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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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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6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2.2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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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루리프 2

DUMMY

룬은 생각보다 빨리 루리프가 깨어나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게다가 알렉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어 더욱 속이 답답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혼자 뮤리엔의 어머니에게 가는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았다. 룬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카오를 따라 걷고 있었다.



- 심각한가 보군.


룬은 대꾸하기 싫었다. 평소의 룬은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저 카오에게만은 친절하고 싶지 않았다. 첫 만남 때부터 카오는 늘 룬을 못마땅하게 대했고, 늘 무시하는듯한 말투에 말이 너무 짧았다. 아무리 종족이 다르다 해도 룬은 왕자였다. 게다가 카오가 깎듯이 모시는 사람이 바로 룬의 외삼촌이었다. 그럼 자신에게도 카오가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영 자기를 애 취급하는 거 같아서 룬은 카오가 맘에 들지 않았다.



- 나와는 말도 섞기 싫은 모양이군.


- 로얄 베리가 뭐야?


질문과 상관없는 대답을 하는 룬을 보는 카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룬을 지긋이 바라보는 카오 때문에 룬은 어색해졌다.


- 로얄 베리라는 게 뭔지 몰라서 묻는 거야. 우리가 지금 그걸 따러 가는 거니까..


룬은 조금 분위기를 완화해 보려고 부연 설명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 로얄 베리는 루니엔 인근에서 자생하는 열매야. 옛날엔 주로 요정들의 식량으로 사용되던 건데, 이젠 요정도 거의 사라지고 없으니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중이야.


- 엄청난 명약인가 보네. 정령들의 치료약으로 쓰는 거 보니.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 그건 무슨 뜻이야?



이번에도 말을 뚝 잘라 먹은 채 카오는 앞서 걸어갔다. 룬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 저거야.


카오가 가리키는 곳은 보라색 열매가 가득 매달린 키 작은 나무가 무성한 곳이었다. 베리 종류라 향긋한 향이 날 줄 알았는데 그런 향 대신에 달짝지근한 향만 코끝에 매달렸다. 먹어보지 않아도 달디달 것만 같은 열매였다. 나무 높이는 룬의 허리 정도까지 왔다. 카오에게는 엉덩이 정도까지 왔지만. 룬은 그것도 맘에 안 들었다. 룬의 키도 어디에서건 밀리지 않는 키였음에도 카오 옆에만 서면 난장이가된 느낌이었다. 자신보다 어깨 높이 하나가 더 있어서 올려다봐야하는 게 자존심 상했다.


- 먹어봐.


손수 따서 내미는 통에 룬은 거절하지 못하고 열매를 입에 넣었다. 단맛이 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알 수 없는 상쾌함이 입안 가득 고이고 열매가 식도를 타고 내리면서 화한 느낌이 나는 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 와~ 달 줄 알았는데 이건 무슨 박하도 아니고...


- 안 죽네?


- 안 죽다니?


- 이게 인간에게는 독이거든. 먹으면 바로 즉사하지.


- 뭐?? 그럼 지금 나 죽으라고 이걸 먹인 거야?


- 안 죽었잖아!


태연하게 말하면서 빙긋이 웃는 카오를 향해 룬은 주먹을 날렸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놈이었다. 그러나 룬의 주먹질은 카오의 손아귀에서 끝났다. 룬의 주먹을 움켜쥐며 카오는 말했다.



- 확인해야 했다고. 네가 인간보다는 루니엔쪽에 가깝다는 걸.


말을 마친 카오는 룬을 내버려두고 열매를 따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나도 너랑 같아. 인간 아버지를 두었지. 아주 오래전 일이야. 어머니가 나를 낳다가 죽었데. 루니엔족쪽에 더 가까웠던 나를 인간 아버지는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루니엔 숲에 나를 버리고 갔어. 골드룬은 나를 죽이라고 명했지. 그때 나를 위해 싸워준 게 너의 삼촌이야. 그리고 타로가 나를 선택했지.


- 타로라면 네가 타고 다니는 그 말?


- 타로는 말이 아니야! 타로는 유니크야!


- 유니크가 뭔데?


- 유니크는 유니콘이 되지 못한 유니콘이지. 뿔이 나지 않아서 유니콘이 되지 못해. 그런 유니크들은 루니엔으로 보내져. 그리고 유니크들은 루니엔 아이들을 선택하지 그렇게 선택된 아이들과 평생을 함께 보내게 되는 거야. 서로의 분신 같은 존재지. 나는 타로가 아니었음 벌써 죽은 목숨이야! 너희 삼촌이 나를 살려 달라 했지만 골드룬은 듣지 않았어. 나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지. 골드룬은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했어. 그때 테리오가 유니크들에게 나를 보내자 했지. 유니크가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죽이자고 했데.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유니크들에게로 보내졌지. 다른 아이들은 다 선택받았지만 나는 선택되지 않았어. 남아있는 그 어떤 유니크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지. 그래서 요룬이 또 명령을 내렸지. 유니크도 선택치 않는 놈이니 당장 죽이라고. 그때 타로가 내게 왔어. 유니크 중에서도 몸집이 작고 뭔가 약해 보이는 놈이어서 무리에서도 외톨이었데. 타로가 나를 선택했지... 그리고 테리오가 나를 거둬 주었고...



카오의 긴 이야기를 듣는 룬의 마음이 아파왔다. 카오의 이유 없는 까칠함은 이유 있는 거였다. 한 번도 외톨이였던 적이 없었던 룬은 카오의 아픔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카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 텐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주는 카오에게 아까까지 느꼈던 미운 맘을 가졌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


- 놀랬나 보네.. 너 놀라라고 한 얘기 아니야. 네가 나를 오해하는 거 같아서 얘기한 것뿐이야. 그리고 우린 같은 혼혈이잖아.


- 그러네... 같은 혼혈... 그럼 너도 능력이 있어?


- 응.. 예지력이 조금 있어.


- 예지력? 그래서 불의 정령이 오는걸 알았구나?


- 그래. 그리고 그건 테리오만 알아. 난 그 능력 별로 안 좋아하거든..


- 왜?


- 그게 날 혼혈이라고 알려 주는 거니까.. 루니엔족은 혼혈들의 능력을 좋아하지 않아. 그것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났었으니까..


- 그래서 나도 빼돌린 거군..


- 그래. 니가 올 줄 알았거든.. 테리오가 시켜서 리오랑 미리 숨어서 너를 기다렸던 거야. 너 엄청 뱅뱅 돌더라. 크크~


- 아.. 그랬지..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도대체 루니엔 숲이 보이질 않았어..


- 너에게 루니엔의 피가 얼마나 있는지 시험한 거야. 인간에 가까웠다면 넌 절대 루니엔 숲을 찾지 못했을 거야. 그럼 이렇게 나랑 같이 있지도 못했겠지.


- 그렇군..


- 이제 딸만큼 땄으니 그만 돌아가자.


룬과 카오는 로얄베리를 잔뜩 따 가지고 그들의 비밀장소로 이동했다.



로얄베리를 먹은 불의 요정은 파란 불꽃 대신 선명한 빨간 불꽃을 일으키며 아까와는 다르게 팔팔해 보였다.

정령은 루리프의 이마에 손을 대고 그녀의 귓가에 뭔가를 오래도록 속삭였다.


- 도대체 뭐하는 거야?


잠시도 진득하지 못한 마리엘이 이번에도 기다리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불의 정령이 서서히 고개를 일으켰다. 그리고 루리프에게서 떨어져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 우우.. 우..


루리프가 신음소리인지, 우는 소리인지 모르는 소리를 냄과 동시에 붉은빛이 가득 방안을 메웠다. 방안의 모두가 눈부신 빛 때문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불빛이 진정됐다고 느끼자 그들은 손을 내리고 루리프를 보았다.


상체를 일으키고 멍한 시선으로 앞쪽을 바라보고 있는 루리프가 보였다.


룬은 얼른 루리프에게로 다가갔다.


- 루리프. 나 보여? 내가 누군지 알겠어?


흐릿한 눈에 초점이 맞춰지는지 루리프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룬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 루리프.


- 너는. 룬이구나.


감정이 하나도 없는 루리프의 목소리가 방안에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다.


룬은 그녀가 예전에 그가 알던 그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 나를 알아보겠어?


루리프는 대답 대신 방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두 손을 꼭 쥐었다.


- 여긴 어디지? 당신들은 뭐야?


낯선 루리프의 말과 행동에 룬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뭔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머리색이 달라졌다!


- 루리프.. 너.. 머리색이..


루리프는 룬의 말에도 동요되지 않았다.


- 여기가 어디냐고!!


쇳소리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룬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알던 루리프는 저렇게 소리 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여긴 루니엔 숲 인근이오. 칼에 찔려 물에 빠진 당신을 룬이 구해왔소.


테리오가 침착하게 설명했다.


테리오의 설명을 듣던 루리프의 손이 칼 맞은 곳을 눌렀다.


- 우우.. 아악!!!!!!!!!!!!!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방안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원한에 사무친 심장을 찌르는듯한 비명소리에 듣는 모두에게 소름이 돋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불의 정령도 멀찌감치 그녀 옆에서 물러났다.


오로지 한 사람만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 누나. 루리프 누나! 나야. 나 조제프야! 나 기억해?


- 누구..? 조제프..? 너.. 조..제프? 내 동생?


- 그래. 맞아! 나 누나 동생 조제프야! 나 많이 컸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해맑게 웃는 조제프를 보던 루리프의 눈빛이 예전처럼 부드러워졌다.


- 정말 내 동생 맞니? 5살짜리 꼬마였던 그 조제프 맞아? 꼬마가 이렇게 컸어?


루리프의 목소리와 눈빛이 예전처럼 돌아오자 룬은 그제야 정말 살아있는 루리프를 보는 거 같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오누이는 서로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 우린 나 가있는 게 좋겠군.


불의 정령이 모두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 테리오..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봐줄 수 있나?


불의 정령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테리오에게 물었다.


- 시도해봤지만 알 수 없어. 누군가 그녀를 찌르는 장면만 얼핏 보이는데 분노와 슬픈 감정 때문에 그녀의 기억이 보이지 않았어.


- 나도 그랬는데! 그냥 엄청 무거운 기운만 잔뜩 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안보이던데.. 그게 슬픈 감정이라고 여신님이 말했..


- 여신에게 말했단 말이야?


깜짝 놀란 테리오는 마리엘을 다그쳤다.


- 아..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말하기도 전에 여신님은 이미 알고 계셨다고! 그리고 날 이렇게 만들어서 여기로 보냈다고. 너희들한테 내가 필요하댔어...


마리엘은 설명을 하면서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 재밌게 돌아가는군.. 여신이 알고 있으면서도 봐주고 있단 말이지?


불의 정령은 뭔가 생각하는 눈빛으로 마리엘을 보고 물었다.


- 그래.. 여신님은 이미 알고 계시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도 알고 계셔. 달리 신이겠어?


다시 득의양양해진 목소리로 마리엘은 비꼬듯이 불의 정령에게 대답했다.


- 신들이란!


불의 정령은 그 말을 던지고는 불꽃을 흩날리며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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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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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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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의 아이 16.02.11 147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2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7 1 11쪽
9 로리엔 16.02.10 139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8 1 9쪽
7 음모들 16.02.09 81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2 0 6쪽
4 첫키스 16.02.05 128 1 6쪽
3 16.02.05 134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6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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