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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76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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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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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꼬마왕자

DUMMY

몇 주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모두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훈련들을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말이 많았던 마리엘의 입이 무거워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쓸데없는 논쟁이 계속되지 않았으므로 다들 좋아하긴 했지만 그 한편으로 왠지 뭔가 허전해져서 자꾸 마리엘의 눈치만 보는 게 달라진 풍경이었다.


- 누나. 형이 많이 좋아졌데.


- 어떻게 연락이 닿았어?


- 다 방법이 있지.


어깨를 으쓱하는 동생의 모습이 루리프에게는 현재 최고의 기쁨이다.


조제프는 15살의 나이었지만 또래들에 비해 약간 왜소했다. 그 왜소함이 재빠름으로 인식되는 건 조제프의 부지런함 때문이라고 루리프는 생각했다.


- 조제프.. 이런 생활이 너한테 맞지 않을 텐데..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구나..


- 누나. 그런 말하지 마. 이건 내가 선택한 거야. 난 형처럼 살고 싶지 않아.


- 그게 무슨 뜻이니?


- 형은 어릴 때 왕이 돼서 그런지 아무것도 혼자 하는 게 없어. 다들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한다. 하면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엔 틸리온이나 형수가 하라는 대로 하거든.


- 틸리온!!


조제프의 입에서 틸리온의 이름이 나오자 루리프의 눈에 빨간 불꽃이 일었다.


- 와! 누나 눈에 불붙었다!


- 뭐?


- 누나 화나면 눈에 불꽃이 생겨. 몰랐어?


- 정말?


- 응. 틸리온이 그렇게 싫어?


- 그 사람이 나를 뮤리엔으로 보냈어!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게 다 그 사람 때문이야!


- 형이 허수아비가 된 것도!


틸리온을 험담하던 오누이의 눈이 마주치면서 둘은 그만 웃어버렸다.


- 나중에 혼내 주자! 내가 좀 더 크면 틸리온은 그냥 한방에 날려버릴 거야!


- 그래. 조제프. 네가 우리 가족의 한을 한방에 날려주렴!


어린 동생의 가냘픈 웃음이 루리프의 마음을 뜨겁게 적셨다. 이 아이가 궁에서 얼마나 외롭게 혼자였을까를 생각하니 자신이 뮤리엔에서 혼자였을 때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던 룬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동시에 일어 루리프는 감정이 출렁이는 마음으로 눈으로 룬을 좇았다.



룬은 마리엘과 대련 중이었다.

갑자기 말수가 줄고, 대련 중에도 집중력이 높아진 마리엘은 잘 버텨내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 적응이 되었는지 몸놀림도 예전보다 많이 가벼워졌다. 칼 쓰는 법도 집중해서 공격해 오면 룬이 가끔 밀릴 때도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쫑알거림이 없어져서 처음에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룬은 마리엘의 침묵에 신경이 쓰였다.


- 마리엘. 조금 쉬었다 하자.


룬의 말에 마리엘은 칼을 내려놓자마자 쌩 하고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던 룬은 눈앞에서 사라지는 마리엘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성가시던 사람이 사라진 게 왜 이렇게 신경에 거슬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마리엘이 너무 조용한 거 같지 않아?


- 그러게..


루리프의 말에 대답은 하면서도 룬의 말끝이 흐려진다.


-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볼까?


- 대답해 줄까?


자신 없는 말투의 룬을 보면서 루리프는 말했다.


- 룬.. 너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잖아? 너의 그 따스한 빛은 사람들 마음을 여는데 특효잖아. 마리엘에게도 써먹어봐.


- 마리엘은 정령이잖아.


- 인간의 몸을 하고 있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답하는 루리프를 보며 룬은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 룬.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왔을 때 잡아야지!


- 너처럼..?


- 맞아..


- 루리프.. 내가 만약 일찍 고백했다면.. 나한테 기회가 있었을까?


진지한 룬의 물음에 루리프는 헬렌이 생각났다.


헬렌 왕비도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룬과 같은 눈빛으로..


- 룬. 헬렌 왕비님도 내게 같은 질문을 하셨어.. 내 아들 룬을 사랑하냐고 물으셨지... 룬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어. 로리엔에 두고 온 내 형제들처럼...


반짝 희망스러웠던 눈빛이 이해의 눈빛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루리프의 심정이 애틋해졌다.


- 휴~ 그랬구나.. 너한테 난 형제의 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구나...


- 실망했어?


- 후후.. 글쎄.. 네게 원했던 답이 뭔지 모르겠네.. 나도 하나만 물어볼게. 알렉을 사랑하니?


루리프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알렉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마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심장을 찔러댔기 때문에...


- 사랑이 뭐지? 난 그딴 거 몰라. 알렉은 날 죽이려 했던 사람이야. 나를 통해 로리엔을 거저먹으려던 사람이고.


- 루리프..


- 알렉 얘긴 그만하자!



쌀쌀맞게 돌아서는 루리프의 눈빛에 번개처럼 불빛이 번쩍였다. 룬은 또다시 보게 된 루리프의 생소한 모습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원인을 알게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뮤리엔에 돌아가서 알렉에게 모든 사실을 말한다면 두 사람의 오해도 풀리게 될 것이다.


모두가 알렉을 나쁜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룬만은 알렉의 겉모습에 가려져있는 본마음을 알았다. 그건 누가 설명해줘서 아는 게 아니었다. 룬의 본능이 알렉에 대해서 느끼는 것이다. 룬은 다시 칼을 집어 들었다. 뮤리엔으로 가는 날짜를 앞당기려면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해가 있다면 알렉 하고도 겨뤄야 할 상황이 올 텐데 이 실력으론 절대 알렉 하고 대련조차 하기 힘들었다. 말할 시간을 벌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했다.


마리엘에게 달려 가려던 마음을 가다듬고 룬은 칼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





- 골드룬이 왜 찾을까?


카오는 요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높이고 요룬에 대해 알아보려 해도 그의 예지력은 요룬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 그래.. 네가 요룬을 볼 수 있다면 요룬도 네가 자기를 본다는 걸 알겠지. 요룬에 대해서는 내게 맡기고 로리엔에 대해 좀 알아봐.


- 로리엔이요?


- 주변국과의 관계가 어떤지 로리엔을 누가 뒤에서 조정하는지.. 아마도 로리엔에 있는 누군가가 일을 벌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조제프 왕자가 최근까지 거기 있었으니 왕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어봐. 잘 짜여진 판이다. 잘 못 움직이면 아수라장이 될거야.


- 요룬은 언제 만나러 가실 겁니까?


- 뜸을 들였으니 이제 슬 가봐야지. 부른다고 제깍 가면 실버룬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을테니. 거기까진 골드룬도 생각하고 있겠지.


- 천년을 살아남은 자입니다. 어떤 식으로 치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 여신이 말해줬지. 요룬의 2인자로 끝까지 남아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 믿을까요?


- 글쎄.. 골드룬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대적하기로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이니.


- 알겠습니다.







****





- 꼬마왕자!


- 저요?


조제프는 자신을 꼬마라 부르는 카오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카오는 그런 조제프의 표정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웃기까지 했다.


[별 표정 없는 루니엔족도 웃기는 하는군!]


조제프는 못마땅하지만 카오의 키에 비하면 자신은 땅꼬마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 로리엔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겠어?


카오는 조제프와 눈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그 긴 몸을 접어 앉으며 조제프를 바라보았다.


카오와 조제프의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훈련 연습을 하던 이들이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왔는지 불의 정령도 그들 틈에 끼어있었다.


- 다들 로리엔에 대해서 알아 두어야 할게 있으면 각자 아는 바를 얘기해 주기 바래.


카오는 모두에게 대화에 동참해도 좋다는 뜻을 전했다.


- 로리엔은 4개의 나라에 둘러 쌓여 있어요. 예전엔 많은 부족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불의 아이들이 달의 여신과 루니엔족에게 잡혀서 죽음을 당한 후론 남아있는 불의 아이들은 힘을 잃고 주변의 부족들을 모두 풀어주고 로리엔만 다스리게 되었죠. 그리고 흩어진 부족들이 모여서 4개의 나라를 세웠어요. 가리엔, 바리엔, 샤리엔, 타리엔. 이렇게요.


조제프는 또박또박 영리해 보이는 눈으로 모두와 눈을 맞춰가며 설명을 했다.


- 와! 조제프 왕자 제법인데. 그런 건 다 어디서 얻은 거야?


마리엘이 모처럼 본색을 드러내며 질문을 던졌다.


어깨를 으쓱하며 조제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 제가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요~ 다른 건 몰라도 역사 공부는 좀 열심히 했죠!


조제프의 으쓱임에 다들 미소를 머금으며 다음 이야기를 독려했다.


- 그중에 어느 곳이 로리엔에 가장 골칫거리이지?


카오가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 가리엔, 바리엔, 샤리엔은 다 고만고만한 나라들이에요. 평화로움을 즐기는 나라들이죠. 넷 중에 젤 문제가 타리엔이예요. 타리엔이 가장 호전적이죠. 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암살당하셨을 때... 아버지를 암살한 사람으로 타리엔의 왕자가 지목됐어요. 그리고 타리엔의 왕자는 그 자리에서 사살됐죠. 타리엔에선 그 일로 군사를 일으키려고 했데요. 그걸 막은 게 틸리온이예요. 누나를 뮤리엔으로 보내서 뮤리엔과 동맹을 맺었죠. 뮤리엔 때문에 타리엔이 쳐들어 오진 않았지만 그 후로 계속해서 로리엔에 반기를 들었고, 주변국들을 회유하고 있는 중이에요. 언제든 로리엔으로 쳐들어 오기를 희망하면서.


짤막하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요약이었다. 역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조제프의 설명만으로 한순간에 현재의 정세를 다 파악할 정도였다.


- 조제프.. 너 정말 공부 많이 했구나?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조제프를 바라보는 루리프의 얼굴이 모처럼 활짝 피어났다.


- 누나. 내가 칼은 잘 못 다뤄도 책은 잘 다루거든! 난 나중에 내가 한 여행을 잘 엮어서 여행기를 쓸 거야. 각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각 나라의 역사를 쓰는 것도 내 꿈이야!


- 조제프! 네 꿈은 이루어질 거야! 멋진데~


룬도 조제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해주었다.


- 꼬마왕자 제법인데? 나보다 아는 게 더 많은 거 같군. 하하!


카오도 모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조제프를 대견하게 쳐다 보았다.


모두의 격려 때문인지 한층 으쓱해진 조제프의 모습이 귀여워서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그럼 로리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은 누구지?


계속 침묵을 유지하던 불의 정령이 한마디 불쑥 던졌다.


- 그건.. 아마도 틸리온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자가 로리엔의 모든 걸 결정하죠. 형을 꼭두각시 삼아... 어머니는 틸리온이 로리엔을 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 꼬마왕자. 틸리온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위협적인가?


- 그냥 보기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충신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 속내는 구리죠. 난 그자를 신뢰하지 않아요!


- 나도!


조제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리프도 동의하는 말을 던졌다.


- 근데 왜 자꾸 나를 꼬마왕자라고 부르는 거예요? 내 이름은 조제프라구요. 왕자라고 부를 거면 왕자님이라고 제대로 격식 차리시던가요.


발끈하는 조제프를 쳐다보는 카오의 눈빛이 한 순간 쓸쓸해진 거 같았다.


카오는 말없이 조제프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 꼬마왕자.. 넌 이제부터 꼬마왕자로 불릴 거야. 네가 싫다 해도 어쩔 수 없어. 날 봐. 나한테 네가 얼마나 작게 보이겠어? 네가 아무리 커도 나한테 넌 언제나 꼬마야. 영원히...


- 하하~ 그러게. 꼬마왕자 좋네. 귀여운 별명이야. 그렇지 않아?


룬도 카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 나도 조제프라는 이름보단 꼬마왕자가 귀엽게 느껴져서 더 좋아. 꼬마왕자!


마리엘도 거들었다.


- 칫. 다들 나 무시하지 마세요! 나도 이제 키가 클 거라고요! 두고 보세요! 룬보다 더 커버릴 테니!


- 왜 하필 룬이야? 기왕이면 나 보다 크다고 해야지~


카오가 그 답지 않은 장난을 걸며 조제프를 내려다본다.


- 카오랑 나는 종족이 다르잖아요! 쳇!


대들 때와는 달리 금방 풀 죽은 표정으로 땅을 쳐다보며 발끝을 차는 조제프를 보며 다들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




- 틸리온이라...


- 그자에 대해서 아십니까?


- 모른다. 인간에 대해 관심 갖지 않은 지 오래됐지.


- 그자가 로리엔을 손에 쥐고 있답니다.


- 그럼 탈마드의 죽음과도 관계있는 게냐?


- 탈마드는 타리엔 왕자가 죽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그것도 정확하진 않군. 탈마드가 죽고, 큰 아들이 왕이 되고, 어미가 섭정을 했고, 그 뒤에 틸리온이 있단 말이군. 그자가 루리프도 뮤리엔으로 보낸 거고. 딸은 왕과 결혼시키고.


- 현 상황이 그렇습니다.


- 틸리온에게 집중해봐. 그자가 열쇠가 될 수 있을 테니.


- 알겠습니다.


- 나는 이제 요룬을 만나러 간다.


- 요룬이 말을 많이 하게 하십시오. 그게 도움이 될 겁니다.


- 그러지.



테리오는 카오와 눈으로 인사하고 루니엔으로 향했다. 요룬을 만나지 아주 오래되었다. 그자가 보자고 청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부모 세대가 사라지고 요룬과 함께 루니엔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대결했을 때 테리오는 선뜻 그 자리를 요룬에게 내어주고 일찌감치 경쟁을 피했다. 테리오는 그런 것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다. 아버지가 골드룬을 상대로 매일을 맘 편히 지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자리가 자신에게 물려질 거라는 걸 알고 그는 스스로 그 자리를 버렸다. 누가 다스리던 평화를 유지해야만 세상은 살기 편할 터였다. 괜하게 자리싸움을 하다 평화롭던 세상에 다시 불꽃을 일으키기 싫었다. 언젠간 사라질 몸. 일인자가 무슨 소용이랴 싶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명을 이어가면 되는 거였다. 자리가 높으면 그만큼 신경 쓸게 많아지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많은 이들이 불행해지는 것이었다.


로리엔에서 불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을 과시하며 광란의 전쟁을 일삼았을 때 그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가 몸소 보고 느꼈다. 하나 둘 사라지는 불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테리오는 생명이라는 게 덧없음을 깨달았다. 인간이든, 요정이든. 결국은 신이 만들어낸 것 들이다. 신의 뜻대로 사라지는 것들이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오래 살았냐는 테리오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건 그가 사랑했던 마리엘을 잃고 난 후에 더해졌다. 마리엘이 세 번 태어 나도록 그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새로운 마리엘을 만났다.


그 새로운 마리엘은 예전의 마리엘과 모습만 같았지 전혀 다른 마리엘이었다. 그를 기억하지도 못했고, 그를 다시 사랑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여신이 그렇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오랫만에 만나는 탓인지 요룬을 만나러 가는 길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테리오는 머리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잡생각을 떨쳐내야 요룬의 속내를 조금이나마 간파할 수 있을 거였다.



아마도.


자신을 부르는 이유가 다시 싸움을 거는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니엔에 피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루니엔에서만 끝나지는 않을 거 같아서 테리오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과연 그런 힘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테리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양빛에 희미해진 달이 멀리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려주시죠. 나의 여신님.]


그는 달빛이 그를 향해 반짝 였다고 믿었다.


자신을 창조한 여신이 그를 배신하는 건 딱 한가지일뿐이었다.




루니엔의 재창조...


그런 일이 없기를 테리오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해에 가려진 달을 쳐다보며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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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3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1 0 12쪽
» 꼬마왕자 16.04.23 113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9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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