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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 님의 서재입니다.

루니엔의 아이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마이리
작품등록일 :
2016.02.04 14:59
최근연재일 :
2016.12.15 21:3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5,375
추천수 :
18
글자수 :
190,383

작성
16.05.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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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 브라더

DUMMY

길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엔 늘 설레임이 있다. 떠나는 그 길에서 어떤 일들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한 마음의 준비는 설레임으로 나타난다. 여행이 꿈이었던 소년은 이제 진정한 여행길에 올랐다. 타고난 신분을 버리고 세상 속으로 뛰어든 소년의 마음은 설렘과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냥 신나고, 마냥 즐겁고, 마냥 들뜨는 그런 기분으로 소년은 짐을 꾸렸다.

어떤 일이 생겨도 두렵지 않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룬은 마리엘과 꼬마왕자와 함께 뮤리엔을 향해 길을 떠났다.

룬은 뮤리엔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어머니와 알렉.

두 사람의 모습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의 머릿속엔 온통 루리프의 모습뿐이었다. 그 감정을 떠올려보니 너무 낯설어서 룬은 몸을 부르르 떨며 생각을 털어냈다.

풋사랑과 첫사랑을 혼동했을지도 모른다. 루리프를 처음 만난 날부터 룬의 곁엔 늘 루리프가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가 사랑이라고 느낀 감정은 아마도 오누이의 정이었는지도 모른다. 루리프는 알았지만 룬은 몰랐던 함정.

어쩜 루리프가 자기가 아닌 형을 선택한걸 당연하게 받아 들인 거에 화가 난 건지도 몰랐다. 루리프에게 늘 우선이었던 자신이 밀렸다는 게 그를 격동시킨 걸 지도 몰랐다. 한두 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마치 몇 년이 지나버린 일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에야 들고 있었다.


내가 뮤리엔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루리프에 대한 마음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알렉과 루리프의 결혼을 제대로 이해했었다면 두 사람에게 그런 불행이 생기기 전에 내가 눈치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어머니가 그렇게 가시지 않았을 텐데...

않았더라면, 않았을 텐데.. 로 끝나는 이런 생각들이 뮤리엔으로 향하는 룬의 마음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 아우, 심심해!


꼬마왕자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룬은 그제야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 꼬마왕자. 원래 여행길은 심심한 거야.


- 칫! 그래도 너무들 말이 없다구요. 불의 정령 하고 다녔던 때보다 더 재미없어요.


- 하하. 그래? 그럼 어떻해야 재밌게 갈 수 있을까?


- 뮤리엔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 아~ 꼬마왕자 역사에 관심이 많았지? 그런데 어쩌지? 나는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데...


- 자기 나라 역사도 몰라요?


- 그게.. 듣고 보니 참...


- 역사를 배울 생각이나 했겠어? 사랑놀음에 빠져 사느라.


불쑥 마리엘이 끼어들어 퉁명스레 한마디 던졌다.


- 사랑놀음이라니? 마리엘. 알지도 못하면서..


- 흥! 불결해.


- 불결해? 뭐가?


- 형의 여자를 넘보는 게 그럼 불결하지 안 불결해?


- 헉! 그 말 취소해!


- 웃기시네!


룬은 마리엘의 뾰루퉁한 표정부터 말투까지 모든 게 거슬렸다. 한동안 입 다물고 있어서 달라졌다고 생각한 게 억울해졌다.


- 웃겨? 너가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 거야?


- 니 생각을 봤다. 왜?


- 와... 진짜.. 미치겠네.


- 워~ 워~ 진정들 하세요... 둘이 이상해..


- 뭐가 이상해?


조제프의 말에 마리엘이 발끈한다.


- 마리엘. 룬 좋아해요?


- 뭐?!


- 아무래도 내가 보기에 두 사람 이상해요.


- 아니. 우리가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룬과 마리엘이 동시에 대들었다.


- 저봐! 이상하잖아. 말도 똑같이 하고!


조제프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 좋아하지 않으면 서로 지독하게 싫어하거나 둘 중에 하나예요.


- 그게 무슨 뜻이야?


쌩한 표정으로 마리엘이 조제프 앞을 가로막고 묻는다.


- 사사건건 룬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반응하잖아요! 룬도 마찬가지고.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둘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남들이 똑같은 말을 하면 웃어넘기면서 룬이나 마리엘이 말하면 서로 잡아먹을 듯이 덤비고.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이 참에 가면서 생각해봐요. 서로 좋아하는 건지, 아님 싫어하는 건지!


- 싫어하는 거야! 이 바보야!


조제프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마리엘은 총총 앞으로 먼저 걸어 나갔다.


- 아이.. 정말. 저 정령은 도대체 성질머리가 왜 저래요?


한 대 맞은 게 억울했는지 조제프가 인상을 쓰며 묻는다.


- 원래 저래. 저것도 많이 나아진 거야.


- 룬 형 앞으로 힘들겠다. 저 비위 맞추려면.


- 뭐라고?


- 아니에요~ 그냥 해 본 소리예요.


눈치 빠른 조제프의 눈에는 룬과 마리엘의 줄다리기가 보였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소년에겐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쳇! 좋으면 좋은 거지. 왜들 저래? 어른들은 암튼 이상해!]




한바탕의 말싸움 뒤에 세 사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발걸음에만 집중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거리를 이동했다.

이렇게 부지런히 가면 삼일 안에는 도착할 터였다.

삼일만 참자!

룬과 마리엘은 서로의 마음에 이렇게 맹세를 했다.

뮤리엔에 도착하면 서로 마주칠 일 없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조제프의 정곡을 찌른 말 때문에 둘은 서로 얼굴 보는 것도 어색해져 버렸다.

마리엘은 이런 감정이 뭔지 몰랐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건지도 몰랐다. 인간은 생각 외로 복잡했다. 인간의 몸에서 느껴지는 이 미묘한 감정들과 그에 따른 몸의 반응이 마리엘에겐 이해하기 힘들었다.



룬은 갑자기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또다시 루리프 때처럼 헛다리를 짚고 싶지 않았다.

마리엘은 정령이었다. 인간의 몸은 잠시 빌린 거라 했다.

그런 정령에게 뭘 바라겠는가.

하지만 조제프의 말처럼 마리엘의 행동 하나하나가 말투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는 건 그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덕분에 루리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많이 사라진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남의 생각을 엿보다니! 그 말이 떠오르자 갑자기 불쾌해져서 룬은 뮤리엔에 도착하는 즉시 마리엘과는 떨어져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즐거울 거 같았던 여행길은 지루해졌다.

세 사람이 길을 떠나면

두 사람이 죽이 맞거나, 두 사람이 싸우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머지 한 사람은 두 사람에게 외면당하거나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중재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여행으로 들떴던 마음이 두 사람의 싸움으로 엉망이 돼버렸다.

뮤리엔까지의 갈 길이 멀고도 험할 거 같았다...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걸었던 탓에 그들은 예상보다 일찍 뮤리엔에 도착했다.

꼬마왕자의 눈에 뮤리엔은 생각보다 웅장한 감은 있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정돈이 잘 된 나라. 평화로운 나라. 안정된 나라처럼 보였다. 로리엔이 조금 더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라면 뮤리엔은 조금 차갑고 건장한 이미지였다.

어쨌든 꼬마왕자는 생전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 룬 왕자님!


룬을 알아본 경비병들의 표정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어머니를 어디에 모셨지?


룬의 질문에 그들은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쩔쩔 매기만 하였다.


그러다 한 명이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 내가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게냐?


룬이 목소리를 높였다.


- 룬 왕자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 왕자라며?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거야? 왕자 맞긴 하는 거야?


빤한 소리로 마리엘이 룬을 놀리자 조제프가 마리엘을 끌고 뒤로 빠졌다.


- 도대체 왜 그래요?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 흥! 인간들은 뭐가 그리 복잡한 게 많은 건지.


- 우린 가만 빠져있자구요. 여기서 시끄럽게 해봤자 도움이 안 되니까.


조제프는 마리엘이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꽉 잡으며 룬을 쳐다 보고 안심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아까 뛰어갔던 경비병 하나가 어떤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 룬 왕자님..


- 카릴. 오랜만이지.


모처럼 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따스한 빛이 퍼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마중을 나온 건지 감시를 나온 건지 모를 남자의 표정도 금방 웃는 모습으로 변했다.


- 어머니를 뵈야겠어.


카릴이란 사람에게 룬이 말했다. 카릴은 말없이 조제프와 마리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 일행이야. 루리프의 동생 조제프 왕자와 달의 정령이야.


카릴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 루리프님의 동생이라면..


- 형 하고 할 얘기가 있어. 카릴. 날 형에게 데려다 줘.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카릴이란 남자는 아무 말없이 룬과 조제프, 마리엘을 데리고 궁안으로 들어갔다.



- 형!


조제프와 마리엘이 말릴 사이도 없이 룬은 형이라고 외치며 키가 큰 남자의 품으로 달려가 버렸다.


조제프도 마리엘도 손이 저절로 칼집으로 향했다.


그들이 서 있는 홀은 커다란 기둥 네 개가 세워진 넓다란 홀이었다.


키가 크고 넓은 어깨를 가진 남자가 달려가는 룬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 형! 알렉형!


룬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흘러나와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 룬.. 이 나쁜 놈아...


굳게 껴안은 건장한 두 남자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었다.


조제프는 괜히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나가 이 광경을 같이 보았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이라는 왕자. 매형이라는 저 남자는 말로만 듣던 무섭고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룬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칼집에 가 있던 손이 스르르 내려졌다.


소리 내지 않은 흐느낌이 더 짠하게 보는 이들을 아프게 했다.


- 형.. 미안해.. 내가.. 내가 바보 같았어..


- 내가.. 미안하다.. 룬.. 어머니가..


- 알아..


- 알아? 어떻게?


- 외삼촌이 말해줬어. 나 루니엔에 있었어. 그곳에서 어머니 소식을 들었어.. 루니엔족은 서로 소통이 가능하거든. 어머니가 그렇게... 되실 때 외삼촌과 소통 중이었대...


- 아... 룬. 아버지도 그날 같이.. 돌아가셨어. 얼마 전에야 장례를 치렀다. 네가 오길 기다리며..


- 아버지는 어째서? 왜!!


- 어머니를 만나러 가셨는데 자객이 들었던 모양이야. 그 자객이 아버지도 같이..


- 칼멘 어딨어! 칼멘 데려와!!


아버지의 죽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룬이었다. 아버지까지 잃었다 생각하니 룬은 분노가 치밀어서 당장에라도 칼멘을 요절을 내고 싶었다.


- 칼멘인건 어떻게 알았니?


- 모든 게 칼멘 짓이야! 칼멘이 루리프도, 어머니도 , 아버지까지..


- 루리프? 네가 루리프 일은 어찌 알아? 그게 칼멘 짓인지는 어떻게 알고?


- 형...


참고 있던 슬픔이 룬에게 달려들었다.

혼자였을 땐 잘 참아내고 있었는데 형 앞에 서니까 그 모든 슬픔들이 한꺼번에 룬에게 달려 들어왔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잃은걸 알게 되니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복받쳤다.

한동안 룬은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런 룬의 등을 쓰다듬으며 알렉은 말없이 룬의 흐느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 다 울었니? 좀 커서 온 줄 알았더니.. 아직도 꼬맹이 티를 못 벗었네..


- 그런 형은! 자기도 울어놓고..


알렉은 대답 대신 룬의 머리를 헝클어 놓았다. 어릴 때 부터 대책 없이 헝클어진 머리칼이었다. 그런 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는 척 헝클어 놓는 게 알렉의 버릇이기도 했다.

나이를 잊은 듯 형제는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마주치면 칼을 휘두를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때가 다 우스워졌다.



이제 둘은 부모 없는 고아였다.

이 세상에 둘 만 남은 피를 나눈 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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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골드룬 vs 실버룬 16.05.01 141 0 12쪽
35 꼬마왕자 16.04.23 112 0 16쪽
34 사랑을 배신하다(3) 16.04.22 112 0 11쪽
33 사랑을 배신하다(2) 16.04.17 150 0 6쪽
32 사랑을 배신하다 16.03.27 144 1 9쪽
31 요룬의 왕국(2) 16.03.18 127 0 9쪽
30 요룬의 왕국 16.03.15 34 0 10쪽
29 여신의 방문 16.03.09 7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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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16.02.23 117 0 12쪽
23 루리프 3 16.02.22 148 1 9쪽
22 루리프 2 16.02.21 135 0 11쪽
21 루리프 16.02.18 71 0 10쪽
20 저마다의 속셈 16.02.17 120 0 13쪽
19 마나프 16.02.16 143 0 13쪽
18 불의 정령 16.02.16 147 0 9쪽
17 달의 정령 16.02.15 139 0 14쪽
16 너를 어디에서 찾을까... 16.02.14 140 1 17쪽
15 꿈속에서... 16.02.14 180 1 12쪽
14 지켜지지 못한 그녀 16.02.13 173 0 14쪽
13 첫날밤 16.02.12 144 1 11쪽
12 불의 아이 16.02.11 148 1 8쪽
11 다짐들 16.02.11 143 1 10쪽
10 루니엔 16.02.10 148 1 11쪽
9 로리엔 16.02.10 140 1 6쪽
8 왕의 묘수 16.02.09 189 1 9쪽
7 음모들 16.02.09 82 1 7쪽
6 시작된 감정 16.02.08 190 0 11쪽
5 운명의 불씨 16.02.07 93 0 6쪽
4 첫키스 16.02.05 129 1 6쪽
3 16.02.05 135 1 7쪽
2 저녁 만찬 16.02.04 176 3 10쪽
1 방문객 16.02.04 24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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