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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71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07 14:31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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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운명의 불씨

DUMMY

# 운명의 불씨





루리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살짝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지는 입술과 시퍼렇게 멍든 팔만 아니었음 꿈을 꿨다고 생각했을 거다.


알렉과의 그 일은 루리프가 상상했던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그녀는 첫 키스가 그렇게 살벌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첫 키스는 아주 달콤하고, 흥분되는 것일거라 짐작만 했었다.


그 첫 키스의 상대도 부드럽고 다정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모든 게 헛된 거였다. 키스라는 게 그렇게 무자비한 건지 몰랐다..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머리칼을 쥐어뜯고 싶은 수치스러움에 소리를 지르고 싶어 졌다. 공포와 분노가 겹친 감정을 루리프는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알렉과 결혼을 해야 한다니...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루리프는 눈물만 흘렸다.


이젠 룬에게 달려갈 수도 없었다. 더더욱 이런 꼴을 하고는... 그녀의 모든 게 사라져버린 하루였다. 이제부턴 고통만 남을 거 같았다...




- 물에 빠졌다면서?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곳엔 룬이 서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룬도 변했다.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변했다.


- 왜 이래?


룬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그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더듬는다. 그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흘렸다.


그런 나를 룬이 안아준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그는 가만히 나를 안고만 있다. 가만가만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자상한 손길 때문에 감정이 더 복받쳤다.


- 나랑 결혼하자. 알렉은 네 짝이 될 수 없어.


룬을 본다. 밤사이 그는 다른 사람이 된 거 같다. 장난기는 다 사라진 진지한 남자가 내 앞에 서 있다. 늘 빛나게 웃던 그의 웃음 대신 고뇌가 섞인 그의 눈빛만 있다.


- 어떻게.. 어떻게 그래..?


- 나만 믿어. 나만 따라와.


말을 마치고 룬이 나를 지긋이 본다. 그의 손가락이 눈가의 눈물을 훔친다. 그 손가락이 내 얼굴을 감싼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살짝.. 아주 살짝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 호오~ 이건 불륜인데. 돌이킬 수 없는!


알렉이 우릴 보고 있다. 그 앞에서 우리 둘은 꼼짝도 못 하고 그를 바라 볼뿐이다.


룬이 나를 가로막고 섰다.


- 형. 루리프를 사랑하는 건 나야. 나에게 양보해줘. 형은 루리프를 사랑하지 않잖아!




- 싫다면? 룬. 이게 그렇게 간단한 거 같니? 너흰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랑 나부랭이만 찾고 있지.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야. 나라 간의 공약이지.


- 동맹을 위해서라면 꼭 형 이어야 할 필욘 없잖아!


- 쯧쯧... 루리프. 잘 들어. 당신은 알 거야. 왜 나랑 결혼해야 하는지. 괜하게 룬에게 상처 주지 말고 본분을 다하라고.


살벌한 눈빛으로 알렉이 말한다. 본분을 다 하라.. 이 말이 가슴에 못처럼 박혀왔다. 내 본분. 내가 이곳에서 치러내야 하는 내 본분...


- 루리프를 협박하는 거야? 형은 나라를 가질 거잖아. 난 루리프만 필요해. 난 루리프만 있음 된다구!


- 그 말은. 내가 루리프를 포기 안 하면 나랑 대결이라도 하겠단 소린가?


- 그럴 거야. 난 평생 후회하면서 살기 싫으니까.


-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 지나 아는 거냐 동생?


- 알아. 난 루리프를 그냥 형한테 보내지는 않을 거야.


룬의 표정이 어떤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알렉의 표정은 똑바로 볼 수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불빛이 쏟아져 나오는 거 같다. 그의 강철 같은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 도전으로 받아들이마. 일이 네덕에 더 쉬워지겠군. 철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후후.. 오늘 그 말을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다. 룬. 내.동.생.아.


씹어 뱉듯이 말하고 돌아서는 알렉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만큼 점점 커진다. 그의 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진 다음에도 그의 형상은 남아있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룬의 몸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돌아선 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그래도 그의 눈빛은 결연해 보인다.







- 힘들 거야.. 그래도 내 손 놓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힘들 거야... 나 때문에 룬이 힘들어질 거야... 이건 아니야..]


- 사랑해..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난 너랑 결혼할 거란 꿈을 꿔왔어.. 좀 더 일찍 내 감정을 표현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 룬.. 나는.. 잘 모르겠어.. 이 모든 게 나는.. 잘 모르겠어.. 한 번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나는.. 나는 로리엔의 공주야.. 공주로서 뮤리엔에 왔고, 그건 공주로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야..


- 알아. 하지만 그 일이 로리엔을 지키기 위한 공약이라면 그게 꼭 알렉일 필욘 없잖아? 나도 뮤리엔의 왕자야!



뮤리엔엔 두 왕자가 있다.


엄마가 다른 두 왕자는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운명을 타고났다.


그 다르지만 비슷한 운명이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불씨는 지펴졌다. 아무도 가늠하지 못할 운명의 불씨가 소리 없이 다가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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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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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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