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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59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10 22:18
조회
139
추천
1
글자
6쪽

로리엔

DUMMY

결혼식이 연기됐다.

무엇도 자기의 일을 방해하는걸 못견뎌하는 알렉에게 그의 일생에 중대한 일이 틀어지는걸 보는건 지옥이었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왕은 아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에 대한것도 알 수가 없었다. 의사들뿐 아니라 시종들까지도 알렉을 슬슬 피하기만 할뿐 아무도 입도 뻥긋 하지 않았다. 하물며 칼멘 조차도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밤 이후로 칼멘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 일에 대해선 칼멘의 이죽거림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칼멘은 싸늘한 미소만 건넬뿐 이야기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게 알렉을 더 분통터지게 만들었다.


- 왕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아와. 누가 그런 꾀를 내었는지도.


명령을 받고 고개만 까딱하고 나서는 칼멘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본거 같았다. 예전같았다면 알렉이 말하지 않아도 발빠르게 움직였을 칼멘이었다. 알렉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것까지 생각해내고 정보를 모으는 칼멘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칼멘은 수동적이 되었다. 시키지 않으면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했고, 말도 최대한 아꼈다. 그게 알렉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내 보일 수 없었다. 자기가 한 말이 있었기에. 짜증스러움을 안고 며칠이 지나서야 알렉은 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궁에서 룬을 본지가 꽤 되었다는 생각에 룬을 찾아 나섰지만 룬은 궁에 없었다. 아무도 룬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거야? 룬이 없어진걸 아무도 몰랐다는게 말이돼?


싸늘한 호통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 당장에 찾아와! 어서!


- 룬 왕자님은 찾지 못할겁니다. 결혼식을 지연시킨건 룬 왕자님이고, 시간을 번 왕자님은 파혼 할 방법을 찾으러 가셨을테니까요.


- 그걸 알고도 이제야 말하는거야?


- 묻지 않으셨으니까요. 잊으셨습니까? 부르기전에는 곁에 오지 말라 하셨는데요.


또박또박 경칭을 써가며 말대꾸를 하는 칼멘의 표정엔 고소함이 깃들어 있었다. 알렉은 피가 솟구치는거 같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룬을 찾아내야했다.



로리엔은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그리고 평화로웠다. 겉으로 보기엔. 말만 들었던 루리프의 나라...

거리의 사람들은 말끔했고, 아이들도 건강해보였다. 아무 근심없이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룬은 루리프가 로리엔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로리엔처럼 보여지는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지만 그 속은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항상 불안해 하고 있는게 룬에게는 보였다.

지금 루리프의 마음이 어떤지 룬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과 같은 마음이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었다.

출발은 다를지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걷는 사람들은 어떤 시련이 와도 언젠가는 서로 맞닿게 되는게 세상의 이치니까...

룬은 그 이치를 믿고 싶었다. 비록 루리프의 마음이 그보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언젠가는 서로의 마음이 이어져 맞닿을거라는걸 룬은 믿고 싶었다.

언젠가 같이 오자고 약속했었던 로리엔. 루리프의 남편으로 로리엔을 방문하는 꿈을 꿨던 날들이었다. 룬은 왕대비를 알현하러 왔다. 루리프와 알렉의 결혼을 막을 사람은 왕대비뿐이었다. 로리엔 방문의 목적이었다.


왕대비는 루리프와 많이 닮았다. 아마도 몇십년 후 루리프의 모습이 저럴것이다.


- 어서오세요. 룬 왕자.


- 왕대비 마마.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좋은 소식을 가져 오셨거라 생각되네요. 우리 루리프의 결혼은 잘 치뤄졌나요?


인자한 웃음을 띠고 딸의 근황을 묻는 왕대비의 모습에 룬은 마음이 아팠다.


- 식은 연기되었습니다. 마마. 뮤리엔의 왕께서 편찮으신 관계로..


- 이런. 그런일이 있었다니 유감입니다. 왕께서는 괜찮으신가요?


- 예.. 왕대비 마마께 말씀드릴게 있어서 이렇게 기별도 없이 찾아뵙게 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 무엇이지요? 무슨 일이길래 왕자가 이렇게 혼자서 먼길을 오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하군요.


- 왕대비 마마. 루리프와 알렉의 결혼을 반대해 주십시오.


왕대비는 룬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아주 잘생긴 청년이었다. 게다가 그가 들어서는 순간 왕대비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절로 웃음이 머금어졌다. 루니엔족의 어미에게서 태어난 아이다웠다. 안타까왔다...




- 룬 왕자님은 만나보셨나요?


- 그랬단다.


- 답은 주셨나요?


- 그랬지.


죽어가는 아들곁에서 며느리는 더욱더 아름다와 보였다. 상냥함과 친절함 뒤로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룬 보다 먼저 도착한건 틸리온의 서신이었다. 그 안에는 왕대비가 룬을 만나게 되면 해야 할 말이 적혀있었다. 왕대비는 의식이 없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그들 뜻대로 되게 놔둘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어떻게가 왕대비의 생각을 잡아먹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막막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녀는 한나절 따스했던 자신의 마음을 떠올렸다. 갑자기 희망스러워졌던 그녀의 마음. 그녀에게 그런 마음을 불어 넣어 주었던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 왕대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희망은 늘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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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39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1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1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3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49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8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39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79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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