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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52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2 16:37
조회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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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첫날밤

DUMMY

며칠 동안 찌푸렸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 싶게 화창했다.

오늘은 로리엔의 공주 루리프와 뮤리엔 왕자 알렉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뤄졌던 결혼식이 진행되는 날이라 사람들은 준비하는 틈틈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경계하는 눈짓도 잊지 않았다.


마르텔과 헬렌은 오늘 하루가 무사하게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알렉과 루리프의 결혼식이 끝나고 그 두 사람이 로리엔으로 가는 배에 오를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할 거 같았다. 게다가 헬렌은 오늘 이 결혼식을 마음껏 축복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알렉과 루리프에겐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들 룬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왕과 왕비가 입장하고 신랑과 신부가 입장했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한쌍이었다. 사람들의 탄성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왕은 자신의 큰 아들의 모습에 가슴이 뻐근하도록 행복했다. 알렉이 저렇듯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그에 못지않게 신부인 루리프의 아름다움에도 왕은 감명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이 부디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마르텔은 결혼식 내내 빌고 또 빌었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웃음을 짓느라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였다. 알렉은 오늘 더할 나위 없이 멋졌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바위처럼 단단했다. 루리프는 그 손을 잡는 순간 떨리던 마음이 진정이 되었다. 왠지 이제는 두려울 것도, 마음 졸일 것도 없을 거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로리엔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뱃전에서 뮤리엔이 보이지 않게 되자 비로소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방에 들어온 그녀를 기다린 건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 놓고 웃고 있는 유모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오늘 하루가 꿈속에서 지나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모는 몸 구석구석을 풀어주며 치장한 머리도 풀어냈다. 이제 좀 느긋하게 쉬나 했는데 유모가 그녀를 일으키며 재촉을 한다.


- 어서 일어나세요.


- 조금만 더 있음 안돼?


- 시간 없어요. 공주님. 어여 일어나세요.


물속에서 나온 그녀를 앉혀놓고 유모는 새로운 치장을 시작했다.


- 오늘 밤을 위한 치장이에요. 최고로 유혹적으로 만들어 드릴께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유모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옷을 입히고 머리에 빗질을 한다.


- 누가 보면 유모가 시집간 줄 알 거야.


- 호호호~ 그런 신랑이라면 열 번이라도 가겠네요. 오늘 공주님은 복 터진 줄 아세요~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거 보셨죠?


- 그런 거 볼 새가 어딨어?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는데.


- 암튼 제가 세상에 난 이래로 가장 완벽하게 아름다운 신랑 신부였어요. 덕분에 오늘 하루 눈이 엄청 호강했답니다. 호호호~ 자~ 다 됐어요.


거울 속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유모의 눈시울이 또 촉촉해지려 한다.


- 저는 이만 물러가겠사오니 공주님 오늘 첫날밤 무사히~ 자알~ 치르 세용~


너스레를 떨며 유모가 나가고 나자 방안이 갑자기 커져버린 느낌이다. 루리프는 열려진 창으로 어둑해지는 바다를 본다. 얼마나 그리던 바닷길인가.. 얼마나 로리엔으로 가는 배를 타고 싶었는지 모른다. 밤마다 로리엔으로 가는 배를 타고 도망치는 꿈을 꿨더랬다. 그리고 한 번은 그 꿈을 실행시키려고 한적도 있었다.



- 내가 같이 가줄게. 나랑 같이 가자. 로리엔에.


- 정말?


- 그럼~ 나랑 가야 무사히 갈 수 있어.


- 왜?


- 왜긴~ 나는 뮤리엔의 왕자자나.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하겠어?


눈을 똥그랗게 뜨며 정색을 하고 말하는 어린 룬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녀의 입엔 미소가 어린다.


[룬은 어디 있을까?]


오늘 결혼식에 오지 않은걸 보면 아마도 룬은 자신에 대한 마음을 접은 거 같았다. 그래도 축복해줄 마음은 아닐 테지.. 그래서 그가 떠난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다른 누구보다 룬의 축복을 받고 싶었다. 뮤리엔에서 룬은 그녀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늘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을 텐데.. 루리프는 자신의 처지가 안스러워서 자꾸 눈물이 났다. 이런 날 기뻐하지도 못하고, 마음껏 행복해하지도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 외롭게 느껴졌다..



- 벌써 후회하는 모양이군. 눈물까지 흘리고.


어느새 알렉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얼른 눈가를 훔치고 그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을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번 그려봤다. 알렉이 어떤 모습으로 그녀를 찾을지 알 수 없었다. 눈앞의 알렉은 낮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살짝 흥분한 거 같았고, 술냄새도 풍겼다. 열어놓은 창으로 사람들의 취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피로연을 하고 있었다. 새신랑에게 어김없이 술잔이 돌려졌을 테고, 알렉은 그걸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숨을 골랐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기 위한 호흡을 했다.



오늘 그녀는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그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보는 순간 오랫동안 무표정하던 그의 심장이 덜컹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알지 못했던 감정이 솟아나 그를 긴장시켰다. 알렉에게도 오늘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기분이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배에 오르고 사람들이 주는 술잔을 받으며 그는 처음으로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일부러 그녀를 외면했던 시간 탓에 오늘은 정말이지 한시도 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야유를 뒤로하고 그는 루리프를 향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놀래켜주려고 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마음에 재가 뿌려진 듯 모든 좋았던 감정이 사그라들고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 룬이 나타나지 않아서 실망했나? 그때 보니 둘이 사이가 좋아 보이던데. 결혼식장에서 납치라도 해주길 바랬나 보군.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이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거 같은 그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 어쩌지? 그 겁쟁이는 무서워서 도망간 거 같은데.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눈을 뜨고 그를 본다. 그 눈빛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기를 경멸하는 거 같은 그 눈빛 때문에 알렉은 고통스러웠다.


- 만약 그런 불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지우는게 좋을 거야. 당신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내 여자가 될 거니까.


말과 동시에 그는 그녀를 침대로 내동댕이쳤다. 그가 그녀에게서 손을 떼는 순간 그녀의 얇은 드레스 자락이 소리를 내며 찢겨 나갔다. 가슴 한쪽이 다 드러난 채 그녀가 그를 보고 있었다. 저 눈빛.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처음 그녀와 키스하던 밤. 공포에 질렸던 그 눈빛이었다.

알렉은 침대 가장자리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본다. 그녀는 어느새 침대 한 귀퉁이에서 온몸을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감에 그는 치를 떨었다. 얼마나 기다리던 밤인데.. 이걸 망칠 수는 없었다. 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터였다. 그는 천천히 몸에 걸친 옷들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자신의 품안에 그녀를 안고 그녀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알렉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의 손에 찢긴 드레스 때문에 가슴 한쪽이 다 보인다. 그날의 무자비한 키스가 떠올랐다. 오늘 밤 알렉은 그날 밤의 알렉이었다. 나는 절망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침대가에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그가 하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의 나체를 볼 수가 없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치러내야 하는 밤이었다. 내생에 한 번은 거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용기를 내자고, 견뎌내자고 다짐하던 차였다. 거칠게 다가올 거 같았던 그가 너무나 부드럽게 나를 안았다. 그의 손이 아프게 팔을 쥐고 있는 내 손위에 겹쳐졌다. 그리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부드러운 느낌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가만가만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맞닿은 귀에 그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그의 심장소리 때문인지 두려웠던 마음이 가시고 풀렸던 몸에 다시금 온기가 돌아왔다. 고개를 드니 그의 칼날 같은 콧대가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그의 옆모습을 보며 저 콧대를 만지면 손이 베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그의 콧대를 쓸어내렸다.


- 안 다쳤네.. 베일 줄 알았는데..


그가 내손을 잡더니 자신의 콧대로 가져가며 쓸어내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 나는 사람이지 무기가 아니라고.


그도 웃고 나도 웃는다.


-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었겠죠..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그 말은 오늘이 행복한 날이 아니었단 뜻이야? 그럼 내가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되도록 노력해야겠군. 지.금.부.터.


그의 입술이 내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드러난 내 가슴에 닿았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내 몸의 감각들이 일제히 깨어나고 있었다.



이 밤은 그에게도 처음이었다.

그녀와 보내는 첫 번째 밤...

그는 그녀의 모든 곳을 탐색해갔다. 그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최대한 자제심을 발휘해야 했다. 그의 손길에 그녀가 가냘픈 신음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그를 더 흥분시켰다. 그녀가 충분히 준비가 될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았다.


- 우리 두 사람의 앞날이 쉽지는 않을 거야..

그녀가 말없이 그를 본다. 그녀의 눈빛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는 그녀에게로 천천히 깊숙이 들어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그에게 꼭 맞았다...


달빛만이 슬프게 비치는 방안엔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달큰한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문안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만으로도 알렉이 어떤 상태인지 알았다. 그녀 하고는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소리였다. 알렉은 그녀의 남자였었다. 아니. 그녀의 남자였다. 당장에라도 쳐들어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그녀는 문밖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맘껏 즐겨라.. 처음이자 마지막 밤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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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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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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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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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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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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