주님이 사라지다니?] 알렉은 눈앞에 있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꼭 술때문인거 같았다. 아직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꿈을 꾸는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 왕자님.. 창가에..


그 말에 알렉은 창가로 다가갔다. 그곳엔 말라가는 피 웅덩이가 있었다. 그 피웅덩이 한가운데 떨어진 칼날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 차..찾아라. 찾아내... 찾아!



알렉의 시선은 피웅덩이에서 빛나는 칼날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주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침대밑부터 방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이곳저곳에서 루리프의 이름이 불려졌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알렉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그 붉은 피웅덩이에서 나는 비릿한 피내음이 그의 코로 들어와 그의 숨통을 죄어오고있었다. 그의 시선을 묶어버린 피웅덩이의 잔상이 그의 머릿속에 박혀서 점점히 커져갔다. 푸르게 빛나는 칼날이 그의 심장에 박혀서 조금씩 그를 도려내는것만 같았다. 그가 느꼈던 새로운 감정들이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는 못박힌듯 그 자리에 서있었다.


새벽부터 한나절까지 그들은 하다못해 쥐구멍까지 들쑤시며 루리프를 찾았다. 배에 달린 보트는 모두 꺼내어 바다에 띄우고 그들은 루리프의 흔적을 찾았다. 밤사이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그들은 그녀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바다는 모든 흔적을 지운채 무심하게 흐르고 있었다.


창가엔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녀가 떨어졌을 창가에 서서 그는 자신의 느슨함을 원망했다. 그날따라 관대했던 자신을 원망했다. 곧 뒤따라갈거라는 눈짓으로 그녀를 먼저 보낸 그 시간을 저주했다. 쓸데없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느라 헛되이 보낸 시간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는 자신을 용서 할 수 없었다. 방심했던 자신을.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던 그 방에서 그는 그녀를 잃어버렸다. 그는 후회하고 후회했지만 아무것도 돌이킬 수 있는건 없었다...


갑판위엔 모든 이들이 모여있었다.


카릴은 칼멘옆에 섰다. 그가 맨먼저 의심한 사람이 칼멘이었다. 그래서 젤 먼저 찾아간것도 칼멘의 방이었다.


그녀는 지금 그의 옆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겨우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카릴은 말했다.


- 방에 가 있는게 좋겠어.


- 괜찮아.


- 그래 보이지 않아. 너까지 보태지 말고 방에가서 쉬고 있어.


칼멘은 그 자리에서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끼며 서 있었다. 어제밤 칼로 루리프를 찌르던 순간 그녀를 잡은 루리프의 손에서 뜨거운것이 왈칵 그녀의 몸으로 전달되었다. 힘없이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에 루리프의 몸은 화르륵 불타는 불새처럼 타오르며 물속에 잠겼다. 그녀의 손이 닿은 곳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생기면서 밤새도록 칼멘의 몸속을 돌아다녔다. 그 덕에 그녀는 의심을 면할 수 있었다. 맨먼저 카릴은 땀에 절은 그녀의 머리를 짚어 보고는 공주님이 실종되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간신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녀를 카릴은 의심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것 또한 루리프가 그녀에게 주고 간 선물이었다.


칼멘은 카릴을 쳐다 보더니 비틀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알렉은 보지 못했다. 지금 알렉을 본다면 그녀는 다 자백해버릴거 같아서 두려워졌다.


- 칼멘은.


알렉의 목소리가 무겁게 갈라져있었다.


- 칼멘은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서 방에 가있으라 했습니다.


카릴은 자신과 똑같은 의심을 알렉이 한다는걸 알고 있었다.


- 안그래도 제일 먼저 확인했습니다...


알렉이 서서히 뒤를 돌아봤다. 한나절 사이에 알렉은 폐인이 다 되었다. 어제의 화사했던 그 알렉이 아니었다.


카릴은 가슴이 아팠다. 오랜시간동안 알렉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며 어제와 같이 빛나는 모습을 본건 처음이었다. 그것이 불과 몇시간전이었는데... 이제 알렉은 그 전보다 더 어둡고, 습하고, 영혼이 없는 사람같았다.



- 틸리온을 오라고해.


- 네.


카릴은 알렉이 말하지 않아도 사건을 인지한 순간부터 모든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는 어제 공주가 자리를 뜬 순간부터 새벽까지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머릿속에서 되돌려 보면서 어찌된 일인지 살피고 있었다. 틸리온은 그 밤 내내 알렉의 곁에 있었다. 물론 틸리온이 한짓이라면 그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진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틸리온의 배에서 이 배에 오른 사람은 틸리온과 틸리온의 시종뿐이었다. 그 둘은 내내 카릴의 시야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는 루리프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알렉과 눈을 마주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향하던 모습을 반복해서 되새겼다. 자신은 술을 한 두잔 정도 마셨을 뿐이었다. 어떤 낌새가 있었다면 놓치지 않았을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밤에 이상했던 일은 없었다. 그가 인지하지 못한게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있는 이 배에서 그런일이 벌어졌다는 그 사실이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틸리온은 아무말 없이 그를 따랐다. 방으로 가는 중에도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굳어진 표정으로 보아서 그도 상당히 놀란거 같았다. 하지만 카릴은 그를 믿을 수 없었다. 모든 배후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틸리온이었다. 그가 이 모든일들을 꾸민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그도 알고 알렉도 알았다. 그동안 두고본건 알렉이 루리프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로리엔의 일은 알렉에게는 차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틸리온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것이었다. 만약 그들의 생각보다 그가 빨리 움직인거라면? 알면서도 자신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거였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도 알렉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 할 것이다. 틸리온과 같이 동행하면서 공주의 신변을 걱정하지 않은 자만이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그는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거 같아서 당장에라도 죽고싶은 마음이었다. 그건 공주에대한 충성심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주군에 대한 거였다. 그는 자신이 알렉을 알게된 순간부터 지금껏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모습이 진정 아름다워서 그는 그를 행복하게 하는 모든것을 목숨을 걸고 지키리라 다짐했었다. 그 다짐 하루만에 그 모든걸 잃었다 생각하니 당장에라도 죽고만 싶었다. 이 배의 모두가 그럴것이다.


틸리온은 카릴을 따라 사건이 일어난 방으로 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공주의 죽음이 자기에게 어떤 파장을 줄지 감도 못잡고 있었다. 그런 찰나에 알렉으로부터의 호출은 두려움이었다. 그를 어떻게 마주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밤새 그는 알렉 옆에서 그를 지켜봤었다. 그의 모든 측근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 그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모든것을 내려놓고 즐기고 있었다. 저 얼음처럼 차가운 왕자에게 저런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알렉은 보통의 평범한 새신랑스러웠다. 그래서 틸리온은 이것이 로리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신의 야망에 걸림돌이 될지. 아니면 의외의 호재가 될지 가늠해 보느라 그의 머리는 분주히 돌아갔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대해서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루리프의 죽음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서는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그건 루리프에 대한 알렉의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알렉이라는 남자가 한 여자에게 빠질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때문이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받아든 심정으로 공주의 방에 도착한 틸리온은 그 방에 서린 음침한 기운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알렉은 침대에 웅크리고 걸터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조각처럼 거대해서 그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알렉의 앞에 놓은 의자가 초라하게 작아보였다. 상처입은 거대한 짐승의 모습. 틸리온은 언젠가 본 모습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 앉으시죠.


카릴의 말에 그는 간신히 알렉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건 실수였다. 아니면 의도된 거였든지.


그가 앉은 자리에선 창가의 피웅덩이가 정면으로 보였다. 그 말라가는 피웅덩이에서 그는 선왕의 체취를 맡았다. 그의 부릅뜬 눈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틸리온은 의자에 앉은채로 자지러졌다. 겨우 그 악몽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피웅덩이는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색이된 틸리온을 말없이 바라보던 알렉이 손짓을 한다.

카릴은 알렉의 손짓에 따라 푸른빛이 도는 칼 한자루를 탁자위에 놓았다.


- 이게 뭔지 알아 보시겠습니까?


알렉을 대신해서 카릴이 물었다.


- 이건...


떨리는 손으로 칼을 집어든 틸리온의 눈빛이 경직되어갔다. 그대로 탁자위에 칼을 던지듯이 내려놓은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는거 같았다.


- 알아 보시는군요.


- 이건.. 아..아주 예전에 본적이 있습니다.


- 어디서 보셨습니까?


- 이건 이젠 세상에 없는 것입니다. 예전, 아주 오래전 루... 루니엔족과 결혼했던 그 자손들에 의해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같은 물건인데..


- 루니엔족의 칼이란 말입니까?


-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틸리온의 말에 알렉은 눈을 감았다. 카릴도 할말이 없었다.



루니엔이라니...


알렉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게 루니엔의 칼이라면 루리프를 헤친게 루니엔족이란 말인가?


루니엔이란 말에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헬렌과 룬.


룬은 결코 루리프를 다치게 하지 않을 아이였다. 그렇다면 남은건 헬렌뿐이었다. 아들을 위해 어미가 한짓일것이다.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왕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여자였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알렉의 모든 분노는 헬렌을 향해 뻗쳤다.


틸리온은 마주앉아서 알렉의 표정을 살폈다. 알렉의 마음이 점점 한쪽으로 기우는걸 지켜보면서 그는 내심 한시름 놓았다.


차질은 있었지만 그의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알렉이 이대로 뮤리엔으로 가서 헬렌에게 그의 모든 분노를 터뜨리기만 하면 되는거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걱정은 사라지는 것이다.


- 저는 먼저 로리엔으로 가보겠습니다. 왕대비님께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요.. 제가 데리고 온 병사들은 남아서 루리프님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알렉은 말없이 틸리온을 쳐다봤다.


알렉의 눈빛이 그대로 자기속을 들여다 보는거 같아서 틸리온은 두려웠다. 저 분노가 자신에게로 오지 않게 만들어야만 했다.


- 루니엔족의 칼이 확실한가?


알렉의 갈라진 목소리가 무시무시하게 귓가에 울렸다.


- 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칼도 스스로 저렇게 푸른빛을 띠진 않습니다. 그리고... 손잡이를 잘 보시면.. 달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달빛에 비추면 은은하게 빛이 나지요.. 루니엔족 여인네들의 호신용 칼입니다...


확실하게 못을 박아버려야 했다. 의심을 확실하게 굳히게 하는 말. 그 말 한마디면 끝나는 거였다.



틸리온이 나가고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알렉은 탁자위에 놓인 칼을 쥐고 방을 나섰다.


불덩이가 어제밤부터 계속 온 몸을 돌아다니며 그녀를 태우고 있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몸은 불속에 담근것처럼 뜨거운데 그녀는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비몽사몽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틈틈이 촉을 세우며 주변에 변화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다른때 같으면 누군가가 그녀를 간호하느라 붙어 있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녀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이 꿈결에 어떤 헛소리라도 지껄이는걸 누가 듣는다면 그걸로 모두 끝장이었다. 칼멘은 꿈속에서 자꾸 되풀이되는 장면 때문에 잠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의식은 자꾸 그녀를 알 수 없는 바닥으로 끌어당겼다. 꿈에 그녀는 계속해서 루리프를 찔렀다. 그 장면만 계속해서 되풀이 되었다. 그것이 그녀를 괴롭혔다. [알렉은 널 사랑하지 않아. 알렉의 왕비는 나 칼멘이야!] 자신이 했던 말도 되풀이 됐다. 그녀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속에서도 그말을 누가 들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뭔가 서늘한 기운이 뜨거운 그녀의 몸에 닿았다. 그 서늘한 느낌이 달뜬 그녀의 몸에 생기를 넣어주는거 같았다. 그녀의 의식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끝에서 부터 점점 끌어 올려졌다. 그녀는 간신히 눈을 뜨고 그 서늘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고 애를 썼다.


그녀 앞에 검은 형체가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강철의 느낌 때문에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아.. 알렉.. 당신..이에..요?


겨우 달뜬 입술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 그녀의 눈에 어둡고 무심한 표정의 알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 표정없는 그의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아.. 알렉.. 나.. 나는..


그가 푸른빛이 나는 칼을 그녀의 목에서 눈앞으로 가져왔다.


- 본적있나.


짧은 말속에 그녀에 대한 그의 의심이 묻어있었다.


그녀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꿈에서 되풀이되던 그 장면에서 그녀 손에 쥐어져있던 것이었다.


입을 열면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의 말이 나올거 같아서 그녀는 고개를 힘겹게 저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몸도 가누지 못한채로 누워있음에도 알렉은 제일먼저 그녀를 의심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두려웠다.


진실을 알게되면 그가 그녀에게 어떤짓을 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 보던 그는 자신이 낸 그녀의 목에있는 상처에 손을 갖다 대었다.


상처에 닿은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칼멘은 이대로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알렉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 아주 일말이라도. 이 일에 네가 관련이 되었다면. 스스로 사라지는게 좋을거야. 내 죽어서도 널 찾아낼테니.


말을 마친 알렉은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칼멘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칼멘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그런 그녀를 남겨두고 알렉은 조용히 방은 나갔다. 칼멘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방금 알렉의 그 말은 그녀에게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은 말이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아니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이제 없었다. 그것이 그녀를 죽음보다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알렉을 위해 살아왔고, 알렉을 위해 모든걸 계획했었는데 그녀의 모든 삶이 그 한마디로 끝이 났다.


그녀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점점 알 수 없는 바닥으로 빠져드는 의식을 느끼며 차라리 이 불덩이가 자신을 모두 태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칼멘의 방에서 나온 알렉은 대기 하고 있는 카릴을 보고 말했다.


- 뮤리엔으로 간다. 가는 길목에 있는 육지는 모두 들러서 루리프를 찾아.



차마 시체라도 찾아내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루리프의 어떤 모습이든 눈앞에서 보지 않는 한은 알렉은 루리프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했다.


그 생각만이 그나마 그의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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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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