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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74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05 19:18
조회
128
추천
1
글자
6쪽

첫키스

DUMMY

- 많이 컸던데? 두 꼬마들. 호호~


밤바람의 시원함을 느끼고 있던 알렉의 귀에 칼멘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농염한 여자의 혀끝이 그의 귀를 간지럽히고 익숙한 그녀의 손길이 그의 예민한 부분만 골라서 더듬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맘 놓고 그 모든 걸 즐겼을 텐데... 오늘 밤은 그 모든 게 성가시다.

아까부터 알렉의 머릿속엔 루리프의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칼멘 말대로 많이 컸다. 열아홉... 적은 나이는 아니다. 아홉 살짜리 꼬마인 줄만 알았었는데 꼬마는 어느새 여자가 되어있었다. 픗풋한.


- 왜 형 이어야만 합니까? 형은 루리프에겐 관심도 없어요!


룬의 목소리도 떠나질 않는다.



두 아이는 알렉에게 그리움 같은 존재였다. 철들고부터 되도록이면 왕궁에서 멀어지려 했었다. 전쟁터로 분쟁이 있는 곳으로 떠돌면서 가끔 궁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룬 때문이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아이. 룬의 미소를 보면 알렉도 모르게 웃게되었다. 룬은 알렉을 웃게 만드는 아이 었다. 룬 옆에 있으면 따스한 온기가 넘쳐서 얼음 같은 알렉도 녹아버리고 말았다.

그 온기 속에서 고민했던 날들도 많았었다. 미워할 수 없는 만큼 미워하게 될 날들 때문에...

그 이유가 루리프가 될 거라고는 알렉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었다. 다른 이유보다 그게 더 나을까...?

칼멘의 손길이 더욱 대담해져 간다. 그녀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훑어 내려간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절정을 향해 몸부림칠 시간인데 알렉은 꼼짝도 하기 싫다.

그런 알렉의 기분을 느껴서인지 칼멘의 몸놀림이 점점 집요해진다. 알렉은 칼멘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일으켰다.



- 당신 오늘 이상한데?


- 기분이 별로야


- 왜? 동생한테 한방 먹어서? 깔깔깔~


- 꺼져!


- 피해 갈 수 없는 날이 오고 있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 나가!


그녀를 보는 알렉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칼멘은 더더욱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조여왔다.


알렉은 그런 칼멘에게 진저리가 났다. 어느 틈엔가 알렉은 칼멘의 수를 간파하고 있었다. 칼멘은 알렉에게 단지 잠자리 상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칼멘은 그런 것도 모르고 알렉을 그녀가 손쉽게 다룰 수 있었던 그때의 알렉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은 칼멘에게 속내를 들켜서는 안되었기에 알렉은 그녀를 팽개치고 방을 나왔다.

달뜬 몸에 성가심과 분노가 겹쳐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들었다. 알렉은 바다를 향해 뛰었다. 그렇게라도 감정을 덜어내기 위해서.



달빛이 오늘따라 밝다. 이렇게 밝은 날은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알렉은 어둠이 깃든 궁궐의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그곳엔 알렉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침잠해있기 좋은 장소였다. 들이치는 파도에 몇백 년을 잠식당한 절벽 밑은 자연스레 동굴처럼 파여있었다.

그곳에 숨어서 알렉은 모든 감정들을 식히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다시 세상으로 나가곤 했었다.

그 혼자만의 아지트에 다다랐을 때 알렉은 누군가를 보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서로 부딪혀 엉켜 넘어졌을 테지만 단련된 알렉의 몸은 그 이방인을 낚아채어 자신 앞에 세웠다.

물에 젖은 그녀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젖은 머리가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젖은 드레스가 온몸의 굴곡을 감싸고 있었다.


- 아.. 아파요.


알렉인걸 확인한 그녀의 눈이 놀람과 동시에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 여기서 뭐하는 거지?


- 좀. 놔주세요..


- 뭐하는 거냐고!


- 그. 그냥. 머리 좀 식히러 왔어요.. 놔줘요..


고통과 공포가 묘하게 얽힌 루리프의 모습은 그가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작고, 여리고, 깨져버릴 거 같은 여자의 모습을 알렉은 처음 본다.

놔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꽉 움켜쥐게 된다. 아픔으로 벌어진 루리프의 입술. 공포와 통증으로 커져버린 눈. 눈에 띄게 떨고 있는 그녀가 알렉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칼멘이 능란하게 지펴놓은 욕망의 불꽃이 한순간에 알렉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루리프는 더 이상 알렉이 알고 있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달빛에 젖고 물빛에 젖은 루리프의 모습은 칼멘의 손길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알렉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들키기 전에 얼른 돌아가려 했던 루리프는 자기를 낚아채듯 돌려세운 이가 알렉이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이렇게 알렉을 가까이에서 본건 처음이었다.

마치 거인에게 잡힌 난쟁이처럼 루리프는 자기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알렉에게 잡힌 팔에선 번갯불에 맞은 듯 극심한 통증이 온몸으로 흘렀다. 서 있을 수도 없이 몸이 떨렸다.

간신히 놔 달라고 말했지만 알렉의 귀엔 들리 않는 모양이다. 다시 한번 놔달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알렉의 얼굴이 가까이 왔고 벌어진 입술사이로 그의 혀가 들어왔다. 알렉의 다른 팔이 그녀의 목 뒤를 받치고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팔은 그녀의 등 뒤로 돌려졌다.

고통스러웠다. 숨을 쉴 수도 내뱉을 수도 없이 그녀의 몸은 알렉에게 밀착되어졌고, 그녀의 입술은 알렉의 거침없는 입술로 뒤덮여버렸다.

알렉의 거친 입술이 루리프에게서 떨어지자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금세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을 보며 알렉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자제했어야 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한 승리감이 동시에 들었다.




- 아이고. 공주님이.. 어떻게...


좀체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유모가 허둥거렸다. 루리프를 안고 들어오는 알렉은 마치 지옥에서 온 전사 같았다.

지옥의 전사가 천사를 안고 걸어오는 것마냥 축 늘어진 루리프를 보는 순간 유모는 정신이 아득했다.


- 물에서 건졌소. 따뜻하게 해줘요.


알렉은 루리프를 침대에 내려놓고 뒤돌아 나왔다.

정신없이 허둥대는 유모 뒤로 생각에 잠긴 눈이 알렉의 뒤통수를 따갑게 했다.


[이제 슬슬 재밌어질 거야 틸리온경. 여기 온 보람이 있을 거라고.] 알렉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방금 전 루리프에게 느낀 죄책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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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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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1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 첫키스 16.02.05 129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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