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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48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3.0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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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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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여신의 방문

DUMMY

모두가 각자의 짐을 꾸리고 있었다. 룬의 주장대로 그들은 뮤리엔으로 가기로 했다. 우선 헬렌의 죽음에 대해서 알아봐야 했고, 알렉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칼멘을 추궁해서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을 찾아내자는 게 그들이 모은 의견이었다.


- 잠깐...


마리엘이 하늘을 가리키며 사람들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 무슨 일이지?


룬이 물었으나 마리엘은 한쪽 손은 입술에 대고 한쪽 손은 하늘을 향해 뻗으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여신님이 오실 거야.



- 호호호.. 다들 긴장하고 있는 거 보니 귀엽네.


- 여신님. 이 시간에 여긴 어떻게?


- 마리엘. 네 몸은 익숙해진 거니? 인간의 몸으로 촉도 좋구나? 내가 오는 건 어찌 알았지?


- 느낌이 온다구요! 근데 여긴 어떻게 아시고 오신 거예요?


- 내가 모르는 게 있다고 생각해?


은빛 물결이 굽이 치는 듯한 드레스를 입은 달의 여신은 등장부터 호사스러웠다. 사람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한 번씩 쓰윽 쳐다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 다들 어디들 가는 거니?


- 다 아시면서 물으시긴.


마리엘은 아마도 여신과 너무 오래 붙어있어서 말투까지 닮은 거 같았다. 룬은 정령과 여신을 번갈아 쳐다보며 둘의 닮은 점을 찾고 있었다.


- 너구나. 룬. 내가 축복한 아이.


달의 여신은 룬 앞에서 멈추더니 룬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윽 훑어보면서 한 바퀴 빙 돌았다.


-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 어머! 너 불의 정령! 오랜만이구나?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니? 그나저나 말투는 여전하네.


호들갑스럽게 불의 정령을 알은체를 하고는 그녀는 곧바로 루리프에게로 갔다.


- 네가 불의 아이구나! 이름은?


- 루리프예요..


- 흠.. 아직 뭘 모르는 애송이네.


달의 여신의 거침없는 말투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하며 아무런 대꾸를 못하고 있었다.


- 리오! 의자 좀 가져오렴.


평소 별 말도 없고, 있는 듯 없는 듯하던 리오는 어느새 여신 앞에 의자를 대령하고 있었다.


- 다들. 계획은 있는 건가? 뭐. 괜찮은 조합이긴 한데...


- 무슨 계획 말씀이세요?


여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건 유일하게 마리엘 뿐이었다.


- 계획도 없이 움직이는 거니 너희들?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과 동시에 여신의 모습이 확대되어 보인다. 아마도 착시 현상인 거 같다.


- 뮤리엔으로 갈 거예요. 가서 헬렌을 보고. 칼멘을 잡아서 족쳐야죠!


마리엘의 말에 여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 너희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왠지 오고 싶더라니.


-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겁니까?


불의 정령이 물었다.


- 글쎄... 넌 로얄 베리를 많이 먹어. 그럼 예전의 몸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 그게 앞으로 도움이 될 거야.


- 나를 어디다 써먹으려고?


- 글쎄?


-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며칠 사이 야윈 테리오가 말했다.


- 오.. 테리오. 너의 슬픔이 나에게도 전해오는구나... 헬렌은 나도 아끼는 아이였는데...


- 헬렌의 죽음을 이용할 생각 마시오! 내가 용서하지 않겠소!


- 네가 용서하지 않을 사람은 내가 아니야. 테리오. 집중해야지.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 우리에게 그걸 알려주러 오신 겁니까?


- 훗! 신이 그렇게 친절한 거 봤어? 그건 너희들이 알아내야지. 너희들 각자의 능력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거야. 너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일을 꾸미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 이 세상에 많은 변화가 생길 거야. 여기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와, 각자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인 거야. 너희가 어떻게 이 일을 풀어나가는지 지켜보겠다.


- 도움은 안 주실 거예요?


마리엘이 말했다.


- 내 도움이 뭐 그렇게 필요하겠니? 내가 너희를 지켜본다니까? 그게 도움이지.


- 나는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 마리엘. 내가 너한테 한 말이 있지 않았니? 벌써 잊었나? 내 너를 위해 준비한 게 있다고 했잖니. 다 이유가 있단다. 정령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많이 느끼도록해. 그게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니?


- 힘을 쓸 수 없다고요! 이 몸으론 무거워서 달리지도 못하고, 날아 다니지도 못한다고요!


- 달리고 날아다니는 건 네 일이 아니야. 몸 쓰는 일을 익혀라. 앞으론 몸 쓰는 일이 많을 테니. 너희들이 갖고 있는 능력들은 너희들 몸속에 있는 거야. 그걸 꺼내서 휘두를 줄 알아야 상대에게 지지 않는다. 카오! 너의 예지력을 키우도록해. 그게 너희들이 갖은 가장 강력한 능력이 될 거야. 그리고 룬. 네 어미에 대한 생각은 접고, 넌 네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훈련을 해야 되겠지? 누군가가 위험할 때 네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조제프. 넌 참 할 일이 많은 꼬마로구나... 이 여행에서 네 몫이 가장 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불의 정령은 아까 내 말대로 몸을 키우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쟤한테 도움이 되거든. 루리프. 흠..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내가 해줄 말은 이게 다야.


쏜살같이 말을 내뱉던 여신은 왔을 때와 같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건 신들의 특권인 거 같았다. 남겨진 이들은 여신의 말을 음미하면서 각자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생각에 잠겼다.


테리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엔 밖에서 사라졌던 여신이 들어와 창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 무슨 일을 꾸미시는 거죠?


- 훗.. 넌 왜 그렇게 나를 못 믿니?


우아한 동작으로 돌아선 여신은 두 팔로 창틀을 잡고 엉덩이를 걸치며 창문에 걸터앉아서 테리오를 바라봤다. 그녀의 등 뒤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 신들은 늘 자기들 맘대로니까요.


- 넌 나에 대한 불신을 없애야 해! 내가 실버룬을 만든 건 내 모든 좋은 점만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걸 알았줬음 좋겠구나. 그래서 내가 너희를 밀어주었지. 이 루니엔. 나의 나라는 너희 실버룬들이 다스리기를 바랬던게 나야! 근데 너희는 어쨌지? 골드룬한테 빼앗겼잖아? 저 태양 오라버니가 자기처럼 만들어버린 속을 알 수 없는 요괴한테 루니엔을 넘겨준 주제에!


달의 여신의 몸집이 갑자기 커지면서 그녀의 분노가 느껴졌다.


-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입니까?


- 다 상관있어!


-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세상의 모든 것은 생명이 있던, 생명이 없던, 천년을 버티고 살아남은 건 다 요물이야! 오래 산 것들이 그렇게 살고도 깨달은 게 없다면 응당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러야지.


- 골드룬을 어찌 하시겠단 말씀인가요?


- 때가 되면.


테리오는 여신의 말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 겁먹은 거니?


- 이대로 두십시오. 이 세상을 파괴하고 싶지 않습니다.


- 이미 이대로 둘 수가 없다. 이대로 두고 싶어도.


- 왜입니까?


- 내가 골드룬을 잘 지켜보라 일렀을 텐데.. 넌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구나? 네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얼마나 큰 위험인지 진정 모르는 게냐? 네가 신경 쓰고 걱정해야 하는 건 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요룬이다!

곧 요룬이 널 찾을 게야. 그럼 절대 저 아이들에 대한 걸 비추지 마라. 절대 요룬에게 속내를 들키면 안 돼. 넌 요룬의 영원한 이인자여야 하니까. 알아 들었지?


여신은 그 말을 남긴 채 빛과 함께 사라졌다.


테리오는 여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음미해보느라 리오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


- 테리오님. 골드룬께서 찾으십니다.


테리오는 다시금 여신의 말을 되새겼다. 여신이 허튼소리를 할리는 없었다. 그럼 요룬이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


테리오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모여있는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 카오. 여신님 말대로 너의 예지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 필요하다면 로얄 베리도 먹고 루나홀도 마셔. 그게 너의 힘을 향상시켜 줄 거야. 그리고 마리엘. 너는 룬과 함께 검술을 배우는 게 좋겠어.


- 검술? 이 무거운 몸으로?


- 룬은 왕자로서 궁에서 검술 수업을 받았으니 도움이 될 거야. 그 몸으로는 인간의 검술을 배우는 게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루리프. 너는 네 힘을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 그건 내가 맡지.


불의 정령이 말했다.


- 조제프 왕자는 검술 좀 하시나?


- 잘은 못하지만 요즘 배우고 있었어요.


- 그럼 마리엘과 룬과 함께 연습을 하도록 해.


- 도대체 언제 떠나려고요?


룬이 말했다.


- 우리가 준비가 되면. 나는 계획을 짜야겠다. 누가 이런 짓을 꾸미고, 배후가 누구인지. 그걸 알아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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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틸리온 16.05.31 88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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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6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0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19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3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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