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41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6 00:05
조회
146
추천
0
글자
9쪽

불의 정령

DUMMY

틸리온은 누구보다 먼저 배에서 내렸다. 간만에 밟아보는 로리엔의 땅의 기운은 그의 불안을 잠재워주었다. 이제 곧. 얼마 안있으면 이 모든게 그의것이 될것이다. 그가 오랫동안 공들였던 그 모든것들이 결실을 맺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자신은 곧 자기것이 될 왕궁으로 들어가 왕대비에게 또 다른 비극을 선사 할 것이다. 그녀는 그때와 다름없이 슬픔을 참아내게 되겠지. 그녀 곁에서 그녀의 슬픔을 지켜보는것 또한 틸리온의 은근한 즐거움이었다.



자기것이 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래서 감히 넘보지도, 넘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맘이라는건 제멋대로 움직이는 도깨비불 같았다. 제멋대로 아무곳에서나 반짝이는 그 불빛을 사람들은 외면하지 못한다. 그의 마음도 그랬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의 마음은 어느덧 그녀곁에서 펄럭이는 깃발처럼 나부꼈다. 왕국도 그녀도 처음부터 그의것이 아니었지만 그로하여금 탐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오늘의 이 모든 결과는 그의 탓이 아니다. 로리엔과 그녀의 탓이었다. 그를 그처럼 괴물로 만든...


왕대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았다. 아니 그들을 맞았다고 해야겠다. 그녀의 눈빛은 연신 다른곳을 향해 빛을 발했다.


- 수고하셨어요. 틸리온. 아이들은 언제쯤 볼 수 있나요?


모처럼 환한 웃음으로 그를 반기는 그녀의 목소리가 명랑하게 울렸다.


- 왕대비님..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알렉님은 뮤리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알렉이 뮤리엔으로 돌아가다니요? 그럼 루리프는요? 그애도 같이 돌아갔나요?


- 루리프님은.. 배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라는 말을 듣자마다 왕대비의 낯빛이 납처럼 굳어갔다.


사고에 대한 내용이 틸리온의 입을 통해 왕대비에게로 흘러들었다. 왕대비는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뼈가 으스러지도록 의자 손잡이를 부여잡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저들에게 이 비통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 아이들마저.. 네놈들 손에 그리되게 두진 않을것이다!]


왕대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한 자세로 걸었다. 그녀의 방까지의 거리가 산을 오르듯이 험악했다. 그래도 그녀는 걸어냈다. 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것이라고 다짐을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그녀는 내딛는 발걸음에 맹세했다. 더이상 물러나 있진 않으리라... 더이상 보고만 있진 않으리라... 꼿꼿한 그녀의 등뒤로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실신한듯이 한참을 의자에 파묻혀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지는 해와 같이 불타고 있었다. 밤이 어둑해질때까지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첫번째 잠행은 실패한거 같았다. 그 젊은 왕자는 루리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아주 오래전 들은 얘기라 거의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는 어둠처럼 짙은 후드망토를 꺼내들어 뒤집어썼다. 그녀의 두번째 잠행은 꼭 성공해야했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그녀는 조심에 조심을 더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이 발걸음에 앞으로의 생이 달려있었다. 남편은 잃었어도 아이들만은 잃고 싶지 않았다.




붉은 산아래 정령의 초가 자라고 있네


정령의 초가 다 자라면 불의 돌이 태어난다네


불의 돌은 불의 정령의 아이


불의 정령을 만나려면 붉은 산아래 정령의 초를 찾아야 한다네


정령의 초는 불의 돌


불의 돌은 정령의 아이


불의 정령을 만나려면 불의 돌을 가져야 한다네


불의 정령을 만나려면 불의 돌을 가져야 한다네.





기억속 희미한 노랫말을 음미하며 왕대비는 밤길을 걷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주머니를 손에 꼭 쥐어봤다.

따뜻한 느낌이 그녀에게 전해져왔다. 그 느낌이 그녀의 머리를 맑게 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 주머니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전해주는 느낌대로 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도 이것을 직접 사용한적은 없소. 내가 좀더 나이를 먹고 왕국을 조르쥬에게 넘겨주고 나서 우리 둘이 한번 사용해봅시다. 전설을 찾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봅시다. 하하~]


그녀의 귓가에 탈마르의 호탕한 웃음이 들렸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주머니는 로엔 골드문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였다. 그 가보를 직접 눈으로 본적은 없었다. 그리고 여태 그것을 사용해봤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이 주머니에 든 물건은 로리엔이 위급에 처했을때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것을 진작에 사용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탈마르의 주검을 눈앞에 두고 이것을 사용해야했었다. 자책감과 비통함을 마음에 지고 그녀는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산이 깊어지고 주머니가 점점 따뜻해지는걸 보니 그녀는 제대로 가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을때 갑자기 주머니가 들썩거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는 바람에 손에서 주머니를 떨어 뜨렸다. 놀라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는 주머니를 찾아 바닥을 더듬거렸다. 뭔가가 그녀의 손에 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빨간 불빛 하나가 번갯불처럼 번쩍이며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녀는 당황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산속에서 그녀는 어디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막막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스러워 하던 그녀의 귀에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오금이 저려왔다.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아까부터 참고 있었던 울음이 불시간에 터져나왔다.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아홉살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보내버린 그녀의 딸이 죽었다고 했다. 칼에 찔려 바다에 빠졌다고 했다. 어디로 갔는지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어린 루리프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아른거렸다. 배에 올라서 열심히 손을 흔들던 그녀의 어린딸.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로 마냥 들떠서 방글거리던 그 모습이 그녀가 본 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깊은 산중에서 목놓아 울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어린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이 견딜 수 없이 미웠다. 이제나 저제나 루리프를 보게되는 날을 손꼽았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는데... 복받치는 설움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울음이 점점 흐느낌으로 잦아 들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은거 같다고. 무엇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지 모른다. 어디서부터 그녀를 따라 온 자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울음이 멈췄다. 온 신경을 소리에 집중하며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다 울은거 같군.


- 누..누구냐?


바스락 소리를 내며 뭔가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밝은 빛을 내는 그것때문에 그녀는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녀는 손으로 빛을 가리며 재차 소리쳤다


- 누구냐?


- 거참. 시끄럽네. 누구긴 누구야? 찾아놓곤 누구냐고 묻기는~


- 내가 찾았다고? 그럼..


- 이 돌을 나한테 던진게 너냐?


- 불빛을 좀 가려주면 좋겠어요.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안보이니.


그녀의 말에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 불빛이 점점 약해졌다. 노오란 불꽃을 튕기며 빛을 내는 드래곤처럼 생긴 작은 생명체가 그녀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 나는 불의 정령을 찾고 있는데. 혹 네가 그..?


- 이 돌은 로엔 골드문애들만 가지고 있는건데.. 네가 골드문가의 여식이냐?


- 나는 탈마드 로엔 골드문의 아내랍니다.


- 탈마드? 탈마드는 죽은걸로 아는데?


- 알고 계시는 군요... 탈마드는 죽었습니다. 10년전에..


- 그런데 왜 이제 나를 찾아왔지?


-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요...


- 네 아이들도 불의 아이냐?


- 우리 아이들은 아직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탈마드를 죽인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도 죽이려해요. 도와주세요!


- 흥! 여태 나를 모른체하더니 이제와서 도와달라구?


- 그건. 평화시엔 불의 정령을 찾아서는 안된다는 약조를 아시잖아요? 로리엔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어요. 탈마드를 죽인 자들이 우리 아이들마저 죽이고 로리엔을 집어 삼킬거에요. 그럼 불의 아이도 끝장나는거라구요!


불의정령은 그녀를 외면했다. 정령의 불꽃이 점점 붉을 빛을 띠었다.


- 내겐 예전처럼 힘이 없어. 내 몸을 보라구. 이렇게 쪼그라 들었잖아. 이건 당신들 탓이야! 당신들이 나를 잊었기 때문에 내 힘이 점점 줄어든거라고!


- 그럼 마지막 힘이라도 내세요! 우리 아이들이 죽으면 그나마 있던 불의자손들은 모두 죽는거에요. 그럼 당신도 사라지겠죠. 영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니엔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3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3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1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6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7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4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5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