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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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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2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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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불의 아이

DUMMY

# 불의아이





이틀 뒤에 거행될 결혼식을 앞두고 날씨는 잔뜩 찌푸린 상태였다. 결혼식에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처럼.



탈마드 로엔 골드문.


로엔 골드문 가의 사람들은 불의 기질을 지녔다. 그 옛날 로엔 골드문 가는 루니엔을 제외한 모든 구역을 그들만의 나라로 만들었다. 침략과 전쟁은 그들의 모토였다.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엔 풀포기 하나도 자라기 어려웠다. 포악한 성정으로 인심을 잃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제지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서 도망치는 사람들이 늘어 루니엔의 골칫거리가 되어서야 루니엔은 인간들의 문제에 개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달의 여신을 앞세워 포악한 성정을 지닌 로엔 골드문 가의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그리고 달의 여신은 그들의 성정을 봉인했다. 봉인된 불의 기운은 대를 건너 건너 가끔 발현하기도 했지만 그들 스스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혹시라도 나타나게 될 화의 근원이 싹을 보이기 시작하게 되면 자제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했다. 그렇게 로엔 골드문 가는 자신들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왔다. 하지만 탈마드 로엔 골드문은 그런 성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선조들처럼 포악하지는 않았다. 그는 로리엔을 가장 강력한 나라로 만드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을 지지하고, 그에게 언제나 힘을 실어준 건 틸리온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소년들의 우정을 쌓아갔다. 그들의 계획이 실행될 수 있을 만큼 그들이 자랐을 때 그들 사이엔 틈이 생겼다. 탈마드는 틸리온이 생각하기에 경망스러웠다. 신중하지 못한 왕이었다. 즉흥적이었고, 불길이 발현하면 그는 스스로를 자제하는 대신 침략을 감행했다. 주변의 가장 약소한 부족들을 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야금야금 먹어 들어갔다. 당연 주변국이 그것을 곱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틸리온은 로리엔이 전쟁터가 되는걸 원치 않았다. 그는 로리엔이 부강 해지는 건 좋아했지만 주변국의 미움을 사면서 부강 해지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그가 탈마드의 정치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예전처럼 서로를 털어놓지 못하는 시간들이 생기고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뭉치기 시작했다.



- 네가 감히 나를 능멸해?


넘실거리는 불꽃을 일으키며 탈마드는 말했다.


- 감히 내 자리를 넘보고 싶은 게냐? 넌 나의 영원한 우정인 줄 알았는데 내가 주인을 무는 개를 키운 꼴이 되었군.


- 제가.. 제가 감히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오해십니다..


- 내가 돌아 왔을 때 너를 다신 보지 않기를 바란다. 내 마지막 호의로 생각해라.


그 말을 남기고 왕은 사냥을 떠났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왕궁뜰에 놓여진 부릅뜬 왕의 눈. 그 눈이 그를 노려보며 소리치고 있는 거 같았다. 시체였지만 그를 보는 틸리온의 사지는 벌벌 떨렸다. 숨통이 막히는 거 같은 답답증이 생기고 잘 수 없을 만큼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다. 밤마다 탈마드가 그를 찾아와서 호통을 쳤다. 그제서야 틸리온은 자신의 어리석은 야심을 원망했다. 성취감과 후회가 번갈아 그를 찾아왔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로리엔을 안정시키는데 열심이었다. 왕대비를 보필하며 어린 왕자들을 잘 보살피면서 그는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참회를 하 려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는 죗값을 덜고 마음의 위안을 찾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동은 그를 의심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놨다.


실제로 로리엔은 왕의 사후 틸리온의 노력으로 주변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났고, 통합했던 부족들에게 자유를 줌으로써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겉으로는 왕대비를 보필하며 로리엔의 안정을 꾀하면서 죄책감을 덜고, 안으로는 왕이 일구어 놓은 것들을 파괴함으로써 묘한 성취감을 쟁취해갔다. 그리고 그는 이제야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가 꿈꾸던 세상을 만들 시기를 잡았다. 그건 루리프의 결혼으로부터 시작되는 기회였다.


하지만 어제 루리프에게서 탈마드의 모습을 봐버렸다. 두 왕자에겐 없는 그것이 하필이면 딸에게서 발현되다니... 그는 난감해졌다.


[루리프를 알렉에게 보내는 게 실수하는 게 아닐까?]


뮤리엔에 와서 알렉을 직접 보니 그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만만치가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는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알렉이 물에 젖은 루리프를 안고 들어오는걸 보면서 그는 일이 그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 룬 왕자의 소식은 없더냐?


- 루니엔에서 끊겼어요.


- 결혼식만 무사히 치르면 되는데...


- 결혼식까지는 오지 못할 거 같은데.. 지금 한참 오고 있는 중이라면 모를까~


건방진 말투가 거슬렸지만 그는 참기로 했다. 중요한 일을 해내야 하므로.


-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그는 뭔가를 적어 내렸다. 그걸 건방진 말투에게 건넸다.


건방진 말투의 눈이 커진다.


- 다 읽었으면 던져.


벽나로의 불빛을 바라보며 틸리온이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양피지 한 개가 불꽃 속에 사라졌다.


- 계획에 차질 없도록 하는게 좋을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


- 그쯤이야~


앞당겨진 계획에 신이난 모양이었다. 신경질적인 얼굴에 화색이 돈 건방진 말투는 싱글거리면서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 공주님.. 뭘 좀 드셔야겠어요. 드레스가 볼품없어지겠어요.


결혼식은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유모는 벌써부터 드레스를 입혀보며 이런저런 장신구를 달아보면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이렇게 말라서야. 원~ 쯧.


거울 속 드레스 입은 여자의 모습이 낯설다.


- 아름답구나..


우아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헬렌 왕비가 서 있었다. 수척 해진 건 루리프뿐만이 아니었다. 눈치를 보던 유모가 나가자 왕비는 루리프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지긋이 쳐다보았다.


- 룬에게서는 연락이..


- 아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왕비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 루리프.. 솔직하게 대답해주겠니... 무엇이든..?


헬렌은 루리프에게도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를 자기 딸처럼 대해주었다. 그런 그녀에게 솔직 하지 못할 건 없었다. 그녀의 눈빛을 읽었는지 왕비는 망설이다 입을 떼었다.


- 루리프... 룬.. 내 아들 룬을 사랑.. 하니..?



사랑했다. 루리프는 뮤리엔의 그 누구보다도 룬을 사랑했다. 그에게 룬은 형제였고,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하지만 왕비가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게 아니었다..


- 왕비님... 뮤리엔에서 룬은 제게.. 형제이고, 가족이었어요... 그런 룬을 제가 어찌 사랑하지 않겠어요..


- 오오.. 그래.. 그렇겠지.. 그런 걸...


말을 잇지 못하고 왕비는 눈물을 흘렸다.


- 내가 진작에 너희에게 언질을 주었던들.. 이렇게까지..


- 아니에요.. 왕비님.. 이건 왕비님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사람의 마음일 뿐..


- 알렉은. 알렉은 사랑하니..?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던 왕비가 물었다.


- 왕비님.. 모르겠어요..


고개를 떨구는 그녀를 왕비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람의 마음일 뿐...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녀는 루리프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10년을 딸처럼 아끼던 아이였다. 이제 다시는 이렇게 안아주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어둠에 잠겨 쓰러지던 아들을 떠올리며 루리프를 꼭 안았다. 마치 룬에게 그 느낌을 전달해주려는 것처럼..


- 행복해야 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네 행복을 놓치지 말거라.


- 왕비님처럼요?


수심 가득한 얼굴에 모처럼 해맑은 웃음이 번졌다.


- 그래.. 나처럼. 네 행복을 알게 되면 꽉 잡고 놓치지 말아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게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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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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