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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69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5.22 14:20
조회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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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DUMMY

칼멘은 고통 속에 있었다...

자신의 알렉이 다른 여자 품에서 열에 들뜬 소리를 내는 그 방문 앞에서 몇 날 며칠을 서 있었다.

끝났다 싶으면 다시 되풀이되었다.

처음에는 고통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다. 당장에라도 그 문안으로 쳐들어가서 그 년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이 계속 되풀이될 수록 칼멘의 마음엔 분노보다 슬픔이 자리 잡았다.

사랑이 뭔지 몰랐던 그녀였다.

그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주고받는 관계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희열이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랑의 전부였다.

하지만 알렉을 만나고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녀의 마음에 자리 잡은 감정 하나를 그녀는 애써 무시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알렉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직감하고부터 전과 다르게 집착하게 되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그녀는 다 알려고 했다. 그것이 알렉을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걸 그녀는 몰랐다.

그녀는 알렉을 아직도 그때의 소년처럼 다루었다. 하지만 알렉은 이미 성장한 남자가 되어있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칼멘은 그 누구에게도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랑의 기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느끼는 고통이 분노가 되어 불의 아이가 될 거라 생각했던 요룬은 시간이 갈수록 불의 기운이 다하고 초췌한 모습만이 남은 칼멘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불의 아이를 얻은 것이나 진배없었는데 약해빠진 인간의 감정이 분노를 일으키지 못했다고 요룬은 생각했다.

축 늘어져 있는 칼멘에게 다가간 요룬은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그녀의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 훗. 네년이 그놈을 사랑한단 말이냐? 인간들은 어째서 하나같이 사랑에 굴복하는 거지? 그게 뭐라고?

- 내 머릿속에서 꺼져!

- 호! 아직 기개가 남아있단 소리군. 아직도 살고 싶으냐?

팔다리가 사방으로 묶여있는 형상을 하고 고통 속에 공중에 떠 있는 칼멘의 모습은 악귀처럼 보였다. 다른 인간이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텐데. 칼멘은 아직도 서슬 퍼런 눈동자를 부릅뜨며 요룬을 향해 저항을 계속했다.


- 이런 꼴로 계속 두려거든 차라리 죽여!

- 사나운 인간이군. 너는 나를 실망시켰다. 당장 죽이고 싶지만 그 정신력은 아깝구나. 날 위해 뭘 해주겠느냐?

- 뭐든. 이라고 대답했을 텐데. 이미.

-오호! 흥미로워... 내 너를 어디다 써야 할지 함 생각해 보마. 네가 더 이상 분노하지 않을 거 같으니 그 방문 앞에서는 꺼내 주마. 하지만 당분간은 이러고 있어야 할 게야. 흐흐..

- 차라리 죽이라고! 이 미친놈아!!!

악을 쓰는 그녀를 남겨두고 나오면서 요룬은 그녀의 쓰임새를 생각해 내고는 회심에 미소를 지었다.




***




- 으음.. 으..욱..


진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 루리프는 가슴에 손을 대고 숨을 몰아 쉬었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칼멘의 목소리와 함께 칼날이 그녀의 심장에 박히는 느낌이 고스란히 꿈에서 재현되었다.

차가운 바닷물의 느낌도.. 벌컥거리며 꺼져가던 심장의 느낌도, 고통스럽게 숨 막히던 폐의 통증도...

어느 것 하나 그녀를 편하게 두지 않았다. 표현을 안 했을 뿐 루리프는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본래의 그녀와 불의 아이가 싸우고 있는 것도 그녀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가끔 정신이 혼미해지고 그럴 때면 불의 아이가 그녀를 지배한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 들어차게 되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칼멘에서 알렉에게로 이어지는 순간을 외면하려 애썼다.

칼멘의 말을 믿는 건 아니었지만 알렉의 이름만 떠올려도 불의 아이는 미쳐 날뛰려 했다.



루리프는 자신의 본모습을 찾고 싶었다.

예전의 모습으로 알렉을 만나서 묻고 싶었다.

하룻밤이었지만 그 하룻밤 안겼던 알렉의 품이 그리웠다. 그의 품에서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전함을 느꼈다.

그 어떤 일이 생겨도 알렉이 있음으로 그녀는 두려울게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 꿈을 꾼 게로군.


불의 정령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 나는 언제쯤 나로 돌아올까요?


- 너에게 달렸다.


루리프는 간절한 눈빛으로 불의 정령을 쳐다보았다.


- 도와주세요...


- 얘야.. 나도 돕고 싶구나. 그래서 내가 세상에 나온 거란다. 너를 돕기 위해서. 그러니 조금 더 용기를 내라. 언젠가 그 아이가 네 몸에서 폭발하는 날이 올 거다. 그때를 잘 이겨내야 한다.


- 그때가 언제인가요?


- 그건 아무도 몰라. 알 수 없단다..


- 매일 꿈을 꿔요.. 꿈에서 매일 죽죠.. 얼마나 죽어야 이 꿈이 끝날까요?


처량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루리프의 눈빛이 까맣게 빛났다.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루리프의 것이었다.


불의 정령은 그런 루리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 아이의 어떤 면이 불의 아이를 발현시킨 건지 그건 정령도 알 수가 없었다.

불의 아이는 대대로 아들에게 전이되던 거였다. 하지만 탈마드의 아이들 중 유독 딸에게 그 힘이 전이되었다는 게 알 수 없는 이유여서 정령은 답답했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도와줄 수도 없었다.

그는 점점 쇠약해져 가는 루리프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를 데리고 로리엔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가 뮤리엔에서 알렉을 만나게 되면 통제불능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통제 불능 상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정령은 루리프를 데리고 로리엔 숲에서 머물 예정이었다. 그만의 방법으로 그녀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아무런 근심이 없으면 그만큼 마음이 평정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불의 아이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루리프에게 조금 힘을 실어 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루리프가 불의 아이와 싸울 힘을 비축하기 까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정령은 바랬다.





*****



- 불의 아이가 필요하다.


- 불의 아이가 뭐지?


- 불의 아이에 대한 전설을 모르나 보군. 로리엔 출신이 아닌가?


- 로리엔에 버려졌었지. 그런 걸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거든.


가만히 서 있음에도 아직도 팔다리가 공중에서 묶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칼멘은 지금 이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는 걸 본능으로 알았다. 그래야 탈출할 기회도 생긴다!


- 로엔 골드문 가의 아이들은 불의 아이다. 아들들에게 전이되는 걸로 알려져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군. 그 아이를 죽일 때 네 몸에 불의 기운이 흘러 들어간걸 보니 그 계집아이도 불의 아이였나 보다.


- 그런 거 난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가 할 일만 알려줘!


- 급하군.


- 이 지옥에서 빨리 나가고 싶거든.


- 도망 칠 생각이라면..


- 그런 생각 따윈 하지 않아. 칼멘은 절대 도망 같은 거 안가.


자신이 알렉에게서 도망쳤다는 사실이 생각났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였다.


- 그놈을 다시 찾고 싶나?


요룬의 말에 칼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렉을 그놈으로 부르는 요룬의 말투부터가 그녀에게는 기분 나빴다.


- 불의 아이를 잡아 오면 그놈은 영원히 네게 될 거야.


- 도대체 그 불의 아이를 어디서 찾으란 말이야?


- 로엔 골드문의 아이들 중에 한 명을 데려와라. 아들이 둘 남았지?


- 로엔 골드문이라면 왕족인데 내가 무슨 수로 왕족을 데려 오지?


-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약속을 지킨다면 나도 약속을 지키지.


천년 묵은 요괴의 웃음이 진동으로 느껴졌다. 그 웃음의 진동 때문에 칼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저 기분 나쁜 상판대기는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저 놈의 손이 다시 머리를 만지는 것도!



여기를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

차라리 알렉의 손에 죽는 게 백번 나았다.



- 너는.. 네가 어찌 여기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틸리온이 그녀를 놀라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 여긴 어쩐일이냐?


칼멘이 대답을 하기 전에 요룬이 먼저 틸리온에게 물었다.


- 뮤리엔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들렸습니다.


- 그곳엔 왜 가는 거지?


- 루리프의 소식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아서요..


- 멍청한 놈!


요룬의 진노가 공기를 타고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칼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 다 죽어가던 놈이 되살아 났습니다..


- 그 아이도 불의 아이더냐?


-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걸 보면 불의 아이 같습니다.


틸리온은 요룬과의 대화에 막힘이 없었다. 요룬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칼멘은 그것이 이상했다. 자신과는 다른 이유로 틸리온은 요룬과 스스럼이 없었다.


- 잘됐군. 내 너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주마. 저 아이를 데려가서 불의 아이를 데려오도록 해!



틸리온이라면 그녀가 제대로 상대할 수 있었다...

칼멘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요룬을 향해 명령을 수행한다는 뜻으로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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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16.12.15 45 0 14쪽
40 틸리온 16.05.31 89 0 11쪽
» 얼마나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16.05.22 132 0 9쪽
38 연결점 16.05.10 72 0 10쪽
37 오! 브라더 16.05.03 142 0 12쪽
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0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28 비극의 시작 16.03.08 150 0 7쪽
27 칼멘 16.03.02 104 0 8쪽
26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2) 16.03.02 107 0 11쪽
25 슬픔은 그대로 두어라... 16.02.29 162 0 13쪽
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2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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