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8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4 13:14
조회
179
추천
1
글자
12쪽

꿈속에서...

DUMMY

깊은 심연 속에서 헤어 나온 기분이었다. 점점 의식이 들면서 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으며 눈을 떴다.



- 일어났군.


누군가가 내려다보는 느낌에 그는 눈의 초점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뿌옇게 흐려졌던 시야가 점점 트이고, 정신이 맑아지면서 점점 모든 게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 고만 일어나지. 그 정도면 넘치게 잤는데.


거친 말투의 그 남자였다. 그를 내려다 보고 있는 건.


- 여기가 어디지?


- 여긴 루니엔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숲 속이지.


빈정거리는 말투가 거슬리긴 했지만 룬은 몸을 가누며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눈을 떴는데 말이 이쁘지 않은 남자랑 함께라는 게 영 꺼림칙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을 해봐도 캄캄한 암흑만 떠오를 뿐 자신이 어떻게 저 사람과 같이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는 루니엔 숲 밖으로 내쳐졌고, 걷다가 쓰러졌었다.


- 내가 왜 여기 있지?


- 훗. 왜 여깄냐고? 여기라도 있는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그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룬을 쳐다보며 말했다. 룬은 지금은 그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대꾸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 내가 널 구했지. 잘 가나 싶더니 그냥 픽~ 고꾸라지던데?


룬은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대고 섰다. 왠지 어색한 게 꽤 오랫동안 누워있었던 기분이 든다.


- 내가 얼마나 누워있었지?


- 열흘.


- 열흘이나?


룬의 가슴이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열흘이라니. 열흘이나 지났다면 루리프와 알렉은 어떻게 됐지?]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거친 말투의 남자가 싱글거리며 말한다.


- 이미 늦었어. 그들은 결혼했거든. 첫날밤도 무사히 잘 치뤘을거..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무서운 힘으로 룬이 그를 받아 버렸기 때문에.


- 그런다고 시간이 되돌아 오진 않을걸?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모든 게 끝났으니까.


빈정거리며 비틀거리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있다. 화가 난 표정이지만 룬에게 덤비지는 않는다.


- 일어났구나.


그 남자다. 그를 루니엔 숲 밖으로 밀어낸 남자.


소리 없이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펴보던 그 남자는 조용히 눈짓으로 거친 말투의 남자를 내보냈다.


- 네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쓴 거 같겠지.


그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룬은 루리프때문에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겨지는거 같았다.


- 네가 그날 무리를 했더구나. 네 어미와 소통을 하느라 알지도 못하는 힘을 쓰면서 결국 네 기력이 완전히 소진됐지.


룬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건 끝났다. 그가 벌어 놓은 시간 동안 그는 헛된 꿈만 꾼 거였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 룬아.


룬은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룬의 공허한 눈을 잠시 들여다보던 그가 몸을 돌려 창밖을 본다.


- 오래전 루니엔족은 인간과 결혼으로 맺어졌었지. 인간들이 평화를 찾아 이곳을 찾으면서 루니엔은 그들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주었다. 서로 공존하면서 잘 살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그렇게 인간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인간은 늘 불만과 욕심을 떨치지 못하는 족속들이었다. 루니엔족의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아이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 문제는 루니엔족의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핏줄에서 생겨났다. 루니엔족 어머니와 인간인 아버지를 둔 아이들에게선 비상한 힘이 생겼다. 어떤 아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을 얻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파괴만을 일삼았지. 로리엔의 로엔 골드문에선 불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분노하면 온몸이 불덩이가 되는 아이들로 인해 평화롭던 인간들의 세상은 더 이상 평화롭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아주 탐욕스러운 이들이 태어났다. 힘과 탐욕으로 얼룩진 그들 때문에 루니엔은 점점 빛을 잃어가게 되었다. 로엔 골드문 가문은 불로써 세상을 다스리려 했다. 자기네보다 힘없는 부족들을 죄다 로리엔에 복속시켰지. 그들의 포악함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들은 루니엔에 더 많은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들 때문에 달의 여신은 더 이상 참으실 수 없었지. 우린 달의 여신과 함께 로엔 골드문가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서 그 힘을 봉인시켰다. 그리고 힘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루니엔족과 인간의 결혼을 금지시켰다.



그는 돌아서서 룬을 바라보았다. 룬은 그의 얘기가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인간 아버지와 루니엔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힘을 가졌다면 그 힘은 그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룬은 자기에게 어떤 힘이 있는지 궁금했다.


- 그 말은 저에게도 어떤 능력이 있다는 말인가요?


- 그렇겠지. 다만 그게 어떤 힘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 그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그 힘이 알려지게 되면 넌 표적이 된다..


- 표적이 되다뇨? 누구에게요?


- 루니엔족은 너의 힘을 원하지 않는다..


- 제가 인간을 돕는 일에 힘을 쓰면요?


- 네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뭐죠?


룬의 당돌한 물음에 그는 할 말을 잊었는지 한동안 룬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 내가 네게 원하는 건.. 없다. 넌 내 조카다. 너의 어미가 추방되긴 했어도 내겐 하나밖에 없는 누이동생이다. 넌 그 누이의 아들이고. 내가 널 어쩔 거 같으냐?


- 저를 내치셨잖아요!


분노를 표출할 상대가 없던 참에 룬은 그의 말에 불같이 화가 났다. 그가 그를 내치는 바람에 그는 기력을 잃고 잠에 빠졌다. 그 바람에 그는 결혼식을 놓쳤고, 루리프는 영원히 그가 손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자기를 조카라 일컫는 그의 모습이 너무 뻔뻔하게 느껴져서 룬은 그에게 달려들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 어리석은 녀석.. 너와 그 아이는 남자와 여자로 엮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 아이는 불의 아이다. 그 불이 어떻게 번질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


- 그게 무슨 말이죠?


- 지금은 네가 너에게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네가 가진 힘이 어떤 건지를 모른다면 내가 널 도와줄 수 없다. 내 말 명심하거라.



그의 말이 끝나자 두 남자가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룬은 그 음식들을 보자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파왔다. 방금 전의 분노도 루리프도 음식 앞에서 모두 사라졌다.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룬은 허겁지겁 음식을 탐했다. 한 번도 음식 앞에서 욕심을 낸 적이 없는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음식이 가장 우선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속은 달래지지 않았다.


그들은 룬이 먹는 모습을 쳐다볼 뿐 음식엔 손도 대지 않았다. 간간이 그에게 물을 따라 주었을 뿐이었다.


- 다 먹고 나거든 잠이 쏟아질게다. 거부하지 말고 열심히 자거라.


- 열흘이나 잠들었었는데 무슨 잠이 또 오겠어요?


라고 말했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었는지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먹는걸 멈출 수 없었다. 연신 따라주는 물을 마시면서 룬은 가져온 음식을 몽땅 먹어치웠다. 마지막으로 그의 잔엔 와인이 따라졌다. 룬은 마지막 입가심으로 와인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마지막 한 모금을 입속에 털어 넣음과 동시에 그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가 놓친 유리잔을 받아 든 거친 말투가 룬을 침대에 눕혔다.


- 잘 지켜보거라.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된다.


- 알고 있습니다.


- 그 아이가 깨면 나를 불러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가고 난 방엔 룬과 거친 말투만 남았다. 거친 말투는 말없이 룬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그의 곁을 지켰다.




********



어디선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웃고 떠드는 폼이 무슨 잔치라도 벌이고 있는 거 같았다. 바람 한 점이 그를 스치며 흘러갔다. 그는 잠시 멈춰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해 보았다. 그는 물 위에 있었다. 그의 몸이 물 위에서 날개도 없이 날고 있었다. 마치 기분을 좋게 하는 약이라도 먹은 듯 그의 몸은 가뿐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그의 기분도 맑아졌다. 아까의 그 분노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살랑이는 바람과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밤공기에 취해서 달빛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달빛이 그를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며 그는 바람을 타고 날았다. 그렇게 날고 있는 그의 귓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처음엔 바람소리인 줄 알았다. 그러다 저 밑에서 잔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가 그를 자꾸 멈추게 만들었다. 그는 달빛을 향해 날아오르던 몸을 잠시 멈추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도와줘.. 도와줘요..]



룬은 곧장 올라가던 속도 그대로 밑으로 향했다. 깜깜한 물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처음엔.


중간쯤 멈춰서 둘러보던 그의 눈에 붉은빛이 점점이 흘렀다. 그는 그 불빛을 향해 날았다. 그 불빛이 점점 그에게 다가왔다. 불빛처럼 보이던 건 사람이었다. 사람의 몸이 꺼져가는 불빛처럼 희미하게 물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룬은 그대로 물속으로 잠수했다. 그리고 흐르는 불빛을 건져냈다.



- 아아악~~~~~


거친 말투는 룬의 비명소리에 흠칫 놀랐다. 룬을 향해 다가가던 그는 그만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룬이 흠뻑 젖어 있었다. 온몸이 흥건히 젖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젖은 몸에 점점 번지는 붉은 물이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는 룬을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룬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돌로 조각한 조각상 인양 전혀 움직임 없이 뻣뻣하게 굳은 그의 몸이 붉게 물들어가고 그의 눈동자는 새까맣게 물들어서 점점 커지더니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거 같았다.


거친 말투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비명소리를 듣고 두 남자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의 상관이 룬을 잡으려는 그들을 제지시키더니 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룬의 머리에 양손을 갖다 대더니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말이 조용한 방안에 가득 찼을 때쯤 룬이 벌벌 떨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새카맣게 커졌던 동공이 제자리로 돌아와있었다.



- 루...루..루리프가.. 루리프가..


- 무얼 보았느냐?


- 루리프.. 루리프가 피를 흘렸어요. 루피르가 불꽃이돼서 피를 흘렸어요. 루리프가 죽어요!! 루리프가.. 루리프가..


- 룬! 나를 봐라. 내 눈을 봐!


미친 듯이 흔들리던 룬의 눈동자가 그에게로 초점을 맞춰왔다.


- 루리프를 보았느냐?


- 네..


- 그녀를 어떻게 했지?


- 물에서 건졌어요... 피를..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 어디로 옮겼지?


- 강가로.. 강가였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요..


- 카오! 이 근처 강가를 모두 뒤져서 찾아내!


- 네.


카오라 불린 거친 말투가 지체 없이 밖으로 내달렸다.


- 이 아이 옷을 갈아입히고 쉬게 해라. 루나홀을 한잔 더 주도록 해.


- 알겠습니다.



방안은 온통 바닷물에서 나는 비릿함과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맙소사! 룬.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냐..]


테리오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피와 물로 범벅된 룬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루니엔을 벗어난 이곳에 묵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만약 루니엔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룬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룬의 꿈이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룬의 꿈이 사실이라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계획을 세워야 할 참이었다. 룬의 꿈에서처럼 루리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그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밤은 룬에게도 테리오에게도 너무나 길고 긴 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니엔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