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44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3.15 15:05
조회
33
추천
0
글자
10쪽

요룬의 왕국

DUMMY

#





달빛이 스산하게 비치는 밤이다.

백색의 머리칼이 발끝까지 내려오고, 금빛 머리띠에 달린 날렵한 뿔이 우아하게 하늘로 뻗어있고, 날 선 눈매는 묘한 눈빛을 띠며 양옆으로 길게 뻗은, 얼굴 골격이 얇고 긴 그 남자는 천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날렵하고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도전적인 눈빛으로 달빛을 따라 둥글어진 달을 쳐다보는 그 남자의 입매가 조금씩 조금씩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달의 여신이 그의 눈에는 우습게 보일 뿐이었다. 오랫동안 그는 야망을 키워왔다. 그에게 신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도 요정도 아니었다. 루니엔은 오로지 달의 여신이 자신의 분신만을 위해 만든 나라였다. 여신의 장점만을 모아서 만들어낸 여신의 창조물들은 맑고 깨끗하고 순수했다. 이 루니엔은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나라였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그녀의 오라비가 아니었다. 태양은.


그는 실버룬들이 너무나 선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선 인간과 공존하기 힘들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자신의 장단점을 고루 섞은 골드룬을 만들어서 루니엔으로 보냈다. 처음 골드룬은 실버룬들의 보호를 받으며 안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그들의 본성이 드러났다. 주목받고 싶어 하고, 누구의 명령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본성. 그 본성이 실버룬들을 루니엔의 권좌에서 밀어냈다. 달의 여신은 분노했지만 오라비를 이길 재간은 없었다. 그녀가 겨우 타협을 본 것은 루니엔은 그녀에게 속한 나라이며 오직 그녀만을 섬긴다는 조건으로 골드룬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천년이 흘렀다. 그동안 요룬의 부모와 테리오의 부모 1세대가 사라졌다. 요룬과 테리오를 사이에 두고 제2의 루니엔 탈환이 벌어졌지만 뜻밖에 테리오가 물러남으로 인해 루니엔 탈환은 싱겁게 끝났다.

그 후로 요룬은 어떤 경쟁도 없이 아주 평안하게 루니엔을 다스려왔다. 하지만 그건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주목받고 싶었다. 그는 세상을 다스리고 싶었다. 그는 태양의 아들이었으니까.. 온 세상의 시선을 다 받을 이유가 충분했다.





- 근처에서 헤매고 있기에 데려왔습니다.


생각에 잠긴 그에게 루니엔의 전사가 인간 여자를 데려왔다.


- 여긴 어떻게 왔지?


- 당신이라면 날 살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 내가 왜 널 살려야 하지?


- 당신이 꾸미는 일에 내가 도움이 됐으니까!


꼬박꼬박 지지 않고 대답하는 보통내기가 아닌 인간 여자를 그는 유심히 쳐다보았다.


- 넌 누구지?


- 칼멘!.


요룬은 스르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는데도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겁 없는 아이로구나. 널 살려주면 내가 시키는 일을 하겠느냐?


- 뭐든.


- 당돌하군.


거칠 거 없는 인간의 여자라... 오랜만에 만난 인간 여자 앞에서 요룬은 생각에 잠겼다.


괜한 골칫거리를 받아들인다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될지 몰랐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왠지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요룬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통을 잡았다.


칼멘은 머리를 흔들어 빠져 나가려고 했지만 어림없는 짓이었다.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흠...


칼멘은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머릿속으로 들어와 그녀의 기억들을 헤집는걸 느낄 수 있었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나가라고 외쳤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흠.. 재밌군.


그녀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잡고 웃음을 짓는 요룬의 모습이 기괴해 보였다.


- 흐흐.. 그래. 그걸로 하면 되겠구나. 계속 그 생각 속에 잠겨 있거라. 그게 너를 변화시킬 테니.


그의 손에서 희미한 빛이 칼멘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칼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소리 없는 비명이 방안 가득 울렸다.


- 그 방문 앞에 널 세워 둘 것이다. 넌 거기서 꼼짝도 할 수 없을 거야. 그놈의 신음소리가 널 불태울 것이다. 흐흐흐..


칼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몸이 점점 팽창하더니 붉은 기운이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다.



요룬은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가 손을 떼자 칼멘의 몸이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그녀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그녀의 양팔과 양다리가 벌어졌다. 칼멘은 고통 속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고통이 심해 질수록 그녀의 몸에 붉은 기운이 더해갔다.


요룬은 공중에 떠 있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 하나를 폈다. 그 손가락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감싸더니 요룬의 발걸음을 따라 그녀의 몸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룬이 방 한가운데 달려있는 커다란 거울 앞에 서자 거울이 스르륵 옆으로 밀려나면서 깊은 동굴이 나타났다. 요룬은 그녀를 그곳으로 끌고 갔다. 긴 터널을 지나자 넓은 방이 하나 나왔다. 요룬을 본 루니엔의 전사는 일어나서 예를 갖췄다. 그는 비어있는 방 창살을 열고 요룬이 그녀를 집어넣는 걸 보고 있었다.


- 잘 지켜봐라. 무슨 변화가 있으면 내게 알려라.


병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요룬은 칼멘을 쳐다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 넓은 방은 하나의 감옥처럼 창살 있는 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그 방마다 칼멘과 같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 있었다.


이건 의외의 소득이었다. 칼멘에게 불의 아이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건. 아마도 그 아이가 물에 빠지면서 그 힘이 칼멘에게 전이된 거 같았다. 그는 칼멘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그녀를 붙잡아 놓고 나왔다. 그녀의 고통이 커짐에 따라 분노가 커지면 그녀는 불의 아이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 불의 아이! 그는 그 불의 아이를 얻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그의 승리는 확실해질 것이다.



그에게는 달의 여신도 모르는 루니엔 전사가 천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요룬만을 위해 만들어진 최고의 전사들이었다.


루니엔을 지키기 위해 전사로 태어나는 루니엔 남자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 중에 최고들만 모아서 그는 비밀 경호대를 만들었다.


그들은 오로지 요룬만을 위해 싸우고, 요룬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전사들이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최고의 전사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 아이들을 침묵시켰다. 영원히...


그리고 요룬은 자신의 비밀장소에 인간 무기들을 집결시켜 놓았다. 인간 남자와 루니엔느 사이에서 태어난 능력 있는 아이들을 비밀리에 모아서 이곳에서 그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키우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진행된 이 계획은 인간과 루니엔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조약 때문에 그다지 별 볼일 없는 일이 될 뻔했다. 하지만 요룬은 비밀리에 인간과 루니엔느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능력자들을 배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게 불의 아이였다. 그래서 그 싹을 아예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그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그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거 같은 기쁨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다.


모든 게 그의 생각대로 되어 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를 방해할 건 없었다. 설사 방해자가 나타난다 해도 그는 두려울게 없었다.





- 흐흐흐.. 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깊은 동굴 속에서 천년 묵은 요괴의 웃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벌써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 교만한 웃음소리가 동굴선을 타고 어딘가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





- 저걸 보고만 있을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곁눈질도 하지 않는다.


- 저 웃음소리가 안 들리냐고요?


- 그냥 둬.


- 그냥 두라고? 무책임해! 정말!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에 그는 씨익 웃고 만다. 성이 난 그녀의 씩씩 거림은 그에겐 즐거움이다.


그는 이 상냥하고, 아름답고, 어여쁜 누이가 이렇게 성을 낼 때가 젤로 즐거웠다. 그녀를 놀리는 게 그의 소일거리였다.


- 정말 세상이 피바다가 되는 걸 보고만 있을 거냐구욧!


- 그냥저냥 해결이 될 텐데 왜 그리 안달이냐.. 너도 알잖니. 때가 되면 우리가 아무리 애써도 피 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지금이 바로 그 때야. 그러니 안달하지 말고 지켜나 봐.


- 저 요룬을 그냥 둘 거예요? 요룬만 없음...


- 요룬은!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아이들 각자가 다 제 몫이 있단다. 그냥 자연스레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 흥! 괜히 저런 요괴를 만들어가지구!!!


- 하하하. 너는 그게 불만이었구나!


- 뻔히 아는데 그냥 보고만 있자니 화가 난다구요! 이러다 루니엔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다 오라버니가 책임져욧!


- 내 너에게 딱 맞는 더 아름다운 곳으로 하나 더 만들어 줄 테니 걱정마라. 어차피 이미 싫증 났으면서..


- 오라버니!!!


- 알았다. 알았어. 내 입 닫으마!





새초롬한 그녀의 모습이 오늘 따라 더 청초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만월이다.


보름달이 되면 여신은 더 아름다워지고, 더 탐욕스러워졌다.


모든 걸 그의 탓이라고 여기는 그녀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슬며시 한마디를 던졌다.





- 네 싫증의 결과가 어떤지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거야. 그래야 다음번엔 좀 다르게 만들 수 있을 테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 지는 건 없다. 우리가 손대면 손댈수록 더 망가지는 게 세상이다. 그 망가진 세상이 꼴 보기 싫어서 망하게 버려두는 것도 잔인한 짓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니엔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4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3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1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4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5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